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어라, 대학교 등록금을 깜빡했네?

똑똑이와 헐랭이를 대책없이 종횡무진하는 가시밭길 위 권민정 이야기.

by 곰민정



사실 나는 공부를 잘했다.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는 얼음땡, 전깃줄, 탈출 이런 게 제일 재밌었다.

학원도 가기 싫었고 공부도 하기 싫었다.


나름 머리는 좋았던 것 같다.

당시 중학교 선생님이었던 우리 엄마를

초등학교에는 아직 시험이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속이고

놀이터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6학년 시절,

말 안듣기로 유명했던 우리반 애들은

시험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잠깐 화장실 간 사이

공부 잘하는 애 한명이 일어나서 답을 쭉 불러줬다.

근데 그것도 귓등으로라도 아는 게 있어야 답을 적지,

주관식 답이 다 금시초문이라 나는 따라 적지도 못했다.

그래서 나는 반에서 3등(끝에서)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며

엄마는 학교에 불려왔고, 엄마는 그때서야 배신감에 치를 떠셨다.


충격받은 엄마에게 잡혀 방학때부터 공부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하도 못하던 애가 공부를 하니까 허허 그게 참 금방 금방 늘었다.

그렇게 조금씩 공부에 재미를 붙였더니만

어느새 공부를 가뿐히 잘하는 애가 되었다.






성적 덕분에 나름 편안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얘가 얘가, 은근히 구멍이 많았다.


멍때리고 길을 걷다가 라바콘에 걸려 180도 회전을 한다던지,

급식 빨리 먹겠다고 달리다가 유리문에 부딪쳐 무릎이 깨진다던지,

환경미화 하기 싫다고 튀다가 주차장에 얼굴을 갈아버린다던지,

대학 수시 합격을 해놓고 등록금 내는 걸 깜빡 한다던지...

응?


그렇다.

대형 사고를 쳐버렸다.






수시를 합격하고 등록을 안하면 정시는 지원도 못한단다.

며칠 사이에 잔치집이 초상집이 됐다.

자꾸 미안하다며 우는 부모님 (엄마아빠가 왜?) 사이

심난하던 나는 며칠이 지나자 왠지 설렜다.

'이런 특이한 일이...! 왠지 주인공 같아...!'


역시.

못말리는 관종이다.




(신나게 3편을 썼더니만, 이 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치만 뭐, 끝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니까, 언젠가 다시 고쳐 쓰더라도 끝까지 한 번 가보련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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