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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Sep 18. 2023

‘진보’ 뮤지션의 커리어에 관하여

JINBO의 두 앨범, [Afterwork]와 [KRNB]

어떤 뮤지션은 만든 음악뿐만 아니라 밟아온 행보로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JINBO는 바로 그러한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적 탁월함은 이미 2010년 첫 정규앨범을 통해 리스너와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PEEJAY와의 프로젝트인 Mind Combined, 그가 설립한 레이블 Superfreak Records, 그리고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 등으로 그 자신이 얼마나 유연한 아티스트인지 증명해 보였다.


이 칼럼에서는 JINBO라는 아티스트의 커리어 전체를 돌아보진 않을 것이다. 그의 대표적인 앨범 [Afterwork]와 [KRNB]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텐데, 그 이유는 이 두 장이 현재 한국 흑인음악 씬과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뮤지션 JINBO를 설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선정한 두 앨범은 그 스타일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각기 다른 이유로 탄생했고 각기 다른 성취를 이뤄냈다. 그러므로 무엇이 더 나은지 비교하기 위한 선정이 아니다. 그저 한 예술가의 행보를 이야기하기 위해 두 기준점을 잡은 것뿐이다.



[Afterwork]


JINBO는 이름에 어울리는 ‘진보적’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 그러한 인식에는 첫 정규앨범 [Afterwork]의 역할이 가장 클 것이다. 전반적으로 J Dilla에게 영향을 받은 듯한 드럼 질감과 샘플 운용이 특징인 디트로이트 스타일의 사운드는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전 데뷔 EP와 피쳐링 활동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웠던 그의 넘치는 창의력과 기량이 앨범에 담겼다.


이 앨범의 또 다른 주요한 특징으로 자유로운 구성을 꼽을 수 있다. 흔히 가요에서 보여주는 벌스->프리 코러스->코러스의 순서를 따르는 트랙이 그렇지 않은 트랙보다 적고 그마저도 느슨한 것으로 보면 이 앨범의 목표는 분명히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보다는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의욕은 앨범 중반 ‘One Night Stay/In My Room’부터 ‘딱 한 시간만’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제목부터 진득한 트랙들이 쌓아나가는 관능적인 무드는 앨범을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한 특징들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D’Angelo의 [Voodoo] 앨범과 닮아있기도 하다.


JINBO - 걱정하지마


[Afterwork]는 JINBO라는 뮤지션의 본격적인 커리어 시작점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 앨범 이전의 그는 에픽하이, DOK2, 키비, 드렁큰타이거 같은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 피쳐링 싱어 이미지가 강했다. 인터뷰에 의하면 이때 JINBO는 소속되어 있던 기획사와 음악적 방향성이 합의되지 않아 뮤지션으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해나가기 힘든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회사를 나오고 계약금을 다시 반환하기 위해 그는 직장에 다녀야만 했다. 회사원으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작업한 곡들을 모아 발매한 것이 바로 이 앨범인 것이다. 앨범을 구상하고 만든 게 아니라 만들어놓은 곡들을 모아서 발매한 것이기 때문에 Mixtape의 형태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부르기에 이 앨범은 음악적 탄탄함과 신선함이 가득한 명반이다. 이 앨범으로 이듬해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KRNB]


‘KRNB’라는 이름의 이 앨범은 리메이크 프로젝트다. 과거 90년대부터 앨범이 공개된 2012년까지 JINBO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들은 음악들을 선정했다. 김건모, 빛과소금, 솔리드,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와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뿐만 아니라 보아, 태양, 2NE1, 소녀시대까지 다채로운 채택이 돋보인다.


다만 이 리메이크 앨범은 보통의 리메이크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곡을 편곡하고 콘셉트를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사까지 바꿔 불렀다. 심지어 앨범의 절반 이상은 제목마저 원곡과 다르다. 이러한 작업은 원곡자와 일일이 합의해 진행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있어서인지 무료로 공개되었다. (링크 https://soundcloud.com/jinbosoul/sets/krnb ) 하지만 이 앨범은 무료 공개 Mixtape로 치부하기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Afterwork]와는 또 다른 방향의 음악적 기량을 증명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JINBO - DAMN [소녀시대 - Gee]


이 앨범은 포괄적인 범위에서 알앤비 앨범이지만 더 세분화하게 되면 백화점식으로 구성으로 볼 수 있다. 70-80년대의 Funk 스타일의 곡 ‘아름다운 그녀’, ‘Love Game’ Sylvia Striplin의 ‘Give Me Your Love’ 위에 멜로디를 입힌 ‘알고 있었어’, 뉴잭스윙 곡 ‘I Need You Girl’, 슬로우잼 트랙 ‘Damn’ 등등 여러 갈래의 알앤비 스타일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와 함께하면 행복해’나 ‘Best Friend’,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Take 3)’ 같은 곡들은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가 높은 비중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구성은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마치 JINBO 자신이 얼마나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줄 아는지 어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 앨범은 기획과 의도가 확실한 앨범이라고 ‘IZM’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의 음악을 지향하는 뮤지션으로서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었던 것이다.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태양, 2NE1, 소녀시대의 음악을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바꿔 부름으로써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화제성까지 챙기려는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이 앨범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와 연결되어 샤이니, f(x)의 곡을 작업할 수 있었고 이후 김범수, 레드벨벳, 보아, 방탄소년단에게도 곡을 주는 작곡가가 되었다.



나가며


벌써 활동 20년에 가까운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가 들고나올 새로운 음악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이것은 아마 장르 씬과 대중음악 시장에서도 유효한 기대일 것이다. 이러한 대중의 인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뮤지션에게 음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기획과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뮤지션의 생명력이 결정된다. 현재 린치핀 뮤직에 소속되어 프로듀서와 플레이어로서 활발하게 활동해나가는 JINBO는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기억되고 리스펙 받을 뮤지션이다.


AP Alchemy - SWEAT (Prod. JINBO)




참고 인터뷰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5167 

http://m.rhythmer.net/src/magazine/interview/view.php?n=4648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4261&bigcateidx=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3112208290613869

                    




by 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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