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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Nov 20. 2023

사랑하는 이를 추모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샤이니 정규 6집 [The Story of Light]

사랑하는 이를 추모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샤이니 정규 6집 [The Story of Light]



2017년 12월, 모두에게 인정 받던 소중한 아티스트 ‘종현’을 떠나 보냈다. 너무나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으며,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샤이니의 탄탄한 메인보컬로서,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대중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인플루언서로서 모두 훌륭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동료들을 비롯한 대중들까지 더 이상 그의 음악과 무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그저 서로를 위로할 뿐이었다.  



충분히 슬퍼할 틈도 없이, 남겨진 네 명의 멤버는 앞으로의 샤이니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대중들의 시선을 견뎌야 했고, 일본에서의 콘서트를 앞두고 있었다. 다섯이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의 에너지가 워낙 강했고, 오랜 시간 활동해 온 팀이었기 때문에 네 명의 멤버가 샤이니를 지켜 나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한 명의 멤버가 여전히 자리한다고 생각하며 다섯 명의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콘서트 이후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샤이니는 정규 6집 앨범 [The Story of Light]를 발매했고, 많은 용기를 내었던 덕에 현재까지도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로서 독창적인 영역을 확립한 3집 [The Misconceptions of Us]와 딥하우스로 샤이니의 2막을 열었던 4집 [Odd], 레트로를 향한 향수를 빠르게 짚어냈던 5집 [1 of 1]에 이어 6집은 샤이니의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 총 세 장의 앨범(EP.1, EP.2, EP.3)을 2주 간격으로 공개하며 트리플 타이틀을 내세웠고, 음악과 방송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너무 늦기 전에 너를 데리러 가”

 ‘데리러 가 (Good Evening)’ / [‘The Story of Light’ EP.1 - The 6th Album]

 ‘셜록’이나 ‘Dream Girl’, ‘Everybody’ 등에 비하면 확실히 미니멀해졌지만 역대 샤이니의 타이틀 곡중 가장 다이나믹한 감정선을 그린 곡이기도 하다.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를 ‘데리러 가’겠다는 외침은 아팠던 부분을 확실하게 인정하면서 네 명의 멤버가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하우스, 개러지, 알앤비, 퓨처베이스 등 다양한 장르를 뒤섞은 음악이 밝고 희망차면서도 슬픔을 체념하는 듯한 모호한 감정선을 만들어내고, 멤버들의 깔끔한 가성과 목소리를 겹겹이 쌓아 올린 화성은 곡의 몰입도를 높인다.


앨범의 인트로 트랙 ‘All Day All Night’에서 미래에 대한 다짐과 약속을 고음으로 가창하며 ‘데리러 가’의 발판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용기가 필요한 첫 시작으로 적격인 앨범이다.



“눈앞에 네가 다시 다가와 그때와 다른 결말이 오길”

 ‘I Want You’ / [‘The Story of Light’ EP.2 - The 6th Album]

대중이 샤이니에게 기대하는 음악, 샤이니가 가장 잘하는 음악이 담겼다. 타이틀곡 ‘I Want You’에서는 [Odd]에서 보여주었던 트로피컬 하우스의 여름을 다시 한번 재연했고, 묵직한 사운드와 격렬한 감정의 ‘Chemistry’, 자극적인 전자 사운드의 ‘Electric’, 익살스러운 표현의 ‘Drive’까지 흔들리지 않은 샤이니의 음악 세계와 여전한 감각에 반가움이 느껴진다.


‘데리러 가’보다 쉽고 가벼운, 굉장히 청량한 곡임에도 “눈앞에 네가 다시 다가와 그때와 다른 결말이 오길’”이라는 한 줄의 가사가 자꾸 아픈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라디오스타에 샤이니 멤버들이 출연했을 때 키가 “빨리 인정을 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저희 입으로 한 번 짚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1805313396I) 어찌 보면, 이 인터뷰처럼 멤버들이 그와 잠시 헤어졌다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다’고 매번 외칠 수만은 없는 멤버들에게 ‘I Want You’라는 음악이 마음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었기를 바란다.



“마지막까지 함께 채울래”

 ‘네가 남겨둔 말 (Our Page)’ / [‘The Story of Light’ EP.3 - The 6th Album]

‘네가 남겨둔 말’은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종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샤이니 멤버들이 직접 쓴 가사, 곡의 후반부에 멤버들의 합창으로 채운 코러스는 목소리가 너무 청량한 탓에 더욱 울컥하기도 한다. 이후의 발라드 곡 ‘Tonight’과 ‘I Say’에서도 감정선을 이어가고, ‘Retro’에서는 재지한 편곡의 독특함으로 앨범 내 환기의 역할을 한다.


구성이 가장 흥미로운 ‘Lock You Down’이 종현의 목소리가 담긴 보너스 트랙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독특한 타악기 사운드들이 곡을 이끌어 가며 멤버들의 여유로운 보컬이 간간이 곡의 분위기를 바꾸어 낸다. 재생하기 전부터 눈물의 각오를 한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재미있는 음악이었다.


세 장의 연작을 통해 종현의 빈자리를 구태여 숨기지 않고 본인들의 서사를 솔직히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고, 연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샤이니는 이 앨범을 통해 샤이니 5명의 멤버들과 혹여나 아직은 4명의 샤이니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팬들, 그리고 대중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종현이 음악으로 항상 전달하고자 했던 위로의 메시지를 또 한 번 모두의 목소리로 전한 셈이다. 






이후 리패키지 앨범 [‘The Story of Light’ Epilogue - The 6th Album]까지 발표했고, “셀 수 없는 이유들이 남아 있어”라고 샤이니의 존재와 계속을 확실하게 긍정했다. 네 장의 앨범은 10년을 탄탄하게 쌓아온 샤이니를 축하하는 기념작이자, 또 다른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종현에게 진심을 담은 인사까지 전하며 그저 신날 수만은 없었을 그들의 10주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때의 다짐들을 지나 지금의 ‘Don’t Call Me’와 ‘HARD’에 이른 샤이니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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