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3월 2주)

옥상달빛, 웬디, 잭킹콩, Jacob Collier 외

by 고멘트

"차고 넘칠 정도로 고마운 그녀들의 '여전한' 위로와 힐링"


1. 옥상달빛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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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쓰 : [28]살에 위로를 건네준 그녀들은 [40]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한결같이 우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보란 듯이 '40'이란 나이를 앨범의 타이틀과 주제로 잡고 노래한 이번 앨범 제목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초조해지는 나에게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을 건네는 응원처럼 느껴졌다.


사실 앨범 자체를 뜯어보면 음악적인 구성이나 전체적인 주제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옥상달빛'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한 비교선상에서 보면 과거에 비해 큰 보컬적인 발전도 없으며, 예전보다 순수 음악성이 더 뛰어나졌다거나, 대단한 음악적인 시도를 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누군가는 이 앨범을 들으며 동어반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본인들도 그것을 알고 있는 듯 ‘자기소개’라는 트랙에서는 대놓고 '힐링', '위로' 등의 가사를 언급하며 그녀들이 리스너들에게 존재하는 본인들만의 이유를 어필한다. 이렇듯 잊고 있던 위로의 메시지를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다시금 반복해서 전해주었기에 그 메시지가 마음속에 더 크게 울린다.


다만 초중반까지의 차고 넘칠 정도로 힐링의 분위기가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니, 그 위로가 조금은 민망하고 퇴색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40'이 된 현시점의 옥상달빛이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후반부에 있었더라면 앨범이 더욱 다채롭게 채워지고 더 공감되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있는 그대로의 옥상달빛을 보여주었기에 장단점이 동시에 드러난 앨범이라 느껴졌다.





"짜임새 있는 앨범의 표본"


2. 웬디 (WENDY) – [Wish You Hell – The 2nd Mini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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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피송 : 그동안 보여줬던 긍정적인 이미지나 지난 미니 1집의 감성적인 모습과는 또 다른 웬디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Wish You Hell]은 남의 기준대로 살던 과거의 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메시지를 담아 다소 반항적인 웬디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대조되는 트랙을 교차 배치하여 메시지 전달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적이다.


'말 잘 듣는 그 아이'였던 과거를 미련 없이 버리고, '진짜 원한 모습'을 택한 타이틀곡 ‘Wish You Hell’은 밴드 사운드와 시원한 보컬 톤을 사용하여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반면, 바로 다음 트랙 ‘His Car Isn’t Yours’는 일렉기타의 공간감을 통해 연출되는 아련한 분위기와 짙은 감성을 담은 보컬, 과거에 대한 미련이 가득한 가사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Best Ever’에서는 다시 경쾌하게 사랑의 영원함을, 또 ‘Better Judgement’는 쓸쓸하게 영원은 존재할 수 없다고 노래한다. 혼란스럽게 반대되는 두 가지 감정을 끊임없이 느낀 이후에 웬디는 마침내 ‘Queen Of The Party’에 도달하여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게 된다.


분위기와 사운드 그리고 가사까지 끊임없이 대비되는 다섯 곡을 연속해서 감상하고 나면, 변화되는 웬디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 듯한 느낌이 든다. 자아를 찾는 과정 속 불안하고 선택에 기로에 놓인 감정을, 그리고 끝내 스스로 단단해져 자유로워진 해방감의 순간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와 음악, 적절한 연출을 통해 온전히 몰입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앨범이다.





"재즈와 알앤비가 봄을 데려온 사건"


3. 잭킹콩 (JKC) - [Apophe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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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 : 벚꽃보다 먼저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게는 새로 발매되는 봄노래가 그렇다. 그리고 이번 잭킹콩의 정규앨범은 꽃향기를 가득 담고 온 내 올해 첫 봄맞이 앨범이다. 그 이유 외에도 [Apophenia]를 계속해서 듣게 되는 데에는 잭킹콩만의 강점이 잘 살아있으면서 단점은 덜어낸 앨범이라는 점도 있다.


잭킹콩이 알앤비와 힙합으로 재즈를 힙하게 풀어내는 방식을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발매되는 노래들이 모두 비슷하게 느껴졌었다. 사실 이번 앨범에서도 몇몇 곡들은 이전과 차이점을 찾기 어렵기는 했다. 하지만 'Due Date'의 보다 더 깊은 소울적인 색채나, Phony PPL을 연상시키는 ‘8’과 같은 네오소울 트랙은 새로운 잭킹콩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의 음악적 영역을 넓히고 있고, ‘Vultures’에서는 그들의 무기인 트럼펫과 함께 트럼본, 색소폰까지 추가된 풍성한 브라스가 현란한 악기 연주들 속에 섞여 마치 잭킹콩식 빅 밴드의 맛보기 같은 인상을 준다.


재즈와 알앤비가 조화롭게 섞인 밴드 음악이라는 점이 이전부터 잭킹콩의 방향성 및 위치가 국내 인디밴드 씬에서 독보적일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Apophenia]은 더 큰 발전 가능성과 함께 그들이 이 분야의 확실한 강자임을 공고히 하는 앨범이다. 더불어 너무나도 알맞은 계절감을 담고 있다는 점까지, 이 앨범을 지금 당장 들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어느새 당신의 벚꽃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있을지도!





"6년에 걸친 훌륭한 마무리"


4. Jacob Collier – [Djesse Vol. 4]

심피송 : 인간의 삶에 대해 탐구하는 Djesse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는 앨범이다. [Djesse Vol. 4] 또한 과거 Jacob Collier의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사운드와 다양한 장르, 다채로운 화음까지. 그러나 개인적으로 앨범의 첫 번째 트랙 ‘100,000 Voices’와 마지막 트랙 ‘World O World’를 통해 다른 앨범과 분명히 차별화된 의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100,000 Voices’는 일상 속 사운드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의 악기처럼 조율한다. 그렇게 조율되어 하모니를 이룬 소리는 공간을 가득 채우며 악기에 따라 각기 다른 장르 음악으로 변모한다. 마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축약하여 담아낸 듯하다. ‘World O World’는 자칭 화음가(Harmonizer) 다운 면모가 돋보이는 합창곡으로, 가사를 통해 삶과 죽음은 순환되는 것임을 표현했다.


그래서 [Djesse Vol. 4] 속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은 다름 속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세상이 돌아가는 순환적 이치를 적용해 살아가는 모습은 가지각색이지만, 모두 공통된 것을 공유하는 같은 인간임을 역설한다. Jacob Collier는 6년에 걸친 Djesse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었음에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해 잊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들을 재조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목소리가 주는 힘"


5. Laufey - ‘Godd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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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쓰 : 차분하게 가라앉은 피아노의 미니멀한 코드 반주와 그녀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시작되는 이번 곡 ‘Goddess’는 첫마디부터 왜 그녀가 트래디셔널 팝 시장에서 급부상한 신인이었는지를 단번에 깨닫게 한다. 큰 기교나 폭넓은 음역대 없이도 그녀는 음색 하나만으로 곡의 처음부터 모든 집중력을 본인의 목소리로 단숨에 옮기게 만든다.


곡 자체도 그렇게 크나큰 변화가 있지는 않다. 거의 같은 코드 진행 내에서 아르페지오 위주로 반복되는 먹먹한 피아노의 사운드에 곡 중간중간 백 코러스의 화음이나 최후반부에 감정선을 더욱 크게 돋보이게 하도록 단숨에 등장하는 몇십 초 정도의 오케스트라 사운드 정도가 다이다. 피아노 외에도 곳곳에 배치된 다른 사운드들이 곡의 전체적인 풍성함을 더욱 극대화하며 받쳐주지만, 그 중심에는 넉넉하면서 고혹적이게, 또 일관된 태도로 끌고 가는 라우페이의 음색이 본인의 목소리만으로 마무리하는 곡의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단순한 구성임에도 보컬 그 자체의 깊이감이 얼마나 크나큰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한 곡이었다. 자극적인 사운드에 지친 우리에게 진정성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사운드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 곡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린다구요"


6. MGMT - [Loss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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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 : 밝고 통통 튀는 신스 사운드의 3, 4집을 상상하고 들었던 이번 MGMT의 정규앨범은 상당히 의외였다. 2집 때처럼 어쿠스틱 악기가 많이 쓰였고, 미니멀한 사운드는 감성적인 무드와 함께 보컬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전에는 풍성한 신스 사운드가 그들의 정체성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번 앨범은 그 신스가 주 재료가 아니라 조미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앨범 단위로 쭉 재생해 듣기에는 지루한 감이 있다. 그렇게 느껴진 데에는 거의 모든 곡이 느린 템포로 이루어져 있고, 잔잔한 도입부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소리를 쌓으며 격해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긴 러닝타임을 끊기지 않고 끌고 가줄, 환기를 시켜줄 곡이 없다.


사실 트랙별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들만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어쿠스틱 악기, 감성적인 멜로디와 잘 섞어낸 좋은 곡들이 많다. 몽환적인 신스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는 건반의 조화가 매력적인 신스 팝 트랙 ‘Dancing In Babylon’ 같은 곡이 그렇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트랙들의 지루한 공통점이 집중력을 흐리게 하며 제대로 된 감상을 어렵게 한다. 차라리 다른 앨범들로 분배를 하거나 싱글 컷에서 끝났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다음에는 리스너들을 더욱 고려한 앨범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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