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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Apr 30. 2024

Baby? Or Monster?

선택의 기로에 선 베이비몬스터

 YG 엔터테인먼트에서 7년 만에 런칭한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벌써부터 잡음이 가득하다. 회사 내외의 이슈, 메인 프로듀서의 부재 등으로 데뷔 이전부터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프로모션까지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2023년 봄 그들의 데뷔 과정을 담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BABYMONSTER - ‘Last Evaluation’은 평균 조회수 1천만을 기록할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데뷔가 지연되고 핵심 멤버가 활동 중단을 선언하게 돼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11월에 발매한 프리 데뷔곡 ‘BATTER UP’을 비롯한 그 이후의 곡들은 모두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해외 팬덤이 주를 이루는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대체적으로 1억을 넘기며 준수한 편이나 한국에서의 성적과 반응이 지나치게 처참한 것이다. 2024년 4월을 기준으로 기존 발표곡 중에 멜론 차트 100에 들어간 노래도 단 하나도 없으며 어떤 매체에서도 베이비몬스터를 호평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정식 데뷔곡 ‘SHEESH’가 발매된 지 4주가 지났으나, (핵심 멤버 아현도 없던 시절인) ‘BATTER UP’의 조회수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처음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투애니원과 블랙핑크라는, 대성공을 거두었던 YG 선배 걸그룹들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아쉬운 데뷔이다. 베이비 몬스터는 무엇 때문에 불안한 성적표를 받고 있는 것일까?


베이비몬스터의 데뷔 당시 좋지 않았던 여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YG의 변함없는 스타일일 것이다. 기존의 YG 걸그룹이 모두 4인조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7인조 걸그룹으로 등장했지만 힙합을 지향한다는 점은 큰 변화가 없다. 힙합 장르의 특성상 랩 포지션의 멤버들이 존재감을 발휘하려면 8마디 이상의 분량은 있어야 하기에, 힙합 위주의 아이돌은 멤버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래퍼 라인에 묻혀 상대적으로 빛을 받지 못하는 멤버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생긴다. 5인조로 시작했던 위너, 빅뱅과 7인조 블락비의 멤버 존재감 차이가 가장 극단적인 예시일 것이다. 베이비 몬스터 역시도 그 밸런스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듯하다. 데뷔 전부터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아현과 일본 국적이지만 완벽한 발음의 랩을 구사하는 아사와 루카 외에는 활동 곡에서 어떤 존재감도 어필하지 못한다. 즉, 아직까지 멤버를 늘린 이유가 음악적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주력으로 선택한 힙합 장르 자체도 큰 딜레마이다. 현재 뉴진스의 성공 전후로 케이팝 걸그룹 대부분은 밝은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고, 심지어 래퍼 포지션 자체가 없는 그룹들도 늘어나고 있는 지금에도 베이비몬스터는 꿋꿋하게 YG스러운, 강렬한 곡들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힙합의 인기 자체도 떨어지고 있는 데다가, 현재 유행과도 맞물리지 않는 그녀들의 음악은 국내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데에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YG의 정체성인 ‘힙합’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으로 어렵다. 게다가 이는 챌린지까지 연결되는데, 앞서 말했듯 현재 대부분의 걸그룹은 이지리스닝 음악과 함께 따라 하기 쉬운 안무로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기에, 베이비몬스터 역시도 이 점을 의식해서인지 챌린지 안무는 상대적으로 일반인들도 따라 할 수 있는 포인트 위주의 안무로 구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선택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노래는 YG 특유의 추임새와 함께 굉장히 강렬한 사운드가 돋보이기에 가벼운 챌린지 안무와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요인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멤버가 많기에 퍼포먼스의 다양성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챌린지, 이지리스닝 등의 유행으로 ‘빡센’ 퍼포먼스의 빈도는 이전보다는 줄었다지만 퍼포먼스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며, 때문에 타이틀 곡 하나에 3~4개의 댄스팀이 동시에 제작 후 믹스를 시킬 만큼 지금까지도 퍼포먼스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번 ‘SHEESH’의 안무를 보면 센터 멤버를 중심으로 좌우 3 3으로 같은 동작을 취하는 정석적인 구성으로 시작해, 1절 코러스에서는 피라미드 형식의 동선으로 아현을 둘러싸며 돋보이게 했으며, 루카 - 아현 - 아사의 랩이 중심인 2절에서는 주위 배경 멤버들은 눈에 띄지 않는 안무를 통해 래퍼 라인들에게 시선이 갈 수 있게끔 안무를 구성한다. 댄서 이바다가 제작한 이러한 안무의 포인트들은 7인조 걸그룹이기에 구현이 가능했던 안무일 것이다.


댄스 트레이너 겸 크리에이터 루다의 유튜브 콘텐츠 (베이비몬스터 퍼포먼스 나노 분석)


또한 현실적으로 수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것은, 그리고 궁극적으로 모든 아이돌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해외 시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재도 많은 걸그룹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막상 해외 큰 시상식과 투어 공연을 할 만큼 인정받은 걸그룹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일 것이다. 해외는 국내와 다르게 감성이나 비주얼, 혹은 캐릭터가 아닌 실력과 퍼포먼스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투애니원과 블랙핑크가 해외에서 대성공을 거둔 요인도 이 점에 있을 것이다. 베이비몬스터 채널의 대부분의 영상은 멤버들의 댄스와 보컬 커버 영상일만큼 데뷔 전부터 실력파 그룹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각종 무대에서도 그 실력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실력에 대한 기대감이 채널 토탈 조회수 7억 뷰, 유튜브 구독자 300만 명을 달성했다는 결과물로 이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되어줄 것이다. 한국 팬덤이 원하는 대로 노선을 틀어 ‘Baby’가 될지, 방향성을 해외로 잡아 기존의 노선을 유지, 강화하며 ‘Monster’가 될지는 앞으로 그들의 선택에 달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는 베이비몬스터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여러 이슈로 예전 같지 않은 YG이기에 회사 전체의 명운이 달린 선택이 될 수도 있기에, 모쪼록 그 선택의 결과가 옳은 방향이 되기를 바란다.


BABYMONSTER (베이비몬스터) - SHEESH @인기가요 inkigayo 20240428에서 증명한 그녀들의 실력 





by 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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