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 Seori, 로시, Camila Cabello 외
카니 : 데이식스는 유닛활동과 솔로앨범을 통해 4년의 공백을 채워나간 그룹이다. Even of Day는 리드미컬한 멜로디에 90년대 감성의 음악, 영케이의 [Letters with notes]는 베이스라인이 도드라지는 재치 있는 사운드, 원필의 [Pilmography]는 서정적인 멜로디에 희망찬 감성을 담아내며 같은 그룹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멤버들의 짙어진 개성은 그룹 색의 변화로 이어졌고 [Fourever]는 그런 멤버들의 스타일을 조화롭게 융화시켜 새로운 데이식스 음악을 들려준다.
‘The Power of Love’와 ‘널 제외한 나의 뇌’는 거친 사운드에 힘 있는 베이스라인이 돋보이고 ‘사랑하게 해주라’같은 발라드 트랙들은 평소 락발라드 스타일을 고수하되 레트로함과 드럼의 타격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앨범은 전반적으로는 펑크한 분위기를 가지며 모든 곡이 타이틀 후보였던 만큼 귀에 직선적으로 꽂히는 곡들로 채워냈다. 또한 타이틀 곡 ‘Welcome to the Show’를 첫 트랙으로 배치하여 앨범의 포문과 데이식스의 제2막을 연다는 제스처를 연상시키는 구성도 매력적이었다.
다만, ‘예뻤어’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같은 역주행 곡에만 친숙한 대중들에게 다소 어색한 음악인 건 사실이다. 이는 기존의 빛바랜 청춘 감성보다는 조금 더 쨍하게 터지는 사운드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4년의 공백을 깨고 4명의 멤버로 영원히 노래한다는 의미를 가진 [Fourever]는 발매자체로 팬들에게 위로를 주고 '이젠 혼자가 아닐 무대'라는 한 문장의 가사로 데이식스의 서사를 완성시킨다는 점에서 충분히 벅참을 지닌 앨범이다.
율무 : Seori의 몽롱한 음색뿐만 아니라, 곡의 텐션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기교가 돋보인다. 특히 팝락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여 파워풀한 진성과 섬세한 가성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교차한다. R&B에서 팝락으로의 노선 변경은 Seori의 보컬 역량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기에, 그녀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3개 트랙 연속으로 코러스 부분에만 락 사운드를 전면으로 내세운 구성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이전 트랙들의 담백하고 거친 분위기와는 달리, 마지막 트랙 ‘and Me’에서는 악기 사용을 최소화하며 몽환적인 이미지를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다. 마치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 기기기결의 구성이다. 강인한 모습과 Seori 고유의 여린 이미지를 모두 담으려는 의도와 균형이 깨진 건 아닐까. 결과적으로 앨범은 예상치 못한 급커브와 메우지 못한 빈틈 때문인지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아민 : 팔레트 속 모든 색의 물감이 뒤섞인다면, 그건 결국 검은색이 된다. 음악에 있어서 검은색이란, 아티스트를 통해 떠오르는 특정 이미지나 장르가 없다는 말과 같다. 데뷔는 발라드로 시작해 댄스와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를 시도했던 로시를 검은색의 아티스트로 볼 수 있다.
이번 싱글은 귀에 걸리는 부분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본인의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곡도 아닐뿐더러 AI와 콜라보성으로 발표한 곡이어서 그녀가 왜 이 곡을 약 5개월 만에 돌아오는 싱글로 선택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지금은 자신이 댄스 가수인지, 싱어송라이터인지 정해야 할 때라고 본다. 아티스트에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건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벌써 7년 차 가수인 로시에게는 바뀌어야 할 시선이지 않을까.
카니 : Camila Cabello가 라틴팝과 전혀 다른 장르의 ‘I LUV IT’을 신보로 내놓은 점은 신선했다. 여러 논란과 라틴팝을 사골처럼 우려먹으며 화제성 몰이에 급급하던 Camila Cabello의 최근 양상을 보았을 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부상하는 장르 하이퍼팝을 택한 것은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좋은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듯 Sped up을 노린 듯한 ‘I LUV IT’의 엇박 타는 후렴이 귀가 피로할 정도라 오히려 Playboi Carti 피처링이 가장 듣기 좋게 느껴졌다. 즉, 틱톡 양산형 음악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확신할 순 없지만 허스키하고도 고혹적인 음색만은 유지했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을 낳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민 : ‘Nails’에서 손톱으로 치는 소리를 비트로 활용하던 힙한 아티스트는 어디 간 걸까. 'Views'가 'News'가 된 것처럼 가사에 라임을 넣어 가지고 놀던 그녀의 특색도 없고, 변주도 없고, 1절의 흐름이 반복되는 곡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나마 포인트라고 하자면 마지막에 힘을 빼고 부르는 부분 정도. 이전과는 색다른 걸 도전했으나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레드오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콘셉트로 호기롭게 발을 들인 느낌이었다.
평소 그녀의 뮤비를 살펴보면 계단, 공항 배경의 단체 군무를 넣거나 조금은 심오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스타일을 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이번 싱글은 꽃으로 가득한 배경에서 큰 변화 없이 아티스트와 가사만 등장하는 연출인 걸 보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초반부터 쭉 이어오던 힙합과 락 무드를 고수하는 게 본인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지 않았을까.
율무 : 선공개 싱글 ‘NO EVIL’과 ‘KARMA’가 처음 발매되었을 때, 나는 그 곡들을 선뜻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지 못했다. 단조로운 반복 루프의 진부함은 둘째 치고, 예상치 못한 기괴하고 악랄한 보컬 톤이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앨범 단위로 듣는 과정에서, 이 노래들이 트랙 간의 전환을 매끄럽게 돕고, 변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로 작용하는 곡이었음을 깨달았다! 경의와 감탄이 절로 나왔던 순간과 함께, 지금에서야 ‘NO EVIL’과 ‘KARMA’를 더 자주 듣는 별난 상황에 직면했다.
앨범은 무겁고 거칠었던 무드에서 서서히 부드럽고 차분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내면의 어둠에서 밝음으로의 전환을 담은 다소 흔한 자아 성찰적 테마이다. 강약 조절에 핵심인 드럼을 메인으로 한 빈티지한 질감으로부터 D’Angelo와 Daniel Caesar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HEAVY] 앨범만의 차별점은 총 16개 트랙이라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털루드가 없어서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는 호흡을 더욱 길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감한 보컬의 변형, 블랙 가스펠의 향취, 다양한 네오 소울의 작법과 결합된 트랩까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듯한 단단한 응집력에 주목하게 된다.
※ '율무', '카니' '아민'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