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y Kids, THAMA, 더보이즈, Bella Poarch 외
G.O : 그룹 내 자체 프로듀싱 팀 3RACHA(방찬, 창빈, 한)의 존재는 스트레이 키즈를 돋보이게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도할 수 있다. 아이돌 시장에서 '자체 프로듀싱돌'이라는 키워드가 만연해진 이유 또한, 나는 스트레이키즈의 성공을 계기로 해당 전략을 모방하는 것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라고도 평가하고 싶다. 그렇게 전 타이틀곡에 참여한 3RACHA는 스트레이키즈의 음악적 정체성을 착실하게 꾸려나가며, 본인들만의 음악적 줏대를 내세웠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락 (樂)’ 또한 그들의 음악적 고집을 이어받는다.
묵직하고도 강렬한 사운드의 향연, 짧은 감미로움을 첨가하기 위한 Pre-Chorus의 변주, 중독성을 위해 반복되는 Chorus의 테마와 쉬운 가사 등 지난 타이틀곡과도 비슷한 구성을 보여주는 ‘락 (樂)’은 스트레이키즈가 고수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각인했다. Drift phonk 장르를 끌어오며 그 스펙트럼에 미미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결론은 '마라맛 음악'으로 지대한 관심을 이끌었던 그들은 역시나 맵고도 강한 맛을 택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감상했다면 떠오르는 의문이 존재할 것이다. Rock 없는 락, 홍철 없는 홍철팀, 앙꼬 없는 찐빵. 장르와 콘셉트의 유기성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은 rock ver. 의 음원이 따로 수록되어 있다는 것에서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더불어 음악적인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데, 광기 어린 워드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곡에 친절함을 한 스푼 더하는 특유의 Pre-Chorus 파트도 이번 곡에서는 플랫한 탑라인으로 무난한 감상에 그치게 했다.
구태여 'Rock'이 아닌 '즐거울 락'에 집중하고 있는 이 곡은 과연 청자에게 진짜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돋아난 근본적인 의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마라맛 음악'의 연이은 성공으로 일관적인 줏대와 고집을 내세워야만 했던 그들의 방향성이 족쇄가 된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 같은 구성과 스타일을 이용하며 장르로만 음악적 스펙트럼을 소극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고집 있는 음악적 스타일은 그들에게 성공을 안겼지만,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닌 수단이 그들의 전부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닐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로 나는 3번 트랙을 추천하고 싶다. 강렬한 트랙에 묻혀 버렸던 미성의 보컬 라인 멤버들이 제 옷을 입고 과감하게 뛰어놀고 있는 것을 듣고 있자면 '진짜 즐거울 락'이 무엇인지 새삼 느낄 수 있으니.
미온 : K-R&B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5월, 애플 뮤직은 한국 R&B 플레이리스트 'KRNB'를 론칭했고, 스포티파이 또한 국내 알앤비 플레이리스트를 다수 제작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K-POP만 외치던 해외 리스너들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양상인데, "이게 K-R&B의 현주소다!"라며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앨범이 타이밍 좋게 등장했다.
[WOOOF!]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THAMA의 그루브와 바이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 하겠지만, 몇 개의 트랙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는 ‘Baby I Know’와 ‘Bump It Up’에서 사람들은 느낌보다 계산적인 것을 좇지만, 자신은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의 그루브와 바이브를 느낄 수 있다. 계산보다는 느낌을 따르고, 정해진 리듬보다는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것. 그것이 THAMA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조건 없는 사랑을 주겠다는 ‘Won’t You’, 순수한 음악적 고민이 담겨있는 ‘Cutty Sark’ 또한 마찬가지다. 모두 공통적으로 그가 지향하는 삶과 사랑, 음악의 모습은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하자!"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간 얼마 나 많은 셈을 하고 살아왔던가. 그래서인지 [WOOOF!] 속 선율과 가삿말은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저 느낌 가는 대로, 나만의 그루브에 맞춰 살아가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을 테니까. [WOOOF!]는 정확히 그 지점을 건드린다.
사운드 또한 빠질 수 없다. 전체적으로 리드미컬한 알앤비 소울의 특징을 잘 살렸고, 단순하지만 세련된 연주를 더해 차별점을 두었다. 특색 있는 트랙을 하나 꼽자면 ‘Cutty Sark’인데, 가사 속 술자리 장면을 유리잔 소리와 비슷한 타악기로 연출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처럼 [WOOOF!]는 메시지, 사운드, 이미지 뭐 하나 어긋나는 것이 없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앨범이 우리에게 어떤 바이브와 그루브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다는 것. 이 정도면 국내 알앤비 소울의 오늘과 내일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동치쓰 : 음악은 순간과 찰나의 예술이다. 음악의 감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며, 이를 향유하는 감상자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며 듣게 되기 마련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정서는 찰나의 순간 지나쳐버릴 수도 있고, 우리는 그 전개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때로는 예상한 그대로, 때로는 아예 예상치 못한 전개와 음악적 요소들의 조합으로 인해 그 음악에서 오는 개개인의 기호가 갈리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보이즈의 이번 타이틀곡 ‘WATCH IT’을 다 듣고 난 직후의 첫 감상은, 제목인 ‘WATCH IT’과 '걸렸어 In my trap 이미 늦었어'라는 가사처럼, 예상과 다르게 한 끗차이로 변해가는 찰나의 순간들이 서서히 결 집되어 곡이 끝나는 마지막에는 이미 나도 덫에 걸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해당 곡의 인트로에서는 ‘REVEAL’이나 ‘ROAR’ 등 기존에 시도했던 치명적인 콘셉트의 곡들이 연상되는 타격감 있는 베이스 라인으로 강렬하게 치고 들어온다. 그리고 해당 인트로가 귀에 꽂힌 순간 처음 든 생각은 이러한 선택이 이제는 연차가 꽤나 쌓인 더 보이즈에게는 무난한 선택이면서, 비슷한 콘셉트를 시도했던 기존의 곡들과 큰 차별점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그 예측은 프리 코러스까지의 파트를 지나 코러스 파트가 나오자 보기 좋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코러스에서는 기존의 예상과 달리 베이스라인의 멜로디가 조금씩 변모해 갔고 반음계의 미세한 차이를 활용하여 찰나의 순간마다 스리슬쩍 능구렁이처럼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가 펼쳐졌다. 그 후의 전개에서는 가랑비에 옷 젖듯 트랙들이 조금씩 쌓여갔고, 하이라이트 코러스에 가서는 어느덧 그런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기존의 단순한 베이스라인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되 그 골조 위에 꽤나 웅장하며 복잡한 트랙을 선보이며 끝을 맺는다. 예상과 다르지 않은 전개를 보인다고 생각한 그 찰나에 이들의 음악은 조금씩 변모해 가고 있었고,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파악할 새도 없이 나는 올가미에 걸린 듯 빠져들어 다시금 이 음악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 뒤에 배치된 트랙들에도 자연스럽게 완급이 조절되며 마지막까지 그 감상이 전혀 어렵지 않게 이어졌다. 바로 이어지는 유닛 곡들인 ‘덫 (Rat In The Trap)’과 ‘Honey’에서는 타이틀곡과 비슷한 치명적인 무드를 이어갔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쯤 4번 트랙인 ‘Bad Luck’부터는 조금씩 힘을 빼면서 몽환적이며 나른한 분위기를 추가하여 완급을 조절하였다. 이처럼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적인 구성에서도 조금씩 미세한 변화를 주며 흡입력을 유지하였다. 곡 안에서도, 앨범 전체에서도, 그리고 기존의 더보이즈가 보여온 음악들과도 어찌 보면 큰 차이점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데뷔 초의 청량한 소년의 모습들이나, 각종 서바이벌을 통한 이들의 성장의 순간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처럼 다크한 모습 등을 종합해서 비교해 보면 그런 미세하게 성장해 가는 찰나들이 모여서 현재의 더보이즈가 되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찰나의 예술인 음악처럼 무수히 많은 찰나와 순간들의 연결로 이뤄낸 더보이즈의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이 앨범에서 느껴보자.
G.O : 음반 시장에서 '레트로' 키워드는 단순히 디스코나 신스웨이브로만 뻗어나가지 않는다. 벨라 포치의 신보 또한 그러하다. 마치 뻔한 80년대 디스코가 흘러나올 것만 같은 커버의 뒤엔 하와이안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가 첨가된 음악이 청자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또한,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만 같은 이 로맨틱한 음악은 벨라 포치만의 직설적인 워딩이 등장하며 새로운 뉴트로를 꾀한다.
예스러운 하와이안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와 피아노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무드를 형성하지만, 기계적인 비트 사운드가 큰 존재감을 표하며 현대적이면서도 독특한 뉘앙스를 만들었다. 이렇듯 아날로그와 디지털 고유의 특징들이 잘 버무려져 벨라 포치만의 뉴트로가 무엇인지 알리고 있는 듯하다. 나쁜 남자는 최악이지만 최고이기도 하다며 속된 말로 벨라 포치만의 MZ 한 연애관을 드러내는 가사 또한, 벨라 포치만의 색깔이 톡톡히 드러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특별히 혁신적인 음악이라 평을 남기기엔 잔잔히 흘러가는 음악이지만, 우후죽순 발매된 '레트로' 음악에 물린 이들에겐 은근한 새로움을 안겨주는 신보이지 않을까. 레트로 키워드를 지겹다 치부하기엔 아직 그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다.
동치쓰 : 잭 할로우는 확실히 기존의 힙합 씬에서의 대세가 되는 랩 스타들과는 다른 본인만의 길을 가고 있다. 단지 그의 피부색에 따른 인종이 다르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어느 새부턴가 힙합 음악에 있어서 각종 마약과 관련된 약물 등의 내용은 필수 불가결의 요소가 되었고, 이에 대한 연쇄 작용 중 하나로 우울의 정서가 메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마약과 관련된 각종 이슈로 인해 씬을 이끌어야 할 많은 신예 아티스트들이 올바르지 않은 행실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르는 등의 부작용을 겪어야 했고 이에 따라 씬 자체의 하강 나선을 그리는 데에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잭 할로우는 달랐다. 그의 태도는 당당했으며 반듯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런 점은 그의 가사와 음악에서도 드러나곤 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번 싱글의 엄청난 흥행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힙합 씬의 부흥을 이끌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ovin On Me’는 Cadillac Dale의 ‘Whatever(Bass Solique)’을 샘플링하여 만들었는데 이는 그의 지난 커리어 상 최고의 히트 곡 ‘First Class’와 굉장한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다. Fergie의 ‘Glamorous’를 샘플링한 ‘First Class’처럼 ‘Lovin On Me’ 곡에서도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팝송을 샘플링하였지만 그 위에서 흥얼거리듯 자연스럽게 랩을 하는 스타일은 우울하게 웅얼거리는 멈블 랩 형식이나 공격적으로 폭력적인 랩을 뱉는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멜로디컬한 랩을 뱉는 등 대중성에 더 신경을 쓴듯한 이지리스닝 형식의 곡 전개를 통해 과거 전성기 때의 드레이크까지 연상될 정도다. 그러면서도 숏츠나 틱톡 등 MZ세대를 겨냥한 듯 밋밋한 듯 세련된 절제가 보이는 랩 스타일이 현재의 듣기 편안한 음악을 추구하는 대중들의 취향을 더욱 사로잡은 듯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First Class’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한 의식을 너무 많이 했다는 점. 흥행과는 별개로 이런 점으로 인해 후에 명곡 반열에 오를만한 깊이가 있는 곡으로 들리진 않는다. 지난 ‘First Class’의 흥행으로 원 히트 원더로 끝날 뻔한 그의 상업적 커리어에 있어서 이런 흥행 자체를 너무 의식하여 크게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 곡이 나왔다는 점이 아쉽다. 잭 할로우가 다음 세대의 레전드가 되기 위해선 듣기 좋으면서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싱글로서만이 아니라 길이길이 회자될 명반의 탄생시키는 것이 그의 다음 과제로 보인다.
미온 : Lucky Daye가 드디어 수많은 미국 R&B 싱어들을 제쳤다. 그 비결은 Bruno Mars의 프로듀싱. 이전까지 그는 나에게 톤 좋은 'one of them' 일 뿐이었는데, 이번 싱글은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그 시발점은 Lucky Daye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은 D’Mile로 추측된다. Lucky Daye의 정규 1집 [Painted]을 프로듀싱한 그는 이후 Silk Sonic의 앨범 프로듀싱도 맡게 된 바가 있다. 그러한 연유로 그를 제일 잘 아는 D’Mile과 히트곡 제조기인 Bruno Mars가 동시에 지원사격에 나선 것인데, 천군만마를 얻은 덕일까. 흑인음악의 원액이란 원액은 모두 착즙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게다가 곳곳에 배치된 실로폰 소리와 화음은 Silk Sonic의 음악을 즐겨 듣던 사람들에게 세계관 대통합과 같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서는 Bruno Mars와 Lucky Daye가 함께 부르는 AI 음원 버전도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의 보컬이다. Bruno Mars에게 1:1 보컬 디렉팅을 받았나 싶을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소울을 보여주는데, 진성과 가성을 오가고 음의 높낮이를 휙휙 옮겨 다닐 때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저 황홀하다는 생각과 함께 무한 반복 재생을 할 뿐, 지금도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나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다(맛있는 거 먹으면 미간부터 찌푸려지는 것처럼). 결국 프로듀싱만 찬양하는 것 같아 Lucky Daye에게 괜스레 미안해지지만, 인연으로 치면 좋은 은사님을 만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다이아몬드도 가공이 되어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렴 그에게는 좋은 영향을 준 작업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를 좋은 발판으로 삼아 더욱 반짝여 주기를 바란다.
※ '미온', 'G.O'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