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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l 16. 2024

‘반짝’하고 사라지는 프로젝트 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아이돌과 그들의 말로

앞서, 이번 칼럼에서 다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자사의 오디션 성격에 가까운 프로그램이 아닌, 서로 다른 소속사의 연습생과 재데뷔를 희망하는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에둘러 지칭함을 알린다. 


2016년 시작된 ‘프로듀스 101’은 국내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그야말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렇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꾸준하게 시리즈화 되고, 우후죽순 비슷한 포맷으로 쏟아져 나오며 K팝 산업의 주요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방송사의 입장으로는 높은 사업적 가치를 지닌 프로그램이자, 소속사의 입장으로는 프로그램의 높은 화제성에 편승하여 데뷔 이전부터 높은 충성도를 지닌 코어 팬덤을 끌어모을 수 있으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들은 그룹 자체의 인지도로 보자면 영속성을 지닌 그룹보다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채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영속성을 지닌 아이돌 그룹과는 사뭇 다른 아웃풋을 보여주곤 했다. 일례로 ZEROBASEONE (제로베이스원) 데뷔 앨범 타이틀곡이 차트권에서 1,880시간 머물렀다면 가장 근래 발표한 타이틀곡은 차트권에 머물렀던 시간이 11시간에 남짓하고, 걸그룹 Kep1er (케플러)는 데뷔 타이틀 이후 차트인조차도 버거운 상황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그룹 활동 이후 흩어진 멤버들도 각자 활동을 이어가지만 사실상 성공적인 사례보다 부진한 끝맺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위키미키, 구구단, PRISTIN, DIA, 뉴이스트, VICTON, 업텐션(계약 종료), 핫샷, 미래소년 등 프로젝트 그룹 출신의 멤버들이 소속된 이 많은 그룹이 결국 해체를 맞이하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이처럼 장점이 또렷함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그룹의 말로에는 왜 좋지 않은 결과가 따라올까?




프로젝트 그룹에는 분명 또렷한 단점이 존재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인 팬덤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애초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각 연습생의 팬덤이 형성된 후 개인 팬덤들이 데뷔 순위권을 놓고 경쟁하는 데에서 높은 몰입도를 유발하고자 했다. 위와 같은 방식은 프로그램의 흥행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또렷한 장점을 지니지만, 그룹이 실제로 데뷔한 이후에는 그룹 활동에서의 균형이 깨지고, 분열된 팬들 간의 갈등을 발생시켰다. ‘그룹’의 흥행을 위해 팬덤 내에서 중요시되는 음원 총공 문화 또한, 개인 팬덤의 집약체인 프로젝트 그룹 안에서는 맥을 못 추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음원 성적의 부진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팀워크와 일체감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건대, 반짝하고 사라지는 그룹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 치밀한 브랜딩과 장기적인 마케팅이 필요했다. 비교하자면, 8년 차에 접어든 NCT가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유닛 시스템의 무한 확장과도 같은 장기적인 체재를 내세우고, 실험적인 장르를 거듭하며 대체 불가한 입지를 만들기 위해 치밀한 브랜딩이 시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영속성이 존재하지 않는 프로젝트 그룹에 위와 같은 품이 들어가는 것은 소속사와의 협상 혹은 제작 인력 충원이 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IZ*ONE (아이즈원) 리런칭 프로젝트와 아이오아이 (I.O.I) 재결합 논의 등 프로젝트 그룹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했던 사례는 분명 존재하나, 유일한 성공 사례도 Kep1er (케플러)뿐이며 이마저도 전원 잔존하지는 않았다는 점. 자사 차기 그룹의 선홍보 활동의 일종으로 출연에 뛰어든 소속사는 차일피일 아이돌 그룹 런칭을 미룰 수도 없을뿐더러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소속사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프로젝트 그룹의 문제점을 타파하려는 노력은 분명 진행형인 것으로 생각된다. 단발성 프로젝트 그룹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고 국내에서의 성적이 점차 부진해지는 상황에서 IZ*ONE (아이즈원)을 배출한 프로듀스48과 ZEROBASEONE (제로베이스원)을 배출한 보이즈플래닛은 글로벌 연습생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다국적 프로젝트 그룹의 탄생으로 해외 팬덤을 타겟팅한 셈이다. 그 결과, ZEROBASEONE (제로베이스원)은 데뷔 앨범 선주문량만 108만 장을 돌파하며, K-POP 데뷔 음반 초동 역대 1위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선명한 단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화제성’과 ‘주목도’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이와 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그룹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해외 팬덤 타겟팅 등의 돌파구를 찾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이지만, 프로젝트 그룹이 지닌 영속성의 결여, 개인 팬덤화 등 문제점의 본질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단연 우려되는 점이다. 대중의 투표로 꾸려진 꿈의 아이돌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음반 판매에 총력을 다하는 팬덤형 그룹이 되어,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미 대형 소속사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후광을 포기하는 대신, 연습생의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을 보며 제작자들도 분명 느끼는 점이있기를 바란다. 프로젝트 그룹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과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프로젝트 그룹이란 장기적인 성공과 안정성을 유지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지만, 초기 주목도를 통해 그 단발적인 화제성이라는 메리트가 꾸준하게 증명되고 있는 이상 앞으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그룹의 제작은 지속될 전망이다.  


플래닛 시리즈가 2년 주기로 제작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다가오는 2025년에는 방영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많은 프로젝트 그룹 출신 아티스트들의 말로를 바라보며, 개선의 노력 없이 어른들의 욕심만이 앞선 상황이 답습되지 않기를 바란다.



By.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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