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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Feb 27. 2024

YG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YG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대한민국의 음악 산업을 지탱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규모가 큰 연예 기획사들을 흔히 대형 기획사라고 부른다. 2010년대까지는 3대 기획사라고 불리던 SM, JYP, YG가 시장을 나누어 선도하는 모양새였으나, 2020년대 들어 방탄소년단의 전무후무한 성공을 바탕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HYBE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며 4대 기획사라는 이름으로 산업을 대표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저마다 특징적인 프로듀싱과 브랜딩, 독창적인 마케팅 등으로 여전히 산업에 영향력을 흩뿌리고 있지만, 최근 들어 비교적 절뚝이는 모습을 보이는 한 기업이 있다. 바로 YG엔터테인먼트가 그들이다.



힙합, R&B 등 흑인 음악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 온 YG는 산업 내에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색을 구축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00년대에는 BIGBANG, 10년대에는 BLACKPINK처럼 각 시대를 대표할만한 아티스트를 런칭하는 등 꽤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특히 곡을 소속 프로듀서나 그룹의 멤버가 작사/작곡/편곡하는 인하우스 시스템을 통해 대부분의 히트곡들을 만들어내며 인하우스 시스템의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한 기업이라 평가할만하다.



다만 최근 들어 이러한 YG의 행보가 한 풀 꺾이는 모양새이다. BLACKPINK의 월드투어에 힘입어 2023년에 약 1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기록하긴 하였으나 정작 BLACKPINK의 공연이 없었던 2023년 4분기의 영업이익은 약 75억 원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뒷심을 보여주었다. 즉, BLACKPINK 공연이 없던 4분기는 실적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더해서 BIGBANG의 해체 및 멤버들의 이탈, BLACKPINK 멤버들이 그룹 계약만을 체결한 점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2024년 2월 23일 종가 기준 YG의 시가 총액은 약 8000억 원으로, 4대 기획사들 중 유일하게 1조 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해서 현재 YG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계보가 약하다는 점 역시 YG에게 타격으로 다가온다. 올해로 데뷔 5년 차를 맞는 TREASURE의 경우 앨범 판매량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어느 정도의 팬덤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동안 보이그룹, 걸그룹에 상관없이 높은 대중성을 보이던 YG 아티스트 답지 않게 음원 차트에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새롭게 데뷔한 BABYMONSTER 역시 2NE1이나 BLACKPINK를 애매하게 흉내 낸 음악성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절대적으로 보면 여전히 거대한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한 편으로 타 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아쉬운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 YG에 드리운 그림자는 사실상 예견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가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YG는 약국의 준말이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유독 마약 관련 사건과 인연이 잦았다. 단순히 논란으로 지나갈 일이 아닌,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불법적인 사건인지라 이미지로 먹고사는 아티스트와 기획사에게 이러한 사고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더불어 이러한 일이 한두 번도 아니라 꾸준히 일어났다는 점에서 대형 기획사 답지 않게 기업 차원의 관리가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여기에 버닝썬 게이트에 BIGBANG의 멤버였던 승리가 깊숙하게 관여한 것이 드러나며 YG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지기도 하는 등 YG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기도 했다. 안 좋은 이미지를 지금까지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이 YG 입장에서는 아쉽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두 번째로 아티스트 공백기에 관한 부분이다. 한 때 양현석의 보석함이라고 불릴 정도로 YG는 소속 가수의 활동이 적은 기업으로 통했다. 핵심 아티스트였던 BIGBANG은 2016년 <MADE 프로젝트> 이후로 해체까지 싱글 두 장을 발매한 것이 전부이며, BLACKPINK 역시 현재까지 2장의 정규 앨범과 10장 이내의 싱글/EP를 발매한 것이 전부이다. 그나마 BLACKPINK가 압축적인 성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다행스럽게 다가오지만, 더 자주 활동할 수 있었다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결과론적 아쉬움이 남는다. 더해서 타 기획사들이 길게 5년을 주기로 신인 아티스트를 데뷔시키며 아티스트의 수명 주기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하는데 반해 YG는 신인 아티스트의 데뷔 간격이 길다는 점도 좋지 않게 다가왔다. BIGBANG(2006) – WINNER(2014), iKON(2015) – TREASURE(2020)으로 이어지는 보이그룹의 계보도 그렇고, 2NE1(2009) – BLACKPINK(2016) – BABYMONSTER(2023)으로 이어지는 걸그룹의 계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중간중간 공백을 메워 주기도 했으나, 기획사의 얼굴이 될만한 그룹을 키워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쉽다.



마지막으로 하위 레이블들의 분할 및 독립을 지속 허용한 점을 들 수 있다. 타블로의 HIGHGRND나 싸이의 PSYG, 테디의 THEBLACKLABEL 등 이전부터 YG 소속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들은 하위 레이블로 독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다만 이들이 하위 레이블로서 존속하지 못해 YG의 몸집이 결과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HIGHGRND의 경우 에픽하이가 YG와의 계약이 종료되며 타블로 본인이 대표직을 사임하였고, 그 과정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이 타 기획사로 뿔뿔이 흩어져버리며 결국 YG 내부로 흡수합병 되었다. PSYG 역시 싸이가 P NATION으로 완전히 독립하며 관계가 끊어졌다. 가장 핵심적인 레이블이었던 THEBLACKLABEL 역시 벤처 자본이 유입되고 YG의 지분이 줄어들게 되며 하위 레이블이 아닌 관계사에 가까운 기업으로 독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테디, KUSH, 24, R.Tee와 같은 YG의 핵심 프로듀서들이 동시에 이탈해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나아가 전소미 앨범의 프로듀싱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발판을 쌓던 THEBLACKLABEL이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걸그룹 런칭을 발표하는 등 YG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YG에서 데뷔한 BABYMONSTER는 새로운 프로듀서들이 맡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게 되며 YG의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YG 입장에서는 THEBACKLABEL과 프로듀서들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질 만하다.


정리하자면 YG의 부진에는 위와 같이 결과적으로 예측 가능해 보였던 이유들이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위와 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현재 YG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셈이다. 해결이 불가능한 난제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짚고 넘어갈 만한 문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G에게 단단한 동맹과 안정적인 사업이 존재한다는 점은 여전히 긍정적인 요소이다. YG는 HYBE, 네이버를 중심으로 3자 동맹을 체결한 상태이다. 해당 기업들은 본 기업 혹은 자회사에 지분을 상호 투자하거나 사업을 대행하는 등의 단단한 동맹 구조를 펼치고 있다. YG는 자회사 YG PLUS를 통해 HYBE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유통과 Weverse Shop의 MD 제작과 유통을 맡고 있으며, 나아가 네이버 VIBE의 운영 대행을 맡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YG가 본업인 제작에서 비틀거릴 수는 있지만 기업 자체가 무너질 일은 없는 셈이다. 안정적인 발판을 토대로 하여 국내 음악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기도 했던 YG의 재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by 동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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