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청하, VIVIZ, ITZY, Calvin Harris 외
동봄 : 짙은 - [여름], 가수와 앨범을 붙여 말했을 때 분위기 있는 멋진 조합이 우연히 탄생했다. 재밌는 것은 이 앨범을 설명할 때 “짙은 여름”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여름]이라는 작은 앨범에 여름날의 한나절이 모두 담겨있다. ‘City light’와 ‘California’의 경우에는 듣는 이가 기대했을지 모를 여름의 아침이나 오후 정도를 느낄 수 있고, 더블 타이틀인 ‘여름밤’, ‘그대라는 순간’에서는 쟁글쟁글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각각 다른 감성의 여름밤을 느껴볼 수 있다. 요즘 같은 날들이면 항상 외치곤 하는 청량함에도 색이 있다면 이 앨범의 색은 분명 짙은 청량함일 테다.
융 : 스케일로 승부를 걸었던 [Querencia], 혼돈의 ‘Bicycle’도 그렇고, 아직 ‘청하’라는 아티스트의 확립이 모호해 보인다. 이번 정규앨범 역시 수록곡들의 배치나 흐름에서 (각각의 완성도와는 관계없이) 어딘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이다. 타이틀곡을 고려한 시원한 트랙들과, 전작을 연상케 하는 컨셉츄얼한 곡들이 부자연스럽게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곡이 꽤 들을 만하고 청하의 가창 역시 수준급인데도, 앨범의 감상에는 갸우뚱하게 된다.
사실, 재능이 많은 ‘청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춤과 노래를 동시에 지향해야 하는 데다가, 아티스트의 음악적 욕심도 크기 때문에 회사도 청하도 앨범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머지않아 균형 잡힌 탄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라 믿는다.
동봄 : 첫 음반 발매 당시만 해도, 비비지라는 그룹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들었으나 보란 듯이 순항 중인 모습이다. 물론 차트 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까지는 역부족이지만 <퀸덤2>로 돌판에 눈도장도 다시 찍고, 여자친구 시절의 앨범 초동을 넘어서는 등 이 정도면 충분히 선방한 게 아닐까.
아이돌 음반에 기본이 있다면 [Summer Vibe]는 그 기본에 충실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절감을 빗나가지 않게 적당히 가벼운 타이틀곡 ‘LOVEADE’에 더불어 시원한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하는 ‘Siesta’, 발라드 한 곡 정도는 들어가야 하니 황현표 감성 발라드 ‘춤’ 등. 눈에 띄는 ‘#FLASHBACK’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평범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굳이 이 앨범을 리뷰까지 끌고 온 이유는 4번 트랙 ‘LOVE LOVE LOVE’ 때문이다.
분명 타이틀 경쟁을 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만큼 존재감이 큰 곡이다. 기본적으로 복잡한 Song form과 2-step과 하우스, 퓨쳐 베이스 등 다양한 장르를 오고 감에도 불구하고 곡은 그 유려함을 잃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낮은 베이스 라인이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거기에 잘 짜인 간질간질한 탑 라인을 얇은 보컬로 가창하니 그 맛이 확실히 산다. 대중성 역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기에 타이틀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면, 계절감이고 뭐고 주구장창 이 곡을 밀었을 것 같을 정도로 좋게 들었다.
융 : 작년의 ITZY는 그야말로 아쉬웠다. ‘마.피.아. in the morning’은 제목부터 충격적이었으며 ‘마며들었다’는 말로 애써 곡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했다. ‘달라달라’를 재소환한 ‘LOCO’ 역시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로 내세웠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두 곡 다 음악의 겉만 강렬해졌을 뿐, ITZY의 다음 스텝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NEAKERS’는 사운드와 가사 모두 팀 특유의 건강하고 당찬 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다섯 명의 보컬이 번갈아가며 후렴의 장난스러운 챈트를 능숙하게 표현한다. 신선한 시도나 새로운 임팩트를 주려는 의도보다는 ITZY의 무난한 연장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ICY’로의 회귀로도 느껴지는데, 개인적으론 ‘ICY’만큼의 다이나믹이나 역동성은 보이지 않아서 2% 부족한 느낌을 씻을 수 없었다. 안무 역시 후렴의 신발을 신는 듯한 모션을 표현한 포인트 안무 외에는 캐치함이 부족하며, ‘NOT SHY’에서 보여주었던 안무의 퀄리티와 비교하면 조금 심심하다.
장점이 명확한 팀인데,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해줄 만한 음악이 아직까지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부터 ‘무난함’으로 승부하기에는 있지의 잠재력이 아까울 따름이다.
* 앨범 아트 셀렉한 사람은 반성하자.
융 : 화려한 라인업답게 만족스러운 감상이다. 개성이 전혀 다른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는데도 누구 하나가 튀거나 돋보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곡을 위해 각자의 존재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전 세계를 흔들었던 ‘Uptown Funk’가 떠오를 만큼 펑크를 직접적으로 표현해 매력적인 리듬감이 돋보인다.
아티스트들이 Calvin Harris보다 앞서 있지 않다는 건 분명 좋은 점으로 꼽고 싶지만, ‘꼭 이 멤버였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Halsey의 파트는 더욱 호화 캐스팅의 당위를 잃는다. 백그라운드 보컬에 그치는 수준이며, Halsey가 가진 장기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물론, 주인공은 Calvin Harris다. Justin Timberlake나 Halsey의 이름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이 올바른 감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중음악 = 곡”이 아니기 때문에 곡만 좋다고 엄지를 치켜올려줄 수는 없을 것 같다. Katy Perry와 함께했던 좋은 선례도 있으니, 곧 있을 풀 앨범을 기대해본다.
동봄 : 꽤 무거운 이름값을 가진 두 아티스트를 보고 트랙과 보컬의 결이 어떻게 구성될지는 대충 짐작이 갔으나, 막상 섞어 놓았을 때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감상한 ‘Hot In It’은 꽤 괜찮은 곡이었다. 마치 딸바를 처음 맛본 것 같다고 할까. 딸기도 알고 바나나도 아는데, 섞었을 때 어떤 맛일지 기대하며 첫 입을 맛봤던 기억이 난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조금 다크한 느낌의 딸바 정도가 아닐까. 분명 괜찮은 곡이지만 충분히 감상하고 난 뒤에는 다소 뻔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더해서 요즘 곡들이 대체로 짧기도 하지만, 2분 9초라는 러닝타임은 너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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