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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Dec 13. 2023

마라맛 K-서바이벌의 명과 암

아이돌 데뷔의 표준이 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역사

2022년이 걸그룹의 해였다면 2023년은 단언컨대 보이그룹의 해라고 말할 수 있다. 라이즈(RIIZE),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같이 엄청난 자본력을 가진 그룹을 시작으로 파우(POW), 더윈드(The Wind)처럼 중소 아이돌의 데뷔 성적도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 가장 많이 웃는 아티스트는 제로베이스원이다. 제로베이스원은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데뷔한 그룹이며, 프로그램 시그널 송 ‘난 빛나 (Here I Am)’의 유튜브 누적 조회 수는 1,200만 회를 넘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역대 케이팝 그룹 최초로 ‘데뷔 밀리언셀러’라는 대기록과 함께 미국 그래미에서 2023년 가장 주목할 케이팝 보이그룹으로 선정될 만큼 그들은 데뷔와 동시에 큰 사랑을 받았다. 세부적인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의 인기에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화제성이다. 




이러한 인기는 시청자의 투표가 중요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 크게 작동한다. 그리고 본인들이 원하는 멤버를 반드시 데뷔시켜야 한다는 동기를 주면서 팬들을 보다 적극적인 소비자로 만든다. 따라서 제로베이스원의 인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정해진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엠넷에서 ‘프로듀스 101’을 시작으로 데뷔한 IOI 그다음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까지 모든 그룹은 데뷔 당시 초동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연습생이 아닌 현역 가수로 활동하는 아이돌들이 경쟁하는 ‘퀸덤’ 시리즈는 빛을 보지 못했던 ‘오마이걸’과 ‘더보이즈’를 한 번에 상위 티어 아이돌 아티스트로 성장시켰다. 그만큼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언제나 성공적이었다. 결과론적으로는 말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아이돌의 경쟁 시스템을 팬들에게도 부여해 그들에게 과몰입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래서 방송이 진행하는 동안 온라인 사전투표와 생방송에서 문자 투표까지 모든 회차는 시청자들과 함께한다. 그리고 시청률에 목숨을 건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이러한 점을 보다 더욱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인 편집을 통한 인격모독 그리고 자극적인 예고편을 위한 짜집기가 난발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절대 공정성이라는 낱말이 양립할 수 없는 구도이며,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데뷔 조를 구성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프로듀스 101시즌 3에서는 데뷔 조 2명이 바꿔치기 됐다는 소문은 팩트로 밝혀졌으며,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2명의 참가자도 공공연하게 노출되었다. 그다음 시즌에는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투표수 조작이 큰 논란을 일으켰으며, 이젠 다신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듀스 X 101’이 끝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이름만 바뀌고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걸스 플래닛999 : 소녀대전’이 방영됐다. 글로벌 투표가 중요한 프로그램인 만큼 CJ 입장에서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일본 중국 한국 참가자의 수를 고정했으며, 국가별 한 명씩을 뭉쳐 하나의 셀로 만들어 등급을 매기는 방식과 모든 참가자들의 직캠 영상을 풀면서 프로그램을 보면서 투표해야 하는 대중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었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 등수는 높으나 같이 묶인 셀 멤버들의 점수가 낮아 총합 등수는 계속해서 낮은 멤버가 존재했으며, 애초에 가장 월등히 중국의 인구수가 많은데 똑같은 투표 권한은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러한 논란은 계속 나왔으나, 방송을 통해 데뷔한 케플러는 슈퍼 루키가 되어 3개월 만에 뮤직비디오 1억 뷰, 7개월 만에 스포티파이 1억 스트리밍을 기록하기도 했다.


 악마의 편집이나 과도한 티가 나게 방송을 잡아주는 소위 ‘PD 픽’은 사실 ‘프로듀스 101’ 훨씬 보다 전인 ‘슈퍼스타 K’와 ‘쇼미더머니’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20년이 지났어도 없어지기는커녕 더 자극적으로 발전했다. 화제성을 목표로 한다는 명목 하에 투표 시스템은 지속되었으며, 논란의 불씨는 그대로이다. 사람들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극적인 마라탕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처럼 서바이벌 방송을 통해 데뷔한 그룹의 화제성과 결과는 정말 엄청나다. 최근에는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데뷔 트레일러의 일환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것이 유행으로 남아 있다. 가령 YG엔터테인먼트의 베이비몬스터, 빌리프랩의 아일릿(I’LL-IT), SM엔터테인먼트의 NCT 새로운 유닛 모두 이번 2023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또는 데뷔를 확정 지은 그룹이다. 알고 있는 맛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시청자들은 논란이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도 본인이 데뷔에 일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투표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 베이비몬스터, 빌리프랩 - 아일릿(I’LL-IT)
SM엔터테인먼트 - NCT 새로운 유닛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흥행은 넷플릭스 인기 작품 ‘오징어 게임’과도 비슷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참가자의 절박함을 이용하며,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하게 만든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를 재미로 즐긴다. 마찬가지로 프로듀스를 포함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들의 꿈을 가지고 경쟁을 시키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이는 잔인하지만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사람의 본성을 충족시키기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서바이벌의 재미는 살리되,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온전히 실력으로 평가받는 경쟁 시스템과 투표의 공정성이 더욱 필요하다. 본인이 응원하는 사람만을 투표하는 방식, 그리고 데뷔를 하지 못하는 멤버들은 바로 버려지는 시스템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이자 어두운 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한 사람들의 여정은 끝나지 않으며, 계속 서바이벌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디벨롭되어 나올 것이다. 




by 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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