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R IAN, NewJeans, 소녀시대, 첫사랑 외
최크롬 : 직전 앨범(Moodswings In This Order)과 유사한 제목이 암시하듯, 멀리서는 앨범 내 무드 및 방향성이 이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에는 팝의 세부 문법들을 다양하게 차용한 모습이 보인다. 12 트랙을 단순 분량으로만 툭 채운 앨범은 절대 아니다. 물론 독창성과 대중성을 모두 가져갔냐는 점에서는 의문이 든다. 쉽게 풀어가는 부분 없이, 혹은 그것마저 이해해줄 수 있는 참신함 없이 무드와 세련만 남는다면 리스너 입장에서는 그저 어려움으로 인식될 뿐이다. 기승전결 전환을 위해 앨범 후반부에 리듬감 있는 신스팝이나 팝 록을 채용했지만 지난 앨범의 킬링 트랙들(‘So Beautiful’, ‘No Blueberries’)에 비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DPR이라는 브랜드의 팬이 아니라면 지속적으로 돌려 들을만한 유인은 크게 없는 앨범.
융 : HYBE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새 걸그룹이자 민희진이 총괄을 맡은 NewJeans의 데뷔 앨범이다. 음반을 평하는 곳에서 프로듀서의 전작까지 고려하는 게 적절한진 모르겠으나, 에프엑스의 아트필름이나 샤이니, 레드벨벳 등의 감각적인 콘셉트들이 바로 떠오른다. 하지만 SM에서의 작업물보다 더욱 자유롭고, 적극적인 지휘가 묻어난다.
앨범 전반이 새로움, 세련됨을 지향하고 있지만, ‘Attention’에선 뉴잭스윙 사운드나 초반부의 리듬감이 잘 드러나는 안무가 8-90년대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광야의 aespa나, 부잣집 하이틴의 아이브, 대중성으로 밀어붙인 스테이씨 등과 완벽하게 거리를 두며 데뷔 앨범부터 자신들만의 영역을 빠르게 구축한다.
4곡이라는 단출한 구성이 아쉽지만, 필요한 부분만 보여주고 나머지를 전부 걷어내 콘셉트와 메시지가 명확하다. 뒷맛이 깔끔한 산뜻한 시작이다.
융 : 2017년 데뷔 10주년 앨범 [Holiday Night] 이후 5년 만의 앨범이다. 15주년을 맞이해 뭔가 해볼 법하다고 생각했지만, 무난한 싱글 정도를 예상했다. 10곡 규모의 정규 앨범일 줄이야.
소녀시대의 정규 7집은 오로지 ‘소녀시대’라는 아티스트의 의미를 굳건히 지키는 것에 할애했다. 팬덤 소원에게 전하는 무한한 감사와 동시대를 살아온 대중들과의 감정적인 유대를 전한다. (특히 타이틀곡 ‘FOREVER 1’)
수록곡들에선 소녀시대 정규 앨범들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다. 블랙소시 귀환의 ‘Villain’과 ‘You Better Run’은 3집의 ‘TRICK’-‘OSCAR’-‘Top Secret’을 떠오르게 한다. 안정적으로 성숙함을 표현하는 ‘Closer’나 ‘Freedom’은 5집을, 6집의 따뜻함을 재연한 ‘완벽한 장면’과 ‘종이비행기’까지.
소녀시대에게 앞으로의 디스코그라피는 ‘음악’의 의미가 아니며, 대중들이 소녀시대의 컴백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는 이유 또한 ‘음악’의 힘이 아니다. 소녀시대라는 이름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8명의 노력과 그들의 꾸준한 땀방울에 대한 공감과 연대이다.
최크롬 : 사실 청순 걸그룹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존재해 왔다(ILY:1 등). 단지 중소 기획사 출신이 대부분이고 해외 수요 및 트렌드와 거리가 먼 지금이기에 이슈가 되지 못했을 뿐이다. 첫사랑 또한 여자친구/러블리즈 계보를 이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불명확하지만, 러버지 윤상과 같은 회사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타이틀 ‘첫사랑 (Pop? Pop!)’에서 강한 기시감(특히 러블리즈)이 느껴지는 건 우연일까. 수록곡들도 전세대 청순 걸그룹의 문법을 이어받는 곡들로만 채워 넣었고, ‘7272’, ‘첫사랑’ 등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단어를 가사에 지속적으로 삽입하며 콘셉트의 일관성을 확실히 했다. 웰메이드로 기분 좋게 시작을 했다면 ‘청순’ 앞에 붙을 다음 수식어까지 찾을 수 있다면 화룡점정이 아닐까. 과거 여자친구가 빡센 안무로 ‘파워 청순’을, 러블리즈는 남성향 청순의 정석을 만들어갔기에, 첫사랑 또한 빈자리 채우기에서 끝나지 않기 위한 세부 전략도 필요하다.
최크롬 : 하나의 브랜드에 가까운 캘빈 해리스 특유의 사운드에 작은 빌보드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피처링진이 더해진 앨범이다.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곡들의 색깔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나, 수많은 아티스트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듣는 재미가 크지 않다. 특유의 트로피칼한 무드와 쫀득한 베이스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연달아 듣게 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요약하자면 과하게 캘빈 해리스 스타일로 표준화된 느낌이다. 이러한 부분은 다양한 피처링진으로 보완되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크게 성공하진 않은 것 같다. 과한 콘셉트와 자기 복제가 컴필레이션의 장점을 집어삼킨 앨범.
융 : 전반적으로 멜로딕한 덥스텝 위주의 일렉트로닉이다. 일렉트로닉치고는 8월이라는 계절감만큼 청량하지는 않지만 과감히 뻗어나가는 사운드들이 겹쳐지며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만, 묘하게 어긋나는 멜로디가 사운드 감상을 방해한다. 독특하고 말끔하게 가공된 훌륭한 사운드 위에 흔해빠진 멜로디들의 향연이 얹어졌다. 타이틀 곡만의 문제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반부의 대부분이 어색하다. 후반부에는 더욱 강한 사운드로 몰아붙이며, 전반부보다 나아진 진행을 보인다. ‘Ghost Town’이나 ‘Too Young For Forever’ 등은 격양된 감정까지 전달하며 울림을 준다.
※ '최크롬', '융'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