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 – [청춘의 포말 (YOUTH)]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보편적으로 함께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색으로는 파란색 혹은 하늘색, 분위기로는 청량하거나 맑은 느낌 등. 이러한 요소들은 여러 매체에서 청춘을 매개로 제작하는 콘텐츠에 항상 함께 따라오는 단골손님이나 다름이 없다. 청춘은 누구나 거치는 시기이고 또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 용이하게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향유자들이 주로 청춘의 시기에 머물러 있는 K-POP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라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청춘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JYP 소속의 밴드 DAY6이다. 그들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의 후렴은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로 시작하는데, 이 한 줄의 가사가 청량하고 에너지 넘치는 밴드 사운드와 맞물리며 이들이 청춘을 상징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다른 예시로 몬스타엑스의 기현도 그의 첫 EP, [YOUTH]를 통해 불안한 청춘에 대한 위로와 응원을 선보였으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청춘을 다루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K-POP에서 청춘을 다루는 방식과 일치한다. 대체로 청춘이라는 키워드 그 자체에 집중하고, 청량한 사운드 기반의 곡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 글에서 다룰 NCT 도영의 [청춘의 포말 (YOUTH)]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도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춘의 포말 (YOUTH)]은 그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청춘이라는 파도 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고 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는 기존의 방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도영은 “반딧불”과 “바다”라는 상징에 청춘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또한 청량한 사운드에만 그치지 않고, 음악에 그 상징을 풀어가려고 노력한 모습 역시 이 앨범의 차별화에 한몫을 더했다.
앨범의 타이틀이자 2번 트랙인 ‘반딧불 (Little Light)’은 제목 그대로 반딧불이를 소재로 한 곡이다. 우리는 반딧불에서 작은 빛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반딧불은 곡의 가사처럼 “환한 불빛”에 쉽게 지워지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등 작은 고난에도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청춘의 특징과도 일맥상통한다.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새싹이 돋는 시기이기에 그만큼 미약하고 가냘프다. 도영은 이런 청춘들에게 언젠가는 “태양”, “유성 빛”, “별”처럼 밝은 빛이 될 날들을 꿈꾸며 “빛을 내 숨을 다 쏟아내”기를 독려한다. 그리고 도영이 전하는 응원은 “환한 불빛”이 아닌 “반딧불” 도영이 전하는 것이기에 청자에게 더 큰 위로를 준다.
전반적으로 ‘반딧불 (Little Light)’이 음악적으로 청춘을 다루는 방식은 일반적이다. 청량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일렉 기타 사운드나 Chorus 파트에서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보컬에서도 볼 수 있듯 K-POP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세세한 음악적 요소가 주는 차별화를 살펴본다면 마침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Intro 파트에서 불규칙하게 깜박거리는 것처럼 진행되는 몽환적인 사운드는 마치 반딧불이의 불빛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1절의 Pre-Chorus에서 모든 악기가 빠지고 오직 플럭 사운드와 도영의 보컬로만 조용히 진행되는 부분은 아주 어두운 밤에 문득 반딧불을 마주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히 청춘의 감성을 담아내는 것만이 아닌,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음악적인 요소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인 것이다.
3번 트랙 ‘나의 바다에게 (From Little Wave)’에서도 미약하고 작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반딧불 (Little Light)’에서의 도영이 반딧불로서 이야기를 전했다면, ‘나의 바다에게 (From Little Wave)’에서 도영은 작은 파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도영은 이 곡에서도 마찬가지로 “다 지나가 버리면 결국엔 나 혼자만 남아”, “나는 언제나 아이야”와 같이 미약한 청춘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청춘이라는 시절은 어린아이만큼의 보살핌은 필요하지 않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렇기에 작은 파도는 “너는 나의 바다야”, “난 네게 기대는 사람이야”, “너만은 나를 세게 안아줘”와 같이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바다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바다”와 “파도”라는 상징을 통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며 기댈 곳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나의 바다에게 (From Little Wave)’는 큰 측면에서 ‘반딧불 (Little Light)’과 같은 청춘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후자와는 다르게 응원보다 위로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곡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Intro에 얕게 깔려 있는 파도 소리를 시작으로 곡의 전반에 공간감 있게 퍼지는 사운드들은 일렁거리는 바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스네어에 포인트를 준 드럼 사운드의 강약 조절은 마치 해변에 파도가 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역시 곡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심어진 음악적 요소들이 인상적이다.
나아가 도영은 직접 앨범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앨범의 진정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기획을 도맡으며 본인이 만들고 싶은 앨범의 방향성을 잡았고, 나아가 곡을 받고 싶은 프로듀서를 회사에 직접 추천하며 앨범의 밑그림을 그렸다.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에 청춘이라는 주제를 택했으며, 조금 다른 청춘을 이야기하고 싶어 “포말”이라는 단어를 더하기도 했다. 또한 ‘새봄의 노래’를 단독 작사하고 ‘나의 바다에게’의 작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직접 곡 단위의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가사 한 마디마다 진심을 눌러 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상기한 요소들이 담기지 않은 채로 청춘을 이야기했더라면, 도영의 솔로 앨범은 그저 노래를 좀 잘하는 아이돌의 적당한 청춘 앨범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춘의 포말 (YOUTH)]은 “반딧불”, “바다” 등 청춘을 상징하는 메타포를 통해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 있기에 더 큰 울림을 주며, 나아가 도영은 앨범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청춘으로 청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담담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그렇기에 청춘에 머물고 있는 청자에게 도영의 앨범은 마치 친구가 해주는 말처럼 따듯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렇듯 도영의 진심을 담은 요소들을 곱씹으며 감상하는 것이 도영의 앨범을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by 동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