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멘트 Nov 13. 2023

방시혁 의장의 유퀴즈 속 발언이 비판받는 이유

코어 팬덤으로의 허들이 높아지는 케이팝 현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JYP 박진영 프로듀서의 ‘유퀴즈 온 더 블럭’ 출연이 화제가 되었다. BTS, 세븐틴, 뉴진스 등 걸출한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의 의장이기에, 케이팝에 대한 의견과 하이브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방시혁 의장은 케이팝 산업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케이팝의 둔화된 성장세를 언급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트한 팬덤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어떤 장르의 팬덤보다 강력하고 몰입도 높은 소비를 보이는 슈퍼 팬덤이 케이팝의 성장의 핵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것이 케이팝 확산을 막는 주요인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케이팝이 음악과 공연을 가볍게 소비하는 라이트 팬덤이 늘어나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케이팝 팬덤은 방시혁 의장의 발언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혹자는 냉담을 넘어 분노하기도 했다. 방시혁 의장의 발언은 왜 이토록 부정적인 반응을 얻었을까.



팬덤과 제작자 어느 쪽의 입장에 선다고 하더라도, 방시혁 의장의 의견에 크게 반박할 점은 없다. 실제 수치를 들어 방시혁 의장의 의견이 타당한지 따져보겠다. 구보 판매나 매출액의 지표, 해외 음원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케이팝의 성장세는 이미 정점에 도달한 후 천천히 하락세를 띄고 있음이 어색하지 않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최근 몇 년과는 다른 수치의 움직임, 특히 글로벌 관련 성장세 둔화가 보이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안정적인 수출국이었던 동남아시아 지역의 K팝 점유율과 음반 수출액 자체가 하락하고 있으며, 국가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케이팝의 음반 수출 성장률 역시 감소하고 있다. 수출액 자체는 가장 높지만, 그 성장률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원동력으로 꼽히던 케이팝의 폭발적이고 열성적인 코어 팬덤이 라이트한 팬덤의 유입에 장애물이 된다는 시각 역시 완전히 새로운 담론은 아니다. 코어 팬덤 자신조차 그에 공감하며 새로운 시장의 흐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대체 왜 방시혁 의장의 발언은 빈축을 샀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그와 하이브가 보이는 모습이 그 발언과는 매우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 발매에 관심을 가지고, 신곡을 청취해보고, 신보를 한 장 정도 구매하는 데에는 큰 거부감이 없고, 한 번 정도 호기심에 콘서트에 참석해볼 의향이 있는 팬덤을 라이트 팬덤으로 규정지어보자. 그렇다면 그보다 훨씬 강렬한 소비, 즉 앨범의 모든 버전을 구매하고, 콘서트와 팬미팅 등을 가리지 않고 참석하며, 음원 차트에서의 성공을 위해 공격적인 스트리밍을 하는 팬덤을 코어 팬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하이브가 펼치는 최근의 전략은, 라이트 팬덤의 유입을 늘리는 방향보다는 코어 팬덤이 소비할 분야를 더욱 늘리고, 그것의 가격을 올려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하이브의 이런 전략은 가격을 올리는 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멘트를 관심 있게 읽는 독자들이라면 최근 케이팝 공연과 앨범, MD의 전반적인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모두 상승하고 있음을 느낀 바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수의 기사로 보도된 바 있는 티켓 가격을 대표적인 예시로 보자. 하이브의 대표 아티스트 BTS는 각각 4년 전과 1년 전, 동일한 장소인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했지만, 가격만은 큰 차이를 두었다. 2019년에는 전석 가격이 11만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일반석은 16만 5000원, VIP석은 22만원에 표를 판매했다. BTS 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나 세븐틴, 엔하이픈 등 타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높은 티켓 값으로 볼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이 흐름은 하이브에 국한되지 않았다. 하이브가 티켓 가격을 올리자, SM, YG, JYP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는 함께 티켓의 가격을 올렸다. 기획사들은 인건비나 자재비의 상승을 티켓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 밝혔지만, 다른 분야의 가격 상승에 비해 훨씬 가파른 폭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덕에 케이팝 공연 매출액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인플레이션이 문제되는 것은, 과거, 혹은 다른 국가의 음악 산업과 비교했을 때 케이팝의 팬덤 콘텐츠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케이팝과 비교해보자면, 2000년대 중반, 소녀시대, 동방시기의 팬이라면 음반을 구매하거나, 공개방송에 참여하거나, 콘서트나 팬미팅 등 공연에 참석하는 정도가 활동의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케이팝 팬덤은 과거 팬덤의 활동은 물론, 때 맞춰 귀신처럼 돌아오는 시즌 그리팅과 포토북 구매는 기본에, 각 앨범에 포함되는 다양한 버전의 포토카드를 모아야 하고, 아티스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라이빗 메시지를 구독해야 하고, 때로는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소설이나 만화를 구매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콘텐츠는 케이팝의 장점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코어 팬덤의 빠른 소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언뜻 보면 코어 팬덤의 부담에 불과한 현재 상황이 라이트 팬덤의 유입을 막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냐 물을 수 있겠다. 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라이트 팬덤이 케이팝의 성장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음악 산업의 매출은 10명의 라이트 팬보다 1명의 코어 팬이 훨씬 도움이 된다. 이를 방시혁 의장이 모를 리 없다. 결국 라이트 팬이 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숨겨진 뜻이 있다. 언제든 특정 아티스트의 코어 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적 팬덤의 숫자를 늘려야, 현재 규모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함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현재 케이팝 시장의 가격 상승과 과도한 콘텐츠 숫자는 라이트 팬덤의 숫자를 늘리는 데에 문제가 된다기보다, 이러한 라이트 팬덤이 코어 팬덤으로 유입될 때 문제가 된다. 아티스트를 위해 꾸준히 앨범과 MD를 사고 공연을 보는 데에 드는 비용 자체가 장벽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앨범이나 공연처럼 코어 팬덤이 되는 가장 큰 계기를 막는 한계가 될 수 있다.



방시혁 의장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물론 하이브는 라이트 팬덤을 끌어모으기 위한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복잡다단한 세계관이나, 자극적이고 난해한 음악을 들고 나오는 하이브 아티스트의 수가 적어진 것이 그의 고민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이브는 이렇게 유입된 라이트 팬덤이 코어 팬덤으로 전환될 때의 장벽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듯해 보인다. 올해의 사례로 국한하자면, 하이브는 6월 아티스트와의 프라이빗 메시지 시스템 ‘위버스 디엠’을 런칭하며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일부 유료화했고, 기존의 ‘버블’과 유사한 형태이지만 버블에 비해 멤버 수에 비례한 할인 정책 등을 아직 내세우지 않으며 가격에 대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음반도 마찬가지이다. 11월 발매된 정국 솔로 앨범의 모든 버전을 구매하려면 7만 원이 넘는 금액이 들며, 정국의 사전 녹화 방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앨범의 모든 버전을 구매해야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의 사례를 들며 여전히 우리나라의 공연과 앨범 가격이 낮은 편이며, 성장세 둔화와 세계적인 경제 상황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전반적인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현 상황을 변호한다. 납득이 되지 않는 답변은 아니지만, 완전히 공감할 수만은 없다. 그것이 결국 케이팝 자멸의 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에 비해 훨씬 가파른 폭으로 음악 산업의 전반적인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케이팝 시장에 새로이 입성하는, 소위 말하는 ‘뉴비’가 줄고 있음도 실감할 수 있다. 기존의 케이팝 팬덤 역시 높은 가격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들이 시장을 떠나는 것 역시 우려해야 할만한 점이다. 아직은 더욱 성장세를 유지해야 할 시점에, 더욱 조심스럽고 천천히 다가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아쉬움 역시 남는다.



그러나 업계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데에 골몰할 뿐, 그것이 코어 팬덤으로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그런 분들께 과감히 직언하고 싶다. MD의 종류를 늘리고, 가격을 올리고,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유료화하고 그 가격을 올리는 것은 단기간의 매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수익 안정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라이트 팬덤의 절대적인 수 자체를 늘리기 위해서는 쉬운 음악, 단순한 콘텐츠와 같이, 정성적인 허들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연이나 앨범처럼, 라이트 팬덤이 1차적으로 접하게 되는 콘텐츠들의 가격은 지금보다 낮추는 등 정량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미 올라간 공연 티켓의 가격을 내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면, 최소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아이유 콘서트 ‘골든아워’의 사례처럼 좌석 가격을 무대와의 거리에 따라 세밀하게 차등 선정하거나, 최근 유행처럼 불고 있는 콘서트 영화 개봉, 혹은 영화관 대관을 통한 콘서트 동시 송출 등의 방식으로 라이트 팬덤이 아티스트와 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싶다. 음악 산업의 관계자라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느낀다.






By. 이하보


매거진의 이전글 숏폼 비디오, 이제는 수단에서 목적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