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민낯을 대처하는 자세에서 인격의 성숙함이 보인다

by 김고민

몇 년 전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내가

앉은 곳의 맞은편에는


얼굴의 절반이

시커먼 혹으로 뒤덮인

중년의 남성이 앉아 있었고



선천적인 질병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나로선 알 수 없었지만



얼굴이 혹으로 뒤덮인 남성을

보는 사람들마다

제각각의 태도와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놓고 관찰이라도 하는 듯

뻔히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한두 번 쳐다보고는

일부러 딴 곳을 보고 있거나

못 본 체를 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들은

혹으로 뒤덮인 남성의 얼굴을 보고는


그러한 모습을

너그러운 표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얼굴의 절반이

시커먼 혹으로 뒤덮인

그 중년의 남성은


직접적인 말로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타인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이 혹으로 뒤덮인 남성을

쳐다보는 승객들의 반응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관찰이라도 하는 듯

뚜렷이 쳐다보는 이들에게


본인들의 멀쩡한 얼굴과

혹으로 뒤덮인 남성의 얼굴이

뒤바꿔 놓인 입장이 되어


민망할 정도로 뻔히 쳐다보는

타인들의 시선 속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부단히 겪고 난 뒤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와도


과연 저렇게 뻔히 쳐다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 두 번 쳐다보고는

애써 못 본 체하며

일부러 엉뚱한 곳을 보고 있거나

딴 곳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겐



상대방이

당혹스럽지 않고 무안하지 않게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남성의 얼굴이

혹으로 뒤덮이게 된 경위는 몰라도


그러한 모습을

너그럽게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은



타인의 흉 진 얼굴과 같은 겉모습으로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하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얼굴이 흉 진 사람을



제각각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승객들의 반응 속에서



인격의 성숙함과

내면의 품격을 알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느낀다



사람은

타인의 민낯을 대처하는 자세에서

그 인격의 성숙함이 드러난다는 걸





이전 14화전화를 걸어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