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IXX, Zion.T, 잠비노, Dove Cameron 외
카니 : 믹스 팝을 기반으로 하는 음악은 시중에 많이 발매되기 때문에 K-POP안에서 믹스 팝을 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초반 NMIXX의 믹스 팝이 신선했던 건 깡다구가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데뷔 후, 팬들 사이에서도 믹스 팝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그 점을 의식해서인지는 여타 다른 아이돌 믹스 팝과 비슷하게 제조된 음악들을 한동안 가져왔다. 듣는 귀는 편안해졌을지 몰라도 심장은 반응하지 않는 그럴듯한 곡들로 겨우 맥락만 이어갔다. 한번 'NMIXX change up!'에 맛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그런 음악들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NMIXX의 신곡이 기대되지 않았지만 ‘Soñar’가 공개되었을 때, 예상과 다르게 심장이 쿵쿵 뛰었고 ‘Soñar’에 도파민이 자극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네마틱 사운드로 막을 열고 라틴 힙합으로 분위기를 심고 UK Garage로 변환해 힘을 풀어 변조를 주고 웅장한 북으로 마무리까지 완벽한 기승전결의 한편으로 한동안 굶주렸던 다이내믹함의 허기를 채워주는 제대로 된 NMIXX만의 믹스 팝이 확실했다. 라틴풍 음악, ‘함께 여정을 꿈꿔보자’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Come a so-soñar'나 '닻을 던져봐'라는 가사에서 앞으로 나아가게 될 NMIXX의 다짐과 의지가 보였다. ‘꿈을 꾸다’라는 뜻을 가진 ’Soñar’의 정체성과 NMIXX 세계관인 'MIXXTOPIA =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이상향의 세계'의 기조와도 잘 맞아떨어져 모든 점이 엇나가지 않고 알맞게 맞아떨어진 퍼즐 조각의 완성 같은 곡이다.
frank : 왜 그런 사람 있지 않나. 재미있는 얘기를 잔뜩 가져와 풀어놓지만 뭔가 모르게 어색한 친구. 언젠가부터 내겐 자이언티의 음악이 그랬다. 분명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음악의 기조에도 불구하고, [OO]를 거쳐 [ZZZ]에 이르기까지 자이언티의 음악은 내게는 한없이 뻣뻣하게 들렸다. '자이언티'란 이름에 대한 기대가 너무 무거웠던 걸까. 날아갈 듯이 유려하게 노래하던 그의 음악엔 언젠가부터 무거운 무엇인가 얹혀있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신보가 솔직히 크게 기다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또 한 번 자리에 앉아 앨범을 모두 들었을 때, 그의 새로운 이야기에서 어떠한 어색함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너무 편안하고 따뜻하다. 스타일리시하지만 '젠체하지 않은' 앨범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담백한 듯 슴슴한 곡 구조 가운데 자이언티 본인의 존재감만으로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그렇다고 또 단조롭지는 않다. HONNE부터 윤석철 트리오까지 다채로운 피처링 라인업에서도 보이듯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가운데, 그는 이 모두를 [Zip]이라는 앨범 제목처럼 편안한 톤 앤 무드로 깔끔하게 압축해 낸다. 그 덕에 전형적인 '연말용 트랙' 없이도 포근함이 물씬 느껴지는 건 덤.
집처럼 따뜻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던 자이언티는 소개 글에 이번 앨범을 편지처럼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중에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곡을 찾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에게 전해주고 싶다. 편지는 모두 잘 도착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또 다음 편지를 기다리겠다고.
베실베실 : 거친 드럼 필인으로 시작되는 곡의 전체적인 질감과 분위기는 Pharrell이나 Tyler, the Creator의 몇몇 곡들을 연상케 한다. 기존 잠비노의 음악만을 생각하면 다소 낯설겠지만 프로듀서로 참여한 같은 이주민 크루 출신 The O2의 음악 스펙트럼을 안다면 크게 놀랍지는 않다. 가장 놀라야 할 것은 이영지의 랩일 것이다. '고등래퍼 3'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특유의 속사포 우다다다 랩을 잠시 뒤로하고 본 곡에서는 여유로운 싱잉랩으로 랩을 시작하는데, 전체적인 플로우는 Tyler, the Creator를 연상케 했으며 영어 가사 중간에 나오는 '너도 부럽지'와 같은 부분은 장석훈 특유의 플로우까지도 소환해 냈다. 뒷부분의 다소 빨라지는 랩도 조금 여유롭고 느릿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 정도로도 이영지를 다시 보기는 충분했다. 이제야 이영지의 제대로 된 장기를 찾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아쉬운 것은 잠비노의 소화력이다. 앞서 말했듯이 잠비노의 음악과 조금 거리가 있기에 랩이 비트와 쉽게 어우러지지 않는다. 이전의 이영지가 했을 법한 (특히, 이 곡에서 했으면 안 됐을) 속사포 랩을 잠비노가 해버리니 그저 개탄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영지가 이런 Tyler스러운 비트에서, Tyler 같은 톤의 랩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가 있다. 한국의 Tyler는 장석훈이 유일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한 명이 더 생겼다. 남은 것은 이영지가 작품을 내는 것뿐이다.
카니 : Sam smith, Troye Sivan, Dove Cameron의 공통점은 모두 커밍아웃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선 두 아티스트들처럼 욕망을 파격적으로 드러냈던 것과 다르게 Dove Cameron은 생물학적 사랑이 아닌 그보다 깊은 사랑을 내포한 앨범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이 그에게 새로운 지표임을 보여주는 것은 디즈니 키즈였던 하이틴스타의 모습을 아예 찾을 수 없다는 점과 방향성이 달랐던 과거의 싱글들을 음원사이트에서 과감히 삭제하는 행보였다. 미공개 곡을 그때의 감성에 머무르게 하고 싶어 굳이 발매하지 않는 아티스트는 수없이 봤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삭제해버리는 아티스트는 새로웠기에 강단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 강단이 [Alchemical: Volume 1]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화에서도 음반에서도 하나를 두 개로 쪼개는 식의 방식은 꽤나 실패했던 전적이 많기 때문에 데뷔앨범을 두 개로 나누는 것은 꽤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증표다. 타이틀 곡인 ‘Lethal Woman’은 웅장하게 시작되는 피아노와 쿵쿵 내리꽂는 비트가 확실히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강하게 터뜨려주는 코러스가 듣는 맛이 있는 곡이지만 개인적으로 ‘Sand’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일차원적으로 나열되고 중복되는 가사보다 은유적인 표현에서 울림을 받는 편이라 한 줌의 모래알이 관계의 결속 속에서 연약함을 연상시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가냘프지만 끈적한 목소리가 팜므파탈을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저지클럽비트에 날 선 목소리가 매력적인 ‘God’s Game’, 젠더 이슈를 다룬 ‘Breakfast’도 같이 듣기 좋은데 ‘Breakfast’는 뮤직비디오가 꽤나 재미있고 신선해서 영상과 함께 듣는 것을 추천한다.
[Alchemical: Volume 1]은 음악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묵직함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타격감 있는 비트에 끈적하고 퇴폐적인 무드가 앨범의 유기성을 주지만 Dove Cameron이 말하고자 한 사랑의 정의가 너무 장황했던 탓일까 애매하게 적힌 가사에서 내포된 의미들을 쉽게 찾을 수 없었고, ‘Breakfast’처럼 뮤직비디오를 봐야만 곡 안에 내포된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최크롬 : 산뜻한 브라스 테마에서 녹황색사회의 무언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폭발적인 보컬의 후렴구는 영락없는 히게단디즘의 모습이다. 이처럼 초고음역대를 유지하며 파워풀함과 서정적인 감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보컬이 이 밴드의 상징이자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번 싱글의 경우는 제이팝 특유의 많은 음절과 겹쳐져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인트로부터 초반 벌스단까지의 전개가 높은 흡인력을 자랑하는 반면, 유독 후렴구의 피로도가 높다는 점은 아쉽다. 샤우팅 형식으로 설계된 단순한 리듬과 음정의 문제일까. 덕분에 5분대의 긴 러닝타임을 효과적으로 끌고 가기 어려운 구성이 되어버렸다. ‘SOULSOUP’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강렬하지만 쿨타임이 오래 필요한 자극적인 패스트푸드 재질의 곡이라는 점은 꽤나 역설적이다.
frank : 영화 OST 앨범을 굳이 왜 찾아 듣나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질문이다. 나도 한때 세상에 들을 음악이 얼마나 많은데 영화 음악까지 챙길 시간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변했다. 이제는 그 질문에 '음악만 들어도 영화를 보던 순간의 감정이 되살아나서'라고 답할 것 같다. 좋은 영화 속 좋은 음악은 내게 보통의 음악보다 조금 더 짙은 감정적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오래 간직하고 싶을 때면 OST 앨범을 마치 내 일상 BGM처럼 반복해서 재생할 정도로 말이다.
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영화 음악인 '괴물' 역시 그랬다. 하나의 사건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입체적 구성 속에서, 그의 음악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실이 무엇일지 머리를 굴릴 틈 없이 상황과 인물에만 오롯이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전반적으로 음울한 멜로디 속에서도 동시에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영화의 구성만큼이나 입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비디제시스(영화 밖에서 작용하는 소리)인 음악이 마치 디제시스(영화 속에서 작용하는 소리)처럼 느껴질 만큼, 영화의 내러티브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하나의 콘텐츠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한다.
사실, 내가 일본에서 가장 사랑하는 감독과,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너무나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나의 높은 기대치마저 뛰어넘어서 또 다른 차원의 가치를 줄 때면, 내가 이래서 콘텐츠를 사랑했지 하는 근본적인 감동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 이번 글은 어찌 보면 음악 리뷰는 아니다. 하지만 음악이 콘텐츠와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감상의 형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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