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허성현, GongGongGoo009, 파란노을 외
베실베실 : 한국에서 재즈가 인기 없는 마이너 장르라는 것은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제대로 된 재즈가수가 3일간 단 3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나, 실용음악과외에는 아무도 찾아 듣지 않는 음악이 돼버렸다는 잔혹한 사실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재즈 불모지에서 유일하게 재즈를 하는 메인스트림 가수가 있으니 바로 이진아다.
‘K팝 스타’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음악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재즈팝'이 될 것이지만, 이번 싱글은 단순히 재즈 팝이라고 칭하기엔 무리가 있다. 재즈는 물론이고 한국에 존재하던 그 어떤 팝보다 프로그레시브 하며, 아트 하다. 적재의 기타 연주가 등장하는 부분에선 포스트 락이 접목된 재즈를 하는 ‘Esbjorn Svensson Trio’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멜로디는 특유의 목소리와 함께 여전히 대중친화적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이다.
도전적이면서도 천재적이다. 이런 음악을 언더 씬의 자칭 ‘재즈 수호자’들도 아닌 이진아가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어느 먼 훗날, 누군가 한국 재즈의 역사를 한데 엮는다면 이 곡은 반드시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그 외 좋았던 국내 싱글
Broken Teeth – '당신의 사랑이 늘 행복하기를' // Shoegaze, Indie Rock
김제형 – '후라보노' // Indie Pop
크리스탈 티 – '조퇴의 기분' // Indie Rock
최크롬 : 이 곡을 뽑은 이유의 6할이 피쳐링진인 저스디스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 곡의 매력은 허성현의 맛깔난 시작과 저스디스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다이나믹 듀오의 마무리로 끝나는 조화로움에서 나온다.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보니 자주 들어도 이상할 게 없는 킬링 트랙이라는 것이 내 사견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어렵게 짜인 플로우를 디테일하게 조명해보는 맛도 있다. 그러나 이 (리드)싱글에서 한껏 올려놓은 기대감 덕분에 7월 초 나온 첫 정규는 아쉽게 느껴진다는 건 덤.
최크롬 : 요즘 국내 힙합씬이 정체되고 있지 않냐는 질문은 여전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수준급의 신인들은 늘 꾸준하게 등장해왔다. 대세로 자리 잡은 오디션 형태의 프로그램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GongGongGoo009’(이하 009) 또한 오랜만에 나의 귀를 사로잡은 아티스트 중 하나다. 특유의 어둡고 꾸덕꾸덕한 감성과 김심야를 연상케 하는 비틀거리는 박자감과 플로우까지 [ㅠㅠ]는 ‘신인다운’ 서사와 수준급의 스킬이 공존하는, 꽤나 흥미로운 앨범이다. 물론 비루한 삶과 성공을 갈구하는 마음, 자기를 향한 의심, 외로움 등은 기시감 있는 스토리텔링이나, 특유의 연출(다큐멘터리 멘트, 내레이션과 같은 앰비언스 등)과 뻔하지 않는 곡 전개에는 신인답지 않은 치밀함이 깃들어 있다. 더불어 가사로부터 비롯되는 지극히 한국적인 톤 앤 매너까지. 신인의 제대로 된 날것은 어설픔이 아니라 꼼꼼한 기획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앨범.
베실베실 : 작년 초부터 음악 너드들 사이에서 1집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긴 했으나 내 기준에서는 솔직히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분명 흔히 존재하지 않던 슈게이징과 이모(정확히 말하면 찐따스러움)의 조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점은 좋았으나, 6~7번 트랙을 기점으로 갑작스럽게 앨범의 분위기가 변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Ep는 정규라기보다는 기존의 데모곡, 미발매곡을 모아놓은 일종의 컴필레이션 같은 느낌인데 그래서 그럴까 오히려 앨범 수록곡들이 비슷한 결이라서 더 좋았다. 1번 트랙 ‘도피처’부터 4번 트랙 ‘흰천장’까지 계속해서 몰아치다가 ‘성장통’에서 잠깐 쉼표 찍어주고, 마지막 트랙 ‘Ending Credit’으로 마무리. 더욱 깔끔하고 직관적이며 유기적이다. 저번 앨범의 장점만 모아놓은 느낌이다.
그 외 좋았던 국내 앨범
Asian Glow - [Stalled Flutes, Means] // Noise Rock, Shoegaze
GongGongGoo009 - [ㅠㅠ] // Abstract Hiphop
OHIO RABBIT - [덤] // Alternative R&B
Rad Museum - [RAD] // Contemporary R&B
Various Artists - [The Post-Rock (히피토끼 컴필레이션)] // Post Rock
곽진언 - [정릉] // Folk Pop
김민성 - [사람 마음] // Indie Folk
새눈바탕 - [손을 모아] // IDM
씨잼 - [걘] // Trap, Cloud Rap
야야킴 - [a.k.a. YAYA 정규 3집] // Art Pop, Jazz Pop
초승 - [당신의 바다가 될게요] // Pop Ballad
최강창민 - [Devil] // K Pop
최크롬 : 백인 래퍼들이 차트 정상에 가까이 가기는 쉽지 않다. 근 10년을 뒤져봐도 맥클모어(Macklemore)나 로직(Logic) 정도가 잠시 인기몰이를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런 의미에서 잭 할로우의 기록은 이례적이다. 멜로디 라인 없이 샘플링에만 포인트를 준 힙합 음악이라는 점도 의아하긴 하다. 물론 ‘WHATS POPPIN’과 ‘INDUSTRY BABY’라는 빌드업이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현상은 아니다. 잭 할로우는 그간 약과 여자 이야기를 지양하면서 기존 래퍼들과 구별되는 이미지를 만들어 간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틱톡으로 받은 소소한 버프까지. 이유 없는 성공은 없다.
베실베실 : 저번 Heart 4도 그랬지만, 전작 [Damn.]이나 직후에 나온 정규 앨범 [Mr. Morale & The Big Steppers]의 결과는 거리가 먼 재즈 힙합이다. [TPAB]나 [Untitled Unmasterd] 쪽 말이다. 웨스트 향기 물씬 나는 비트에 켄드릭의 랩이라면 퍼포먼스 자체는 이미 말할 것도 없는 수작일 텐데, 거기에 뮤비의 연출과 가사의 컨셔스함이 더해지니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내가 딥 페이크 기법이 어떻고 그의 철학이 어떻고를 말해봤자 백문이불여일견. 그냥 자막 영상으로 직접 보고, 사유하는 것을 무조건 추천한다. [MM & TBS]가 아쉬워서일까. 이 곡에 더더욱 손이 가게 된다.
베실베실 : 어떤 리뷰에서 전작 [For the First Time]이 Black Country를, 이번 앨범이 New Road를 그려낸 것 같다고 한 글을 봤는데 그 글을 보자마자 박수를 치며 공감해버렸다. 전작도 분명 뛰어난 앨범이었지만 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포스트 펑크를 문법으로 한 포스트 락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챔버 팝이라는 긍정적 사운드를 와장창 부은 실험적 앨범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얼핏 들으면 Arcade Fire [Funeral] 스럽기도 한데, 뜯어보면 인디 락보다는 포스트 락에 더 가깝다. 긴 러닝타임, 장황한 빌드 업, 터질 때의 카타르시스… 그 하이라이트에 다채로운 챔버 사운드가 들어가니 듣는 재미가 배가 된다.
Daniel Rossen의 [You Belong There]와 본 작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이 앨범을 상반기 최고의 앨범으로 뽑은 이유가 앨범 내적인 음악 퀄리티가 아닌 외적인 요소. 시의성에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전통의 포스트 락 강자 GYBE나 Mogwai가 최근에 부진하며 장르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에 이 앨범이 등장했으니 더더욱 의미가 깊어진다.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포스트 락은 끊임없이 답을 찾을 것이다.
그 외 좋았던 해외 앨범
Big Thief -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 Indie Folk
Cities Aviv - [Man Plays the Horn] // Abstract Hiphop
Conway the Machine - [God Don't Make Mistakes] // Neo BoomBap
Daniel Rossen - [You Belong There] // Progressive Folk
Denzel Curry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 Southern Hiphop
Florence + The Machine - [Dance Fever] // Indie Pop
Hatchie - [Giving the World Away] // Dream Pop
Jens Lekman - [The Linden Trees Are Still in Blossom] // Chamber Pop
JPEGMAFIA - [OFFLINE!] // Experimental Hiphop
Luna Li - [Duality] // Indie Pop
Perfume Genius - [Ugly Season] // Art Pop
Pusha T - [It's Almost Dry] // Coke Rap
Soccer Mommy - [Sometimes, Forever] // Indie Rock
Springtime - [Night Raver EP] // Post Rock
The Smile - [A Light for Attracting Attention] // Art Rock
Toro y Moi - [MAHAL] // Psychedelic Soul
Xenia Franca - [Em nome da estrela] // Art Pop
최크롬 : 이미 리뷰를 한 적이 있지만, 다시 건드려볼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소비자로서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산업자의 입장으로도 레퍼런스로 쓸 만한 곡(‘Good Ones’, ‘Baby’ 외)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때론 난해한 앨범을 내놓기도 하지만 [CRASH]만큼은 한번 듣고 킬링 트랙을 두세 곡 이상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캐치하다. 여전히 레트로에 집중하고 있는 빌보드 바깥에서 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세련된 곡을 뽑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매번 정규마다 퀄리티 컨트롤이 된다는 것 또한 비슷한 동시대 데뷔 뮤지션에 비해 커리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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