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el Caesar, JPEGMAFIA/Danny Brown 외
교야 : 사실 어느샌가부터 ‘내가 듣고 싶은 곡’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 들어보고 싶은, 들어야 할 곡들은 많지만 순수하게 삶의 어느 한가운데에서 단순히 듣고 싶어서 떠오르는 곡이 없어졌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올 상반기에 그런 순수한 욕구로 다시 찾아 듣던 앨범이 바로 [NEVER ENOUGH]였다. 특유의 서늘하고 매끈하게 퍼지는 사운드와 내면의 깊은 고뇌와 갈등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자그마한 온기를 남겨두는 가사 등이 늘 그의 음악에 기대하는 바였고, 4년 만에 발매한 이번 정규앨범 역시 이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줬다. ‘Always’ 같은 정직한 알앤비의 세레나데와 나무 건반이 오르내리며 내는 사각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Cool’도 훌륭하지만, ‘Shot My Baby’는 서늘함이 스산함으로 다가오며, 이전의 여성 아티스트들과의 호흡이 아슬한 유려함을 더해줬다면 이번 앨범의 남성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여전히 ‘NEVER ENOUGH’하다며 고민하고 성찰하며 자신만의 예술을 가꿔나가는 그의 의지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슷한 결 안에서 신중하게 엮어보는 새로운 사운드 운용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지만,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보장된 색채의 음악들은 리스너로서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욕구를 되찾아주었다는 점에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베실베실 : 2023년 힙합은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Kanye West와 Kendrick Lamar의 작년 앨범은 파급력으로 보나 퀄리티로 보나 예전 같지 않았고 Travis Scott의 새 앨범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할 젊은 Emo 랩퍼들 중 상당수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Trap의 새 물결이 될 줄 알았던 Rage는 여전히 Playboi Carti 말고는 별다른 인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23년 빌보드 1위 곡에 힙합은 없었다는 사실은 그러한 상황들이 빚어낸 안타까운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힙합은 저물어가는 장르인 것인가?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이제 ‘베테랑’에 접어들 시기의 트랩퍼들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Lil Uzi Vert는 신보 [Pink Tape]에서 Trap에 Metal을 접목했으며 Lil Yachty의 앨범 [Let’s Start Here.]은 대놓고 Neo-Psychedelia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그리고 재야의 고수 JPEGMAFIA가 Danny Brown과 함께 내놓은 답은 [SCARING THE HOES]이다. 온갖 것들을 샘플링해 노이즈와 함께 버무리는 특유의 작법은 여전하지만 Roland 샘플러를 통한 샘플링은 더 기묘해졌고 훨씬 더 공격적이다. 너무하다 싶은 정도로 키운 음압은 듣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혼란 속에서 질주하며 균형을 잡는 것은 JPEG과 Danny의 랩핑이다. 절묘한 프로듀싱과 뛰어난 랩핑이 훌륭하게 어우러져 각 트랙들은 각자의 맛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앨범 단위로 하나의 통일성을 잃지 않고 있다. 물론 Danny Brown의 비중이 랩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지만, 페기가 처음으로 ‘US Billboard 200’에서 10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한 의의이다. ‘창녀 겁주기’라는 타이틀만큼이나 ‘도발적인’ 이 음악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의 음악은 조금씩 더 먹히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음악이 힙합의 새로운 대안이 되어줘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선봉에는 JPEGMAFIA가 서있을 것이다.
준9 : 칼리 우치스의 음악적 욕심은 대단하다. 이는 첫 정규 [Isolation]에서부터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Isolation]은 실력 있는 프로듀서진이 제공한 다양한 스타일의 프로덕션과 주인공 칼리 우치스의 관능적인 보컬 퍼포먼스가 맞물리며 여러 감탄스러운 지점을 만들어왔다. 스패니시로 채워진 두 번째 앨범 [Sin Miedo (del Amor y Otros Demonios)]를 거쳐 2023년 발표된 세 번째 정규 [Red Moon In Venus] 역시 그녀의 음악적 위치와 영역을 만들어줄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소울, 알앤비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결합하면서 풍겨져 나오는 환상적이고 섹시한 분위기는 앨범의 독창적인 비주얼까지 겹쳐지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선공개되었던 ‘I Wish you Roses’의 몽환적인 사운드는 앨범의 도입으로서 훌륭하게 기능하고, 이어지는 ‘Worth the Wait’에서 앨범의 환상적인 체험은 크게 증폭된다. 이후 연인 Don Toliver가 참여한 레게톤 리듬의 ‘Fantasy’나 스패니쉬와 영어를 넘나드는 ‘Hasta Cuando’, 신스팝 장르의 ‘Endlessly’ 등 다채롭고 그러면서도 통일성을 갖춘 트랙들은 앨범의 높은 완성도와 프로덕션의 짜임새를 감탄하게 만든다. 칼리 우치스의 한층 더 농익은 보컬과 매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융 : 오랜만의 정규 앨범 [chemistry]의 신호탄이다. [chemistry]를 두고 이 싱글을 꼽은 것은 이 싱글은 ‘선공개’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더욱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 작을 기대하게 만들면서도 음악적으로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싱글이다. 두 곡 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비교적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웅장한 사운드 연출은 ‘나’에게 집중하는 가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후반부에서는 코드 전환과 함께 감정 표현을 쏟아내는데 쓸쓸한 감정과 그 안의 단단한 결심까지 느껴진다. 이 싱글이 빛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켈리 클락슨의 보컬이다. 특장점인 탄탄한 발성은 전성기를 떠오르게까지 하고, 컨디션 난조나 기량 약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전 세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가장 위대한 아웃풋은 클라스가 다르다.
frank : 이만큼 무드가 일관된 뮤지션이 또 있을까. 고대하던 그의 신보는 전작들보다 더욱 차분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작에서는 곳곳에 분위기를 환기하는 트랙들을 배치해 베리에이션을 주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시종일관 어둡고 몽환적인 톤앤무드의 곡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단조로움으로 인해 듣기 지루하다는 평도 이해가 가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Space Heavy]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별’을 메인 테마로 하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운드적 쾌락보다는 복잡하게 변화하는 감정의 서사에 초점을 맞춘 앨범이라는 것이다. 초기작인 ‘Easy Easy’나 ‘Rock Bottom’ 같은 곡들은 감정을 오롯이 터뜨리는 데 집중했다면, 한 아이의 아버지로 성장한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자신의 감정을 하나하나 해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서사는 사운드상에서 작은 방 안에 있는 듯한 공간감으로 표현되었으며, Archy Marshall의 지독히도 개인적인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혹자는 그의 음악이 정체되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성숙해진 그의 모습을 담기 위한 최적의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불분명한 실험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28세의 Archy Marshall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율 : 정성적 평가로 빅 나티를 꼽았다면, 정량적 평가로는 마일리 사이러스가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매운맛의 록 사운드 대신 가져온 레트로한 디스코 사운드는 지금까지와 비교하면 다소 심심한 전개의 곡이라 기존의 마일리 사이러스에 대한 ‘vacation(‘Flowers’ 수록 앨범명)’이 아니냐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브루노 마스의 ‘When I was your man’의 탑 라인과 가사를 차용해 전 남편을 저격하는 파격적인 ‘Flowers’는 마일리스러운 당참 그 자체라고 느껴졌다. 이런 대중의 흥미를 돋우는 속 시원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숏츠 컨텐츠에 제격인 중독성 있고 단순한 코러스는 그를 빌보드 정상에 올리기에 충분한 연료였다고 본다. 대중의 입맛에 좀 맞추고 상업적이면 좀 어떤가. 아무리 잘 빚어낸 고-급 음악이라도 즐기는 이가 없다면 그저 ‘음악이었던 것’으로 지나갈 뿐이다. 또 좀 느슨하게 쉬어가면 어떤가. 언제 또 골 때리는 마일리로 돌아올지 모른다. 그저 우리가 할 일은 그의 부스터 게이지가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 질주의 마일리는 걷잡을 수 없이 파격적이고 센세이션 해질지 모른다. 너무 기대돼!
미온 : 세계적인 팝스타 Dua Lipa, Jessie Ware 등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하며 '현대판 복고 사운드'를 탁월하게 구현해 내는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SG Lewis의 [Audiolust & Higherlove]이다. 이번 앨범은 디스코, 신스팝 사운드를 필두로 하여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팝으로 엮어내면서도, 'Oh Laura'와 'Honest' 같은 'the 1975'이 연상되는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탑라인이 담긴 트랙들도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 전작 [times]까지만 해도 그의 역할은 프로듀서로 큰 비중을 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싱어로서도 활약했다. 첫 트랙 'intro'에서 'Infatuation'로 이어지는 순간은 그가 DJ 부스에서 더 넓은 무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며,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킥 드럼 사이로 들리는 나른한 보컬은 그가 찍어낸 음들을 더 유니크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만의 풍성하고 깔끔한 EDM 빌드업은 디스코와 신스팝이 가진 특유의 낡음을 무르익음으로 바꿔준다. 'Missing You'처럼 유로 댄스에서 들릴 법한 사운드를 써도 촌스러움이 아닌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그의 사운드 표현이 얼마나 트랜디한지 알 수 있다. 이로써 디스코와 신스팝이라는 장르는 이 앨범을 통해 수명을 더 얻은 셈이다. 이처럼 그의 음악은 낡아버린 음악에 숨을 불어넣어 줄 정도로 활기 넘친다. 그가 전자음악씬에 몰고 온 파동은 결코 잔잔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동봄 : 기존에 좋아하던 일렉트로니카 DJ들의 작업물이 갈수록 아쉬워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이, 스크릴렉스가 하루 차이로 발매한 정규 음반 [Quest For Fire]와 [Don’t Get Too Close]는 마치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중에서 POP적 성향을 많이 띄고 있는 [Don’t Get Too Close] 역시 뒤치지 않게 좋은 앨범이지만, 장르와 사운드에 집중한 [Quest For Fire]를 더 높게 치고 싶다. 앨범을 관통하는 보이스 샘플이나 드럼 리듬에 집중해 [Quest For Fire]를 감상하다 보면 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게 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구나.” 이미 강렬한 워블 베이스로 씬을 뒤집어 놓았던 스크릴렉스의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에게 더 이상 강렬함 하나만이 무기가 아니다. 세월이 빚어낸 세심함과 노련함이 앨범을 감싸고 있다. 길고 길었던 공백은 그가 사운드 깎는 노인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 시간의 가치를 증명했다.
만돌 : 작년 12월 몽환적인 분위기에 도발적인 가사로 큰 주목을 받은 ‘Kill Bill’은 오랫동안 빌보드 Hot 100에서 2위를 기록했다. 한 줄로 노래를 요약하면, 전 남친이 연애하면서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없는 여주인공이 살인을 고민하는 노래다. ‘I might kill my ex, I still love him tough’ 후렴구 가사를 보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혼자가 될 바엔 차라리 감옥에 가겠어’이 파트에서 잃을 거 없는 여자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토리를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일까? 시저는 도자 캣을 피처링으로 랩을 추가한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이러한 전략은 성공했으며, 결국 빌보드 Hot 100 1위를 기록했다. 예전 뮤직비디오는 미국 갱스터가 총을 난사하면서 시작해 대중들에게 충격을 준 반면, 이번에는 여자 주인공이 칼을 들고 전진하는 모습을 강조해 훨씬 더 영화 ‘킬빌’을 모티브 한 매력을 느꼈으며 또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든 연출이 몽환적인 곡의 무드와 더욱 어울렸다. 확실히 로우톤의 빠른 랩이 가능한 도자 캣의 도움을 받았기에 사운드적으로 풍성해져 원곡의 단조로운 진행이라는 단점을 상쇄시켰다. ‘Kill Bill’을 인스타나 틱톡에서 자주 접해 지겨워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이번 버전을 감상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길 바란다.
배게비누 : 필승 조합이 뭉친다는 기대에 비해 원곡과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2절 벌스를 Ariana Grande가 부르고 후렴을 같이 불렀다는 것 정도. 그럼에도 빌보드 Hot 100 1위를 비롯한 기록들을 달성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잘 됐으며 7년 전 묻혔던 곡을 왜 다시 꺼냈을까? 무려 틱톡 신의 점지를 받아버렸다. 여지없이 차트에 진입했고 곡 주인은 천운을 놓치지 않았다. 새 앨범 관련 테마로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Ariana Grande와 콜라보 한 리믹스, Sped Up 버전까지 내면서 차트 정상에 올랐다. 물 들어올 때 노에 모터를 달았다. 모두가 틱톡에서 주목받아 차트에 입성하기를 노리고 염원한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경우, 보통은 Sped Up 음원을 내는 것에 그치지만 그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이 정도 규모의 아티스트이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겠지만 상황의 잠재력을 가볍게 보지 않고 기어코 나비효과를 만들어낸 그의 판단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가사도 트랙도 별다른 건 없지만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할 정도로 새로울 것 없는 리믹스는 아니다. 2절 파트를 The Weeknd가 부르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원곡에선 사랑이 두렵지만 끝내 사랑을 선택하는 반면, 리믹스 버전은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하지만 무서워서 망설이는 남자와 그를 잡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이다. 남자의 다른 태도와 여자의 입장에 이입해서 즐겨보자.
G.O : 정규 1집 [壱] Ichi = 1에 이은, [弐] Ni = 2. 확실히 수록곡 내용이나 난데없는 숫자 앨범명에만 주목하자면 특별한 테마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저 이 앨범에서는 그의 음색이 개연성이고, 이 독보적인 악기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두터운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남자의 노래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어린 시절 버즈의 활주를 한 번쯤 가슴속에 품었던 한국인이라면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는 탁성이다. 잔잔한 벌스 이후 코러스에서 긁는 탁성과 함께 터져 나오는 짜릿함을 이번 앨범에서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 바위를 던져 버린 후 목격하는 출렁임 같다. 경쾌한 반주 위로 꾹꾹 눌러 밀집된 감정을 호소하는 ‘Adam and Eve’나 ‘City without heroes’도 이 앨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새로운 서정이다. Bon Jovi의 영향을 받아 록 기반의 음악이 주를 이루지만, 일본 특유의 정서가 짙게 묻어나기에 사실상 확실히 와닿는 점은 밴드 구성의 정석 J-POP이라는 점. 리드 곡들의 가사에서도 확고하게 J-POP의 표현과 문체를 따르고 있다. 감성에 절여진 비유와 소재에 거부감이 없다면 많은 가공 없이 담백하고, 편안한 악기 본연의 사운드와 귀에 감기는 코드 진행 맛집이니 수록된 14곡을 취향껏 감상해 보시길. 이젠 갈라파고스화 음악이라 치부하기엔 시대가 돌고 돌았다.
데이먼 : 6LACK의 음악은 놀랄 만큼 새롭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자신이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항상 기대감을 불러온다. 전작 [East Atlanta Love Letter]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나온 세 번째 정규는, 이러한 아티스트 본인의 포지션을 보다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첫 트랙 ‘cold feet’에서부터 강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보이스 샘플은 이전까지 보여줬던 로파이한 무드를 극대화시키고, Sting의 ‘Shape of my heart’를 샘플링한 ‘Talkback’이나 타이틀곡인 ‘Since I Have a Lover’에서는 팝적인 요소를 더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노력도 보인다. 전작에서는 여러 래퍼들의 피처링을 통해 변화를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피처링을 줄이고, 보컬 트랙을 늘리며 보다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는 아티스트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이렇듯 아티스트가 디테일에 신경을 쓴 덕분이었는지, 언뜻 부담스러울 수 있는 19 트랙이라는 볼륨이 무색할 정도로 앨범은 청취를 거듭할수록 높은 집중력을 이끌어낸다. 물론 트랩 베이스에 기반한 R&B 곡이 이전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점과, 전작과 동일한 감정선의 연장은 자칫 이 앨범이 매너리즘에 빠져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하지만 겹쳐질수록 선명해지는 검정색처럼, 6LACK은 세 장의 앨범을 통해 본인만의 스타일과 내러티브를 풀어내며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 이유만으로도 이 아티스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billy woods & Kenny Segal - [Maps]
Black country, New Road - [Live at Bush Hall]
Jessie Ware - [That! Feels Good!]
Kara Jackson - [Why Does the Earth Give Us People to Love?]
Lil Yachty - [Let's Start Here.]
McKinley Dixon - [Beloved! Paradise! Jazz!?]
Model/Actriz - [Dogsbody]
Shame - [Food for Worms]
Squid - [O Monolith]
Susanne Sundfør - [Blómi]
by 고멘트 <주간 신보 리뷰>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