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ZY, JINBO/Hersh/PoPoMo, (여자)아이들 외
Jason : 남들과는 다르다는 패기를 보여주며 등장한 것이 무색해질 만큼 지금까지 있지의 음악에서는 특별한 지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자존감 높은 퍼포먼스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달라달라’의 임팩트가 강했던 탓인지 이후로는 고착화된 음악적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GUESS WHO]와 [KILL MY DOUBT]에서는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BORN TO BE]에서는 디스토션이 강하게 걸린 록 사운드를 강조하거나 멤버들의 솔로 트랙을 배치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물줄기를 바꾸기에는 음악이 가진 설득력이 부족했다. 특히 뽕끼가 묻어나는 기타 리프로 몰입감을 떨어뜨린 ‘Run Away’는 류진이라는 멤버가 가진 개성을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화려한 반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악 자체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온 : 소울 장르를 본격적으로 내세운 국내 앨범은 흔치 않았다. 소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과 나얼 개인 앨범이 대표적이었고, 장르 표기 또한 알앤비의 곁다리처럼 'R&B/Soul'로 묶이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 블랙뮤직의 대표주자 진보(JINBO)가 소울 앨범으로 돌아왔다. 파트너로는 신예 아티스트 허쉬(Hersh)가 함께했는데, 이들의 조합처럼 클래식과 트렌디함이 잘 엮어진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타이틀 ‘BYOB’부터 70년대 소울 음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데, 브라스와 신스, 실로폰 같은 악기로 복고적인 결은 살리면서도 보컬과 송폼에서는 알앤비, 팝의 흐름을 가져갔다. 이러한 형태는 이외의 트랙에서도 이어진다. 곧바로 이어지는 ‘2 Step’의 경우 전반적으로 스무스 소울과 팝 소울 그 언저리에 있는 사운드를 리드하면서도, 프리코러스에는 스트링을 중심으로 두어 필리소울에 쓰일 법한 사운드까지 맛보게 해준다. 과연 범 소울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All That You Wanted’와 같은 디스코 펑크 트랙도 있다. 앞서 언급한 두 트랙이 느릿느릿한 템포의 소울이었기에 이후에도 유사한 무드로 흘러간다면 물릴 법한데, 해당 곡으로 텐션을 올릴 뿐만 아니라 혼을 쏙 빼놓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연주에 집중해 보자. 이 앨범의 연주 녹음 과정이 대부분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듣는다면 감탄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이처럼 사운드로는 Silk Sonic과 견주어도 될 법하다. 그러나 보컬 운용은 아쉬움이 있다. 다소 담백한 보컬이 소울보다는 알앤비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PoPoMo]는 소울이 가진 사운드적 특징을 탁월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에 훌륭한 소울 앨범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블랙뮤직에 대한 갈증이 있던 사람들에겐 이들의 음악이 큰 기쁨이 되리라 생각한다.
G.O : 최근 가장 화두에 오른 곡이라 함은, 단연 아이들의 선공개 곡 ‘Wife’가 아닐까 싶다. 선공개 곡으로 화제 형성에 기여하기는 했으나 가사의 선정성으로 방송 부적격 판단, 일부 스트리밍 플랫폼을 제외하곤 가사 등록마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 타이틀곡이 발매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속단할 수는 없으나, 넘치는 디메리트를 끌어안고 이 곡은 화제 형성 외 과연 어떤 장점을 남겼는가? 떠오르는 의문만 남았다.
기존 아이들의 국내 발매 곡은 풍성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개성을 무장하고, 'K-POP'만의 에너지를 분출했을 터이다. 그러나 이번 신보 ‘Wife’는 그 궤를 달리한다. 미니멀한 단순 비트에 흐름을 맡기며, 개성 있는 5인의 목소리를 같은 라임으로 획일화했다. 기존 음악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또렷한 파트 분배, 송폼 구성을 내려놓고 개성을 통일함과 동시에, 곡 전반을 지배하는 영어 가사의 지분으로 K-POP과 POP 사이의 미묘한 포지션을 택하며 결국 어딘가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애플 뮤직에서도 기존 아이들 앨범을 표기하던 'K-POP'이 아닌, 'POP'으로 분류한 만큼, 과연 이 곡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제는 또렷하게 피어올라 자리 잡는다. 멜로디가 아닌 비트 중심의 트랙 위, 영어 가사로 무장한 것을 보자면 마치 첫 미국 발매 미니 앨범인 [Heat]의 타이틀곡 ‘I Want That’의 색깔을 이어받았다는 쪽이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국내 대중의 시선엔 모호한 결과물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중독성 있는 리듬감에 반복되는 가사를 얹어 특유의 캐치함과 중독성은 선연하다. 다만, "위에 체리도 따먹어줘", "이제 너도 한번 올라타봐" 등 이외에도 성적인 은유를 전반에 깔고 가는 가사 구성은 단연코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사실. 주체적 서사가 그 의도라고 한들, 모두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이 결론에 나는 동의한다. 음반 산업의 새로운 혁신은 어쩌면 '파격적'인 무언가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겠으나, 연령 제한 없는 음악의 주인들은 그 영향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를 거머쥔 그들이 끝내 논란을 잠식시킬 압도적인 음악을 들려주길 바란다.
미온 : 브레이크 비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드럼 앤 베이스, UK 개러지 모두 뉴진스와 핑크팬서리스를 통해서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장르일 것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브레이크 비트의 파생과 유행은 지속되고 있는데, 그 활용이 록 음악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곡이다. 시작부터 나오는 정체 모를 하이톤의 소리와 빠른 정글 브레이크 비트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이어서 노이즈 잔뜩 낀 기타 사운드가 얹어지는 순간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브레이크 비트와 배기 스타일의 인디 록이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새롭다.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는 탓인지 하이퍼 팝스러운 인상 또한 강한데, 맨 처음 나오는 높은 피치의 소리와 탑 라인, 컴퓨터 게임 그래픽 같은 앨범 커버 등을 보면 하이퍼 팝의 특징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순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다. 무엇보다 브레이크 비트, 기타 사운드, 팝 멜로디가 모두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뒤죽박죽 섞이지 않고 공존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곡이다.
Jason : [21st Century Breakdown] 이후 줄곧 성과를 내지 못한 그린데이로서는 점차 금이가던 이미지를 회복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들은 [Dookie]와 [American Idiot]의 영광을 함께했던 프로듀서 롭 카발로의 손을 다시 잡았다. 덕분에 [Saviors]에서는 특유의 캐치한 멜로디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서 ‘Bobby Sox’나 ‘Dilemma’ 같은 트랙들이 선명한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앨범 자체의 존재감은 흐릿했다. [American Idiot]에서 록 오페라를 활용해 [Dookie]와는 분명하게 다른 셀링 포인트를 만든 것처럼 [Saviors]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했지만, 단순히 히트 공식을 암기해서 풀어낸 앨범은 매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원초적이고 직선적인 사운드의 펑크 록을 추구해 온 이들이기에 차별점을 발견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앞으로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G.O : 2021년, 유니버설뮤직은 카말을 베드룸팝의 신예라고 칭했다. 빌리 아일리시의 샤라웃 또한, 그의 승승장구에 힘을 실어 특유의 편안한 감성을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발매한 리드곡의 스트리밍 횟수 (스포티파이)를 조회하자면 히트곡 ‘blue’의 약 15분의 1에 겨우 미치고 있다는 것. 아티스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감소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연 이번 신보에서 주목할 점이다.
카말의 히트곡으로부터 느꼈던 강점은 '일상적인 편안함', 즉 이지리스닝으로 부담 없이 청취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유의 나른하고도 소년 같은 음색과 함께 몽환적인 감성을 자아내고, 일상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담백한 공감을 이끌었다. 반면, 이번 신보 ‘still a little something’은 상대적으로 딥하게 다가온다는 점. 때 아닌 장벽을 더하는 바이브의 곡이다. 넉넉한 리버브가 더해진 채 울려 퍼지는 피아노 사운드는 편안함보다 숨죽인 채 감상해야 할 것 같은 환경을 만들고, 감정 실린 보컬 연기로부터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즉, 단조로운 코드 연주가 이어짐에도 이지리스닝 키워드와는 한 걸음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편안한 새벽 감성의 음악으로 좋은 인상을 안긴 아티스트이기에, 기존 리스너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의 히트곡 ‘blue’와 ‘homehoddy’ 같은 스타일의 편안한 음악을 찾고 있다면, 이 곡은 적합한 대체제가 아니다. 다만, 페달 밟는 소리까지 은은하게 수음된 듯한 아날로그 사운드의 재현이 이루어져, 특유의 로파이한 감성을 머금은 음악이라는 점은 독특하다. 혹 이와 비슷한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는 신규 리스너에게는 달가운 음악이 될 수도 있으리라 여긴다.
※ '미온', 'G.O', 'Jason'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