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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May 30.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5월 4주)

RM, 수진, 안병웅, Lil Tecca, Meghan Trainor 외


"과탑들의 팀플레이"


1. RM - [Right Place, Wrong Person]

카니 : 1집 [Indigo]는 전형적인 회고록으로,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써 내려갔다. 반면, [Right Place, Wrong Person]는 틀에 벗어나 자유롭게 감정을 날려 적은 낙서장 같은 앨범이다. 대중성보다 예술성과 자아실현에 더 초점을 맞췄던 [Indigo]를 이어 본 앨범도 흥행에 주목하기보다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들려준다. 앨범명과 단어 순서를 뒤바꾸며 'Right'과 'Wrong'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Right People, Wrong Place’를 시작으로 변주하는 사운드에 진솔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그런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트랙 ‘Domodachi’는 재지한 인트로 후 RM의 랩, 일본어 코러스, 그리고 리틀 심즈의 랩이 쉴 새 없이 휘몰아치며 극적인 변주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트랙 ‘LOST!’는 가장 팝스러운 곡으로 속주하는 신스 사운드가 결합되어 있으며 ‘Around the world in a day’는 R&B, 신스, 락 사운드가 점진적으로 더해지며 고조되는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변주와 실험적인 결합은 듣는 내내 불친절하게 다가오지만 비선형적인 음악 안에서 시원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RM의 목소리에서 오히려 자유로움과 희열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분위기의 ‘Heaven’이나 오혁이 작업에 참여한 인디팝 트랙 ‘Come back to me’로 앨범을 무게를 중화시켜 주며 균형을 맞춘다.


[Indigo]와 [Right Place, Wrong Person]는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라는 합집합을 지니지만 트랙마다 뚜렷한 장르의 색을 가진 [Indigo]와 달리 본 앨범은 한 곡 안에서 변주와 장르의 융합을 이루며 한층 더 도약한 음악성을 가진다. 이는 바밍타이거의 리더 산얀이 [January Never Dies]에서 보여준 디렉팅 스타일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다채로운 사운드에 복잡한 감정을 담아낸 앨범 [IGOR]에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보여준 성숙한 음악이 연상된다는 점에서 RM의 동경이 엿보인다. 과연 이 동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청출어람으로 성장할지는 앞으로 판명 나겠지만, 뭐든 간에 이번 앨범이 좋다는 건 반박 불가인 사실!

   




"댄스브레이크가 유일한 주인공?"


2. 수진 - [RIZZ]

아민 :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솔로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보컬이다. 이전에 차트 순위로나 화제성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거두었던 여성 솔로 아티스트 청하, 권은비, 화사를 보면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자신의 음역대에 맞게 힘 있게 불러야 할 보컬 파트를 놓치지 않는 게 느껴진다. 그녀들은 탄탄한 보컬과 퍼포먼스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더욱 퍼포먼스를 인정받을 수 있었는데, 이것은 단지 고음 파트가 많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본인만의 보컬적인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파트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진의 타이틀 ‘MONA LISA’은 훅에서 보컬로 볼 수 있는 파트가 거의 없다. 심지어 몇 없는 보컬 파트조차 효과로 범벅된 느낌이 강해 퍼포먼스를 함께 보지 않는 이상 보컬과 함께 음악 자체를 즐기기가 어렵다. 특히 하이라이트에서 팍 터지는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고음에 힘이 없는 느낌이 강하다. ‘Drop Top’과 ‘Summer Daze’도 킥 사운드가 강한 편이라 가성 위주의 보컬이 자연스레 묻힌다. 즉, 전반적으로 보컬의 힘이 약했고 수진에게 맞는 음역대를 다루지도 못한 애매한 느낌의 앨범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러한 부분은 이전 앨범인 [아가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RIZZ ME UP’은 이전 앨범 수록곡인 ‘TyTy’와 같은 UK Garage 장르이며 둘 다 댄서블한 사운드에 비해 가성 위주 보컬의 힘이 약해 묻혔다는 문제점이 있다.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건 솔로 아티스트로서 역량을 보여줄 수 있게 보컬 실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보컬의 비중을 줄이고 퍼포먼스 중심으로 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은 선택이다. 다음에는 자신의 음역대에 맞는 보컬 위주의 곡으로 돌아와 성장했음을 실력으로 증명했으면 좋겠다. 





"키덜트가 아닌 어덜트가 되어야 할 시점"


3. 안병웅 - [siTtin in A sauCer]

미온 : 안병웅은 '붐뱁키드'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붐뱁 기반의 장르를 주로 선보여 왔었다. 대표적으로 [BARTOON 24]에서는 90년대 붐뱁을, [Batanga! (S. alt’ C. oke A .nd T. equila)]에서는 재즈힙합을 시도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두 앨범을 융합한 느낌이다.


먼저 첫 번째 타이틀곡 ‘Trip’부터 살펴보자. 인트로부터 등장하는 비브라폰과 재지한 사운드는 'A Tribe Called Quest'의 음악을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안병웅의 존재감은 확실히 드러나는데, 붐뱁에서만 조화로울 줄 알았던 하이톤 랩이 재즈힙합 위에서 훨씬 더 돋보인다. 두 번째 타이틀곡 ‘Oh Sh!t’ 또한 만만치 않다. 안병웅의 필살기인 올드스쿨 사운드로 붐뱁 특유의 묵직하고 어택감 강한 랩이 등장하지만, 훅에 싱잉 파트를 넣어 그루비한 스타일을 더했다. 이는 안병웅이 가진 특유의 쫀득한 플로우를 조명하기에도 적합했다. 그러나 세 번째 트랙부터는 아쉬움이 크다. 이어서 나오는 ‘Smokin’과 ‘Sunday Love’는 비교적 낮고 차분한 톤의 재즈 사운드로 채워져 있는데, 에너제틱한 붐뱁 트랙 사이에 끼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졌다. 워낙 붐뱁과 재즈힙합을 왔다 갔다 하니, 각각의 매력이 가려졌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안병웅은 여전히 스트릿, 붐뱁'키드'스러운 인상이 강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대로 계속 간다면 영원히 키드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재즈를 기반으로 붐뱁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앨범과 같이 멜로우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은 제외하고 오히려 Guru처럼 리얼 재즈 세션 기반의 앨범이나, 빈지노의 [NOWITZKI]에서도 쓰인 Madvilla/in, MF DOOM 스타일의 앱스트랙 힙합으로 무게감 있는 재즈힙합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안병웅은 ‘Time Trouble’을 통해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인 바 있다. 필자는 그 또한 좋게 들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이 되리라 생각한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의외의 조합이 탄생할지도.





"귀 열어 뉴재즈 들어간다!"


4. Lil Tecca - ‘Number 2 / Never Last’

미온 : ‘Ransome’을 통해 미니멀한 트랩의 매력을 보여줬던 Lil Tecca. 그는 해당 곡으로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른 뒤, 비슷한 스타일의 곡만 발매했었다. 그러나 [TEC]을 기점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레이지 음악으로 많은 호평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장르는 '뉴재즈(New jazz)'다. 해당 장르는 Lunchbox의 [New jazz]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순한 맛 버전의 레이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레이지와 구분되는 장르이지만, 신시사이저 구성이 단순하다는 점 외엔 거의 유사하다. 해당 싱글 또한 단순하고 반복되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자칫하면 지루할 뻔했으나, Lil Tecca는 미니멀 트랩에 특화된 인물이지 않던가. 싱잉랩만으로도 비트를 맛깔나게 살려냈다. 물론 Lil Uzi Vert 만큼 멜로디컬 하고 독특하진 않지만 뉴재즈에 잘 어울리는 래퍼임은 분명하다.


Playboi Carti가 레이지를 유행시켰던 것처럼, 뉴재즈 또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물론 빌보드 차트를 보면 여전히 Future 류의 트랩과 팝랩 위주로 성행하고 있지만, 국내 힙합씬이나 K-POP씬에서는 서브장르가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는 양상이다. 레이지의 경우 영파씨의 ‘Scars’에 쓰이기도 했고, 식케이와 김하온 또한 레이지 장르를 꾸준히 발매하고 있다. 뉴재즈 또한 비슷한 흐름을 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생각보다 더 빨리 K-POP 시장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자신감, 자존감 다 좋지만 음악이 먼저 아닌가요?"


5. Meghan Trainor - ‘I Wanna Thank Me

카니 : 메간 트레이너의 ‘I Wanna Thank Me’는 본인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아카펠라 코러스와 자기애, 자신감으로 가득 찬 가사를 당차게 담아낸 곡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특히 기존과 유사한 스타일의 곡이기 때문에 ‘Title’, ‘Made You Look’, ‘Me Too’ 같은 히트곡 대신 ‘I Wanna Thank Me’를 들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오히려 미니멀한 구성임에도 펑키한 베이스라인으로 귀를 사로잡는 ‘Me Too’를 한 번 더 듣는 편이 나은 선택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소극적인 행보의 결정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에 있다. 메간 트레이너는 3집 [TREAT MYSELF]를 통해 두왑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신스, 컨트리 팝 등 신선한 시도를 했음에도 연속적인 발매 지연으로 성적 부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후, 다시 두왑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Made You Look’를 발매하며 중독성 있는 탑 라인으로 사랑을 받았고 이번에도 그런 기류를 이어가려 한 듯 보였으나 매력 없는 훅 라인은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세 곡의 싱글 모두 이런 실속 없는 트랙이라 메간 트레이너의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 같지 않다. 이미 새로운 시도에 대한 낙담을 경험했기에 또 도전을 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의 영광보단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시기이라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아픈 사랑만 했길래"


6. Thomas Day – ‘Pretender’

아민 : ‘VICIOUS’로 SNS에 자주 등장하는 아티스트 Thomas Day, 이번 싱글 ‘Pretender’는 벌스에서 풀어줬다가 점점 고조되는 느낌으로 훅에서 확 터트리는 밴드 사운드와 그의 보컬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특히 훅에서 강조되는 드럼 사운드는 그의 최근 곡인 ‘Wildflower’, ‘The End’, ‘MASOCHIST’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그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그가 인기를 끌 수 있게 했던 ‘VICIOUS’나 앞서 언급한 곡들과 비교했을 때, 곡의 흐름이 비슷한 정도를 넘어 복제된 수준에 가깝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음악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가장 인기가 좋았던 ‘not my job anymore’은 기타 위주의 미니멀한 사운드 구성과 함께 찢어지는 끝음처리가 특색인 그의 보컬을 살려 애절함을 강조한 곡이었다. 이는 그의 보컬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그는 왜 강조된 밴드 사운드를 추구하는 걸까. 그리고 어쩌면 훅에서 고조되는 느낌은 결국 숏츠 영상의 배경음악이 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곡의 가사 내용마저 이때까지 냈던 다른 곡들과 비슷한데, 사랑해서 놓아줄 수 없고 네가 다른 사람과 있는 걸 보면 힘들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대체 얼마나 아픈 사랑만 했길래 이런 가사를 부르는지 궁금해질 뿐만 아니라 그 가사가 시원하게 확 터지는 밴드 사운드와 어울리는 건지도 의문스럽다. 이제 그가 다시 보컬을 살린 곡으로 돌아올 타이밍이 되지 않았나 싶다.





※ '미온', '카니', '아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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