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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n 19.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6월 2주)

김승민, 선미, 유라/만동, Love Is Noise, Normani 외


"포인트 없는 작품들 중 하나"


1. 김승민 - [Be Okay]

아민 : 이번 앨범이 과연 이전과 뭐가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비슷한 가사, 보컬이 강하고 코드 진행에 가까운 건반, 변주 없이 기본 박자의 반복에 가까운 드럼 사운드 구성의 연속으로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김승민은 ‘하나, 둘’, ‘내 기쁨은 너가 벤틀리를 끄는 거야’처럼 안전하게 본인이 잘하는 싱잉랩을 택했고, 자가복제와 같이 이어져 탄생한 게 무난한 이번 앨범이라고 본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오토튠 활용에 있었다. 노래와 랩에서 오토튠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던 김승민은 이번 앨범에도 그 특징을 살렸다. ‘잘 지내길 바래’와 같이 고음이 있는 트랙에서는 간혹 보컬이 찢어지는 것처럼 들려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은 고음 부분이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다만 진짜 김승민의 목소리를 분간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이다. 분명 어느 요소든 적절히 활용한다면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전체를 뒤덮는 것은 남용에 가깝다.


김승민은 소위 말해 감성힙합이라는 어항 속 물고기와 같다. 그리고 우리는 물고기가 어항 밖으로 나오면 죽게 되리란 걸 이미 알고 있다. 오토튠, 싱잉랩 요소와 감성힙합이 더 이상 대중픽이 아니게 되면 김승민이 자신의 카드로 내밀 수 있는 게 있긴 할까. 이제 튠이 아니라 신스나 힙합 베이스를 살리는 등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특징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꼬리 아홉 달린 선미보단 사랑에 빠진 선미가 좋은 걸"


2. 선미 - ‘Balloon in Love’

카니 : 선미의 신보 ‘Balloon in Love’는 특유한 맑고 관능적인 매력을 담은 몽환적인 신스팝으로 ‘6분의 1’, ‘보라빛 밤’, ‘덕질’과 함께 선미 팝의 계보를 잇는 곡이다. 선미 팝을 설명해 보자면 반복되는 리프와 몽환적인 멜로디가 주요 특징으로, 선미의 매혹적인 중저음 보컬이 곡 전체에 부드럽게 스며들어 외줄 타기 하듯 아찔한 감정을 자아낸다. 특히 그런 면모가 이번 싱글에서 잘 드러나는데 우윳빛 필터 씌운 컨셉 포토와 몽글거리는 MV 속에 담긴 저릿한 러브스토리 그리고 "Fall in Love, whoo~"의 홀릴듯한 멜로디는 마치 사랑과 이별, 행복과 우울, 따뜻함과 차가움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오묘하고 아린 감정을 잘 살려냈다.


이번 싱글이 특히 반가웠던 이유는 [STRANGER]의 수록곡 ‘덕질’과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곡의 흐름이 과하게 끊기는 믹스팝으로 다소 난해했던 타이틀곡 ‘STRANGER’와 달리 ‘덕질’은 제목처럼 팬들의 감성을 저격하는 가사와 선미팝의 만남으로 감동과 만족을 동시에 얻어낸 곡이다. 따라서 ‘Balloon in Love’ 역시 팬들의 니즈를 충족하면서도 이지리스닝을 통해 대중의 선호도 얻어낼 수 있는 곡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도 다질 수 있을 듯 보인다. 이런 곡들이 단순 싱글이나 수록곡으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정규앨범의 무드로 이어지는 건 어떨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컨셉으로 치장한 곡도 매력적이지만 살랑거리는 곡도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니.





"두 분 같이 가둬 놓고 앨범만 만들게 해 주세요"


3. 유라 (youra), 만동 (Mandong) - ‘사자는 치즈가 된 거야(The lion that became cheese)’

미온 : 2년 전, 유라와 만동이 처음으로 합을 맞추었던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재즈와 록이 크로스 오버된 형태의 음악과 그 선율에 스며든 매혹적인 목소리는 이제껏 느낄 수 없었던 독보적인 매력이었고, 그 매력은 평단과 리스너들을 매료시키기에도 충분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이후 만동의 송남현은 유라의 앨범 [꽤 많은 돌기의 촉수]의 작곡을 맡기도 했으며, 그들이 함께 하는 작업물은 어느새 '믿고 듣는' 음악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찰나 [사자는 치즈가 된 거야]가 발매된 것인데, 그들에 대한 믿음만큼이나 음악들도 잘 영근 모습이다.


유라와 만동이 가진 공통점은 '모호함'이다. 만동은 사운드로, 유라는 가사로 그 특징들을 보여왔는데, 이는 첫 트랙 ‘무수히’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오묘하고 반복되는 유라의 가창과 은유로 뒤덮인 가사, 각기 다른 음과 리듬으로 레이어 된 악기는 이들의 조합이 아니면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황홀한 지점은 유라의 목소리와 하향음으로 떨어지는 더블베이스, 빠르게 쪼개지는 하이햇이 하나로 떨어지는 순간인데, 이는 곧이어 등장하는 프리재즈의 불협화음을 더 강렬하게 조명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규칙과 불규칙이 공존하는 이 장면에서 감탄을 참아낼 이가 있을까. 그러나 두 번째 트랙인 ‘모시질감’은 비교적 밋밋하다. 은유와 비유로 똘똘 뭉친 가사는 여전하지만, 사운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타 리프와 드럼 리듬만이 중심을 잡는 밴드 사운드에 치중되어 있다. 곡의 말미에선 복잡한 재즈 연주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 밸런스가 다소 아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조합이 최고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R&B, 팝, 록 다양한 장르에 걸쳐있는 얼터너티브 아티스트 유라와 크로스 오버 밴드의 만남이라니, 진보적인 음악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들의 음악이 난해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우리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해 줄 음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잠시 틀에 박힌 유행가에서 벗어나 이 곡을 들어보자. 당신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하드코어 매니아가 되"


4. Love Is Noise -  ‘Soft Glow

미온 : 흔히 하드코어-메탈 류의 강한 음악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악마도 뒷걸음질 칠 정도로 까맣게 칠해진 화장, 곡 러닝타임 내내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악을 지르는 모습 등 상상만 해도 기가 빨리는 그런 모습 말이다. 나 또한 그런 편견에 의해 해당 류의 음악을 듣는 것을 시도해 본 적이 없는데,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 Love Is Noise의 음악은 그 진입장벽을 낮춰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중에서도 ‘Soft Glow’가 그러하다.


‘Soft Glow’는 거친 연주 방식 위에 덧입혀진 서정성이 특징이다. 거친 노이즈 락, 포스트 하드코어, 메탈에 서정적인 이모, 얼터너티브 락이 가미된 형태인데, 그런 만큼 강렬함에만 치중되지 않고 부드러운 록의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 결과 목을 긁으며 소리 지르는 스크리밍이 등장하는 데도 전혀 거북스럽지 않았고, 팝 록을 듣는 듯한 인상 또한 느껴졌다. 이는 서정적인 탑라인과 부드럽게 표현되는 보컬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폭발할 듯한 일렉 기타와 드럼 연주는 유지되어 록이 가진 따뜻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들을 조금이나마 친숙하게 제시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뛰어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다른 곳에 장벽을 세워뒀겠지만, 그중에서도 하드코어한 록 음악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가장 많지 않을까. 그 장벽을 이 음악을 통해 넘어가 보자.





"애매하게 미지근한 힙합"


5. Normani - [DOPAMINE]

아민 : 약 6년 만에 발표한 노르마니의 첫 정규 앨범은 힙합, 알앤비 트랙이  주를 이뤘다. 몽환적인 초반 트랙들에 지루해져 갈 때쯤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듯한 ‘Take My Time’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앨범의 흐름은 듣는 재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선공개했던 ‘1:59’와 ‘Candy Paint’ 등과 비교했을 때 타이틀은 그 곡들보다 사운드 구성이 단순했고 곡의 흐름에 있어서 고조되는 부분이 없는 힙합 베이스의 곡이라 미지근하기만 했다. 그녀의 인기곡인 ‘Motivation’보다 그루비하고 보컬을 잘 살리는 그녀의 특징을 받쳐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앨범 수록곡의 대부분이 여백이 많고, 반복되는 구절이 많아서 팝 느낌을 살리는 사운드와 함께 노래보다는 그녀의 퍼포먼스만을 기대하게 만든다. 힙합을 타이틀로 세우고 싶었던 거라면, 조금 더 팝적인 ‘Candy Paint’를 밀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다. 수록곡의 사운드보다는 타이틀의 사운드를 강조하여 그녀의 노래가 알릴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어떻게 사람이 카멜레온"


6. RAYE - [Genesis.]

카니 : ‘Genesis.’는 3개의 트랙이 연결된 곡으로, 러닝타임이 무려 7분에 달한다. 각 파트는 R&B, 힙합, 재즈로 장르를 차별화하면서도 부드럽게 연결되어 예술성을 극대화했다. 이 곡을 들으면 R&B를 기반으로 트립합, 가스펠,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데뷔 앨범 [My 21st Century Blues]이 느껴지는데 ‘Introduction’에서 ‘Pin’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녹아있는 탄탄한 유기성과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가 함축된 듯하다. 특히, ‘Genesis, Pt. i’는 ‘Oscar Winning Tears.’와 유사하고 ‘Genesis, Pt. ii’는 힙합 트랙인 ‘Escapism’의 분위기를, ‘Genesis, Pt. iii’는 ‘Worth It’의 재즈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데 정규앨범의 무드를 싱글로 가져왔다는 것만으로도 더욱 인상적이게 다가온다. 또한, 이런 변주들이 하나의 물줄기처럼 흘러가고 전환에 맞춰 자유자재로 변하는 보컬의 기량과 그루비함은 마치 7분짜리 뮤지컬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만, 최근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긴 러닝타임, 종교적(창세기) 및 사회비판적인 가사, 예술미에 치중된 뮤직비디오의 스토리와 영상 등은 상업적 성공보다는 예술성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Genesis.’는 다양한 장르와 보컬의 변화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아름다운 곡이니 영상과 함께 감상해 7분짜리 예술적 성취를 얻어 가길 바란다. 





※ '미온', '카니', '아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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