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7월 2주)

SHINee, ZEROBASEONE, 유라, Disclosure 외

by 고멘트

"눈감고 들어도 SM"


1. SHINee - [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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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 카멜레온처럼 매번 다른 색의 빛을 내는 SHINee가 90년대 힙합 [HARD]로 찾아왔다. ‘Don’t Call Me’때 보여준 보코더 사운드의 히스테리적인 강렬함과 달리 ‘HARD’는 아날로그적인 강렬함을 선사한다. 타격감 넘치는 비트와 에네제틱한 더블링이 90년대 힙합 모티브를 보여주고 물 흐르듯 시작되는 피아노 선율과 가상악기 사운드가 SHINee만의 트렌디한 올드스쿨을 완성시켰다.


한 가지 의문점인 건, 앨범 소개 글에도 적혀있던 ‘샤이니스러움’이다. 이번 타이틀곡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면 NCT 127의 ‘Ay-Yo’와 ‘HARD’의 유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곡 모두 KENZIE가 쓴 하이브리드 댄스 힙합곡으로 랩과 보컬이 티키타카 되듯 절묘하게 결합되는 부분이나 인트로부터 에너지를 쏟다가 프리코러스에서 힘을 풀어주는 부드러운 연결감, 보컬이 강조되는 브릿지까지 비슷한 곡 구성을 가진다. 굳이 다른 점을 찾으라면 네오한 NCT 127의 목소리와 크리티컬한 SHINee의 목소리 정도이다. 물론 온유의 소년미 넘치는 음색이나 키의 날카롭게 쏘는 음색이 정체성을 지키곤 있지만 사운드만 변화시킨 비슷한 곡 구성은 눈감고 들어도 SM스럽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좋은 향기를 가진 향수라도 모든 사람이 뿌린다면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동안의 SHINee는 한 가지 색으로 정의될 수 없는 매력적인 오로라 빛깔을 가진 그룹이었지만 현재는 어떠한 색도 보이지 않는다. 물밀듯이 양성되는 남자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도 언제나 하이 퀄리티의 곡과 퍼포먼스로 트렌디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SHINee만의 것은 배제하고 오로지 새로움만을 추구한다면 ‘샤이니스러움’이 ‘SM스러움’으로 변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RE:제로부터 시작한 케이팝 생활"


2. ZEROBASEONE (제로베이스원) - [YOUTH IN THE SH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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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 : 언제부턴가 보이그룹은 대중성이 없어졌다. 생각해 보면 세븐틴과 방탄소년단 같은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을 제외한 보이그룹은 한국 음원 차트에서 볼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많은 기획사들이 보이그룹 위주로 제작하는 이유가 있다. 이번 제로베이스원의 앨범 [YOU IN THE SHADE]를 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182만 장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한 이번 앨범은 역대 보이그룹 초동 11위를 갱신했으며, 걸그룹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1위인 약 170만 장이 팔린 에스파의 [MY WORLD]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만큼 제로베이스원의 데뷔를 기다린 글로벌 팬들의 화력은 뜨겁다.


타이틀곡 ‘In Bloom’은 청춘 영화를 보는 듯한 벅차오르는 사운드에 너에게 달려간다는 가사를 통해 청춘과 성숙 사이에서 성장하는 소년들의 느낌을 받았다. 인트로에서는 ‘A-Ha의 Take On Me’와 비슷한 사운드가 들려 친숙했으며, 빠른 템포의 벌스가 진행되면서 힘을 뺀 구간을 지나 후렴구에서 다시 올리는 전개는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인 김태래가 전반적인 무드를 잡아주고 음역대가 높고 귀에 톡톡 박히는 음색을 가진 장하오가 하이라이트에서 터뜨리는 전개를 통해 이 그룹의 보컬은 확실한 색채감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Super M의 ‘호랑이’ 안무를 만든 위댐보이즈가 제작한 퍼포먼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댐보이즈는 노래의 포인트를 트렌디한 안무로 표현한다고 호평을 받는 댄스 크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코의 ‘새삥’ 안무가 바로 그들의 작품이다. 이번 제로베이스원의 ‘In Bloom’ 안무 속에는 퍼포먼스 중간에 떨림을 표현하는 연출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이 겪는 떨림은 물론, 브릿지 마지막에 꽃이 개화하는 모습을 연출한 안무를 통해 그들의 성장과정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그런 퍼포먼스와 앞서 설명한 보컬적 면모가 모였기에 그들은 타이틀곡을 진입 TOP 100 멜론 28위에 올려놓으면서 성공적인 데뷔를 할 수 있었다. 데뷔 그룹으로서는 역사적인 성과를 이루면서 보이그룹의 시장성은 2023년에도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유라는 Esperanza Spalding의 꿈을 꾸는가?"


3. 유라 -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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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첫 트랙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를 듣자마자 곧바로 Esperanza Spalding이 오버랩 됐다. 정확히 말하면 [Emily’s D+Evolution]이나 [12 Little Spells] 앨범 말이다. 22년 8월 ‘Jungle Bike’부터 조금 더 실험적인 음악으로 갈 것이라는 암시는 있었지만, 만동과의 콜라보 앨범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 이후로 본격적으로 노선을 재즈 기반의 팝으로 틀어버리려는 듯하다.


그 선택이 나빠 보이진 않는다. 분명 유라는 실력 있고 개성 있는 보이스의 아티스트였고 ‘깜빡’이나 ‘미미 (MIMI)’, 혹은 ‘my’ 같은 트랙은 대중들에게 사랑도 받았다지만 냉정하게 말해 음악 자체에서 새롭다거나 탁월한 지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인지도를 떠나 대체 가능한 아티스트가 너무나도 많은 씬이였다. 그렇지만 지금의 음악은 다르다.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에 이어 만동의 송남현과 또다시 같이 작업한 본 앨범은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필요한 만큼) 난해하며 재즈와 팝, 알앤비를 고루 머금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Spalding 외에도 Hiatus Kaiyote, Sheena Ringo 등의 이름이 떠오르는 반면 한국에서는 쉽사리 찾아듣기 힘들었던 음악이다. 뿐만 아니라 본 앨범에서 락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역시 저번 앨범과의 차별화, 즉 유라x만동과 유라 본인의 솔로 커리어를 다르게 가져가려는 전략적 선택일 것이다. 이 부분마저도 영리하다. 만동의 힘을 빌려 고유의 영역을 포지셔닝하면서도 앨범의 주도권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다.


특유의 어려운 가사마저 이전 얼터너티브 알앤비 시절에 비해 훨씬 더 당위성을 갖춘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하는 맛에 듣는, 어떻게 보면 이지리스닝에 가까울 장르에서는 어려운 가사가 일종의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음악이 딥해지다보니 곡 테마에 맞는 가사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어렵게 들리지 않기 위해 ‘동물원’ 같은 팝 넘버의 트랙을 배치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이제서야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간 듯하다. 단점은 찾으려야 찾기 힘들다. 이제 남은 것은 대중들을 설득하는 것뿐이다. 이전처럼 폭넓은 사랑을 받기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갑작스러운 장르 변경에 당황해 이탈하는 청자들을 최대한 붙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안전하게 ‘동물원’을 단독 타이틀로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아주 약간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앨범에 19금 좀 걸어주세요"


4. Disclosure - [Alch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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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 차세대 ‘Daft Punk’로 불리는 ‘Disclosure’가 정규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이번 앨범으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창의적인 작업물을 만들었다는 인터뷰처럼 ‘Disclosure’의 자신감이 보이는 ‘Disclosure’만이 할 수 있는 음악들로 구성된 신보가 만들어졌다.


이전 1, 2, 3집에서의 팝의 요소를 많이 죽이면서 좀 더 레트로한 리듬을 차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올드한 앨범이 아니다. 리듬은 레트로해졌을지언정 보코더 스타일의 보컬 이펙팅, 정말 이름 모를 감성을 끌고 오는 사운드 메이킹은 오히려 더 트렌디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앨범을 다 들은 후 디스클로저의 귀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곡을 구성하는 모든 악기가 하나도 빠짐없이 너무나도 적절한 볼륨과 적절한 타이밍, 위치에 등장했다. 어느 하나도 넘치지 않고 부족함이 없기에 교과서 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Disclosure’의 음악은 모범생이 아닌 잘생기고 운동 잘하고 유쾌하고 공부도 잘하는 마치 알파남, 엄친아 같은 음악이다. 킥의 리듬, 신디사이저가 나오고 빠지는 타이밍, 브레이크 등 곡의 엣지를 담당하는 부분들이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곡이 진행되어 불안정함이 불러오는 치명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사운드와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심의를 한다면 이 앨범은 전체가 19금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춤을 출만한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이번 ‘Disclosure’의 Alchemy는 감상해야 하는 앨범이다. 단순히 전자음악을 댄스음악으로, 신나는 음악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자음악만이 줄 수 있는 표현력, 유연함, 아날로그와는 다른 느낌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차세대 ‘Daft Punk’라고 서두에서도 많은 전자음악 팬도 얘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6년에 걸쳐 정규 4집만 발매한 ‘Daft Punk’보다는 엄청난 퀄리티임에도 자주 앨범을 가지고 오는 ‘Disclosure’에게 더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뻔한 스토리가 가슴을 울린다."


5. Olivia Rodrigo – ‘vampire’

만돌 : 처음 ‘vampire’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느낌은 기시감이다. 특히 가사에서 실제 겪었던 경험을 담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전주에 들리는 잔잔한 피아노 소리는 몰입도를 올려주었다. 또한 노래가 진행되면서 점점 감정이 고조되고 큰 여운을 느꼈다. 로드리고는 이것을 의도적으로 계획이라도 했듯이 뮤지컬 형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실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연출을 보여줬다. 특히 뮤직비디오에서 1절이 끝나고 잠시 멈춰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는 장면에서 얼마나 이 노래가 사람들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줬다.


‘vampire’ 노래에서 “밤에만 나타나서 나를 찾고” , “내 유명세를 빨아먹는 망할 뱀파이어” 이러한 가사를 봤을 때 그래미에서 상을 받은 그녀의 예전 앨범 ‘drivers license’처럼 전 남자친구를 저격한 노래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너와 같이 가고 싶은 거리를 혼자 지나고 있다고 표현한 ‘drivers license’보다 훨씬 자극적인 가사의 일부분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느꼈다. 그리고 잔잔한 피아노에서 시작해 2절이 시작되고 드럼 소리가 점점 쌓이면서 감정을 고조시키는 과정과 더불어 화룡점정을 찍는 마지막에는 락스러운 느낌까지 더해 드라마틱한 인상을 준다. 그만큼 기승전결이 잘 표현된 곡이다. 누군가에게는 두어 개의 메인 악기로 진행되는 사운드의 멜로디와 가사를 봤을 때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정으로 공감을 주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으면 이런 뻔한 스토리와 전개는 좋은 전략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Troye Sivan"


6. Troye Sivan - ‘Rush’

카니 : Troye Sivan을 떠올리면 ‘HEAVEN’, ’YOUTH’처럼 진솔한 감정을 꾹 눌러 노래하던 그를 떠올렸겠지만 ’Rush’를 기점으로 어스름한 청춘의 소리를 노래하던 Troye Sivan은 보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의 신곡에 대해 많은 이들은 ‘Angel Baby’나 ‘Take Yourself Home’같이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을 상상했겠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누 디스코 장르에 트로피칼 하우스를 더한 썸머송을 선보였다. 드라마 ‘The Idol’의 출연을 기점으로 관능미가 터지다 못해 폭발한 것 같은 Troye Sivan은 과거 담백하게 적어 내려갔던 가사 스타일과 다르게 끈적하고 적나라한 욕망을 여과 없이 가사에 담아냈다. 최근 그가 출연한 영화 ‘Three Months’의 삽입 곡 ‘Trouble’, ‘Wait’이 유독 Troye Sivan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어 ‘Rush’ 사이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사를 직설적으로 담아내는 MV의 수위가 놀람을 자아냈지만 그것과 별개로 푸르스름한 여름의 청량함이 잘 표현된 영상미와 락킹과 에어로빅이 절묘하게 섞인 시원한 안무가 섹슈얼한 느낌을 잘 녹여낸 듯 보인다.


10월 발매 예정인 새 앨범 [Something To Give Each Other]이 섹스, 춤, 땀, 커뮤니티, 퀴어, 사랑, 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아 ‘Rush’의 무드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Troye Sivan의 보장된 음악성이 새로 정의될 그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싱그러운 소년이 주는 여운을 다시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서운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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