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9월 2주)

cott/onthedal, 너드커넥션, 버벌진트 외

by 고멘트

"뻔한 얘기 안 뻔하게 하는 법"


1. cott (콧), onthedal – ‘요새’

frank : 간만에 재밌는 곡을 찾아 소개한다. 2인조 밴드 cott과 onthedal이 함께 한 싱글. onthedal은 ‘Lobster’나 ‘Hye’ 같은 곡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으나, cott의 경우 내게는 생소한 팀이었다. 발매 곡들을 들어보니 전반적으로 예전 오프온오프 스타일의 감성적인 곡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사실 이전 스타일을 답습하지 않았기에 이번 싱글이 흥미로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기존 cott의 음악에서 약간의, 그러나 꽤 뚜렷한 변화가 느껴지는 곡이다. 사실 곡의 메인 테마인 청춘의 갈등은 모두가 알다시피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니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들리도록 할 것이냐가 뮤지션의 과제인 셈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싱글의 위닝샷은 신디사이저를 내세운 후렴구인 것 같다. 듣자마자 '글렌체크', '이디오테잎'이 살짝 떠오르는 경쾌한 리듬의 신디사이저와, 특별한 가사 없이 경건하게 부르는 보컬이 조화되며 오히려 갈 곳 잃은 청춘의 고독함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 하는 식의 작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두 요인의 콘트라스트에서 느껴지는 모순이 감정적으로 훨씬 강력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는 이 부분이 몇 번을 들어도 정말 절묘한 선택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30번이 넘게 들었지만 질리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이럴 때 음악의 표현 방식에 대한 매력을 체감하곤 한다. 같은 이야기도 전달 방식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감상을 낳는다는 것. 어쩌면 '무엇'을 들려주냐 보다는 '어떻게' 들려주느냐가 음악의 본질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사족이 길었다. 어쨌거나 바라건대 cott이 앞으로도 이런 방향성의 곡을 더, 더 많이 보여주기를.





"따뜻함을 향유하는 밴드"


2. 너드커넥션 (Nerd Connection) –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카니 : 너드커넥션은 '어지러운 세상, 따뜻한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기반하에 노래하는 밴드이다. 서정적인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너드커넥션 신보[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의 기조는 놀랍게도 락/메탈이다. 본래 락을 기반으로 하지만 평소 서정적인 스타일의 음악으로 공감과 위로를 끌어내는 곡을 앨범에 실어 전반적으로 깊은 감수성을 가져가는 편이었기에 모든 트랙이 락으로 채워진 앨범에서 어떤 식으로 그들의 슬로건을 녹여낼지 궁금했다.


EP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은 모호한 것들의 대한 혼란을 담아낸 ‘Planet Earth’, 고통 속 마지막 발악을 킥 드럼으로 비장하게 찍어낸 ‘Stand Up’, 휘몰아치는 사운드가 멀쩡한 사람도 취하게 만드는 ‘Hi, Drunk!’ 이러한 고통 속에서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듯한 일렉사운드가 매력적인 ‘I Robbed a Bank’ 그리고 앞선 트랙들의 고통과는 역설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고 자유를 믿는다는 마지막 트랙 ‘여전히 이곳에’까지 총 5곡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전체 트랙을 일생에 비유하면 우리는 트랙이라는 굴레 안에서 절망과도 같은 혼동, 투쟁, 좌절, 폭동을 맛보지만 결국 허상일지도 모를 자유를 놓지 못해 절망과 희망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존재들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트랙 구성이 오히려 다른 앨범들보다 ‘어지러운 세상’이라는 절망 ‘따뜻한 음악’이라는 희망을 직관적으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감수성 짙은 음악으로 따뜻함을 전하는 밴드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EP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은 과격하고 파괴적인 음악 속에서 위로를 전하며 분위기나 느낌이 아닌 메시지로 따뜻함을 향유하게 한다. 이는 서정적인 음악이라는 스테디셀러를 고집하지 않아 진부하지 않을뿐더러 이번 앨범을 통해 너드커넥션의 슬로건이 장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정체성으로 자리매김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독기 다 빠진 호랑이."


3. 버벌진트 - [K-XY : INFP]

베실베실 : 버벌진트 디스코그래피를 쭉 돌아봤을 때, 다른 아티스트와 비교해 가장 특이한 점은 역시 앨범마다 할 말이 명확하게 존재했었다는 점이다. 커리어 초창기의 [무명], [누명] 등은 말할 것도 없고, [Go easy]와 [GO HARD], 하다못해 아쉬운 앨범이라 평가받는 [10년동안의 오독 I]과 [변곡점] 마저 서사의 뼈대만큼은 충분했다. 이것이 가능했음에는 그의 훌륭한 내러티브 솜씨도 한몫했겠지만 데뷔 이후 좋든 싫든 늘 다양한 이슈를 몰고 다닌 김진태라는 사람의 행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반해 이번의 앨범은 조금 궤를 달리한다. [한국 남자 : INFP]라는 제목에 맞춰 풀어낸 곡들은 본 앨범이 버벌진트가 이별 후에 느낀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풀어낸 앨범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분명 VJ 특유의 콘셉트와 서사적 정체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서사에 대해서 우리가 공감을 할 수 있는가? [Modern Rhymes]의 버벌진트는 "학교 종교 육교"로 라임을 맞추던 당시 국힙 씬에게 날리는 버벌진트의 신문물로 가득했고, [누명]은 다중 IP 의혹을 받던 당시 버벌진트의 억울함과 비웃음이 담겨 있었고 [GO HARD]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발라드 랩만 한다." "연예인 다 됐다."라는 편견에 맞선 '빡센 앨범'이었다. 다른 앨범 역시 다 마찬가지다. 이렇듯 이전까지의 앨범들은 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그의 외적인 서사가 있었고, 그는 그 점을 숨기지 않고 랩으로 풀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버벌진트의 디스코그래피가 특별했던 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이번 앨범 전후로 버벌진트가 연애를 했는지 알기나 했었는가? 누구랑 연애를 했고 어떻게 연애를 했으며 언제 헤어졌는가? 그 연애가 얼마나 특별했길래 이걸 앨범으로까지 냈을까? 과연 우리는 이 서사에 공감할 수 있는가?


백번 양보해서 뭐 그가 연애를 서사로 했음은 인정할 수 있겠다. 음악만 좋았으면 말이다. 그렇지만 앨범 내적인 텍스트 역시도 너무나도 빈약하다. 단적인 예로 그는 1번 트랙 ‘Food’에서 "실란뜨로, 앤초비"를 시작으로 (아마 전 애인과 함께 먹었으리라 추측되는) 요리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그 어떤 요리도 13년 전 [Go Easy]에 수록된 ‘기름 같은걸 끼얹나’의 "고수 냄새" 하나의 임팩트조차도 주지 못한다. 특유의 밈을 활용하는 익살스러움도 없고, 'King of Flow'라 불리는 그만의 강렬한 플로우도 이 앨범에선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피처링으로 참여한 다민이, UNEDUCATED KID, 래원 등의 랩은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를 그대로 답습했기에 곡을 망쳤다는 인상이 강하다. 버벌진트는 이 앨범을 통해 40대의 사랑은 20 ~ 30대의 사랑 (2010년 [Go Easy])보다 더 재미없고 개성 없으며 특이하지 않다는 것만 역설적으로 증명한 꼴이 됐다. 우리 모두 사랑은 젊어서 즐깁시다.





"음에 담긴 감정의 잔상"


4. Ichiko Aoba – ‘meringue doll’

frank : 아오바 이치코의 음악은 아름답다. 뻔하디 뻔한 이 수식어가 그녀만큼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있을까. 게다가 이 아름다움은 쉽게 휘발되지 않고 곡이 끝난 뒤에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새 축축한 감정의 늪에 빠진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이 많다. 대체로 약간의 그리움, 약간의 따뜻함, 약간의 쓸쓸함이 혼재되어 있는데, 이처럼 명백히 규정할 수 없는 감정의 모호함에 대한 표현력이 내가 아오바 이치코의 음악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지점이다.

이번 싱글 ‘meringue doll’ 역시 위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곡 제목인 ‘meringue doll’을 구글링해 보면 귀엽지만 어딘가 묘한 비주얼의 인형이 나오는데, 어떤 연관성도 느낄 수 없을 만큼 곡의 무드는 한껏 평화롭게 이어진다(가사 번역본을 보면 곡의 화자가 meringue doll이라는 설정으로 보인다). 오히려 넓은 들판 위 아오바의 모습이 담긴 앨범 커버가 훨씬 직관적인데, 따뜻한 스트링 사운드와 아오바의 섬세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평화로운 초원의 이미지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상되기 때문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OST에 보컬이 추가된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하지만 바로 그 보컬의 존재 덕분에, 이 곡은 마냥 따뜻하고 평화로운 곡에서 어딘지 모를 쓸쓸함도 함께 담긴 입체적인 곡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아오바 이치코는 '일본 포크의 현주소'라는 평가를 받는 뮤지션이지만,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분류다. 물론 포크 성격의 작업물도 많지만 [Windswept Adan]처럼 앰비언스와 스트링 사운드를 실험적으로 썼던 사례도 있고, 이번 싱글만 보아도 기타는 배제되었지 않은가. 게다가 그 음악의 아름다움을 담기에는 너무 비좁은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 마음이 담긴 적절한 표현을 유튜브 댓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When I listen to her music, I just feel privileged"





"그래도 여전히 Corinne 앨범은 좋더라"


5. Corinne Bailey Rae - [Black Rainbows]

베실베실 : 그간 Corinne의 음악을 ‘Like A Star’나 ‘Put Your Records On’과 같은 1집의 대중적인 네오 소울 감성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본 앨범은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1번 트랙 ‘A Spell, A Prayer ’부터 싸이키델릭 락적인 사운드가 강하게 풍겨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 락적인 사운드는 2집 [The Sea]의 확장판으로 인식한다면 조금은 쉽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봤을 때 Corinne의 락 사랑은 꽤나 오래됐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애정을 처음으로 원 없이 풀어낸 앨범이 이번 앨범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앨범 얘기를 해보자. 이 앨범은 (앞서 말한 대로) 네오 소울과 싸이키델릭 락의 조화라고 생각한다면, '싸이키델릭 소울'이라고 불릴 수도 있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처음 듣는 장르일 수도 있지만 본토에선 그렇게 생소한 음악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Victoria Monet, Liv.e 등의 인디 아티스트들이 시도해 꽤나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싸이키델릭 소울 음악들은 분명 어디까지나 '소울'의 영역에서 존재했다. 최근 발매된 싸이키델릭 소울 음악 중에 ‘Earthlings’만큼 간드러지는 기타 솔로를 실은 적이 있는가? ‘Erasure’와 ‘New York Transit Queen’ 같은 개러지 락 사운드를 구현한 음악이 있는가? 때문에 이 앨범은 '싸이키델릭 소울'이라는 퓨전 장르로 편하게 퉁치기엔 곤란하다. 조금 더 교과서적으로, 네오 소울과 싸이키델릭 락을 모두 담아낸 앨범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이처럼 소울과 락, 두 장르의 특징을 완벽하게 100% 이끌어 낸 앨범 전반부는 기존 그 어떤 앨범들보다도 예술적이며 공격적이었지만 그에 반해 앨범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싱글로 선공개 됐던 ‘Peach Velvet Sky’는 영화 OST로 들을 법한 클래식한 소울 재즈 스타일이며, 락 그 자체에 가까웠던 ‘New York Transit Queen’ 바로 뒤에 잇따라 오는 어쿠스틱 소울 넘버 ‘He Will Follow You With His Eyes’는 작정하고 분위기 전환 (옛 LP로 치면 새로운 Side의 시작을 알리는)의 기능을 위해 삽입된 곡일 것이다. 후에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싸이키델릭 소울'에 가까운 트랙 ‘Put It Down’과 ‘Before The Throne of The Invisible God’이 나오면서 앨범을 마무리한다. 처음부터 충격을 잔뜩 준 후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끝내는 듯한 구성이다.


이토록 다양한 장르들. 싸이키델릭 락과 네오 소울로 시작해 개러지 락, 보컬 재즈, 싸이키델릭 소울까지 모두 다 한 앨범에 담아냈지만 어색하다거나 유기성을 해치는 부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곡의 흐름, 그리고 앨범의 흐름을 따라 듣다 보면 ‘Put It Down’의 8분 40초에 달하는 러닝 타임은 지루함이 아닌 황홀함의 영역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당신이 만약 Corinne을 ‘Like A Star’나 ‘Put Your Records On’로만 알고 있었다면, 그저 그런 대중적인 네오 소울 아티스트로만 알고 있었다면 심히 안타깝다. 이 앨범은 Corinne의 확실한 커리어 하이 앨범, 아니 어느새 4분기밖에 남지 않은 2023년의 커리어 하이 앨범. 즉 AOTY의 유력한 후보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채로움과 단조로움의 한 끗"


6. salem ilese - [High Concept]

카니 : salem ilese는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치 있게 적어낸 가사로 사랑받는 아티스트이다. 특히 곡‘Hey Siri’에서는 siri한테 질문하는 형식의 가사를 사용했는데 "say thanks in Japanese?", "how to cook an apple pie?"와 같은 평범한 질문으로 시작하다 "Hey Siri what’s the meaning of life"라는 물음으로 이어져 무거운 삶의 통찰을 가볍고 일상적인 아이콘을 이용해 이야기한 곡이었다.


이번 정규 [High Concept] 역시 생소하지 않은 것들 속에 생소함을 끌어내는 곡들로 담아냈다. 특히 트랙 중 가장 그녀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곡은 팝 펑크스타일의 ‘Team Sport’로 연인관계를 Team Sport에 빗대며, "There’s no ‘I’ in Love but there’s an L, O, V, E"라는 가사에서 'LOVE'라는 단어를 사랑과는 멀어 보이는 말들로 표현하는 가사가 반어적으로 다가와 흥미로운 곡이니 직접 들어보길 추천한다.


그러나 앨범 전체적인 감상은 밋밋함 그 자체이다. 사운드만 미묘하게 다를 뿐 전체적으로 2000년대 하이틴 팝 펑크스타일의 연속이다. 물론 ‘Boys “R” Us’나 ‘Strongly Worded Letter’ 같은 트랙이 신선한 사운드와 펑키한 리듬으로 재미는 챙겼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곡인 ‘Mad at Disney’를 잇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메시지 모두를 품은 곡들은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신선한 콘셉트 가사 말고는 굳이 salem ilese만의 팝을 찾아들어야 할 이유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시선에서 찾는 시각적 다채로움보다는 청각적 다채로움을 추구해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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