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으로 찍어내는 리메이크 음원이 이젠 좀 불편하다.
최근 국내외 음원차트를 보면 샘플링&리메이크된 곡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샘플링이란 어떤 곡의 일부분을 사용하는 거라면, 리메이크는 곡의 전체적인 폼과 멜로디 라인은 변경하지 않고 새롭게 편곡하는 것을 말한다.
[샘플링 예시]
Nicki Minaj & Ice Spice – Barbie World → 샘플링 곡 : Aqua - Barbie Girl
[리메이크 예시]
DK(디셈버) - 심(心) → 원곡 : 얀 - 심(心)
7월 8일차 빌보드 핫 100에 7위로 올라온 Nicki Minaj & Ice Spice <Barbie World>와 50위의 Coi Leray <Players> 두 곡 모두 샘플링을 한 곡이다. (순서대로 Aqua <Barbie Girl>(1997년 발매) , Grandmaster Flash & The Furious Five <The Message>(1982년 발매) 에서 차용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작년에 레드벨벳 <Feel My Rhythm>은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Air On The G String)>를, 블랙핑크 <Shut Down>은 파가니니의 클래식 넘버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하여 아이돌 음악과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조합을 선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Shut Down>은 2023.06.26 ~ 2023.07.02 기준 멜론 주간차트에서 70위이다.)
이렇게 익숙한 멜로디 라인을 사용한 샘플링이라도 발매된 지 꽤 된 곡을 최신 트렌드에 맞춰서 가공하거나 상이한 장르를 믹스하면 새롭게 다가온다. 익숙한 멜로디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샘플링과 리메이크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요즘 국내 차트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리메이크 곡들에 대해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딱히 신선하지도, 보컬이나 편곡이 뛰어나지도 않고 그저 그런 곡들이 많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리메이크는 우선 이미 대중에게 검증된 명곡을 원곡으로 하기에 기존 리스너를 재유입시키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너무 상업성을 추구한 나머지 새로움을 주지 못하여 빠르게 사장될 수 있다. 또한 요즘과 같이 리메이크 곡이 발매되면 그에 따른 바이널 마케팅이 필수적으로 운영된다. 바이널 마케팅에서 유저가 받을 피로감을 생각한다면 과연 이런 식의 홍보가 효과적인가에 대해서 기획자들은 한 번 더 고찰할 필요가 있다.
요즘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곡들을 보면 흥행에 매우 필요해 보이는 프로젝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기대치가 크다던가, 투자금이 높은 작품 등) 그 예시로 최근 개봉한 영화 ‘여름날 우리’에서 공개된 OST를 보면 리메이크된 곡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예시: 로이킴 <잘 지내자, 우리> (원곡: 짙은), 김민석(멜로망스) <예뻤어> (원곡: 데이식스), XIA(준수) <축가> (원곡: 노을) ) 물론 새로운 편곡과 보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있지만 영화 ‘엘리멘탈’의 Lauv <Steal The Show>와 같이 그 영화와 딱 맞는 새로운 곡을 만나는 재미도 크기에 기획자들이 좀 더 ‘신곡 발굴’이라는 영역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과감한 도전을 하길 바란다.
by 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