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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Oct 16. 2023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K-POP 기업들의 새 전략

아이돌 이적 시장이 열릴 수 있을까?


사실상 K-POP의 중추인 아이돌 그룹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항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해 그룹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데뷔 이전이나 데뷔와 동시에 학교 폭력과 같은 과거 논란이 터지며 멤버가 그룹에서 잘려 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혹은 성공의 가도가 보이던 와중 범죄 혹은 문란한 사생활 등 개인적 이슈로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잘못을 떠나 아티스트 개인에게도 안타까운 경우지만, 개인의 문제로 인해 투자한 금액을 회수조차 못하고 손해를 보아야 하는 입장인 기획사에게는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것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애초부터 연습생의 과거를 철저하게 알아보고 선발하거나,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철저히 단속하는 방법 등은 결국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들은 그룹에서 각 멤버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산시키고, 자유롭게 영입과 방출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NCT는 초창기부터 무한개방, 무한확장이라는 특유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불확실성을 회피해왔다. 지속적으로 신규 멤버를 영입하고, 유닛 시스템을 통해 각 활동 때마다 다양한 멤버를 조합하여 활동하거나 특정 지역을 전담하는 유닛을 만드는 등의 시도가 그것이다. 이러한 활동들로 SM은 팬들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음반 발매를 통해 매출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이 SM을 떠나게 되며 자연스레 해당 전략은 멈추게 되었지만, 결과론적으로 NCT가 현재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에는 이 시스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모드하우스의 걸그룹 트리플에스 역시 NCT와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트리플에스의 음반 발매는 DIMENSION이라는 유닛 시스템으로 진행되며 사실상 발매 때 마다 각기 다른 멤버 조합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팬들이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NCT가 가져갔던 효과에 더불어 추가적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형식을 보인다. 


최근 데뷔한 SM의 신인 그룹 RIIZE에 합류한 NCT의 쇼타로나 성찬처럼 기존 데뷔 그룹의 멤버를 새로운 그룹의 멤버로 영입하는 것 역시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이다. 대체로 소속 연습생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인지도를 얻게 한 뒤, 기획사 소속의 그룹으로 다시 데뷔시키는 방식으로 많이 이루어졌는데 아이즈원으로 활동한 후 현재 스타쉽 소속의 아이브로 활동 중인 안유진과 장원영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나아가 르세라핌의 사쿠라나 김채원의 경우처럼 A기획사에서 B기획사로 “이적”하는 형태가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신인 그룹의 데뷔 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많은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 실행되는 방안에 속한다.


보이 그룹에게 필수불가결한 “군백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제각기이다. 순서를 두고 차례대로 입대를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특정 멤버가 빠진 채로 그룹 활동이 그대로 진행되거나 방탄소년단의 경우처럼 그룹 활동을 중지하고 각 멤버의 솔로 활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며 매출의 감소를 방어하는 전략이 사용되기도 한다.


예외로 온앤오프와 같은 경우 일본 국적의 멤버를 제외한 전원이 동일한 시기에 동반 입대를 하였는데, 이 경우 솔로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아 그룹의 공백을 최대한 적게 만든 것에 해당한다. 특히 온앤오프는 전역 후 발매한 [LOVE EFFECT]가 자체 초동을 경신하게 되며 이 선택이 더욱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또한 멤버들이 군에 있는 시기가 겹칠 경우 군 행사에서 멤버들끼리 얼굴을 비친 모습이 SNS 상에서 화제가 되는 등 소소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K-POP 역시 예술의 영역에 속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중에게는 반짝이고 돋보이는 창의성으로 이름을 알리고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엄연히 산업이라는 물에도 발을 담그고 있으므로 대중에게 잘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는 상기한 바와 같이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발버둥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아티스트의 브랜드와 그들의 팬덤을 지속해서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의 염원에서 비롯된다. 이 산업의 근본은 결국 그룹이라는 브랜드를 구매하고자 하는 팬덤을 설득하고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시스템적으로 접근해 해결하려고 했던 NCT나 트리플에스의 경우가 하나의 좋은 예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계약 관련 이슈나 템퍼링 같은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불확실성은 구조적 방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대중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오갔던 서로 다른 그룹의 특정 멤버들을 트레이드하는 시스템이나 아이돌 이적 시장과 같은 시스템이 정말 도입될지도 모를 일이다.





by 동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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