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내가
앉은 곳의 맞은편에는
얼굴의 절반이
시커먼 혹으로 뒤덮인
중년의 남성이 앉아 있었고
선천적인 질병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나로선 알 수 없었지만
얼굴이 혹으로 뒤덮인 남성을
보는 사람들마다
제각각의 태도와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놓고 관찰이라도 하는 듯
뻔히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한두 번 쳐다보고는
일부러 딴 곳을 보고 있거나
못 본 체를 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들은
혹으로 뒤덮인 남성의 얼굴을 보고는
그러한 모습을
너그러운 표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얼굴의 절반이
시커먼 혹으로 뒤덮인
그 중년의 남성은
직접적인 말로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타인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이 혹으로 뒤덮인 남성을
쳐다보는 승객들의 반응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관찰이라도 하는 듯
뚜렷이 쳐다보는 이들에게
본인들의 멀쩡한 얼굴과
혹으로 뒤덮인 남성의 얼굴이
뒤바꿔 놓인 입장이 되어
민망할 정도로 뻔히 쳐다보는
타인들의 시선 속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부단히 겪고 난 뒤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와도
과연 저렇게 뻔히 쳐다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 두 번 쳐다보고는
애써 못 본 체하며
일부러 엉뚱한 곳을 보고 있거나
딴 곳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겐
상대방이
당혹스럽지 않고 무안하지 않게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남성의 얼굴이
혹으로 뒤덮이게 된 경위는 몰라도
그러한 모습을
너그럽게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은
타인의 흉 진 얼굴과 같은 겉모습으로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하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얼굴이 흉 진 사람을
제각각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승객들의 반응 속에서
인격의 성숙함과
내면의 품격을 알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느낀다
사람은
타인의 민낯을 대처하는 자세에서
그 인격의 성숙함이 드러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