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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rdians of the Galaxy vol3

사랑하는 영화

by 곰민정




화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때리고 부수고 깨지는 속 시원한 영화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왜인지 내가 리틀포레스트 같은 영화만 본다고 생각한다. 물론 잔잔한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주로 틀어놓고 편안하게 잠들곤 한다.) 속 시원한 영화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마블 영화다. 박쥐, 거미, 개미, 철 등등 상상도 못 한 다양한 소재의(?) 히어로들이 펼치는 조마조마한 이야기들은 웬만하면 다 재미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재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몇 개의 영화가 있다. 하나는 몸보다 입이 거친 <데드풀>, 그리고 하나는 우주의 모지랭이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어느 모로 봐도 얘네, 좀 모지란다.

스타로드. 히어로라고는 하는데, 슈트를 벗겨 놓으면 영락없는 백수 삼촌이다. 허구한 날 술 먹고 뻗고, 워크맨으로 철 지난 옛날 노래를 흥얼거린다. 맨날 짜증 투성이에 가끔 선을 넘는 가모라도, 힘센 멍청이 드렉스도, 할 줄 아는 말이라곤 ’아이 엠 그루트‘ 뿐인 그루트도, 콕 쥐어박고 싶은 로켓도,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맨티스, 욘두의 화살로 적에게 땡콩 정도의 데미지밖에 입히지 못하는 크래글린도. 어딘가 다 엉성한 오합지졸이다.


근데, 이상하다.

죽어가는 동료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두 모여 문명을 세울 정도의 힘을 가진 적의 요새에 침투한다. 그것도 두 번이나. 약속장소를 어기거나, 서로 말을 안 듣거나, 혹은 탈출복을 우주에 둥둥 띄워 보내버리거나. 그 사이에도 바보 같은 실수는 끝없이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동료를 구하러 가는 데 망설이는 이는 하나도 없다. 적에게 정체가 탄로 나고 한 명이 총에 맞아 걷지 못할 때도 홀로 두고 가지 않는다. 무모한 싸움을 시작하면서 스타로드는 외친다. “최선을 다해보고 죽지, 뭐!” 낄낄거리면서 바보냐고 놀리다 문득 멈춰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나. 부끄럽지만, 아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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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상을 돌려보다가 훅 와닿은 이야기가 있다.

오은영 박사님의 이야기였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시키면서 인사를 가르친다.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하는 거야. 친구를 만나면 먼저 인사하는 거야. 그런데 그 중요한 인사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게 하나 있단다. 바로 ‘만남의 반가움’. 머리가 띵 했다. 그러게. 그게 인사를 하고 안 하고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데.


가장 중요한 건 늘 단순하다.

동료에게는 애정과 신뢰가,

만남에는 반가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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