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9월 4주)

IVE, Kep1er, 디오, Cody Fry 외

by 고멘트

"배운 변태들이 대중의 니즈를 충족하는 방안"


1. IVE (아이브) – ‘Either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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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 10월 13일 발매 예정인 EP의 선공개 타이틀곡 ‘Either Way’로 아이브가 컴백 예열에 나섰다. 현실감 없는 나르시시즘의 대명사인 아이브가 음울한 바이브로 돌아왔다며 놀라기는 이르다. 감히 의심할 수 없는 자기애 발산의 연장선이다. '닮고 싶은 아이브' 만들기에 치중했던 가사에서 벗어나, "누가 내 말투가 재수 없대. 잘난 척만 한대." 등 실제 재단 속에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으로 써 내린 선우정아표 서정적 작사에 진짜 솔직함을 버무려 섞어냈다. 명실상부 주류 키워드로 쓰이는 '자신감'은 실상 K-POP 시장 안에서 포화 상태에 다다라 식상함에 가까워졌다. 아이브의 자기애 정체성 굳히기가 점차 피로해지는 이때, 세상사 모두 아름다울 수 없음을 인정하는 태도로 일부 대중의 지겹다는 볼멘소리와는 잠시 안녕을 고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난 멋지다며 소리치는 곡들과는 다르게 "사랑과 미움. 모두 다 가지면 되는 거야." 하는 묵직한 자기애의 무게감이 소녀와 어른 사이의 경계에 선 아이브의 모습이 선연하게 그려지도록 만들고 있다.


가을의 쓸쓸함을 만나 시너지를 덧입은 ‘Either Way’는 어딘가 2세대 걸그룹스러운 뉴트로를 고집하던 기존 아이브 색채와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내지르는 고음이 등장해야만 했던 전형적인 K-POP 포맷, 쿵짝 리듬의 2010년 K-디스코 바이브 (ex 티아라) 등 아이브 음악 속 대중성에 기여한 일부 요소를 내려놓았지만, 막강한 대중성을 두른 아이브답게 이 사이키델릭한 몽환 바이브조차 여실히 대중적이다. 축축 늘어지는 웻한 신스 루프 사운드도 인트로의 분위기 조성 역할로나 잠깐 존재감 있게 등장할 뿐, 이후 볼륨을 죽인 채 훅의 뒤편에서나 점잖게 소리 내는 것의 그 이유가 아닐지 싶다. 몽환적 무드 조성에 탁월한 사운드를 보수적으로 사용하며 부담스러운 음악으로 치닫지 않게 만들고, 다수가 즐길 수 있도록 적정선을 잡았다.


‘Either way’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도전과 시도의 거듭 속에서도 아이브의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하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나르시시즘'이라는 큰 틀이 점차 한계로 다가오고 있는 시점, 타개책을 찾고자 했던 고민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정체성의 유지와 성장, 아이브의 다른 색깔을 모두 적절하게 담아냈다. 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M/V 속 금발 장원영이나 퇴폐미의 짠한 우울을 보여주는 안유진의 비주얼도 보는 음악의 만족감을 높이는 데에 한몫하고 있지 않은가. 발매될 [I’VE MINE]에 대한 기대감을 감히 숨길 수 없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


2. Kep1er (케플러) - [Magic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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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비누 : 데뷔곡 ‘WA DA DA’를 통해 본 케플러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소녀의 카리스마'다. 귀여움과 에너지를 동시에 가진 케플러만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제시한다. 케플러의 패착은 이다음부터다. 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야 할 시기에 카리스마가 싹 빠진 신나고 귀여운 콘셉트와 카리스마를 장착한 콘셉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갈피를 못 잡았다. 종종 데뷔곡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이후의 방향을 못 잡는 팀들이 있는데 나한텐 Kep1er가 그런 팀이었다. 찰떡같은 데뷔곡을 한번 맛봤기에 곡과 콘셉트에서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러던 와중에 정말 반갑게도 꽤 괜찮은 타이틀이 등장했다.


제목을 생각하면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정체성을 살린 콘셉트겠구나'라고 예상하겠지만 땡이다. 제목에 ‘그나마’가 왜 붙었겠는가. 반가운 이유는 전작의 아쉬움을 전부 보완한 타이틀에 있다. ‘Galileo’와 같은 장르의 전작 ‘Giddy’는 어색한 변주와 에너지마저 잃어버린 코러스로 아쉬움을 남겼었다. 반면 ‘Galileo’는 급발진하는 구간 없이 펑키한 기타 리프로 일관성을 가져간다. 여기에 탑 라인의 변화와 가사로 탁월한 치고 빠지기를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기타를 따라 쫄깃한 리듬감만을 가져가는 짧은 벌스에서 힘을 풀었다가, 프리코러스에선 사랑스러운 멜로디와 '대답해 봐, 친애하는 Galileo' 같은 재치 있는 가사로 코러스를 향한 기대감을 착실히 끌어올린다. 코러스에선 고음역의 멜로디로 에너지를 터트리고 'Look at, look at my heart' 같이 착 감기는 가사로 중독성도 놓치지 않는다. 기대한 바를 얻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준 나쁘지 않은 타이틀이었다.


수록곡 중엔 ’The Door’와 ‘Love on Lock’을 좋게 들었다. 신스를 정반대의 분위기로 표현하는 트랙을 연달아 배치해서 앨범의 몽환적이고 러블리한 무드와 곡의 존재감을 모두 잡았다. 타이틀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적으로도 일관성을 잘 가져간 콘셉트에 충실한 EP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3. 디오(D.O.) –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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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온 : 이제는 가수 도경수보다 배우 도경수가 더 익숙해진, 그의 두 번째 미니앨범 [기대]가 발매되었다. 첫 번째 미니앨범 [공감]을 발매한 뒤 약 2년 만에 선보인 앨범인데, 지난 앨범을 관통한 '진솔함'의 키워드를 이번에도 가져왔다. 장르 또한 어쿠스틱한 포크 팝을 선택했고, 담백하면서도 정교한 보컬에 힘을 실었다. 이에 약간은 희미해진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뚜렷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2년이라는 공백을 갖고 돌아온 앨범 치고는 복제품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첫 번째 미니앨범에서는 디오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어쿠스틱한 음악을 담아냈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다른 작가진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앨범과 거의 똑같은 내용물을 내놓았다. 지난 앨범의 트랙들을 살펴보면 크게 어쿠스틱 팝, 미디엄 템포 팝, 라틴 리듬 등의 장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앨범 또한 그 특징들이 똑같이 담겨있는데, 레게 리듬을 넣은 것까지도 유사하다. 이러한 선택은 앨범 간의 유기성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하지만 '진솔함'이라는 키워드를 꼭 같은 사운드로 전달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공감'과 '기대'라는 주제로 내밀하고 친밀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담아냈기 때문에, 장르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조금은 뻔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차라리 SM 특화 알앤비를 주는 것이 그의 매력을 더 뽐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어떠한 멜로디 위에서도 그의 역량은 빛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사운드가 미니멀해질수록 더 큰 울림을 주는 목소리임은 두 미니앨범을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번 앨범이 발매된 후 그래미닷컴과 같은 외신에서도 그의 보컬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이처럼 그는 실력적인 부분에서는 흠이 없는 가수이기에 솔로 앨범에서는 더 도전적인 방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아이돌의 탤런트와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넘나들 수 있는 존재이기에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기에도 적격하다. 가수 또한 배우처럼 비슷한 역할만 맡다 보면 정체되기 일쑤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말이다. 때문에 팬들의 니즈와 차트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필승법이 있을지라도,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배우 도경수가 아닌 가수 도경수로 더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욕심을 강하게 부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원이 다른 음악적 경험"


4. Cody Fry – [The End]

미온 :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은 많다. 그러나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은 많지 않다. [The End]는 그런 희소성을 가진 앨범인데, 앨범의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The End’를 들어보면 납득할 수 있다. 이 곡을 재생시키는 순간, 우리는 다른 차원으로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경험은 곡이 전개되면서 더욱 강렬하게 전해진다. 이 곡은 서정적인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되지만, 이어서 고조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등장하고, 다시 리드미컬한 팝으로 전환된 후 강렬한 일렉기타 사운드가 나오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세 번의 변주가 있지만, 전혀 부산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이 곡이 얼마나 짜임새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곡의 후반부에서 접할 수 있는 클래식과 록의 공존은 이 곡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Cody Fry가 만들어낸 앙상블은 다른 트랙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인간 디즈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동화적이고 시네마스러운 사운드를 다루는데 특출한 아티스트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 능력이 더 여실히 드러난다. [The End]는 클래식적인 요소들이 듬뿍 담긴 앨범인지라, 해당 앨범을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다분하다. 그러나 그는 이번 앨범에서 클래식과 팝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두 장르 간의 거리를 좁혔다. ‘The End’, ‘Waltz For Sweatpants’와 같이 대놓고 OST스럽고 뮤지컬 넘버스러운 무드를 가져가는 곡들도 있지만, ‘Traveling Alone’, ‘Somebody To You’처럼 신스 사운드, 펑키한 리듬 등과 같은 팝적인 요소를 적절히 녹여낸 트랙도 구성하여 밸런스를 잡았다. 뿐만 아니라, ‘You’re Gonna Be Okay’에서는 합창단의 하모니와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꽉 채워 음악이 주는 몰입의 경험 또한 선사했다.


그 결과 [The End]는 장르의 혼합에서 오는 즐거움을 리스너들에게 주었고, 더 나아가서는 클래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음악과 연을 이을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Cody Fry의 음악은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 주는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상에 그치지 않고,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음악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그가 앞으로도 여러 작업들을 통해 다양한 세계를 더 많이 보여주기를 바란다.





"로맨틱 과잉"


5. Jeff Bernat – ‘Da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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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 2013년, 멜론 POP 연간 차트 3위에 랭크될 정도로, 오롯이 음악 하나만으로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아티스트가 Jeff Bernat이었다. 이후 ‘Pillow Talk’, DEAN과 함께 발매한 ‘What2do’로 근근이 좋은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으나, 그 이후 어쩐지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가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2013년도에 버금가는 명성을 떨치지 못한 채 국내 인지도마저 묘연해진 이유를 이번 싱글로 답변할 수 있을 듯하다.


Jeff Bernat의 큰 강점은 담백한 음색으로 나긋하게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전 히트곡들은 그루비한 악기 사운드와 담백한 음색이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며 빛을 발했다. 이 아티스트만의 몽글한 로맨틱 바이브는 이처럼 특유의 재지한 트랙이나 세련된 R&B 배합에서 온다. 그러나 이번 싱글은 그루비한 사운드의 배합보다 '사랑 고백'이라는 메시지의 정체성에만 집중하여 꽤나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대두되고 있다. 좁은 음역을 가진 아티스트로서 샘플링이나 피처링 가수와의 합이라는 영리한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두 개의 악기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트랙을 선택했다. 그 결과, 제한적인 가창력과 담백한 음색의 이면에 자리 잡은 '심심함'이라는 단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슬로우 템포의 힘을 다 뺀 어쿠스틱한 트랙 위로 Jeff Bernat의 보컬이 얹어지자, 로맨틱한 음색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로맨틱 과잉’으로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Jeff Bernat의 명성을 이끌어 준 ‘Call You Mine’이나 ‘If You Wonder’ 같은 특유의 Jeff Bernat표 재즈풍 음악이라도 기대했다면 역설적으로 지루함까지 치닫는다. Chorus의 반복으로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러닝 타임 끝엔 갑작스레 곡을 마무리하며 찝찝한 감상까지 더하고 있다. 이전 싱글 ‘Distant Lover’나 이번 싱글 ‘Daydream’처럼 레트로 스타일로 이끌어가는 것 또한, 올드함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보아 옷을 단단히 잘못 골라 입은 듯도 하다. 2012년 발매된 [The Gentleman Approach]를 뛰어넘는 명반을 바라기에는 아직 멀고 먼 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편 언제 나와?"


6. PinkPantheress - ‘Mosqu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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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비누 : 음악 신을 가득 채운 Sad Girl 무드의 대표주자 PinkPantheress는 신곡 ‘Mosquito’에서 시그니처인 드럼 앤 베이스 비트 위에 지문 수준의 센치하고 가녀린 보컬로 2000년대 알앤비를 노래한다. 모기가 인간에게 기생하듯 상대방에게 집착하면서도 그런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담은 가사와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멜로디가 더해져 그만의 새드 걸 무드를 완성시킨다.


이런 곡의 무드와는 다르게 뮤직비디오는 PinkPantheress와 그녀의 친구들이 명품 플렉스를 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가십걸'을 비롯한 2000년대 미드가 떠오르면서 00년대의 레퍼런스라는 것 외에는 곡과 어떠한 연결점도 없어 보이지만 그럴 리가 만무하다. 영상 속 PinkPantheress는 쇼핑에 적극적인 친구들에 반해 적당히 맞장구만 치는 듯 보인다. 친구들이 쇼핑에 한창일 때 혼자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걸 보면 다른데 정신을 빼앗긴 게 분명하다. 벌스의 가사 중 'Can I spend a fortune? Cause I want to'와 엮어본다면 곡의 화자가 PinkPantheress라고 추측할 수 있다. 재밌는 건 다음이다. 그가 뜬금없이 새 조각상을 든 채 행복해하며 등장하고, 조각상을 쓰다듬다가 새의 머리를 부러뜨리는 행동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새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결말이 무슨 뜻인지 의문점만 남긴 채 떠나버렸다. 끊는 스킬이 일일 연속극 감독 못지않다.


당당하고 화려한 곡이 배경으로 깔려야 할 것 같은 이 뮤직비디오는 왜 어딘가 우울한 ‘Mosquito’의 뮤직비디오가 되었을까? 노래에 딱 붙는 화려한 장면들에 시선을 뺏겼다면 황당한 뮤직비디오로 남았을 것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명품 플랙스가 메인이 아니다.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이는 PinkPantheress의 행동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새 조각상이 포인트다. 결말이 궁금해서 다음 신보를 기다리게 만드는 영리한 마케팅이었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책임이 있다. 도대체 이 Sad Girl 주연의 Gossip Girl에는 어떤 드라마가 숨겨져 있을지, 새는 무슨 의미인지, 이 뮤직비디오의 결말과 이어지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며 다음 신보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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