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멘트 Apr 24. 2024

라이브는 최소한의 예절입니다

케이팝 그룹의 라이브 논란에 대한 단상

  최근 국내 케이팝 그룹을 향한 라이브 논란이 심상치 않다. 이번 달 13일 코첼라 사하라에 생중계된 르세라핌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불안정한 라이브 실력에 대한 피드백을 남겼고, ‘쇼! 음악중심’의 1위 앵콜 무대에 오른 동생 그룹 아일릿 또한 부족한 가창력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코첼라의 경우 함께 오른 케이팝 그룹 에이티즈와의 라이브 실력을 비교하는 담론이 더해지기도 했으며, 최근 실력파 멤버들로 인기를 얻고 있는 키스 오브 라이프의 행보와도 대비되기도 했다.



  물론 라이브에 관련된 구설수는 케이팝 아이돌이 태생부터 가지고 있던 숙제였다. 가창력 하나가 아닌 퍼포먼스와 비주얼, 예능감 등 육각형 형태로 트레이닝을 받고, 결과적으로 이를 총집화한 ‘매력’ 기준에서 발굴과 데뷔가 이루어지는 케이팝 산업 특성상 노래에 관한 문제를 교육으로 완벽히 커버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가창력이 뛰어난 메인 보컬 멤버를 앞세우거나 레코딩 단계에서 전문적인 디렉팅으로 나름의 퀄리티 이슈에 대응을 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케이팝 산업은 각 세부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고,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어떻게든 교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라이브의 경우는 어떨까? 소비되는 기준에서 봤을 때 라이브는 공연과 영상 콘텐츠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공연의 경우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MR만 재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소위 보컬을 ‘깔아놓는’ 식으로 해서 사전 녹음 정리가 된 LIVE AR을 MR과 함께 재생한다. 가령 벌스에서는 반 정도만 깔아놓다가 격렬한 퍼포먼스가 있는 후렴구에서는 100%로 깔아놓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조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완전한 라이브는 아닐지라도 아티스트 컨디션에 좌우되는 일 없이 안정적인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혹은 밴드셋과 같이 목소리가 묻힐 수 있는 환경에서도 유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라이브 영상 콘텐츠는 조금 더 선택지가 있는 편이다. 현장에서 녹음을 받아서 후보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가편집된 영상의 립을 참고하여 사후 녹음을 따로 진행하기도 한다. 기술적으로 이 둘을 섞어 쓰는 것도 가능하다.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 각종 라이브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후보정 없이 나오는 콘텐츠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유튜브든 공중파 방송이든, 케이팝 그룹이든 장르 아티스트든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진정성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우리 모두 SNS에 사진을 올릴 때 좋은 각도의 사진을 셀렉하거나 보정을 진행하는 것처럼, 추상적으로는 상호간의 ‘판타지’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더 나아가 순간의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고 균형잡힌 퀄리티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일부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슈가 있었던 르세라핌과 아일릿의 경우 최소한의 기준치에서 많이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사람들에게 엔터테인먼트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프로페셔널함이 구비되어야 하는 의견도 맞다. 나아가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부족한 가창력이란 조건에도 음절 단위로 문제없이 레코딩이 가능하니 음원과 라이브 간의 괴리감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첼라나 앵콜무대 사건은 보정 자체의 문제보다 그쪽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안일함에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한다. LIVE AR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순간, 100퍼센트에 가까운 라이브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르세라핌의 경우 예전부터 불안불안했던 가창력 논란이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폭발한 느낌이었고, 아일릿은 데뷔 과정에서 통상 케이팝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높은 허들 없이 적당한 타협점에서 탄생한 그룹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나아가 보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할 때, 즉 아쉬움을 줄이기 위한 위한 목적이 아닌 아예 현실을 재창조하고 한다면 거부감이 드는 건 당연하다. 키스 오브 라이프를 향한 소구처럼 대중들은 역사적으로 음원부터 라이브가 모두 완벽한 프로페셔널한 모먼트를 늘 바라왔다. 하드한 트레이닝을 통해 데뷔한 케이팝 그룹이라면, 그리고 그러한 환경이 가능한 자본을 가진 기업에서 탄생한 아이돌이라면 이번 사건을 통해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by 김치볶음밥

매거진의 이전글 틱톡은 숏폼 챌린지를 남긴 채 이대로 사라지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