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멘트 Aug 14. 2023

포토카드를 사면 앨범이 오는 시대

음반판매 1위를 위한 본격 지갑털기!

고액 아파트만큼 비싸다는 '반포자이포카' 혹은 '한남더힐포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대형 연예 기획사 (SM, YG, JYP 등)의 아이돌 굿즈 상품 ‘끼워팔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미 팬덤 커뮤니티에서는 ‘포카(포토카드)를 사면 앨범이 온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어이없는 말에 부응을 하려는 건지 일례로 모 그룹에서 멤버 1명 기준 96개의 포토카드를 선보인 적이 있다. 또한 포토카드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들은 암암리에 혹은 공공연하게 수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건 단순히 욕심이 많은 팬들이 만든 형상이라 취급하지만 단가 100원도 안 되는 손바닥만 한 사진을 얻기 위해 장 당 2만 원짜리 앨범을 사는 것을 계속 유도하는 회사의 태도도 문제가 있음을 공정위의 개입으로 증명됐다.


국내 케이팝에서 포토카드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2010년에 발매된 소녀시대의 [Oh!] 앨범으로 추정된다. 당시 국내에는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와 같은 보이 그룹 팬덤 파워가 매우 컸다. 소녀시대도 물론 당대 걸그룹 중에서는 탑을 찍고 대중성도 이미 확보된 상태였지만, 정량적으로 보이 그룹을 뛰어넘을 방법이 필요했고 그중의 한 전략으로 셀포(셀카로 된 포토카드)였다. 당시에 메이저급 그룹 중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앨범 판매 전략이어서 그런지 이 앨범으로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음반 대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지금까지도 유일무이한 걸그룹 음반 대상 기록이 된다. 당연히 그 이후에는 차츰차츰 다른 그룹들도 이를 도입하더니 지금은 당연히 앨범에는 포토카드가 있는 문화로 정착했다. 


우선 기획사에게는 명백히 이득이 되는 마케팅이다. 나의 아이돌의 굿즈를 갖고 싶어 하는 심리를 십분 활용하여 앨범 N 종에 포카 N 버전을 만든다면 매출을 올리기에는 매우 탁월한 방법이다. 또한 요새는 팬들이 오히려 여러 버전의 앨범이나 굿즈에 대한 요구를 먼저 제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을 잘 반영하여 제작한다면 ‘일 잘하는 회사’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기획사들은 ‘지갑을 강탈’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멤버 수가 점점 늘어나고 무슨 행사마다 리스트 업하기 힘들 정도의 포토카드나 굿즈를 제공하고 그런 물건들이 또다시 암시장에서 거래된다. 사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없다.’는 명제 관점에서 보면 이 상황이 온전히 소비자인 팬들이 만든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개입된 이 시점에서 보면 이건 단순히 소비자의 욕심이 아닌 기획사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와 같은 불공정거래를 세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음반 판매 1위’다. 


보이 그룹의 경우는 음원으로 걸그룹(뉴진스,아이브,여자 아이들,르세라핌 등)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확률이 있는 ‘음반 판매 1위’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포토카드로 음반 판매량을 올리는 전략을 택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보이그룹과 걸그룹 앨범 사양을 보면 보이그룹은 포카가 많아야 2장인데, 걸그룹은 멤버 수마다 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사양의 차이에서만 봐도 보이 그룹은 앨범 판매에 사활을 걸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팬들이 구매해 주지 않으면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과열된 시장 분위기와 그룹 간 경쟁구도가 형성된 시점에서 소비자 스스로 그 부분을 컨트롤하는 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위해서 공정위가 존재하는 것이고 이번 개입이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그동안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쉬쉬하던 부분에 대하여 이번 조사를 통해 더 나은 업계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by 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마블과 아이돌의 공통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