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7월, 유튜브 뮤직의 ‘끼워팔기’ 혐의를 조사한 바 있다. 동영상의 광고를 제거하는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 기능을 함께 끼워 팔았고, 이런 불공정한 요금제를 통해 음원 시장의 생태계를 망쳤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튜브 뮤직은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725만 명을 3년만에 달성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그만큼 많은 선택을 받았던 유튜브 뮤직 서비스이기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광고 제거와 음원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전망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유튜브 뮤직의 제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에 더불어서, 타국에는 광고를 시청하면 무료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무료 요금제가 존재하지만, 한국에는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뮤직 모두 유료 요금제만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를 이미 존재하는 국내 음원 플랫폼이 많고, 그들 파이를 지켜내기 위한 제재라는 반응이 많다.
무료 요금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의 원인이 한국 플랫폼이라면, 대체 왜 한국 플랫폼은 무료 요금제를 도입할 수가 없는 걸까? 첫 번째로, 국내 플랫폼들은 이미 통신사 제휴를 통해 저렴한 요금제를 많이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지니, 플로 등은 KT, SKT의 유관사로, 해당 통신사의 고객이라면 매우 저렴한 요금, 혹은 거의 무료에 가까운 요금을 통해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료 요금제를 새로 신설한다 해도, 신규 고객 유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역시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무료 요금제는 매출 향상에 직접적 요인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무료 요금제를 도입한 대표적 음원 플랫폼임과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기 위해 이용하는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조차, 영업이익의 흑자 전환은 2023년에 들어 처음으로 일어났을 정도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정리해고와 유료 요금제의 요금 상승 때문이라는 분석 역시 존재한다.
스포티파이의 실제 매출 비중을 보면 무료 요금제의 미미한 영향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는데, 24년 1분기 기준 스포티파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약 6억 명이고, 그 중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2억 명 정도만이 프리미엄 요금제를 구독하고 있지만, 매출의 약 88%가 유료요금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약 6억 명이 사용하고 있어 매우 큰 광고 효과를 기대해볼만함에도 불구하고,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12%로 매우 미미한 정도이다. 스포티파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이용자 수를 기록하는 국내 플랫폼에서 무료 요금제를 도입한다면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매출은 더욱 적을 것이 예상된다. 더불어, 스포티파이는 월 1,000회 스트리밍에 도달하지 못한 음원의 정산을 해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약 500억 원의 추가 지출을 줄인 바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규정을 통해 플랫폼이 수수료로 가져갈 수 있는 비율을 지정해둔 한국의 특성상 무료 요금제는 이익보다는 손실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타인의 소유인 음원을 서비스하는 음원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권리사 측에 반드시 정산해줘야 하는 비용이 존재하다보니 무료 요금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원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무료 요금제는 직접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유인책에 가까운 정책이다. 2인자인 애플뮤직이 아이폰, 아이패드에 기본으로 탑재되어있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졌음에도 이용자수가 스포티파이에 비해 적은 것은 무료 요금제 등을 통해 플랫폼을 경험해볼 유인책을 마련하지 못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음원 플랫폼이 무료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고객에게 해당 플랫폼의 이용 경험 선사 후, 실제 유료 요금제를 구독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해외 이용자수가 매우 적고 한국 자국민으로 파이가 매우 한정되어 있는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무료 요금제는 실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된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국내 플랫폼은 무료까진 아니지만 통신사 제휴를 통해 매우 낮은 가격의 상품을 이미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만을 이유로 이미 사용하고 있던 플랫폼을 변경할 이용자 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적인 이유로 플랫폼을 변경한 이용자들이 과금 사용자로까지 이어질 확률 또한 낮다. 이미 낮은 가격의 요금제에서 무료로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유입된 이용자들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무료 이용자들이 유료 요금제 구독자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전술한 바와 같이,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유통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음원의 독점 유통권을 보유한 플랫폼이 대다수인 한국 시장에서, 다른 플랫폼과의 협의 없이 무료 요금제를 독단적으로 도입했다가는 주요한 음원들이 서비스 중지되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이용자를 타겟으로 하는 무료 요금제는 한국 음원 플랫폼들에겐 법률의 장벽과 음악 서비스 중지라는 리스크를 떠안을 만큼의 매력이 없는 상품이다. 해외에 진출해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의 해외 파이를 가져오거나, 음원 플랫폼을 아직 사용하지 않는 제3의 이용자들을 유입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국내를 타겟으로 한 무료 요금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이 음원을 무료로 들을 수 없는 이유는 한국의 플랫폼 시장은 이미 국내 플랫폼만으로도 치열한 다툼이 이어져온 시장이며, 그 타겟이 한국의 국민들로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 시장의 흐름을 보면 한국 플랫폼사들의 발빠른 변화가 필요함을 실감케 한다. 멜론, 지니, 플로, 벅스, 바이브 등 대기업이 개입한 한국 음원 플랫폼사만 해도 5개인 상황인데, 그에 더해 해외에서 시작된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 애플뮤직의 파이도 점점 커지며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압도적인 1위의 아성이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멜론마저도, 실제 활성 이용자 수 면에서 유튜브뮤직에 추월당한 바 있다. 앞서 서술한 바처럼,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 시 함께 사용할 수 있고, 해외 음원과 커버 유튜버 등 다양한 음악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유튜브 뮤직에 매력을 느낀 이용자들이 많은 것이 원인일 것이다. 요금제 면에 큰 매력을 주지 못하는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역시 많은 해외 음원의 접근성, 깔끔한 큐레이션, 탁월한 개인화 기능 등을 앞세우며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하며, 유료 구독자 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이용자들은 국내 플랫폼을 떠나고 있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국내에만 플랫폼이 다섯 개나 있지만, 각각 플랫폼을 떠올렸을 때 그만의 명확한 캐릭터나 브랜드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해외 플랫폼은 그 플랫폼을 사용했을 때의 명확한 장점이 떠오르지만, 국내 플랫폼은 익숙한 UI, 통신사 고객일 경우 받을 수 있는 높은 할인률 혜택 외에는 특별하게 떠오르는 장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플랫폼들이 오디오 콘텐츠, 팟캐스트, 매거진, 파티룸 등 나름대로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해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실사용자에게 닿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게다가 팟캐스트, 오디오 콘텐츠 등은 기존에 이미 스포티파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던 서비스로 신선함 역시 부족했고, 결국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국내 플랫폼은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국내에 도입된 해외 플랫폼들에 밀려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요금제 등을 정부 차원에서 제재하는 등 플랫폼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시 따라오는 유튜브 뮤직 기능 역시 끼워팔기를 이유로 곧 한국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결국 지금과 같이 해외 플랫폼의 다양한 요금제나 기능을 제재하는 모습은 결국 한국 내부에서조차 해외 플랫폼에 비해 국내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이퍼팝의 등장이나 스트리밍 방식의 고착화 등 플랫폼이 세계적 음악 트렌드, 새로운 장르 등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국내 플랫폼 지키기는 한국의 음원 스트리밍 문화, 나아가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이나 음악의 트렌드를 갈라파고스처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지금 국내 플랫폼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생력’이다. 해외 플랫폼들과 비교해 가지는 자신만의 매력, 브랜드, 경쟁력이 있어야만 정부의 도움이나 개입 없이도 국내, 나아가 해외까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방안 첫 번째는 기존 구독 서비스와의 협업이다. 예를 들면, 지니뮤직은 밀리의 서재를 인수해 오디오북과 음원 이용 요금제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는 등의 방법을 통해 수익률을 높였다. 스포티파이 역시 팟캐스트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팟캐스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스포티파이 내에 이식해온 바 있다. 웨이브나 티빙, 버블이나 위버스 디엠 등 구독 서비스와 손을 잡아, 해당 기능을 음원 플랫폼 내에 서비스한다면, K 콘텐츠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다른 플랫폼은 가지지 못한 독특한 매력으로 어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거의 대다수의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유통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유통을 위한 시스템과 인력이 구축되어 있는 바, 국내, 또는 해외와의 유통을 간결화하는 방식을 통해 플랫폼 내에 독점 서비스하는 음원의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니뮤직이 선보이고 있는 지니릴리나, 나라수와 같은 유통 상품이 그 예시가 되겠다. 아티스트, 또는 제작사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유통사가 계약을 체결한 국내외 플랫폼에 음원을 유통해주는 방식이다. 통상 유통사 내부 검토를 통과해야만 음원 유통이 가능했던 형식에서, 금액 지불을 통해 자신의 음원을 유통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통사 내부 검토 시, 음원의 퀄리티뿐 아니라 제작사의 마케팅 역량, 아티스트의 인지도, 회사 내부 일정, 타사와의 관계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인디 아티스트의 대형 유통사를 통한 유통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금액을 지불한다면 이런 유통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품을 통해 서비스되는 음원의 수 자체를 늘리는 것은 이용자 유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분명히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신진 아티스트 발굴 등에 힘을 쏟는다, 인디 아티스트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개인화되는 추천 시스템의 고도화, 다양한 음악을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하는 정성적 요인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내 플랫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를 위해선 결국 위에 나열한 방식, 또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플랫폼의 브랜드를 구축한 뒤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인구는 정체기에 들어섰고, 더불어 국내에서 음원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신규 인구의 유입을 통해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 유입을 통해 이용자 수를 드라마틱하게 올리기 힘든 현재의 상황에서 현재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방법은 요금제의 가격을 올리는 방법뿐이나, 이 역시 다른 대체재가 충분히 많은 한국 음원 시장의 특성상 현실성이 없다. 결국 아직 음원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인구가 여전히 존재하는 해외 인구의 유입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론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해외 법률이나 시장에 맞춰 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은 물론 권리사들과의 계약 구조 개편까지 필요하며, 신규 권리사 발굴도 필수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해 해외 시장 개척을 포기한다면, 한국의 인구 정체기와 함께 소멸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플랫폼의 파격적 모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이라고 감히 외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