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3년 11월 2주)

KISS OF LIFE, 오존, 이무진, Dua Lipa 외

by 고멘트

"플레이리스트에 인공호흡"


1. KISS OF LIFE - [Born to be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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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 신보가 발매되면, 우선 전곡을 쭉 듣고 난 후 플레이리스트에 맘에 드는 곡들만 넣어 단맛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듣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앨범 전곡을 들으며 찾은 명곡이 많았는데 요즘은 플레이리스트에 전곡을 추가할 수 있는 앨범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문해력이 점차 떨어지는 사회현상에 맞춰 노래 길이는 더 짧아지고 이해력이 요구되는 음악보다 이지하게 심장을 사정없이 쿵쾅거리며 정신없이 때리는 베이스와 중독성 가득한 멜로디의 반복으로 때론 아무 생각 없이 릴스를 넘기듯 음악을 듣곤 한다. 이런 도파민 세계에서 스토리로 가득 채운 'KISS OF LIFE'의 등장은 흥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룹의 이름처럼 비로소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숨을 불어주는 그룹의 등장이었다.


[Born to be XX]의 타이틀 곡 ‘Bad News’도 물론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타격감 있게 음악을 진행시킨다. 그러나 오로지 훅에만 집중하는 챌린지를 위한 음악이 아닌 기승전결이 확실히 느껴지면서 부드럽게 연결되는 곡 구성을 가진다. ‘Bad News’는 톡 쏘며 시작되는 기타 리프에 이야기하듯 던지는 벌스, 긴장감을 조성하는 프리코러스, 시원하게 터지는 코러스에 저음의 더블링이 더해져 마치 한판의 게임이 하듯이 느껴지고 멤버들의 쫀쫀한 목소리가 높은 퀄리티의 타이틀을 완성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Nobody Knows’ 또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그루브한 드럼비트에 R&B의 소울을 담아낸 곡으로 'BoA'가 23년에 데뷔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Y2K를 완벽히 구현해 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게 들었던 ‘TTG’는 인트로 기타 리프와 물 흐르듯 이어지는 벌스, 프리코러스, 코러스의 밸런스가 잘 잡혔고 무엇보다 벨의 히스테릭한 목소리, 귀에 착 감기는 쥴리의 랩, 킬링 보이스로 킬링 파트를 생성하는 나띠, 개성 강한 목소리들을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하늘의 보이스 덕분에 Y2K를 완벽히 재현하면서도 트렌디함을 잃지 않았다.


훅에만 편중된 것이 아닌 밸런스 좋은 구성, 사운드에 의존하지 않고 멤버 개개인의 기량으로 승부하는 음악은 훅이라는 도파민에 갇힌 타임루프 속에서 유일하게 엔도르핀을 주는 앨범으로 안착했고 이번 앨범 [Born to be XX]를 통해 KISS OF LIFE는 데뷔앨범에 이어 다시 한번 성장형 아이돌이 아닌 완성형 아이돌임을 입증했다.





"돌아가는 길의 풍경은 아름답다."


2. 오존 (O3ohn) – ‘Help / New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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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보컬의 매력도는 언제나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오직 '매력적인 목소리'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꽤 합리적인 전략이지만, 아티스트 스스로 표현의 영역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듯, 오존의 보컬 역시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가 참여했던 모든 곡에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목소리보다는 음악이 빛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시도하고, 아티스트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싱글도 그러한 면모가 돋보인다. 프로듀싱뿐 아니라 직접 믹싱에도 참여하며, 가능한 모든 영역에 자신의 손길이 닿도록 했다. ‘Help’와 ‘New Love’ 2곡 중 ‘New Love’의 프로듀싱/믹싱을 단독으로 맡았고, 그 때문인지 그의 몽환적이고 차분한 느낌이 훨씬 더 정돈된 듯한 느낌이다. 불필요한 기교들은 최대한 배제한 담백한 결과물이라고 할까. 공동 프로듀싱을 맡은 ‘Help’에도 곡의 무드를 해치지 않으면서 보컬의 매력은 극대화하는 리버브 효과로 ‘New Love’와는 또 다른 느낌의 담백함을 보여준다. 2곡 모두 보컬과 멜로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조화를 이뤄 편안한 감상을 가능케 한다. 그의 이번 작품도 앞서 이야기한 방정식에는 맞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고집하는 이 방향, 타협하지 않는 태도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좋은 '음악'을 또 한 번 들을 수 있었다.





"십 년이 지나도"


3. 이무진 – ‘너의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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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 : "그 시대에 1위를 하는 것이 아닌 10년 20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JYP의 수장 박진영이 한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박진영의 노래 ‘너의 뒤에서’는 그 기준에 완벽하게 일치한다. 노을, 온유, 벤, 이해리 등 탑 아티스트들이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커버할 만큼 ‘너의 뒤에서’는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번에 고막 남친이라 불리는 이무진이 정식적으로 리메이크를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원곡의 느낌을 살려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은은하고 절제된 이무진의 호소력 깊은 목소리가 노래의 무드와 잘 어울렸다는 것이다.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도 라이브 클립을 보는 듯한 클로즈업과 표정 연기가 잔잔한 노래의 느낌을 잘 살렸다. 발라드를 즐겨 듣지 않아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으며, 추운 겨울 가슴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을 때 꼭 추천하고 싶다.





"식욕 떨어뜨리는 애피타이저"


4. Dua Lipa - ‘Houd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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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 평소 ‘Don’t Start Now’나 ‘Dance The Night’의 정서를 즐겨 듣던 리스너들에게 확 와닿는 곡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심심한 느낌이 드는 곡이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Tame Impale - ‘The Less I Know The Better’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그대로 느껴지는 레트로 팝이라 딱히 좋다고 할 수도 별로라고 할 수 없는 애매함이 있어서 [Future Nostalgia]의 ‘Physical’, ‘Hallucinate’ 정도 포지션이라면 모를까 최근 보여줬던 음악에 비해 빈약함이 느껴져 리드 싱글로 공개되기에는 아쉬움이 많은 곡이다. 심지어 ‘Houdini’가 사이키델릭 음악에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밝혔지만 프로듀서의 음악을 그대로 차용한 느낌이라 Dua Lipa가 보여준 변화라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마술사 'Harry Houdini'를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이마저도 탈출마술을 하던 후디니의 유령 같은 모습을 단순 비유로 사용한 거라 오히려 ‘Houdini’를 좀 더 컨셉추얼하게 녹여냈다면 하는 마음이 크게 다가와 애매하게 사용된 소재도 아쉽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번 싱글이 내년의 발매될 정규앨범의 신호탄이 되는 격이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도 배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어김없이 돌아온 '그' 음악"


5. Jonah Yano - ‘concent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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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나의 Jonah Yano가 돌아왔다. 벌써 3번째 Jonah Yano 리뷰이니 이제 슬슬 '나의'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지 않을까. 그만큼 내겐 행보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되는 특별한 아티스트다. 누군가는 그가 여타 인디 뮤지션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마치 먼지로 덮인 어린 시절 방에 있는 듯한 공간감과, 그 시절의 앨범을 차근차근 넘기듯 풀어나가는 개인적 서사, 그리고 감정의 변화처럼 잔잔하게 요동치는 사운드까지, 내게는 음악의 모든 표현 수단을 동원해 Jonah Yano 자체를 구현해 낸 작품처럼 느껴진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그렇고, 한마디로 말하면 '빈티지한 매력'이 끝장나는 음악이란 거다.

이런 감상은 이번 싱글 ‘concentrate’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특히 곡 중반부 브릿지 역할을 하는 브라스 구간이 눈에 띄는데, 한 곡 내에서 은근하게 변주를 주었던 전작들과 달리 꽤 노골적으로 곡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고 있다. 그 덕분에 후반부의 터져 나오는 감정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표현되며, 이러한 구성 자체만으로도 기존과 차별화되는 시도라고 느껴진다. 자칫 짜쳐보일 수 있는 연출 방식이 아티스트의 감성과 합쳐지며 완성도가 더해졌다. 이렇듯 그의 음악은 끊임없이 실험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 모든 실험의 목적이 Jonah Yano를 더욱 잘 표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나는 그의 음악을 계속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다.





"덩치만큼 포근함을 주는"


6. Tom Walker – [Freaking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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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 : 싱어송라이터 톰 워커가 지난 앨범 [Burn]에서 보여줬던 그저 난데없이 울분에 차 짖는 듯한 창법과 스타일은 상당히 별로였다. 개인적으로 포근한 체형에서 나오는 감미로움은 어쿠스틱한 느낌의 노래를 기다렸기에 더욱 실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실망감을 한 번에 누그러뜨리듯 이번 ‘Freaking Out’에서는 감미로운 매력이 가득한 노래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후반부에 샤우팅과 목을 과도하게 긁는 창법이 들리지만, 초반 건반 소리 속에서 매력적인 음색 끝에 나오기에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보여 거리감을 느끼진 않았다. 가사를 보면 '나를 비난하지 말고 그저 ADHD라 생각해 줘'이런 유머스러운 바이브에서 '멘붕이야'라는 뜻을 가진 제목인 ‘Freaking Out’를 슬며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전체적인 짜임새가 촘촘했다. 톰 워커의 음악을 기다리는 리스너들에게는 반가움을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는 그의 음악적 스타일을 전달할 수 있을 만큼 흠잡을 데가 없는 앨범이다.





※ 'frank', '만돌', '카니'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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