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발룬티어스, 세븐틴, 스테이씨, 제이홉, Lil Uzi Vert 외
베실베실 : 저번 앨범 [The Volunteers]에서 느낄 수 있었듯이 이 밴드의 존재 의의는 고전 락 음악에 대한 레플리카이지만, 몇 년 전을 기점으로 발룬티어스가 복각하려는 시대의 음악. 90년대의 그런지 ~ 얼터너티브 락을 시도하는 가수가 늘어서 발룬티어스의 음악이 그리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게 돼 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는 더 예전의 것을 들고 온 그들이다. 두 곡의 장르는 디테일하게 보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70~80년대의 하드 락 ~ 프로그레시브 락에 가깝다. ‘New Plant’는 조금 더 프로그레시브에 초점을 맞춰서 곡 내부적으로 테마 진행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라면, ‘Hypocreep’은 보컬 처리에서부터 AC/DC, Van Halen 등의 정통 하드 락에 충실하다. 여러모로 당시 락 음악의 이해도가 높음을 보여주는 음악들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백예린의 보컬이다. 몇 년 전 개인 블로그에서부터 주장해왔지만 백예린은 분명 R&B, 재즈 등에서는 뛰어난 플레이어가 맞으나 락 장르의 보컬과는 영 맞지 않는다. 다른 전문 락 보컬이 이 곡을 불렀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만 계속 맴돈다. 그래도 그때 그 시대의 팬들이라면 충분히 좋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크롬 : 리패키지는 정규 이후 정당한 당위로 팬들의 지갑을 털어내는 하나의 상술(?)로 볼 수 있지만, 게임의 DLC처럼 작품의 완결성을 더해주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에너제틱의 끝판왕을 보여줬던 [Face the Sun]의 ‘HOT’과 달리 [SECTOR 17]의 타이틀 ‘_WORLD’는 편안함 그 자체에 집중한다. 사운드는 과함 없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고,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얇고 몽글몽글하다. 덕분에 우리만의 ‘세계’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와 감성 오롯이 눈길이 간다. ‘HOT’이 전투씬이 난무하는 애니메이션의 OP라면, ‘_WORLD’는 한 에피소드를 차분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ED이다.
수록곡 또한 정규에서 아쉽게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곡들로 구성됐다. 전반적으로 댄서블하고 어택감 있는 곡으로 구성된 [Face the Sun]이기에, 미디움 템포 팝 발라드인 ‘돌고 돌아’의 존재가 반갑다. 힙합 테마 아래 한없이 멋을 털어놓는 리더즈의 ‘CHEERS’ 또한 그 조합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확실한 서비스 곡이다. 이처럼 기존 정규에서 볼 수 없었던 외전 격의 곡들이 [SECTOR 17]에 있다. 이번 리패키지가 단순히 분량 채우기가 아닌 하나의 완결성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최크롬 : 스테이씨의 최대 강점은 동세대 걸그룹 중 거의 유일하게 트와이스의 계보를 이어, 뻔하지 않으면서도 듣기 편한 곡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강한 메시지와 세계관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음악과 대중적 어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전세대 걸그룹의 행태와 무척 닮아 있다. 물론 이런 근본에 충실한 정공법이 늘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이번 타이틀 ‘BEAUTIFUL MONSTER’는 몇몇 소스에 변화구를 준 것을 제외하곤 다소 자기 복제에 가까워 보이고, 메시지적으로도 크게 매력이 없다. 스테이씨가 지금까지 브랜딩에 성공해 왔으니 이런 ‘적당한’ 곡으로 다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준비 없이 급하게 컴백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I LIKE IT’처럼 좋은 수록곡을 보장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스테이씨는 품질관리의 문제가 아닌, 앞으로 ‘스테이씨스러움’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어떤 방법으로 새로움을 어필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데뷔 때부터 인하우스 프로듀싱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신선한 타이틀을 가져오기란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다. 이는 궤도에 오른 3-4년차 그룹의 공통 숙제이기도 하다.
베실베실 : 이 앨범을 위해 퇴고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해, 그냥 느낀 점을 나열하려 한다. 너무나도 뻔한 플로우, 억지로 긁는 전형적인 아이돌 발성, 별 내용 없는 라임 맞추기 가사. 좋은 레코딩 환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믹싱 퀄리티. 그냥 장점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앨범이다. 그중 최악은 앨범의 러닝타임인데, 인트로를 제외한 9 트랙에서 가장 긴 곡이 3:00짜리 곡이라는 것이 참 웃음벨이다. 대부분의 곡이 벌스 - 훅 - 벌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인데... 두말할 필요도 없는 전형적인 아이디어의 부재이다. 이렇게 비트에 랩 32마디 뱉고 끝낼 거면 차라리 믹스테이프로 내는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mf doom처럼 기가 막히게 유기성을 만들던가. 힙합에 대한 모욕이다. 이 리뷰를 위해 이 앨범을 한 번 더 듣게 됐는데, 이후로 두 번 다시 제이홉이라는 사람의 음악을 들을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최크롬 : 과거 나 또한 릴 우지 버트의 광적인 팬이었으나, 이젠 그가 신곡을 찍어낼 때마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좋음을 느꼈던 건 20년도의 [Eternal Atake] 정도까지였다. 특유의 무한 반복 멜로디는 중독성과 브랜딩 면에서 강점이기도 하지만, 오래 듣다 보면 비트만 계속 갈아 끼우는 것 같아 질리는 감이 있다. 오랜만의 솔로 EP인 [RED & WHITE] 또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유의 깔고 들어가는 톤을 사용한 ‘CIGARETTE’이나 그의 와패니즈 성향이 드러나는 ‘F.F.’ 정도 빼고는 크게 귀에 감기는 곡은 없다. 오히려 팝 냄새가 짙은 작년 싱글인 ‘Demon High’나 드릴 사운드의 ‘Heavy’처럼 장르를 이리저리 틀어본 앨범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Futsal Shuffle 2020’에서 본인의 아이코닉한 캐릭터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엄청난 시너지를 내지 않았던가. 이런 식으로 여러 장르에 열려 있는 래퍼이기에, 힙합에서 통용되는 공장식 앨범 발매를 이어가는 것이 못 미더울 뿐이다.
베실베실 : 믹스테이프 [1999]부터 시작해 1집 [B4.DA.$$] 그리고 2집 [All-Amerikkkan Bada$$]까지 그래도 수작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 Badas$$였지만 이번 앨범은 영 아니올시다에 가깝다. 요약하자면 붐뱁 앨범이 가지고 있는 단점만 적나라하게 나온 느낌인데, 일단 전 곡의 비트가 평이하고 꽂히는 훅이 없다 보니 앨범의 완급조절이 되지 않고 그렇게 앨범이 자연스레 지루해진다. 듣다 보면 트랙이 넘어간 건지 내가 어디까지 들은 건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Debarge, Men I Trust 등 다양한 가수들의 음악을 샘플링한 듯한데 이마저도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데에서 그친다.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자면 랩은 여전히 잘한다. 가사도 여전히 좋다. 하지만 앨범의 평가에 있어 가사와 아티스트의 피지컬이 1순위는 아니라는 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아티스트 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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