나는 가끔씩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집 앞에 있는 정거장보다
일부러 몇 정거장을 먼저 내려
집까지 걸어갈 때가 있다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하느라 힘들어서
집에 빨리 도착해 쉬기도 바쁜데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거냐?"라고
나한테 물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겐 조금 다른 이유가 있다
맨 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들 만큼 걱정이 많을 때나
아니면
하고 있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아니면
'일->집->일->집'이라는
닭장 속에 갇혀있다고 느낄 때면
조금이라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그렇게 일부러
머나먼 길을 걸어가곤 한다
어느 한 날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지하철을 탄 뒤
일부러 두 정거장을 먼저 내렸다
지하철에서 내린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표를 넣는 개찰구 문 앞에서
카드를 딱 찍으려는 순간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학창 시절 때부터 알고 지내던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였다
같은 동네에 살지만
서로가 일에 쫓겨 살며
이전보다는 자주보지 못한 친구가
그저 그렇기도 하면서 반갑기도 했다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내가 친구에게 물었다
'집이 1동인데 2동에서 내려서 걸어가네?
무슨 이유가 있냐?'
'아니.. 일 끝나고
그냥 뭔가 답답할 때가 있으면.. 그럼 너는?'
'나도 똑같지 뭐.. 그냥 답답해서…
그냥 퇴근길에 뭔가 깝깝하고 답답할 때면
아무 이유 없이 몇 정거장 먼저 내려서
일부러 집까지 걸어가곤 하지..'
'일부러 몇 정거장 먼저 내려
노래를 들으며 집까지 걸어가는 게
퇴근길 갑갑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니깐'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게 된
친구와 나는
'일->집->일->집'이라는
닭장 속에 갇혀
답답함을 느낄 때면
정신없이 일에 치였던
하루의 고생을 잠깐이나마 제쳐두고
집보다
몇 정거장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
일부러 걸어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