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8월 4주)

iKON, 에이피 알케미, 지효, Cautious Clay 외

by 고멘트

"주특기와 뇌절의 사이"


1. iKON – ‘PANORAMA’

G.O : 아이콘은 ‘리듬 타 (RHYTHM TA)’와 ‘열중쉬어 (At ease)’ 등으로 보여주었던 강렬한 힙합과 ‘사랑을 했다 (LOVE SCENARIO)’와 ‘이별길 (GOODBYE ROAD)’ 등으로 보여주었던 감성적이고 편안한 음악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더블 타이틀이라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실린 두 곡은 모두 후자에 집중했다. 몽롱하고 말랑한 톤의 일렉기타로 시작되는 ‘혼잣말 (T.T.M)’은 아이콘의 지난 히트 음악들이 떠오를 만한 특징들로 무장했다. 서정적인 멜로디 진행에 존재감 있는 볼륨의 리듬 악기들이 배치되어 정박의 리듬을 발로 밟게 만들고, 프레이즈의 반복 위로 단순한 가사를 입혀 쉽게 귀에 익게 만들고자 했다. 후렴구의 짧은 떼창 구간은 이 기묘한 기시감의 화룡점정이다. 아이콘 표 이지한 미디엄 템포 음악을 사랑했던 이들에게라면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역할로서 기능하겠지만, 아이콘의 재가동을 조명하기엔 눈에 띄는 발전으로 언급할 만한 요소가 전무하다.


2번 트랙 ‘PANORAMA’도 앞선 곡과 감상은 동일하다. 프레이즈의 반복과 단순 명료한 악기 구성은 단조로운 감상에 그치게 만든다. 클랩 사운드, 스네어 사운드가 밸런스를 지배한 채 쿵작거리는 리듬을 연신 반복 강조하고 있다. 캐치한 코러스 이후, 트랩 비트로 전환되며 BOBBY의 랩핑이 쏟아질 때 즈음에서야 이게 아이콘의 노래였지 하고 새삼 깨닫는다. 특별한 킬링 파트 없이, 뛰어난 가창력이나 랩 실력을 요구하는 파트 없이 다시 후렴 떼창 구간까지 흘러갔다. 결국, 가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앞서 전개한 곡과 같다. 파노라마라는 소재를 통해 지난날의 향수 드러내고, ‘우리를 놓지 말아요’, ‘우리를 잃지 말아요’ 하는 절절한 호소가 더해져 ‘실력파 9년 차 아이돌’이라는 카리스마가 다소 희미하게 느껴진다.


이번 앨범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이콘의 파란만장한 지난날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의 웃어넘길 수 없던 감정들을 ‘혼잣말’이라는 키워드로 독백처럼 쏟아내고, 다시 돌아오라 호소하기도 한다. 아이콘에게 최전성기를 선물했던 ‘감성 K-POP’ 또한 적극 이용하여 다시 현재로 소환했다. 스페셜 싱글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단편적으로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한 소재와 구성이었다. 그러나 근래 우후죽순 번지고 있는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M/V 전략만으로는 단조로운 감상에 그치는 음악이 설득력을 가질 순 없다. 또한, 그저 ‘향수’에 치우친 감정 호소만으로는 그룹의 재가동도 매력도 빛이 바랜다. 아이콘의 중심이었던 멤버의 부재, 그 정체성을 심어준 회사의 둥지를 벗어난 현재,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회의적인 시선 등 아이콘을 둘러싼 많은 요인이 변화한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앞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ik-K 열사님 이제야 깨달아요."


2. 에이피 알케미 (Ap Alchemy) (Vapo (허원혁), Jeffrey white, MASON HOME, Raf Sandou, kweeel (퀼)) – ‘Mine (Prod. 성국, Matt, niceshotnick)’

베실베실 : AP Alchemy의 새로운 프로젝트 ‘월간 AP’를 위해 Mind Field에 소속된 OKASHII 크루가 뭉쳤다. 마찬가지로 Mine Field 소속인 비트메이커 성국과 niceshotnick의 비트 속에 Vapo와 kweeel도 본 곡에 힘을 보탰지만 안타깝게도 노래만 들어서는 누가 OKASHII의 누구인지, 누가 Vapo이고 누가 kweeel 인지 전혀 구분할 수가 없다. 살짝 Memphis Rap스럽기도 하지만 전혀 흥미롭지 않은, 지나치게 얄쌍한 스네어가 허우적대는 비트 속에 모두 같은 플로우로 때워버리는 5명의 랩은 그 누구도 청자들의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에 완벽하게 실패해 버렸다.


실제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Hype 받는 감이 있는 OKASHII 크루라지만 그래도 [AP Alchemy : Side P] 앨범에서 자기들끼리 오롯이 크레딧을 구성한 ‘CRIMSON RED’ 라거나 7월 발매된 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 [ANTIVANDALISM]에서는 이 정도로 몰개성 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AP Alchemy’라는 깃발 아래 OKASHII가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비트 속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프로덕션을 감행한 스윙스와 알케미 사단의 안타까운 실책이다. 더더욱 안타까운 점은 저번 [Side P] 앨범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무작정 대책 없이 싱글만 찍어내기보다는 우글우글 대는 알케미 사단의 수십 명의 신인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드러낼 건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지금이라도) 다시 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대로라면 레이블의 미래가 무척이나 어둡게만 보일 뿐이다.





"‘트와이스 메인보컬’이 전부가 아니었어"


3. 지효 (TWICE) - [ZONE]

준9 : 작년 나연에 이어 두 번째 트와이스 솔로 유닛으로 등장한 지효. 힘 있고 시원한 보컬을 가진 싱어로서 지금까지 트와이스 음악의 다이내믹을 책임져온 멤버인 지효는 이번 솔로 앨범에서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했다.


훵키한 리듬의 건반이 특징인 첫 트랙이자 타이틀 곡 ‘Killin’ Me Good’부터 24kGoldn이 랩 피처링한 ‘Talkin’ About it’을 지나 뭄바톤 트랙 ‘Closer’까지 빠른 템포의 댄스 음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지효의 보컬은 디테일한 감정을 실어 나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하지만 지효의 보컬적 역량은 이후 트랙들에서 더 빛난다. 비교적 느린 템포의 알앤비 트랙 ‘Wishing On You’의 후렴 파트에서 인상적인 팔세토를 구사하는 보컬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 중 하나다. 섬세한 보컬의 헤이즈가 참여해 더 극적인 구성을 갖추게 된 ‘Don’t Wanna Go Back’도 유려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지효가 송메이킹에 비중 있게 참여한 ‘Room’과 ‘Nightmare’다. 트와이스 활동에서는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장르의 시도뿐만 아니라 그녀의 안정적인 퍼포먼스와 유려한 멜로디 역시 돋보인다.


이처럼 지효는 뚜렷한 특징을 가진 일곱 트랙을 통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솔로 아티스트 지효의 넓은 스펙트럼을 전달하는 것은 [ZONE]이라는 이름에서 드러난 앨범의 목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목표는 달성되었을까? 나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재즈가 뭔지 아는 사람"


4. Cautious Clay - [KARPEH]

준9 : 김심야와의 협업, 빈지노의 곡 ‘여행 Again’ 피처링으로 국내 음악팬들에게 이름을 드러냈던 Cautious Clay가 두 번째 정규를 발매했다. 기존 Cautious의 음악들이 알앤비, 팝, 인디 록을 넘나드는 탈장르적 스타일이었다면, 이번엔 장르적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앨범은 재즈의 명가, 블루 노트 레코드 (Blue Note Records)에서 발매되어 앨범 전반에 재즈가 깊숙이 스며들어있다는 사실. 가창자로서뿐만 아니라 테너 색소폰 연주자로서도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뮤지션으로서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한편, 스토리텔링을 위해 Cautious가 마련한 두 가지 장치는 앨범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냈다. 첫 번째 장치는 Joshua Karpeh라는 본명 사용이다. 이는 뮤지션이기 이전에 가족의 일원이자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내밀한 이야기들, 이를테면 가족사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소회는 음악과 어우러지며 깊은 울림을 준다. 두 번째 장치는 앨범을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눈 것이다. 트랙 번호 1~6, 7~11, 12~15로 나뉘는 세 섹션은 각각의 특징이 명확하다. 인트로부터 6번 트랙 ‘Take a Half (a Feeling We Chase)’까지는 보컬보다 연주에 집중한 재즈곡들이 전개된다. 이 섹션에서는 ‘Karphehs Don’t Flinch’부터 ‘The Tide Is My Witness’로 이어지는 구간이 리스너에게 깊은 인상을 줄 만하다. Cautious의 테너 색소폰 연주가 주도하는 와중에 드러머 Sean Rickman의 내달리는 연주가 더해지며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후 두 번째 섹션에서는 익숙하게 들어온 Cautious의 소울풀한 보컬이 주도하고, 이를 지나 마지막 섹션에선 다시 재즈 연주로 돌아와 멋진 즉흥 연주들을 들려준다. 앨범 말미의 ‘Yesterday’s Price’는 재즈를 잘 알지 못해도 깊은 감흥을 얻을 수 있는 앨범의 정수다. 색소포니스트 Immanuel Wikins와 트럼피터 Ambrose Akinmusire가 가세한 브라스 연주의 향연은 앨범의 그 어떤 곡보다 힘 있고 호소력 있다.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 활동해 왔던 Cautious Clay가 블루 노트와 계약했다는 것은 꽤 의외의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을 듣고 보니 Cautious는 재즈를 구사하는 데에 아주 노련한 뮤지션이었다. 독자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 그의 다음 앨범이 벌써 궁금하다.





"틱톡 알고리즘의 현명한 선택"


5. Tai Verdes - ‘All White’

G.O : 틱톡에서 작곡 과정을 공개하며 바이럴을 적극 활용한 아티스트의 예시로 Charlie Puth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이전엔 Tai Verdes가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 신분으로 시작한 틱톡과 함께 빌보드 Hot 100 34위의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그는 무명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Tai Verdes 음악 특유의 필굿 바이브가 긍정적으로 평가되었고, 2023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내한하는 등 국내 리스너에게 호평을 이끌기도 했다. 이처럼 단순 SNS의 활용만이 Tai Verdes가 가진 무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이번 신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신스 사운드로 시작되는 ‘All White’는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에 말하듯 툭 얹어진 Tai Verdes만의 싱잉 랩이 이번에도 그 존재감을 발한다. 또한, 신스 사운드에 꿀렁꿀렁한 이펙트(Side Chain)를 먹여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감이 곡 전반에 깔려 있다. 너무 딥하지도 활기차지도 않은, 이 담백한 곡이 지루하게 들리지 않는 데엔 앞서 언급한 참신한 방법이 함께한다. 작위적인 이펙트 사용이 단연 돋보이는 데에도, 아날로그적 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All White’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 중 하나이다. LP 재생을 연상케 하는 자글자글한 노이즈 사운드가 Verse의 시작점에 자리 잡고, 마치 즉흥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의 리드 연주가 중간중간 삽입되어 지나치게 가공되었다는 인상을 방지함과 동시에 Tai Verdes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은근한 재지함도 표현되었다. Thai Verdes만의 감각적인 재즈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Sheluvme’, ‘last day on earth’와는 다르게 직관적이진 않지만, 재지함 한 스푼을 섞어낸 ‘All White’ 또한 새로운 요리라는 것이다.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시도를 거듭한 싱글이었다.





"육각형이라는 이름의 양날의 검"


6. Toro y Moi - [Sandhills]

베실베실 : 2009년 칠웨이브 (Chillwave) 장르의 아티스트로 데뷔해 꾸준히 앨범을 내면서 싸이키델릭 팝 (Psychedelic Pop), 얼터너티브 알앤비 (Alternative R&B) 등 다양한 장르를 개척해 온, 그러면서도 모두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해 온 Toro Y Moi 일지라도 이번 EP [Sandhills]는 상당히 놀라웠다. (지난 디스코그래피로 증명하듯이) 새로운 음악을 시도해도 전혀 의외는 아니었다지만 포크 (Folk)를 택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발매된 앨범 [MAHAL]은 싸이키델릭을 바탕으로 R&B, 소울 (Soul), 락 (Rock)과 재즈 (Jazz) 등을 훌륭하게 버무린 작품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자칫 편견이 될 수도 있는 ‘아티스트가 Toro Y Moi’라는 꼬리표를 떼고 음악만 들어보자면 꽤나 괜찮은 편이다. 특유의 말랑말랑하면서 감각적인 탑라인은 되려 미니멀한 인디 포크 장르 속에서 더 빛나는 느낌이고, 지나치게 지루하거나 쓸데없이 실험적인 트랙도 없다. 그러면서도 ‘Sandhill’ 같은 트랙에서는 그의 장기인 싸이키델릭이 은연중에 들려오고, ‘The View’의 목가적이면서도 어딘가 불안정한 기타와 베이스 연주는 어딘가 모르게 Daniel Rossen의 톤과 Sufjan Stevens의 라인이 합쳐진 듯하다. 실로 인디 포크의 정석적인 앨범이다.


이 EP가 훗날 있을 그의 정규 앨범의 프리퀄 격의 앨범이라면 꽤나 기대할 만한, 괜찮은 작품일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단발성의 새로운 시도에 그친다면 정말 딱 기존 장르적 클리셰를 괜찮게 계승한, ‘Toro Y Moi가 포크를 시도한 것치고는 괜찮은’ 수작 정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찬사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모난 부분은 없고 뛰어난 대가들의 음악이 부분 부분 들려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이상 본인만의 무언가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로 사실이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라는 것은 또 한 번 증명했지만, 이것이 ‘어떤 장르든 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될지, ‘어떤 장르든지 조금 건드리다가 마는’ 단점이 될지는 다음 앨범의 결과물에 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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