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e,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김심야, Nicki Minaj 외
배게비누 : "사랑에 대하여 멈추지 않고 이야기해야겠다." 콜드의 러브스토리가 시작된 [Love Part 1]에서 그는 영원을 다짐했다. 콜드 다운 낭만이다. 한 사랑이 가면 또 다른 사랑이 오기 마련이다. 지난 앨범들에서 보여준 그의 사랑은 순환한다. 꽃이 되고 파도가 되어. 그리고 원을 그리며 순환하는 두 곡이 [After Love]에 담겼다.
꽃, 파도, 원처럼 순환하는 것들은 완벽하게 쪼갤 수 없는 스펙트럼 같다. 사랑 역시 그런 성질을 갖고 있다. 행복과 슬픔이 얼기설기 얽힌 모순적이고 복잡한 감정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After Love]는 명과 암을 구분할 수 없는 사랑 스펙트럼 같다. 정반대이지만 하나로 얽혀 돌고 돈다. 두 곡은 양극단의 상황을 묘사한다. ‘if you love me (demo)’의 화자는 '너만 있으면 나는 좋아'라며 행복한 사랑에 취해 있지만 이어지는 ‘아무렇지 않아’에서는 이별 후 남은 미련을 애써 지워내며 괜찮은 척을 한다. 동시에 음악은 자연스럽게 이 간극을 좁히고 있다. 두 곡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타 또는 킥을 메인으로 굉장히 미니멀한 구성을 가져간다. 가벼운 트랙은 새벽 감성 가득한 콜드의 음색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이는 두 곡을 잇는 또 다른 연결점이 된다. 그래서 시작하면 끝이 나질 않고 무한 루프를 돌며 이 러브스토리를 듣게 된다.
끊임없는 사랑 이야기를 다짐했으니 그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또 다른 사랑 노래를 할 것이다. 두 곡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매 EP마다 다른 인상을 주는 아티스트였으니 두 곡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싱글은 그의 사랑 세계관을 담은 지난 시즌의 요약본이자 다음 시즌의 예고편이라고 생각하련다.
Jason : 밴드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실 노래를 잘하면 솔로 가수를, 기타를 잘 치면 전문 세션을 하는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드 밴드를 하는 이유는, 결국 옳고 그름의 투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각기 다른 친구들이 모여서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도출해 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유니크함을 가진다. 얼마나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자 멋대로 하는 지랄 맞은 과정 속에서도 한 순간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느껴지는 쾌감에 충실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1969]는 '우리끼리'에 온전히 집중한 앨범이다. 평소 놀고먹고 연습하며 공연하던 라이브 클럽에서 앨범명을 따온 것과, 아주 기본적인 밴드 셋만 가지고 모든 트랙을 원 테이크로 녹음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그래서인지 합이 압도적이다. 마치 완성도 높은 라이브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원초적인 사이키델릭 톤의 텔레캐스터는 공간을 가득 채우고 절제된 베이스와 드럼은 심장 박동을 때리면서, 히피처럼 자유로운 이 구남(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라는 밴드는 마침내 한 점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문득 '함께 녹음하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잦은 멤버 변화로 인한 피로감이나 세월의 흐름에 따른 성숙함으로 인해 구남이 지금의 형태를 앞으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밴드라는 행위를 오래오래 행복하게 하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은 결국 재미와 쾌감에 있다는 것이다.
SOOO : 은퇴를 번복하고 내놓은 김심야의 EP 앨범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총 4곡이 수록된 EP [w18c]는 일렉트로닉과 힙합 사이,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사이의 김심야의 고민을 그대로 담아낸 앨범이다.
빈지노 트랙의 피처링과 뉴진스 트랙의 랩메이킹과 작사까지. 활발한 활동 속에서의 그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번 EP 앨범은 미니멀리즘의 대가 한스 짐머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돋보이는 트랙은 ‘MOO OOH OOH OOD’. 표기 그대로 반복되는 사운드는 정제하고 또 정제한 미니멀리즘의 극치이다. 깔끔한 올 화이트가 전부인 앨범아트 또한 그의 미니멀리즘 철학을 보여준다. 랩의 비중은 줄었다. 김심야 특유의 뛰어난 랩 메이킹만을 기대한 팬들은 아쉬울 것이다.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의 독보적인 톤은 그대로이지만, 그 비중은 현저하게 줄었다. 이를 그리워했던 팬들은 마지막 트랙인 ‘GAWI’를 가장 반가워할 것이다. 자유자재인 그의 플로우와 수준급의 완급조절은 여전하다.
못해서가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잘해서 더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 김심야는 이번 EP에 대해 '실제로 들리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대중적인 트랙으로 꼽을 수 있는 ‘GAWI’에서 그는 '너에겐 장식, 나에겐 방식, 나에겐 상식'이라는 가사를 뱉는다. 장식이 아닌 방식과 상식으로 다가간 음악. 그래서 실제로 들리는 그대로의 음악이다.
SOOO : 니키 미나즈가 칼 갈고 돌아왔다. Drake, J.Cole 등 화려한 피처링과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거대 프로모션, 그리고 22곡의 꽉 채운 정규 앨범 [Pink Friday 2]이다. 2010년 데뷔 앨범인 ‘Pink Friday’의 후속 앨범이며, 약 5년 만에 발매되는 정규 앨범이다. 70분에 다다르는 [Pink Friday 2]는 힙합을 베이스로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Billie Eilish의 히트곡을 샘플링 한 ‘Are You Gone Already’으로 가늘고 우울하게 시작되어, 드릴, 팝, 아프로 비트, R&B, 트랩 등의 다양한 장르로 이어진다.
현재 가장 반응이 뜨거운 트랙은 ‘Needle’. 드레이크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곡은 니키 고유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가득 담은 부드러운 팝이다. 특히, 드레이크의 사랑 노래 시절을 그리워했던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Cowgirl’로 이어지는 달콤한 이지리스닝 바이브의 팝은 니키 미나즈가 ‘Doja Cat’ 등 얼마나 많은 여성 힙합 아티스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힘을 뺀 시도뿐만 아니라, 니키가 잘하는 디스랩 또한 ‘Fallin 4 U’와 ‘FTCU’ 등의 빠르고 강한 비트의 트랙에서 이어진다. 특유의 쫀득한 발성으로, 표면적인 라이벌인 ‘Cardi B’와 다른 여성 래퍼들을 거침없이 디스하는 니키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Gag City'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독보적이다. 프로모션 중에 그녀가 언급한 앨범 속 가상의 도시인 'Gag City'는 트위터에서 거대한 하나의 밈이 되었다. 맥도날드, 던킨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가 직접 핑크 빛 'Gag City version' 브랜드 이미지를 업로드하며 그 유행에 속도를 더했다. 니키임에 따라오는 파급력이다. 집중 프로모션으로 돌아온 니키의 '각'잡은 정규 앨범은 대중성을 확실히 잡은 그야말로 '블록버스터'다. 우린 이제 그저 그녀의 22개의 세련된 컬렉션을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Jason : 테이트 맥레이의 음악은 트랩, 팝, 그리고 발라드라는 삼원색에 기반한다. 어느 색의 물감을 더 섞는지에 따라 조금씩 색이 달라지지만, 결국 삼원색의 레인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각 요소가 적절하게 섞인 ‘you broke me first’는 온전한 흰색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여튼 이를 바탕으로, 그녀는 10대 소녀의 시선에서 사랑과 고민을 이야기하면서도 특유의 무게감 있는 보이스로 성숙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다만 빌리 아일리시나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비교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차별점이라고 하기는 분명 밋밋했다.
허나 깊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는 기회는 언젠가 찾아오는 법. [Think Later]의 리드 싱글 ‘greedy’는 그녀에게 섹시 디바라는 화려한 색을 입혀주었다. 팀발랜드 스타일의 리드미컬한 비트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후렴에서 터지는 신스 사운드는 끈적한 분위기를 내면서, 관능적인 퍼포먼스가 한껏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One Day’를 부르던 순박한 소녀가 ‘greedy’를 통해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서사는, 영화 '스타 이즈 본'을 떠올리게 만들어서인지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앨범 단위의 감상은 만족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한정된 범위의 안료만으로 색을 칠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복잡하게 여러 색을 쓰는 것보다 단순하게 한 가지만 쓰는게 결과적으로는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싱글 컷한 ‘exes’를 제외하면 삼원색 중 어느 하나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으로 더 다양하고 밝은 색을 찾으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게비누 : 그간 XG의 곡들은 힙합/댄스 장르의 곡이 많고 화음이나 애드리브 파트가 있긴 해도 이 부분이 두드러지는 아티스트는 아니었다. ‘New Dance’나 ‘Left Right’ 같은 곡에서 실력에 기반한 특색 있는 음색이 슬쩍슬쩍 보일 때마다 이를 십분 활용한 R&B/발라드 트랙을 더욱 바라왔다. ‘Winter Without You’는 이런 갈증을 채워주는 선물 같은 곡이다. 이 곡의 화음은 한 명의 리드보컬이 있고 여러 레이어의 코러스가 쌓이는 식으로 개성 있는 보컬은 살리되 공간감을 만들어서 몽글몽글한 감성을 더했다. 2절에선 아련하게 뱉어내는 랩이 이어지고 브릿지에선 소울풀한 가창으로 감정의 고점을 찍어준다. 절절하거나 과한 파트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동시에 갖고 있는 장점은 빠짐없이 담았다. XG가 추구하는 힙함과 감성적인 면모를 모두 보여주기 딱 좋은 R&B 윈터 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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