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ZY, 새소년, 인피니트, Bruno Major 외
율무 : 미니 앨범 [KILL MY DOUBT]의 타이틀곡 ‘CAKE’는 한 번만 들어도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초반 30초 구간의 중독적인 멜로디가 전부인 곡이다. SNS 챌린지가 가능한 곡이어야 한다는 사실에만 너무 신경 썼는지 단순 반복이 전부인 ‘CAKE’는 복서 컨셉을 기반으로 두려움에 맞서겠다는 메시지를 미처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음악이 우선시 되어야 컨셉, 뮤직비디오, 의상, 안무가 한데 모여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데뷔곡부터 센세이셔널했던 있지의 고유한 당당하고 높은 자존감은 이번 앨범의 수록곡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문제는 의심스럽고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이겨낼 거라는 메시지를 모든 트랙에 걸쳐 담고 있다는 점이다. 멜로디와 가사 모두 다채롭지 못하여 다양성은 잃고 진부함만 남게 되었다. 특히 ‘Kill Shot’은 런웨이가 연상되는 베이스라인을 통해 있지의 강렬한 각오와 포부를 담고 있어 가장 있지 다운 음악이지만, 마지막 트랙에 포지셔닝되어있다. 차라리 ‘Kill Shot’이 1번 트랙에 위치했더라면 인트로 임팩트를 조성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뿐만 아니라 타이틀곡 ‘CAKE’보다 ‘Kill Shot’에 어울리는 앨범 커버까지. 오히려 단점만 두드러진 앨범이 되었다.
최근 JYP는 해외에서 더 강세를 보이지만, 이것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 [KILL MY DOUBT]은 월드 투어 기간 동안 발매했던 [CHESHIRE]보다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힘쓰고 있지만, [CHESHIRE]보다 음원 성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앞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있지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있지는 모든 멤버가 실력을 두루 갖추고 있기에 트렌드와 장르를 불문한 어떠한 곡이든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따라서 보컬부터 퍼포먼스까지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공장으로 찍어내는 듯한 음악보다 베이스 하우스 장르를 표방한 사이키델릭 무드를 과감히 소화하는 있지의 모습을 제시해 보고 싶다. 아티스트가 가진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반환점이 필요하다.
Jason : 영국의 해적 Willam Kidd로부터 이름을 빌린 새소년의 싱글 ‘Kidd’는 해적선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출항을 의미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새소년의 세 번째 출항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새소년은 다번의 멤버 교체로 인한 필연적 변화에 직면해 왔다. 황소윤을 중심으로 데뷔 싱글 ‘긴 꿈’부터 정규 1집 [여름깃]까지는 드러머 강토와 베이시스트 문팬시가, 이후 정규 2집 [비적응]을 거쳐 전작인 싱글 ‘joke!’까지는 드러머 유수와 베이시스트 박현진이 새소년을 구성해 왔다. 그리고 작년 8월 유수가 팀을 떠나면서부터 2인 체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때문에 새소년의 새 번째 출항은 드러머의 부재를 해결하는 동시에 황소윤의 솔로 프로젝트 So!YoON!과 차별점을 두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었다.
새소년의 선택은 실리카겔의 김한주에게 키를 쥐여주는 것이었다. 김한주는 새소년의 데뷔 때부터 외부 조력자로서 항상 이들과 함께 해왔다. ‘파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싱글에 편곡으로 참여했고 [여름깃]에서는 프로듀서를 맡아 황소윤의 곡들에 자신의 색채를 더했다. 그러나 멤버 교체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전작과 차별점을 두려는 것이었는지, [비적응]에서는 싱글로 먼저 발매했던 ‘집에’를 제외하면 김한주의 역할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새소년의 음악에서 황소윤의 기타 못지않게 강한 존재감을 보여온 강토의 드럼을 유수가 완벽하게 대체하면서 새소년 특유의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다. 그러나 드러머가 떠나고 비교적 존재감이 옅었던 베이스만 남은 작금의 새소년은 자칫 So!YoON!과 존재 의미가 겹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다. 때문에 ‘Kidd’에서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사운드 형성에 도움을 준 김한주에게 작곡까지 맡기면서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하려 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숙제는 정확히 반쯤 해결한 듯하다. 황소윤의 힘 있는 보컬과 직선적인 스트로크는 드럼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고, 후반부 코러스와 어우러지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는 ‘긴 꿈’이나 ‘심야행’에서의 그것들과 어느 정도 동질감을 형성하며 So!YoON!과는 분명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이는 장르적으로 대안을 취한 것이지 궁극적으로 드럼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했고, 실리카겔의 사이키델릭과 선명하게 구별되는 무언가를 찾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새소년 해적선은 무사히 출항에 성공했지만 이제부터 선장 황소윤의 책임은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융 : "인피니트 음악"이라고 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두 가지는 스윗튠과 함께 했던 펑키함과 'Back', ‘Bad' 등 격한 감정을 담은 강렬함이다. 오랜만의 컴백으로 돌아온 신곡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그나마 가장 최근작인 'Tell Me'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어떤 콘셉트든 일단 사운드로 밀어붙이던 인피니트의 정체성이 조금은 옅어진 모습이다. 특히 타이틀 곡 'New Emotions'는 사운드보다는 멤버들의 음색이나 화음이 더욱 돋보인다. 성규의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이끌어가는 후렴의 멜로디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프리코러스에서 후렴으로 돌입하자마자 최소한의 악기 사용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연출은 너무 쉽게 예상되어 뻔한 느낌이 든다. 인피니트의 음악에서 기대하던 맥시멀한 사운드나 김성규와 남우현의 시원한 보컬이 터져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으나, 그간 인피니트의 곡들 중 가장 과하지 않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기도 하다. 수록곡들에선 인피니트의 예전 모습이 보인다. 특히 '시차'는 '3분의 1', 'Tic Toc' 등 정규 1집의 감성이 느껴지며, 인피니트 앨범에서 빠지지 않고 수록되어 온 매력적인 인트로 트랙도 존재한다.
데뷔 13주년, 5년 만의 앨범 발매라는 감상에 젖어 기념작으로 남기 쉬운 타이밍이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해 보여도 왠지 모르게 매력적이었던 '다시 돌아와'를 떠오르게 하는, 인피니트의 새로운 '13egin'을 위한 괜찮은 발자국이다.
Jason : ‘Easily’, ‘Nothing’, ‘The Most Beautiful Thing’처럼 평화롭고 서정적인 R&B 곡들로 플레이리스트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Bruno Major가 정규 3집 [Columbo]를 발매했다. 정규 1집 [A Song For Every Moon]과 정규 2집 [To Let A Good Thing Die]에서는 개인적인 경험에 상상력을 덧붙였던 것과 다르게, [Columbo]에서는 전혀 꾸며내지 않은 순도 100퍼센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더불어 재즈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음에도 기타는 생계수단이지 창작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피아노로 곡을 썼지만, 이번에는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앨범 전체를 기타로 작업했다.
그래서인지 [Columbo]는 분명 다채롭지만 동시에 담백하다. 앨범의 전반부인 ‘The Show Must Go On’ ‘Tell Her’, ‘Columbo’에서는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R&B 감성을 바탕으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We Were Never Really Friends’를 지나면서, 쿨 재즈 스타일의 ‘When Can We Be’, 발라드 성향이 짙은 ‘A Strange Kind Of Beautiful’처럼 다채로운 구성을 보여주었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피아노로 작업한 [To Let A Good Thing]이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트랙을 간결하게 디자인했다면, 자신과 가장 친숙한 기타로 작업한 [Columbo]는 트랙마다 악상을 장르적으로 자유롭게 변형한 듯 다소 느슨하고 개방적인 느낌을 주었다. 자칫 어색할 수 있었지만, 특유의 절제적으로 읊조리듯 부르는 보컬이 멜로디와 사운드가 적절하게 상호작용하도록 중심을 잡으며 12개의 다채로운 트랙은 전체적으로 담백하게 어우러졌다.
Bruno Major는 팬데믹으로 인해 스스로 ‘자아의 죽음’이라고 했을 만큼 깊은 우울에 빠졌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떠난 LA 여행에서 차량이 반파될 정도로 큰 사고를 입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왔다. [Columbo]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기타로 작업을 한 것도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어쩌면 삶의 의미란 끝내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찾아가는 과정에서 [Columbo]처럼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융 : [The Loneliest Time]의 후속작이자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이다. 외로움을 주로 다루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저번 앨범과는 달리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선택했다. 하지만 전작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조금 남아있으며, 그 위에 세련된 사운드를 얹었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디스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장르에서 기인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1번 트랙 'Anything to Be With You'과 리드 싱글 'Shy Boy'는 전형적이지만 본인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신스팝으로, 강렬한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악기가 혼합되며 펑크한 분위기를 만든다. 'Kamikaze'나 'After Last Night', 'Shadow'에선 칼리의 통통 튀는 예전 콘셉트가 떠오르고, 'Psychedelic Switch' 등의 트랙은 묵직한 사운드로 음반 안에서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 중후반부의 트랙들에선 카일리미노그 등의 아티스트가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Carly Rae Jepsen은 특정한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장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신스팝을 고수해오고 있는데도 어떻게든 새로움을 추구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율무 : Post Malone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렇다 할 장르를 구분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Post Malone스러운, Post Malone다운 곡을 어느 장르나 소화할 수 있기도 하다. 앨범 [AUSTIN]을 통해서 그가 정의한 락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선공개 곡 ‘Chemical’, ‘Overdrive’, ‘Mourning’을 통해 이번 앨범의 스타일을 대강 예측할 수 있었듯 이전 Post Malone의 힙합 색깔은 옅어졌고, [Austin]의 포크와 컨트리 색깔은 한층 강렬해졌다. 본명을 앨범명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
앨범 전반에 걸쳐 잔잔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는 한층 담백해진 창법과 함께 내면의 고뇌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가리킨다. 그가 직접 연주하는 기타 루프에 귀 기울이며 1번 트랙부터 순서대로 들어보면 트랙 간 강약 조절은 ‘Enough is Enough’ 하다. 2023 전미 대학 미식축구 리그 주제곡으로 선정될 만큼 모두의 마음을 뛰게 하는 ‘Something Real’으로 강렬하게 앨범의 포문을 열어, ‘Novacandy’에서 다음 트랙 ‘Mourning’으로 이어지는 멜로디와 스토리 라인에 주목하길 바란다. ‘Texas Tea’는 이번 앨범에서 유일무이한 힙합 베이스 곡으로 지속적인 드럼 킥을 통해 서사의 긴장감을 유발하며 ‘Laugh It Off’에서 컨트리락의 정점을 찍으며 다채롭게 앨범은 마무리가 된다.
국내 차트는 물론 해외 차트에서도 이번 앨범의 음원 성적은 다소 부진하다. 또 다른 타이틀곡 ‘Speedometer’, ‘Enough is Enough’ 뮤직비디오의 부재뿐만 아니라 앨범 발매와 월드 투어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애초에 흥행 목적으로 발매한 앨범은 아닌 듯하다. 흥행 여부와는 무관하게 Post Malone은 자신만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차근차근 넓혀가는 의미로서 이지리스닝 영역도 무난히 소화했다. 힙합으로 락스타를 외쳤던 그는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팝스타와 락스타 사이를 활발히 활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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