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6월 4주)

BIG Naughty , 김제형, 영재, 유키카, 크리스탈 티 외

by 고멘트

BIG Naughty -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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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GD와 비슷한 시대를 향유했던 세대, 혹은 바로 그 직후 세대까지만 해도 GD는 힙합계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빈지노의 ‘너네가 아는 coreen 래퍼 중에 이런 놈 없어 물론 GD 얘길 꺼낼 거면 할 말 없어’ 라거나, 저스디스의 ‘스모키 그린 GD 코스프레들이 여기 랩 스타네 니가 설명해라 다음 애들한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그 빅뱅을 보고 자란 다음 세대들은 공감하지 못하나 보다. 현재 한국 힙합의 유망주로 평가받는 래퍼들. Lil Tachi나 unofficial boyy 등은 모두 대놓고 자신이 ‘GD 키드’임을 천명하며 트랙 하나를 통째로 오마쥬 하기도 해왔다.


서론이 길었는데, 쇼미더머니로 혜성같이 등장한 서동현. Big Naughty를 솔직히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분명 감각은 있지만 작업물을 들어보면 ‘빅 나티스러움’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EP [Bucket List]는 빈지노 커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고, 피처링으로 참여한 랩들의 일부는 너무 대놓고 GD 같았다. 그래도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그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를 힐끗 본 느낌이 들었다.


타이틀곡의 인트로 말마따나 ‘힙합이지만 첼로’를, ‘투팍보다는 멘델스 존’을 원했던 걸까. 앨범의 기본 베이스는 힙합이 아니라 팝이다. 팝의 문법 안에 빅 나티가 랩을 얹은 수준인데 그 랩이 꽤나 조화롭다. 이전처럼 다른 래퍼가 지나치게 떠오르는 일도 적다. 그러면서도 ‘Actor’에서는 ‘DRP Live’의 향이 느껴지는 제법 괜찮은 힙합 넘버를 들고 나왔고 ‘Hachiko’에선 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위에 안다영까지 대동해 나름 자신만의 Experimental Hiphop을 만들려 했음이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제법 유기성 있으면서도 스킵할 곡이 없는, 모든 곡이 꽤나 괜찮은 웰메이드 EP가 탄생했다. 이제야 ‘빅 나티스러움’이 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길을 제대로 찾은 느낌이다.



김제형 - ‘후라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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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이전 고멘트에서 김제형을 칭찬하면서도 “윤상과 지나치게 유사한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 싱글 역시 윤상의 느낌이 가득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멜로디나 곡 진행은 윤상 틱 하지만 디테일적인 면에선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요즘 양산형으로 쏟아지고 있는 레트로 팝 장르지만 후렴구에서 ‘춘천 가는 기차’가 연상되는 전조 진행이라든가, 간주에 쓰이는 악기 운용이라든가 하는 점에서 역시 김제형이다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정 가수가 생각나는 지나친 레퍼런스는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그렇지만 동시에 ‘이렇게 퀄리티가 좋다면 윤상 레퍼런스여도 어떠하리’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역시 ‘킹래만 좋던데’는 내로남불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진리인가 보다.



영재 (Youngjae) – [SUG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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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타이틀 ‘SUGAR’가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랜만에 케이팝 씬에서 오버스럽지 않은 곡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라틴 스타일이 살짝 입혀진 기타 테마는 곡의 색깔을 분명하게 잡아 주고, 고저가 크지 않은 곡의 흐름은 듣기에 부담 없이 다가온다. 영재의 가느다란 보컬 톤 또한 열정과 섹시함을 어필하는 트랙과도 잘 어울린다. 요컨대, ‘SUGAR’는 무언가 킬링 포인트가 있는 곡은 아니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곡이다.


하지만 앨범의 콘셉트적인 면이나 수록곡의 매력은 평이한 편이다. 중심을 잡아주는 콘셉트가 없다 보니 수록곡에 알맹이가 있다고 한들, 흐름상 분량 채우기 정도로 다가온다. ‘다양함’이라는 가치에 묻어가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의 프레임은 잡아 두고 기획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메인보컬 출신으로 가창력 자체보다는 캐릭터가 약점인 영재이기에, 확실한 포지셔닝이 더더욱 필요하다.



유키카 (Yukika) -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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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그동안 유키카는 이상할 정도로 지나치게 하이프 되어왔다. 동양에 환장하는 해외 음악 포럼 (Rym이라든가..)은 그렇다 쳐도 한국에서까지 유키카는 어느새 ‘시티 팝의 대명사’ 같은 이미지였다는 건 새삼 신기하다. 하지만 딱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유키카는 절대 그럴 깜냥은 아니라는 것이다. 작, 편곡 능력이 없다는 것은 가수로서 가장 큰 취약점인데, 아쉽게도 그녀는 그 점을 개선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모든 노래들이 작곡가에 따라 퀄리티가 갈리게 되고, 그 작곡가들이 새로운 페르소나를 찾으면 유키카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 싱글 ‘향기’가 그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과 전 싱글 ‘애월’의 작곡가인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러블리즈를 거쳐 2020년쯤부터 김아름이라는 가수를 자신의 새 페르소나로 삼아 모든 곡의 작 편곡을 담당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향기가 그 김아름의 전 곡의 자가 복제에 그친다는 점이다. 곡 진행, 세션, 보컬 운용 등 모든 게 너무할 정도로 동일하다. 팬은 아니지만 그녀의 음악을 챙겨 듣는 입장에서 충고 하나 하고 싶다. ‘스페이스 카우보이 코인은 타지마. 그에게 너는 세컨드에 불과해!’



크리스탈 티 – ‘미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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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대한민국의 유일한 시에나 링고 키드(?)로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탈 티. 비주얼적으로 독특한 캐릭터는 물론, 국내 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제이팝스러운 사운드를 보여주는 것이 장점인 아티스트다. 하지만 그만큼 초기 앨범에 비해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는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 싱글인 ‘조퇴의 기분’부터 이번 ‘미성년’까지, 과거 두 장의 EP에서 더 나아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대체 불가능한 포지셔닝을 선택했지만, 레퍼런스가 확실한 만큼 다채로운 시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미성년’의 경우 메시지/감성 측면에서 이전 커리어와 구분되기는 한다. 그러나 과거 EP에서 보여주었던 과감하고 끈적한 무드처럼 큰 한방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어쩌면 인디 씬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초창기의 개성이 길을 잃고 점차 휘발되는 것일지도.



Beyonce – ‘BREAK MY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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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새 앨범으로 돌아올 비욘세의 귀환을 알리는 싱글. 댄서블한 레트로/하우스 계열의 사운드를 선택한 것은 의외다. 어떻게 보면 Charli XCX나 할 법한 곡을 들고 왔기에, 이 부분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인트로 포함 군데군데 보컬 샘플링으로 포인트를 준 것도 재미있는 부분. 하지만 루프 반복형의 트랙에 비해 벌스 멜로디 자체는 어렵게 간 편이고, 러닝타임도 길기 때문에 피로감이 적진 않다. 그럼에도 코로나 세대의 고충을 대변하는(이유 있는 퇴사) 가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신보에 대한 충분히 흥미를 이끌어낼 만한 곡.



※ '동봄', '베실베실', '최크롬', '융'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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