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6. 일본의 그림책 작가 가츠미 고마가타의 육아

나도 나를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너를 위한 그림책을 그릴 수 있을까

by 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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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종종 그 얼굴이 떠오른다.
돌아가신 가츠미 고마가타 선생님의 따님이 강연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만든 책들을 보여줄 때의 그 말갛고 밝은 얼굴.




디자이너였던 가츠미 고마가타 선생님은

갓 태어난 아기와 놀아주는 게 영 어색했다고 한다. 목소리로 각종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읽는 것이 어째 뻘쭘했다고. 그래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기와 놀아주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것이 그의 그림책 작업의 시작이 되었다.


나의 작업들은 늘 나를 위한 것이었다.

첫 그림책 <눈사람은 눈사람>은 자꾸만 쪼그라드는 나의 자존감을 어떻게 하면 다시 바로 세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쓴 책이고, 독립출판 <산과 나>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분노를 발견하는 길이었다. 물론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오그라들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부모님께도, 연애시절 짝꿍에게도, 어쩐지 '사랑한다'는 말은 늘 어색했다. 그러다 아기를 낳고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는 말이 나온다. 쉴 새 없이 나온다. 예뻐 어쩔 줄 모르겠는 이 마음이 사랑한다는 말에 채 다 담기지 않는다. 이런 내가 나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니 아마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이야기를 짓는다면, 그건 바로 감자를 위한 책이 될 것이다.

그 이야기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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