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Wins All'의 의의
얼마 전 aespa는 서태지의 ‘시대유감‘을 리메이크 싱글로 발매하였다. 타 회사의 IP를 리메이크 싱글로 발매한 것은 최근 4세대라고 불리는 걸그룹들이 잘하지 않는 행보였기에, 단순히 서태지 팬들의 스트리밍을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기획했을 것이 분명하기도 했다. 어쩌면 aespa는 ‘시대유감’이라는 곡이 가지고 있는 현시대에도 공감이 가능한 가사와 당 시대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의 가능성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비록 성적과 이슈는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음악을 통해 단순히 이성 간의 사랑만이 아닌 시대의 모습들 또한 이야기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았나 싶다.
aespa의 ‘시대유감’만 음악을 통해 시대적 메시지와 공감을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K-Pop에도 시대적 공감과 모습은 많이 희석되어 있는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NCT Dream의 ‘ISTJ’와 같이 MBTI를 이용한 제목이라던가 세계를 떨게 한 COVID19로 인해 다시금 사랑받은 Lo-Fi사운드, 틱톡의 영향력으로 인한 Sped UP 버전 등 오늘날 대중음악은 알게 모르게 시대적 공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은 희석으로 대중들에게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될까? 아이유의 신곡인 ‘Love Wins All’이 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의 요소들과 마케팅으로 시대적 공감과 메시지를 희석하는 것과 반대로 제목, 뮤직비디오라는 가장 전면적인 곳에 배치하여 논란이 되었다. 지난 24일 공개된 ‘Love Wins All’은 발매 전부터 많은 이슈를 가지고 있었다. 초기 제목이었던 ‘Love Wins’는 성소수자들의 슬로건을 타자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Love Wins All’로 바꾸기도 했으며,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장애인 커플이 비장애인 커플을 동경하는 가난한 상상력’이라는 조금은 삐뚤어진 해석으로 몇몇 커뮤니티와 사람들에게 현재까지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논란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Love Wins All’이 의의가 있는 이유는 과거 서태지라는 대형 아티스트가 시대의 문제를 꼬집듯 현 국내 음악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인물이 현시대의 문제와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 이렇게 메시지가 전면에 나타나는 음악도 충분히 상업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뮤직비디오의 남자 주인공인 뷔가 혐오를 상징하는 큐브에 맞서 쇠 파이프를 휘두르는 장면이라던가, 디스토피아 분위기의 세계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예복과 핑거푸드의 세팅들을 활용한 모습들과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앨범 소개 글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어찌 보면 제일 간단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였다. 세상을 음악으로 바꾼다는 건 너무 거창하고 힘든 일이겠지만, 음악을 통해 첫발을 내딛는 것은 가능하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한 걸음이었던 서태지의 ’시대유감‘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고 오늘날에는 촛불시위 노래로 유명해진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Love Wins All’은 어쩌면 아이유가 얘기한 대 혐오의 시대를 바꿀 작은 변화의 시작일지 모른다.
아이유의 이번 신곡이 이토록 말이 많은 이유는 어쩌면 현시대의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문제들을 정확히 꼬집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유가 진솔하게 적어낸 앨범의 소개 글처럼 시기와 질투가 가득한 대 혐오의 시대에서 ‘Love Wins All’ 사랑이 이기기를
by. 페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