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

by 김고민


나는 가끔씩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집 앞에 있는 정거장보다

일부러 몇 정거장을 먼저 내려

집까지 걸어갈 때가 있다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하느라 힘들어서

집에 빨리 도착해 쉬기도 바쁜데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거냐?"라고

나한테 물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겐 조금 다른 이유가 있다



맨 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들 만큼 걱정이 많을 때나


아니면

하고 있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아니면

'일->집->일->집'이라는

닭장 속에 갇혀있다고 느낄 때면



조금이라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그렇게 일부러

머나먼 길을 걸어가곤 한다




어느 한 날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지하철을 탄 뒤

일부러 두 정거장을 먼저 내렸다



지하철에서 내린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표를 넣는 개찰구 문 앞에서

카드를 딱 찍으려는 순간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학창 시절 때부터 알고 지내던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였다



같은 동네에 살지만

서로가 일에 쫓겨 살며

이전보다는 자주보지 못한 친구가

그저 그렇기도 하면서 반갑기도 했다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내가 친구에게 물었다


'집이 1동인데 2동에서 내려서 걸어가네?

무슨 이유가 있냐?'


'아니.. 일 끝나고

그냥 뭔가 답답할 때가 있으면.. 그럼 너는?'


'나도 똑같지 뭐.. 그냥 답답해서…

그냥 퇴근길에 뭔가 깝깝하고 답답할 때면

아무 이유 없이 몇 정거장 먼저 내려서

일부러 집까지 걸어가곤 하지..'


'일부러 몇 정거장 먼저 내려

노래를 들으며 집까지 걸어가는 게

퇴근길 갑갑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니깐'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게 된

친구와 나는



'일->집->일->집'이라는

닭장 속에 갇혀

답답함을 느낄 때면



정신없이 일에 치였던

하루의 고생을 잠깐이나마 제쳐두고



집보다

몇 정거장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

일부러 걸어가곤 한다


이전 08화관심과 조회수를 위해 목숨을 잃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