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ie Puth, Daniel Caesar 외
만돌 : 2015년 ‘See You Again’ (분노의 질주 : 더 세븐 (Fast & Furious 7) OST) 이후 대중들에게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온 가수 찰리 푸스의 이번 신곡 ‘That's Not How This Works’는 아련한 러브 스토리로 표현하고 싶다. ‘내가 싫어 떠날 땐 언제고 필요하니 찾냐?’와 같은 노래 가사는 실제 찰리 푸스의 경험을 통해서 나왔으며, 그의 예전 노래인 ‘Dangerously’를 들었을 때의 촘촘한 전개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팍 터지는 느낌과 ‘That’s Hilarious’와 비슷하게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저격했기에 더욱 반가움이 컸다. 또한 뮤직비디오에서는 그의 연기가 돋보였다. 사랑하는 여성과의 회상에서는 너무 자상하고 따뜻함을 느꼈지만 혼자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마치 그 모든 순간이 끔찍했다는 것처럼 표현해 소름이 돋았다. 음악을 예술로 봤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리스너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찰리 푸스는 항상 청취자의 감정을 흔드는 아티스트다. 그도 당연한 게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을 마치 노래의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그대로 이입하기에 그의 노래는 더욱 진심으로 다가온다.
Jason : [NEVER ENOUGH]에서 다니엘 시저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영향을 받은 음악들을 담는 것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가 자신이 자란 종교적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고요함이었다고 말한 것처럼, 가스펠에 기반한 홀리한 신스 사운드와 코러스가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면서도, 어딘가 포크와도 닮은 듯한 포근한 감성이 안정적으로 분위기를 지탱한다. 덕분에 ‘Let Me Go’나 ‘Cool’에서 잘 느껴지듯 앨범은 우울보다는 낭만에 가까운 매력적인 슬픔을 표현한다. ’Shot My Baby’나 ‘Unstoppable’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의 사운드는 짝사랑을 노래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이전까지도 다니엘 시저의 음악은 바이브 뮤직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NEVER ENOUGH]에서 그는 오랜 시간 공들여 진하게 우려낸 자신만의 독보적인 감성을 보여주면서 가히 압도적인 감칠맛을 만들어냈다.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면 ‘Always‘를 추천한다. 언제든 질리지 않고 찾을 수 있을 만큼 일품이다.
미온 : Janelle Monáe의 음악은 늘 혁신적이었다. 그녀는 펑크, 소울, 힙합, 록, 전자음악 등 수많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SF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컨셉을 보여주는 등 독보적인 알앤비 음악을 선보여 왔었는데, 이번에 발매된 [The Age of Pleasure]은 또 다른 방식으로서의 혁신을 보여주었다. 이전 앨범들이 미래중심적인 음악을 담고 있었다면, [The Age of Pleasure]는 현재 중심적인 음악을 담은 셈인데, 메시지 또한 앨범명과 같이 원초적인 쾌락을 중심으로 그녀의 현재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는 아프로비츠라는 원초적인 리듬과도 잘 어우러졌고, 트렌디하고 팝적인 요소를 넣어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조화로운 혁신을 보여주기에도 적합했다. [The ArchAndroid]와 [Dirty Computer]에 비해서는 단순해졌지만, 그녀의 특기인 장르적 결합, 매끄러운 사운드 운용은 여전했다. 생소할 수 있는 아프리카 음악 요소들을 여러 군데 넣으면서도,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트랙들을 만들어냈다. 'Float'에서는 일렉트로닉 피아노 사운드와 피리 소리가 연상되는 구불구불한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아프리카의 색채를 더했고, 'Champagne SH!T'에서는 2023년을 강타한 아마피아노를 통해 트렌디함을 더했다. 또, 나른한 레게톤의 'Lipstick Lover' 등 아프로비츠 음악에서 맛볼 수 있는 요소들을 듬뿍 담았다. 재미있는 부분은 곡이 끝난지도 모르게 이어지는 트랙들인데, 중간중간 위치한 짤막한 인터루드까지 쭉 이어서 듣다 보면 'Water Slide'를 타듯 막힘이 없게 느껴진다. 안드로이드 시절의 Janelle Monáe를 좋아하던 이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팝의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아프로비츠를 더 쉽고 조화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앨범임은 분명하다. 결국 그녀는 또 한 번 음악의 경계를 허문 셈이다.
동치쓰 :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데뷔 앨범 [SOUR]는 2020년대의 트렌드를 이끌기에 충분한 자격과 파급력을 지녔었다. ‘good 4 u’나 ‘brutal’ 등의 트랙에서는 팝 펑크 장르를 활용하여 10대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하였고, ‘good 4 u’의 히트는 팝 펑크 장르가 Z세대 라이징 스타들이 활발히 시도하는 음악 장르로서 자리 잡는 데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이번 앨범 [GUTS]에서는 팝 펑크를 넘어서 락적인 요소가 본인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장르라는 확신을 한 것처럼 더욱 자유자재로 그런 부분을 활용한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두 곡 ‘all-american bitch’과 ‘bad idea right?’에서는 이전보다도 더 진하게 일렉 기타의 사운드가 활용되며, 앨범 중반부에 등장하는 ‘ballad of a homeschooled girl’이나 ‘get him back!’ 등의 트랙에서도 꾸준히 이런 색채를 유지한다. ‘vampire’나 ‘teenage dream’ 등의 트랙에서는 전작 ‘drivers license’ 등의 정서를 이어가며 발라드적인 요소를 활용하였지만, 전과 달리 곡 중반부부터 폭발하는 트랙 사운드와 함께 울부짖는 창법 등을 활용하여 감정 기복 등의 정서를 극대화하였다. 어떻게 보면 앨범의 주제나 주된 정서는 전작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주제는 통일되게 이어졌고, 확실한 장르적인 활용을 통해 그녀만의 표현 방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여전히 폭발할 것 같은 사춘기 소녀 올리비아 로드리고이지만 이런 거침없고 솔직한 그녀의 모습 때문에 우리는 그녀를 계속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이전과 같은 방식을 채택했지만, 식상함보다는 과감함에 매료되었던 앨범이다.
배게비누 : 그가 가져온 브레이크비트 열풍이 너무 거대했던 탓일까. 이런 류의 곡은 나올 만큼 나왔다는 생각이 든 나머지 PinkPantheress의 신보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Heaven knows>는 그것이 오만한 착각이었음을 알려준다. 이 앨범의 재미는 그간 담아왔던 불안/슬픔의 정서를 더욱 극적이고 확장된 사운드로 표현했다는 점에 있다. 절망적인 오르간과 빗소리로 강렬하게 시작하는 ‘Another life’부터 ‘Mosquito’로 다다르는 흐름은 감정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청자를 비극 작품 한가운데로 던져놓는다. 이후 등장하는 특유의 매끄러운 트랙들은 브레이크비트를 드릴, 오르간, 하프, 락 등과 결합하여 사운드의 재미를 챙기고 지루함은 던져버린다. <Heaven knows>는 브레이크비트의 홍수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원조의 위엄을 보여준다. 진보한 음악적 스타일과 정교해진 정체성은 이 열풍을 일으킨 천재 아티스트가 누구인지를 당당히 드러낸다.
G.O : 좋은 음악의 기준은 퍽 주관적이며 저마다의 잣대가 존재한다. 필자 또한 ‘좋은 음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데, 아티스트가 가진 고유 에너지가 자연스레 녹아든 음악인지를 고려한다. 음악에 끼워 맞춰져 연기하는 것보다 확실히 설득력이 있으므로. 샘 스미스는 그 어떤 데모를 끌어다 놓는대도 압도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아티스트이지만, 이번 앨범은 좋은 역량만을 내세운 앨범이 아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올곧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커버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이번 앨범이 ‘샘 스미스라는 아티스트, 그 자체를 담아내고 있음’으로 해석했다. 아버지의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의 이용부터 신성하고도 웅장한 하이퍼 팝 사운드가 조합된 타이틀곡 ‘Unholy’는 자체로 솔직했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개성이 집약된 트랙 위로 넘치는 기량의 가창과 합쳐져 실제 아티스트 고유의 간드러지고 섬세한 에너지를 한데 뭉쳐 전달한다. 충격적인 소재와 변모한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받아들이면, 그 끝엔 아드레날린이 끓어오르는 유니크한 트랙과 아티스트 고유의 개성을 맞이할 수 있다. 자극과 자극이 합쳐졌으나, 부담스러운 음악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티스트의 실력이 큰 그릇이 되어 내용물을 온전히 다 담았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한다. 또한, 2015년 전성기의 샘 스미스 색깔이 느껴지는 R&B 트랙 ‘Who We Love’부터 인간 샘의 취향이 담긴 Disco 트랙 ‘I’m Not Here To Make Friends’까지. 음악인으로서의 고민이 잘 녹아든 앨범으로, 리스너가 원하는 샘 스미스의 스타일을 찾아 들을 수 있으니 우선 골고루 맛보기를 추천한다. 국내에서 뜻 모를 영어 음악이 언어를 초월한 채 다수가 흥얼거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등구 : 플레이리스트를 통한 스트리밍 방식, 늘어난 싱글 발매 등으로 점점 곡 단위로 음악을 듣게 되고, 한 앨범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무드의 곡들이 수록되다 보니 점점 앨범 단위로 재생을 하는 경우가 적어지고 있다. 나 조차도 처음은 앨범 단위로 듣더라도, 그다음엔 맘에 드는 트랙만 듣거나 아쉬운 트랙을 빼고 듣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Lahai]는 그럴 수 없었다. 마치 한 곡 같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붕 떠있는 듯한 공간감의 알앤비에, 이전의 [Process]에서 보여줬던 일렉트로니카적인 요소를 아트 팝적으로 녹이며 모든 트랙이 비슷한 톤앤무드를 들려주고 있다. 비트는 글리치 효과와 함께 정신없이 쪼개지고, 건반은 잔잔히 연주되며, 스트링은 짧게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스무스하게 곡이 이어지는 것을 막는 등 악기가 각각 여기저기로 퍼져있는 느낌이 드는데, 오히려 이것이 비슷한 무드로 인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점을 보완한다. 또한 이런 감각적인 시도는 더욱 예술적으로 다가오며 Sampha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뚜렷이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Lahai]는 올해 많이 들렸던 가벼운 이지리스닝도, 자극적인 하드코어도 아닌 편안한 무드 속에서 본인만의 차별적인 무기를 확실히 보여준, 가장 많이 재생한 앨범이 되었다.
SOOO : [Nymph_o]은 작년 9월 출시된 Shygirl의 정규 데뷔 앨범 [Nymph]의 디럭스 에디션이다. 신곡과 리믹스 곡이 섞인 이 앨범은 여러 매체에서 찬사 받았던 데뷔 앨범을 뛰어넘는 그녀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곡은 총 4트랙이다. 특히, Erika de Casier가 피처링한 ‘Crush’는 Shygril의 가창적인 특징이 가장 돋보이는 트랙. 하나하나 장식을 올리는 듯, 여러 코러스를 입힌 풍부한 보컬은 그녀의 예민함과 숙련된 기술자 같은 스킬풀한 역량이 돋보인다. 그녀의 섬세함은 Playboy/Positions에서도 이어진다. Experimental Hip Hop장르의 두 가지 비트를 넘나들며 나이트라이프에 대한 직관적인 감성을 담아낸다. 공식 뮤직비디오로 이어지는 비주얼에서는 sassy한 바이브로 그녀의 넘치는 팝적 역량을 보여준다. 실험적인 프로듀싱으로 유명한 Arca와 함께한 트랙 Unconditional과 쿠웨이트 음악가이자 컨셉 예술가인 Fatima Al Qadiri이 참여한 트랙 Angel을 통해서도 그녀는 영리하게 기존의 R&B를 뛰어넘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 리믹스 버전의 트랙들에서도 현재 가장 하입한 프로듀서들과 피처링의 협업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Tinashe, Sevdaliza, Deto Black 등의 피처링 군단에서 우리는 동시대 같은 장르를 공유하는 아티스트들의 각기 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원곡을 뛰어넘는 리믹스는 없다지만, [Nymph_o]는 예외다. 거장들이 모인 탓일까. Björk, Eartheater 과의 협업으로 기존 트랙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입혀가는 시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Shygirl의 가창력과 프로듀싱 능력은 데뷔 앨범에서 모두 입증되었다. 디럭스 에디션에서 보여준 그녀의 장르적 포텐셜과 컨템포러리적 센스가 앞으로 더 많은 사운드와 비주얼에서 지속되기를 바란다.
frank : Sufjan Stevens는 포크 아티스트다. 많은 기사와 리뷰에서 그의 음악은 포크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분류는 그의 음악성에 대한 수식어로는 영 부족하게 느껴진다. 무엇 때문일까? 나는 그 이유가 ‘사운드 스케이프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포크 음악의 구성은 매우 단출하고, 그만큼 소리에서 연상되는 풍경의 범주도 좁다. 하지만 Sufjan Stevens의 음악은 단출한 구성에서 시작해 하나, 둘 레이어를 쌓아가고 클라이맥스에서는 갖가지 소리가 융합되며 웅장함을 자아낸다. 마치 좁은 방에서 광활한 들판으로 뛰쳐나온 듯한 감각이 그의 음악에는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렇기에 나의 [Javelin]에 대한 감상 역시 ‘개방감’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앨범은 피아노 혹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잔잔한 도입부를 지나,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수많은 백 코러스와 스트링 사운드, 전자음이 조화롭게 터져 나오는 구성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이는 마치 일상의 빼곡한 빌딩 숲을 벗어나 탁 트인 바다를 마주했을 때처럼, 공간적인 개방감을 넘어 답답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해방되는 듯한(혹은 해방을 갈망하는 듯한) 강렬한 감상을 선사한다. 전반부의 피곤하고 지친 듯한 보컬이 클라이맥스에서 수많은 백 코러스와 뒤섞이는 구성 역시, 일상에 지친 개인에 대한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찌 보면 [Javelin]은 아티스트 개인의 서사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해방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Sufjan Stevens가 그려낸 풍경화는 항상 지극히 사적인 것이었으나, 그곳에만 머물기엔 이번에도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제이 : 테일러의 재녹음 프로젝트 소식은 언제나 반갑다. 마스터권이 이유인 만큼 원곡과 최대한 비슷하게 제작하려 노력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간 세월이 주는 그 미묘함은 늘 그랬듯 나를 더욱 잡아당겼다. 대표적으로 'Wildest Dreams’과 'Blank Space’가 그러하다. 앞으로 배치된 듯 존재감이 커진 사운드와 한껏 덜어낸 공간감, 그 위에 얹어진 편안한 보컬로 인해 원곡보다 훨씬 내추럴해졌다. 반대로 'Out of the Woods'처럼 더욱 풍부해진 공간감과 거세진 사운드를 연출한 곡도 있지만, 그사이 농익은 보컬은 모든 걸 충분히 감싸 안을 정도의 안정감을 보였다. 과거에 머문 이야기와 현재를 담은 숙련된 보컬의 조합은 이번에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거기다 희한하게도 새로 추가된 곡들의 경우 당시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무드는 최근 발매한 [Midnighs]과 유난히도 닮아 2014년과 2023년을 동시에 비추기도 했다. 누군가는 원곡의 앙칼짐과 기교의 부재를, 누군가는 미묘하게 달라진 사운드를 지적하지만, 9년을 입증하는 안정적인 보컬과 성숙해진 감정선은 이러한 호불호를 충분히 보완할 만큼의 편안함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실패할 수 없는 필승조합이다.
카니 : 눈을 의심케 하고 귀를 쾌락에 젖게 만든 ‘Rush’의 발매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파격적인 앨범커버도 날 것 그 자체인 뮤직비디오도 춤추는 트로이 시반도 모든 것이 다 금기를 깬 느낌이 들었다. 그 강렬함 덕에 5년 만의 발매한 정규 앨범은 새로운 트로이 시반의 출발을 알리는 출사표로 기억됐다. 그동안 해오던 무드와는 상반되게 [Something To Give Each Other]는 하우스, 신스, 디스코, 개러지 사운드를 곳곳에 배치한 댄스 팝을 기반으로 하는 앨범이다. 그중, 시원한 하우스비트에 텐션 넘치는 안무, 뮤직비디오 영상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Rush’는 가히 최고의 썸머송이라 칭하고 싶을 만큼 핫한 곡이었다. 뿐만 아니라 신스 사운드에 드럼 앤 비트가 더해진 트랙 ‘Got Me Started’와 하우스의 청량함이 담긴 트랙 ‘What’s The Time Where You Are’, 밀당하듯 치고 빠지는 사운드가 매력적인 팝 트랙 ‘In My Room’으로 새로운 맛을 들려주고 반대로 아는 맛이라 반가운 ‘Can’t Go Back, Baby’는 오묘한 코러스 위에 베이스를 차곡차곡 쌓아 몽환미를 가득 담아냈다. 전반적으로 끈적한 무드 속에 중간중간 톤을 벗어나는 몽환적인 곡들이 포진되어 있어 앨범의 유기성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이는 과할 수도 있었던 컨셉에서 밸런스를 조절해 줬다는 점에서 보면 괜찮은 구성이었다. 음악만 들으면 단순히 섹슈얼리티에 집중한 앨범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앨범 코멘트를 보면 감정을 얼마나 솔직하게 담아냈는지 잘 적혀있어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가끔은 이전의 트로이 시반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지금의 음악도 꽤나 마음에 들기 때문에 이제는 응원할 수 있다.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단, 앨범커버만 빼고)
율무 : 잔잔한 파형을 그리면서도 조심스럽게 머금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평소 R&B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이유는 바로 이 정제된 절제가 과하지 않은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JAGUAR II]에서 고전 음악과 현대적인 사운드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정제된 음악의 개념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었다. ‘Hollywood‘와 ‘Good Bye’에서 사용된 고전적인 가스펠과 필라델피아 감성은 90-00년대의 콘템포러리 R&B와 네오소울 음악으로 충실히 엮어내어 아날로그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표현했다. 특히 ‘On my mama‘는 Y2K 트렌드를 댄서블한 흑인 음악과 결합하여 틱톡 챌린지까지 의식했다는 점에서 현대 R&B의 확장을 위한 야망이 엿보인다. 레게 팝을 활용한 ‘Party Girls’와 재즈 요소를 가미한 ‘Stop (Askin’ Me 4Shyt)’에서도 그렇듯 Victoria Monét이 재해석한 과거의 작법은 고전 음악의 향취를 은은하되 세련되게 만들어 주었다. 각 트랙마다 클래식하면서도 멋스러운 현대적인 감성의 비중을 약간씩 다르게 반영하고 있지만,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정제된 밸런스와 통일감을 준다는 점에서 올 한 해 가장 눈에 띄었던 아티스트와 앨범이다.
Aesop Rock - [Integrated Tech Solutions]
Armand Hammer - [We Buy Diabetic Test Strips]
betcover!! - [馬 (Uma)]
Black Country, New Road - [Live at Bush Hall]
Corinne Bailey Rae - [Black Rainbows]
Gabriels - [Angels & Queens ]
Gezan with Million With Collective - [あのち (Anochi)]
JPEGMAFIA x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Maruja - [Knocknarea]
Model/Actriz - [Dogsbody]
shame - [Food for Worms]
SPELLLING - [SPELLLING & the Mystery School]
Squid - [O Monolith]
君島大空 (Ohzora Kimishima) - [映帶する煙 (Eitai suru kemuri)]
松木美定 (Bitei Matsuki) - [THE MAGICAL TO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