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은 이렇게 이겨내는 겁니다"
1. Agust D – [D-DAY]
제이 : 7년에 걸친 대서사시가 마침내 완성되었다. 자신을 증명하기에 급급했던 [Agust D]와 여전히 남은 분노를 토해내며 한층 성숙해진 모습의 [D-2]를 지나 7년의 성장통을 담은 결과물 [D-DAY]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거치면서 그는 더 단단해졌고,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당장 첫 트랙인 'D-DAY'부터 그렇다. 거친 워딩이 난무했던 전과 달리 미래는 괜찮을 것이라는 응원가로 앨범은 문을 연다. 늘 고정석처럼 자리했던 다수의 악플러에게 향했던 욕설은 ‘극야’를 통해 사회를 향한 날 선 질문으로 바뀌었고, 자기혐오로 얼룩졌던 고민은 ‘Snooze’를 통해 후배들을 위한 위로가 되었다. 이제야 완전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 때문일까, 전체적인 톤도 한결 가벼워졌다. 상당수의 곡에 필수적으로 있었던 비속어의 사용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악에 받친 긁는 톤의 랩은 편안하고 부드러워졌다. 7년이라는 시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해온 고민의 흔적은 여기 이곳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단순히 ‘국악기를 사용한 앨범’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되기엔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담겨있다. 아픈 과거는 지나갔고, 더 나은 오늘과 괜찮을 미래만이 남았다. 고통스러웠던 성장통을 이겨내고 비로소 평안에 접어들었음을 알게 해 준 순간이다.
"광기와 혼돈을 통해 보여준 에이티즈만의 정교한 정체성"
2. ATEEZ (에이티즈) - [THE WORLD EP.2 : OUTLAW]
동치쓰 : 에이티즈의 음악을 듣거나 무대를 보고 있자면 광기를 넘어선 일종의 혼돈마저 느껴진다. 몸이 부서져라, 세상이 떠나가라 혼신을 다하여 펼치는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에는 지금껏 선보여 온 아나키즘 콘셉트에 걸맞게 세상을 뒤집을 그릇이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K-HOT CHILLI PEPPERS’라는 부제부터 ‘청양고추 바이브’라는 직접적인 가사, 그리고 ‘기차놀이’를 형상화한 안무까지 해당 키워드들을 앨범 소개글 등지에서 처음 접했다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기획이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과 무대를 직접 눈과 귀로 한 번이라도 접한다면 우습다는 생각은 쏙 들어간다. 오히려 이러한 B급 요소들을 넘치는 에너지와 카리스마와 함께 버무려 청자를 압도해 버린다. 그만큼 음악, 퍼포먼스, 비주얼, 기획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본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극한까지 그 에너지를 밀어붙이며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광기 그 자체인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앨범 전체로 확장하여도 비슷한 감상으로 휘몰아친다. 첫 트랙 ‘Dune’부터 마지막 트랙 ‘Outlaw’까지 계속해서 '강강강강’인 텐션을 유지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듣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감상하는 이에 따라 다소 과하다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대(大) 이지리스닝 시대’에서 에이티즈는 자신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하게 보여주었다. 시대의 흐름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지 확실하게 파악한 이들이 뚝심 있게 본인만의 것을 더욱 정교하게 깎아 보여준 결과이다.
"빈지노의 한 시간짜리 농담 따먹기"
3. Beenzino - [NOWITZKI]
SOOO : 빈지노의 감각적인 농담들로 꽉꽉 채워진 18 트랙의 정규 2집. 앨범은 출시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발매 직후 20시간 만에 오른 멜론 100만 스트리밍은 높은 코어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의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18개의 트랙을 완성도 높고 다양한 비트를 바탕으로 힘을 한껏 뺀 가사로 농담을 얹어 진행해 나간다. 그가 청춘을 예찬하고 예술적 경지와 열망을 그렸던 기존의 곡들과는 다른 시도이다. 이러한 그의 이미지가 고수되길 바랐던 팬들은 공허함과 모호함을 이유로 아쉬움을 표한다. 긴장감을 내려놓고 인생을 즐기고 탐험하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들. 아트 옥션에서의 콘셉트를 차용한 ‘Monet’과 몽롱한 취기 끝의 ‘침대에서/막걸리’는 그의 이야기를 컨셉추얼 하게 흡수하는 재미가 있다. ‘여행 Again’과 ‘Coca Cola Red’는 여행에 꽂혀 놀고먹는 한량적인 모먼트를 유쾌하게 담아냈다. 군대 이야기를 담은 ‘Camp’와 어린 시절 기억을 풀어내는 'Sanso (interlude)'와 'Change'는 개인적인 순수함이 느껴진다. 또한, 자학적인 자기계발풍조를 비웃는 ‘바보같이’에서는 날 선 예술가의 예민한 통찰력도 돋보인다. 새로운 아티스트의 얼굴들도 보인다. Y2K92, oygli 등 뉴페이스의 피처링으로 식상할 수가 없는 구성이다. 뉴비를 발굴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시도는 자신이 속한 장르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의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의 성공적인 표본. 30대에 접어들고 군대와 결혼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간 그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노래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다. '바깥쪽으로 시선을 두기보다 오롯이 내적으로 보면서 작업했다'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의 고집을 확인할 수 있다.
"22분짜리 단편 영화 함께 감상하실래요?"
4. DPR IAN – [Dear Insanity…]
율무 : 경쾌하지만, 어딘가 우울하고 불안함이 서려 있는 앨범이다. ‘Famous Last Words’의 웅장한 현악기와 격렬한 드럼은 IAN의 어둡고 다채로운 심연 속으로 인도한다. 이후 보사노바 리듬, R&B,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의 융합한 세련된 사운드의 행진은 듣는 행위에 “순수 재미”를 제공한다. ‘Don’t Go Insane’에서는 갑자기 코러스를 드롭시키는가 하면, ‘So I Danced’에서는 코러스에서 정신없이 내달리는 다이내믹한 전개는 실로 혼을 쏙 빼놓게 만든다. [Dear Insanity…] 앨범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이 과감하고 실험적인 사운드가 마치 IAN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IAN의 조울증을 다루는 과정에서 변화무쌍한 감정의 변화를 IAN만의 예측할 수 없는 사운드와 가사로 풀어내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그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청자로 하여금 IAN의 세계를 같이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의 덕목을 가장 충실히 지킨, 가장 이상적인 앨범이다.
"키오프가 못하는 거 뭔지 아는 사람?"
5. KISS OF LIFE - [Born To Be XX]
미온 : 데뷔 앨범에서부터 모든 멤버의 솔로곡을 내걸었던 KISS OF LIFE. 그것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앨범이다. [Born To Be XX]는 이들이 지향하는 자유롭고 강렬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KISS OF LIFE가 가진 뛰어난 음악성을 드러내기에도 적합했다. 특히, 이들의 탄탄한 보컬은 K-POP 음악을 퍼포먼스 형식으로만 생각해 왔던 나의 인식을 한 번에 뒤틀어 버렸다. 비주얼과 컨셉이 아이돌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지만, 출중한 실력을 가진 이들의 음악을 이길 순 없지 않던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에 [Born To Be XX]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인상은 더블 타이틀 'Bad News'와 'Nobody Knows'에서 정점을 찍는다. 반항기 가득한 기타 리프와 묵직한 드럼 사운드 등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면서도, 그루브한 사운드와 유려한 R&B 보컬로 가창력을 뽐냈다. 이외에도 Destiny's Child가 연상되는 2000년대 알앤비에 트렌디한 댄스 팝을 가미시킨 'TTG', 가스펠의 콜 앤 리스폰스 형식으로 목소리를 쌓아 올린 'Gentleman'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넣어 다각면으로 이들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대단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이들이 어떤 멜로디 위에서도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훨훨 날아다닌다는 것. 앨범을 쭉 듣다 보면 이들의 목소리는 사운드와 너무 잘 어우러져서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좋은 악기로 만들어진 음악을 어느 누가 싫어할까. 우리가 [Born To Be XX]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토록 차고 넘친다.
"편안함에 이르렀나"
6. NewJeans - [OMG]
Jason : [OMG]는 마치 밥을 먹을 때마다 찾게 되는 영상 같다. 빠른 호흡을 급하게 따라가거나 복잡한 생각을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편안하게 듣기만 하면 된다. 아련한 신스 사운드는 티 없이 맑은 소녀들이 힘들이지 않고 속삭이듯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돕는다. 자칫 흐름이 루즈해질 수 있다는 일말의 우려는 UK 개러지와 저지 클럽 비트 특유의 에너지가 말끔하게 상쇄한다. 사실 이러한 조합 자체는 핑크팬서리스로 대표되는 팝의 트렌드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뉴진스와 [OMG]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를 우리의 인디스러운 정서로 절묘하게 풀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봐도 호불호가 있을 수 없을 만큼 모든 요소들이 실로 자연스럽다. 그야말로 편안함의 미학이 빛난 앨범이다.
"피로하지 않은 기획엔 치밀한 전략이 따르는 법"
7. PLAVE - [ASTERUM : The Shape of Things to Come]
G.O : 아직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단어 ‘버추얼 아이돌’. 이 낯선 이들이 멜론 Hot 100의 4위라는 차트 성적과 동시에 초동 20만 장을 돌파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썼다. 대중성 부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현 5세대 보이 그룹 사이, 매니악한 서브컬처 계열의 그룹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강점은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성에서 드러난다. 퍼포먼스형 보이 그룹이 촘촘하게 포진된 가운데, 과감하게 보컬 중심의 음악을 채택하며 그 틈새시장에 집중했다. 2세대 비스트, 3세대 비투비 등 4세대에 접어들며 그 명맥이 끊기는가 싶었던 보컬 중심 아이돌의 방향성을 택한 이들의 음악적 색깔은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흔하지 않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서정적이라 감미롭고 귀에 잔향이 남는 탑라인, 마치 애니메이션 OST를 연상케 하는 팝 록 장르 트랙의 조합은 특별한 변주나 믹스된 장르 없이 흘러가기에 몰입은 유지되고 쉽게 각인되었다. 정리하자면, 이지한 트랙과 낯선 화자의 배합 그 자체가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앨범의 가치는 단순히 좋은 수록곡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공간을 넘어서 닿은 이곳은 여섯 번째 여름의 시작이었단 걸” 등의 가사나 앨범명에 판타지적인 세계관이 골고루 숨어 있기에, 알고 듣는 맛도 있다는 점. 여러 전략이 한데 뭉친 앨범이지만, 덜어놓는대도 감상엔 무리가 없는 앨범이기에 원치 않는 이들은 그저 좋은 음악으로도 즐길 수 있다. 요컨대, 치밀하지만 피로하지 않은 기획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다시 감상하고픈 앨범이라 말하고 싶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
8. V – [Layover]
배게비누 : 사람들은 왜 자기만의 취향을 갖고 싶어 할까? 그건 자신을 돋보이는 동시에 편안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취향이 있다는 것은 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봤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 선택한 자기만의 것은 매력적인 날개 옷이 되어 시선을 끈다. [Layover]는 V 스스로에 대한 오랜 고민의 결실이다. 그 과정은 4년 전 자작곡 ‘Winter Bear’와 ‘풍경’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 읊조리며 마음을 전하는 두 곡은 일상의 소리,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스트링 사운드를 가져와 따뜻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이 감성은 V가 갈고닦고 민희진과 FRNK가 극대화하여 [Layover]에 담겼다. 팝 R&B 장르 기반의 5곡은 앞선 두 곡의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느린 템포와 세련된 빈티지 사운드로 해석해 낸다. ‘Rainy Days’에서는 일상 속 백색소음을 배경으로 한 재지한 피아노가 반복되며 나른함을 자아내고, 이는 ‘Blue’의 딥한 트랙과 음울한 보컬을 거치며 잠시 가라앉는다. 이어지는 70년대 소울 사운드 중심의 ‘Love Me Again’과 ‘Slow Dancing’. 전자는 마치 물속에 있는 듯한 먹먹하고 몽환적인 브릿지에 감정을 담았고, 후자는 곡 전반에 넘쳐흐르는 산뜻함과 여유를 절정에 올린 플루트 소리로 기꺼이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아웃트로 느낌의 ‘For Us’는 빈티지한 피아노와 풍성한 코러스로 듣는 이를 나른하고 평온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Layover]에 담긴 V의 보컬은 자신의 위치를 찾은 듯 너무나도 편안하다. 겉치레 없는 김태형 자체로도 멋들어지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김태형으로 있을 때 그가 느낀 편안함은 그가 선택한 음악을 타고 청자에게로 전달됐고 유일무이한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9. 로꼬 - [WEAK]
카니 : [WEAK]가 발매되던 날 밤, 지하철에 몸을 싣고 괜찮은 신보를 찾다 듣게 된 게 이 앨범의 3번 트랙, 유독 고단했던 날이었던 탓일까, ‘걱정해 줘 난 안 괜찮아’라고 내뱉는 첫 소절을 들은 순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앨범이었다. [WEAK]는 나약함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앨범으로 로꼬의 어떤 음악보다 성숙해진 마인드를 담아냈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쉬운 음악을 한다며 힙합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진솔하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더욱이 공감을 자아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시몬스 침대 같은 로꼬의 다정한 플로우나 ‘픽 픽 쓰러지는 것도 난 쉽지 않더라고 (‘픽픽’中)’, ‘걱정해 줘 난 안 괜찮아 / 빙그레 빙그레 뚜껑 열면 빈 수레 (‘NOT OK’中)’, ‘불안함은 덜어내려 하면 덤으로 더 쌓여서 앞이 안 보여 (‘덤’中)’와 같은 가사는 로꼬의 음악이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임을 보여준다. 좋은 음악을 결정하는 요소는 파다하지만 결국 음악이 주는 절대적인 가치는 언제라도 힘과 웃음이 되어주고 옆에서 위로가 되어주는 실체 없는 우정임은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이 해피엔딩이 아닌 이들에게 [WEAK]보다 좋은 엔딩송이 있을까.
"17번 영구 결번"
10. 세븐틴 – [SEVENTEEN 10th Mini Album ‘FML']
만돌 :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는 뜻을 가진 영구 결번, 케이팝 시장에서 이 수식어에 가장 걸맞은 아티스트는 세븐틴이다. 13명이 마치 하나가 된 것 같은 칼군무를 베이스로 청량, 몽환, 다크 등 보이그룹을 수식하는 모든 형용사로 세븐틴을 꾸밀 수 있으며, 이번 앨범 ‘FML’에서는 그들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역대 초동 앨범판매량 경신과 함께 수록곡 ‘F*ck My Life’에서는 아이돌의 틀에 박히지 않는 당돌함을 타이틀곡 ‘손오공’에서는 단체가 아닌 멤버 개인의 매력이 돋보였다. 100명이 넘는 댄서와 함께 퍼포먼스를 꾸몄으며, 초반 원우 – 민규 – 정한 – 승관이 순차적으로 센터에 섰을 때 정식으로 댄스 포지션을 가진 멤버 없이 벌스와 프리코러스를 꾸몄는데도 전혀 어색함은 볼 수 없었다. 또한 빠른 진행 속 2절 하이라이트 부분은 절제된 동작으로 긴장감을 주는 디에잇을 보면서 이게 케이팝의 완벽한 파트 분배와 팀워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세븐틴은 이번 앨범을 통해 We are one뿐만 아니라 Only one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수의 멤버가 하나가 됐을 때 보이는 퍼포먼스의 정교할 뿐 아니라 멤버 개인의 무게감을 보여준 세븐틴은 이제 결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아티스트이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13명의 멤버와 함께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올해 최고의 힐링 판타지 영화"
11. 이진아 - [도시의 속마음]
등구 : 올해 들은 곡과 앨범들이 좋았던 이유는 다양하다. 예상치 못한 장르를 섞은 신선한 곡이라서, 아티스트의 특기를 잘 보여줘서, 탑라인이 캐치해서 등등. 하지만 단순한 센스 이상의 음악성에 감탄하고, 내 음악적인 지식 부족으로 이 앨범의 와우 포인트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 건 이 앨범이 유일했다. 5년 전, 퓨전재즈의 정석을 보여주었던 [진아식당 Full Course]처럼 장르적으로 다채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녀의 놀라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눌러 담은, 포만감 있는 앨범이다. 첫 번째 타이틀곡 ’Mystery Village‘는 웅장하고 긴장감 넘치다가도 갑자기 밝은 분위기로 바뀌는 구간이 연속적인 변조를 통해 쉴 새 없이 등장하며 혼을 빼놓는다. 또한 모든 악기들은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도 기가 막힌 강약 조절로 서로 절대 충돌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 ‘극’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피아노 솔로와 후반부의 마지막 변조까지, 그녀는 4분 37초 동안 딴생각을 할 틈을 1초도 주지 않는다. 두 번째 타이틀곡 ‘도시의 건물’ 역시 보컬과 함께 통통 튀는 베이스와, 마지막 코러스의 몰아치는 피아노 연주가 이진아 특유의 몽글몽글한 무드 위에 쌓여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 외에도 Sarah Kang과 함께 재즈 트리오 구성으로 정통 재즈 감성을 들려준 ‘City Lights’, 첼리스트 홍진호가 참여한 앰비언트 트랙 '잠결의 슬픔',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인상적인 ’Accepting’ 등의 트랙들은 모두 하나하나 그녀만의 따뜻함을 담아내며 웰메이드 앨범을 완성한다. 음악 그 자체 만으로 신비한 모험을 하고 싶다면, 또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동화 같은 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앨범이 그 답이 되어줄 것이다.
"부조화가 조화에 이르는 순간"
12. 카더가든 - [Harmony]
frank : 내가 생각하는 카더가든의 딜레마. 자신이 가진 대중음악 가수로서의 역량과 장기하, 혁오 등 독자적인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한(그리고 카더가든과 매우 친한) 아티스트들의 영향, 그 사이 어딘가의 애매한 균형감.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그의 갈등이 음악에 드러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4년 만의 정규앨범[Harmony]에서 그는 이러한 짐을 많이 내려놓은 듯 보인다. 듣는 순간 '아! 이런 노래!' 싶은 트랙들이 대부분일 만큼 이지 리스닝에 초점을 맞췄고, 과거에 종종 시도했던 실험적 변주는 이번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그는 대비를 통해 전체적인 톤앤무드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밝고 신나는 멜로디와 상반되는 무거운 가사가 카더가든의 목소리를 거치며, 타이틀인 [Harmony]와는 상반된 ‘부조화’를 앨범의 기조로 삼고 있다. 슬픔을 슬픔 속에서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가 들려주는 부조화는 되려 지극히 일상적이고 솔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위에 언급한 요소들이 맞물리며 대중이 원하는 카더가든의 모습과 아티스트로서의 니즈가 가장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결과물로 느껴진다. 사실 올해 가장 좋았던 앨범을 뽑는 이 글을 적기 앞서 많이 고민했다. 실리카겔, 바밍타이거, 봉제인간 등 언뜻 떠올려 봐도 멋진 작품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럼에도 결국 이 앨범을 꼽은 것은 이미 균형이 완벽한 것보다는 이리저리 흔들리던 무언가가 마침내 균형에 이르렀을 때 느끼는 희열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또다시 흔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의 카더가든은 금방 적절한 균형을 찾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베실베실 선정 <2023 국내 앨범 Best 10>
Broken Teeth - [추락은 천천히]
Jclef - [O, Pruned!]
khc/moribet - [전파납치]
May Lily - [Your Embraces Were Warm]
NewJeans - [Get Up]
스카이민혁 - [해방]
유라 -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이민휘 - [미래의 고향]
카코포니 - [DIPUC]
파란노을 - [After the Night]
베실베실 선정 <2023 국내 앨범 Worst 10>
IVE - [I'VE MINE]
Lucy - [Insert Coin]
Zior Park - [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1]
Yng & Rich Records - [YNR VS ALL]
던 - [Narcissus (나르시스)]
릴러말즈 - [인생은 한번이야]
산다라박 - [Sandara Park]
식케이, 김하온 - [ALBUM ON THE WAY!]
카이 - [ROVER]
한요한 - [Shining Star]
by 고멘트 <주간 신보 리뷰>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