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EZ, JNKYRD, 김아름, Perfume Genius 외
동봄 : 전반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상시키는 거칠고 묵직한 때깔을 가진 음반이 아닐까. 대중성 차원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팬덤 내에서의 반응은 꽤 나쁘지 않은 듯하다. 세계관을 알고 말고가 앨범 감상에 꽤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기도. 인트로 트랙 ‘PROPAGANDA’에서의 강렬한 드럼과 기타 사운드, 툭툭 던지는 단어들이나 3번 트랙 ‘Cyberpunk’의 코러스에서 멜로디의 하강과 상승이 대비되는 탑 라인처럼 곡마다 주목할만한 재밌는 파트들이 있긴 하지만 앨범을 모두 감상하고 나면 특정한 곡이 남는다기보다는 앨범 자체의 어렴풋한 잔향만 남는 느낌이다. 앨범의 색이나 컨셉적인 부분에서는 참고하거나 도움이 될 부분이 꽤 있는 것 같으나 개인적으로 즐겨들을 만한 음반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frank : 밴드 혁오의 임시 세션맨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뮤지션 정크야드의 EP [Dorm Stairs]의 라이브 앨범. BAD TRIP(나쁜 여행)이라는 테마로 전개되는 이번 앨범의 화두는 삶이라는 여행에서 느끼는 그의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그리고 그 가사들은 청자의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혼자는 너무 외롭고 / 같이는 힘이 들면 / 도대체 어느 누가 나와 어울리겠나>라며 한탄하는 모습은 30대인 나의 현실에 쓸쓸히 와닿으며, 가사에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나의 감상 습관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현실에 대한 한탄과 고민들을 풀어내는 그의 화법은, 꽤 쓸쓸함에도 듣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한껏 로파이한 느낌의 BAD TRIP 라이브 영상까지 보고 나면, 여러분도 정크야드라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마음이 생길 것이다.
동봄 : 평소에 시티팝을 크게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카우보이의 스타일을 좋아해서인지 전반적으로 꽤 괜찮게 들었다. 마냥 시티팝 감성을 덕지덕지 버무리지도 않고 트랙마다 적절히 분위기와 중심 사운드 등을 바꿔가며 잘 만들어 낸 앨범인 것 같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더해서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특유의 신시사이저가 잊을만하면 뛰쳐나와 여타 시티팝 장르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부여한다. 이런 느낌을 잠시 덜어내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와 같은 곡도 살포시 껴 있어서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은 앨범이 아닐까. 촌스러운 느낌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곡들의 탑 라인들도 충분히 흡인력이 있는 앨범이었다.
frank : 퍼퓸 지니어스의 네 번째 정규 앨범. 전작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에 비해 실험성의 농도가 짙어진 느낌이다. 어떤 예술 영화 인트로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될 법한 보컬, 관악기, 현악기가 음울하게 조합된 트랙으로 앨범은 시작된다. 전반적으로 이런 음울한 무드의 앰비언스가 이어지지만, 그 와중에 신디사이저를 메인에 내세워 구성에 변화를 준 4번 트랙 <Pop Song>, 8분이 넘는 길이의 트랙 안에서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듣는 재미를 선사한 7번 트랙 <Eye in the Wall>은 인상적이었다. ‘현대 미술스러움’이 한껏 강해진 전위적인 정규 앨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짜치거나 오버했다는 느낌은 없다. 그저 이건 또 하나의 퍼퓸 지니어스 앨범일 뿐.
동봄 : 최근 Imanbek의 음악을 돌려 들으면서 ‘Bang Bang’이나 ‘Sweet Dreams’처럼 확실한 원본 트랙을 하나 잡아서 샘플링하는 시도들에 꽂혀 있었는데, 마침 일렉트로니카의 대부 데이비드 게타도 꽤 잘 빠진 샘플링 트랙을 하나 발매했다. 사실 샘플링이라고 하기보다는 리메이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곡의 비중이 더 높지만. 데이비드 게타의 ‘Family Affair’은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원곡에 비하면 트랙의 중후하고 세련된 무게감이나 보컬 본연의 그루비함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면 원곡에서 소스를 잘 뽑아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일렉트로니카로 잘 재탄생시킨 것 같다.
frank : The Internet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 Steve Lacy.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점을 찍은 부분은 명백히 앞 단이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Steve Lacy는 항상 다소 애매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 정규 앨범으로 그는 결국 그만의 ‘결’을 찾아낸 느낌이다. 먼저 스토리텔링. [Gemini Rights]는 전 연인과의 이별에서 받은 영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뻔하지만 이를 통해 전작과 달리 통일성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사운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쾌한 기타 리프가 앨범을 리드하지만, 신디사이저나 드럼 등 뒷받침하는 사운드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에도 각별히 신경 쓴 듯한 모습이다. 각 트랙의 느낌이 비슷하면서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 기인한 듯. 어쨌든, 캘리포니아의 젊은 기타리스트는 이제 점차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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