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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l 18. 2023

다국적 그룹의 등장과 함께 흐릿해진 K의 존재감

외국인 멤버의 부흥 및 해외 로컬라이징에서 바라본 케이팝의 본질

2023년 05월 미국에서는 케이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데뷔를 하지도 않아 정식 앨범조차 없는 베이비 몬스터의 프리 싱글 앨범 “DREAM”은 빌보드 HOT TRENDING SONGS(핫 트렌딩 송즈) 1위에 올랐다. 핫 트렌딩 송즈는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노래, 음악, 주제 및 트렌드를 반영해 순위를 매긴다. 전 세계 음악 팬들이 활발히 이용하는 대형 플랫폼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 이와 같은 성과는 일찌감치 팬덤은 물론 대중 사이에 막강한 화제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 그래미에서는 올해 주목할 케이팝의 보이그룹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레닛>의 데뷔 그룹인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으로 선정했다. 이런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제로베이스원의 이번 데뷔 앨범 [YOUTH IN THE SHADE] 앨범 선 주문량은 108만 장이다. 이것은 1일 차에 107만 장 팔린 EXO의 정규 7집 [EXIST)와 비교해도 수치로 앞서간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글로벌한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그룹 내 포함된 외국인 멤버의 역량이 크다. 우선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 예정인 베이비몬스터의 멤버들이 처음 공개된 보컬, 랩 커버 유튜브 콘텐츠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건 태국 국적의 파리타와 치키타의 영상들이다. 베이비몬스터의 유튜브는 어느새 300만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5억 회를 넘었다. 이는 유튜브 트래픽이 기본적으로 국내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도를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외국인 멤버들의 높은 조회수는 해외 쪽의 서포트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앞서 언급한 제로베이스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3명의 다국적 멤버가 포함돼 있으며, 그 멤버들의 인기 또한 상당하다.




대중들의 투표로 데뷔가 결정되는 중요한 프로그램인 <보이즈 플레닛>에서 4등 리키를 제외한 석매튜, 장하오는 매번 상위권에 들 만큼 대중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한국에서 활동할 아이돌 멤버를 공식적으로 뽑는 순간에도 외국 국적의 연습생들은 한국인 연습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인정을 받고 있다. 더불어 최근 미국 코첼라 공연을 마친 블랙핑크 역시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태국 국적의 멤버 리사의 영향력이 지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태국에서 발견한 신종 꽃의 이름을 리사라 붙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케이팝 그룹에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는 것은 어느새 당연한 수순이 됐다. 그렇다면 왜 케이팝은 국내만이 아닌 해외로 타깃으로 넓혔을까?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화가 지속되면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은 없을까?



우선 케이팝이 해외시장까지 자연스럽게 전파가 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형 기획사들은 의도적으로 해외 진출을 노렸다. 그 이유는 회사의 수익과 연관되어 있다. 과거엔 아티스트를 통해 피지컬 앨범(음반)과 콘서트 위주로 수익을 냈지만, 밑의 표처럼 2000년대부터 급격히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들이 많아졌기에 음악산업의 수익이 감소하게 됐다. 이때는 포토카드 및 MD를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아서 음반 소비에 생긴 구멍을 메꾸기 어려웠고, 이에 따른 저조한 실적은 기획사 입장에서 큰 손실을 주었다.

 



결국 기획사는 더욱 많은 소비자를 찾아야 했기에 해외로 발을 넓혔다. 그리고 해외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한국인 멤버들에게는 연습생 때부터 꾸준히 외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외국 국적을 가진 멤버를 그룹에 데뷔시켰다. 그 시기의 대표적인 외국인 멤버는 남자 아이돌 그룹 2PM 소속 닉쿤(태국 국적)을 들 수 있다.




닉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혈남아> 때부터 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2PM의 ‘Again & Again’은 태국 MTV 인터내셔널 차트에서 에미넴(Eminem), 시에라(Ciara)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처럼 외국인 멤버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의 좋은 선례가 나오자 2000년대 후반부터 많은 다국적 멤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국적 멤버를 포함한 케이팝 그룹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용이해졌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커지면 이를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우후죽순 생겨나듯, 해외 쪽에서 직접 프로듀싱한 케이팝 카피 그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멤버들의 늘어나는 존재감과 유려해진 퍼포먼스가 해외의 제작사들에게 오리지널 한 케이팝과 동일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직접적인 영감을 심어주었을지도 모른다.




한때 캄보디아에서 샤이니 링딩동을 카피한 영상이 인터넷에서 유행했으며, 한술 더 떠서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그대로 베낀 <우상연습생>이 중국에서 방영됐다. 그 방송에서는 EXO의 멤버였던 레이가 MC를 봤고, 멘토로는 우주소녀의 성소, 프리스틴의 주결경이 나와 한국 네티즌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비슷하지만 다르게도, 한국의 기획사들은 멤버 전원이 현지 출신인 그룹을 론칭해 훨씬 손쉽게 그 지역 시장을 점령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현지화 그룹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XG와 NiziU(니쥬)다. JYP에서 프로듀싱한 니쥬는 데뷔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국적 그룹이 ‘K-pop 2.0’이라면 이러한 현지화 그룹은 ‘K-pop 3.0’이라 많은 사람이 주장한다. 더불어 현재 하이브의 &TEAM(앤팀)을 시작으로 SM의 NCT- Tokyo, JYP의 새 보이그룹이 일본 현지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JYP와 하이브는 각각 Republic Records, Geffen Records와 손잡아 미국 현지화 그룹 프로듀싱까지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지화 그룹의 활약은 케이팝이라는 용어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국내 기획사의 프로듀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멤버들로만 구성된 그룹이 내놓은 케이팝은 과연 ‘한국의 팝’인가?



사람마다 케이팝의 정의는 상이하지만, 무엇보다 오랜 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진 강렬한 안무, 여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보컬, 그리고 뛰어난 비주얼의 멤버 구성 등으로 그 특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케이팝의 ‘핵심 요소’들은 1996년 발매된 H.O.T. 의 ‘전사의 후예’ 때부터 점차 정형화된 것들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멤버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그저 해외 진출의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던 그들의 실력 또한 크게 성장했다. 베이비몬스터에서 일본 국적 멤버 아사, 루카가 팀에 메인 댄서로 선정된 것처럼, 이제 외국인 멤버는 한국인 멤버와 실력적인 부분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케이팝적 시스템(고난도의 트레이닝)을 외국인 멤버들에게 잘 적응시킨 현지화 그룹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화 속에서 케이팝의 ‘핵심 요소’를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멤버는 이제 대한민국의 피를 가진 멤버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지화 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BTS처럼 인정받는 건 아직 먼 미래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에 데뷔해 1년 만에 미국에서 공연을 하는 XG 같은 그룹의 성장 속도는 국내의 웬만한 케이팝 그룹보다 훨씬 빠르다. 앞서 니쥬의 데뷔 앨범이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한 것을 예로 들었듯이, 현지화 그룹은 우선적으로 자국의 인기를 보다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현지화 그룹은 극동/동남아권을 벗어나 서구권까지 새로운 국가에서 또 다른 형태로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케이팝이라는 단어는 ‘K’라는 글자가 무색하게 내용이 아니라 형식, 그리고 브릿팝처럼 문화로 더 설명하기에 적합한 장르로 자리잡지 않을까?





by 만돌

https://blog.naver.com/koreapop_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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