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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Aug 28.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8월 4주)

NMIXX, PLAVE, 죠지, Jamie XX, Tinashe 외


"아직 남아있는 과제"


1. NMIXX [Fe3O4: STICK OUT]

 : 그동안 엔믹스는 '실력파 그룹이 보여주는 믹스팝'이라는 강한 정체성 및 차별점을 확립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강점인 파워풀하고 쫀득한 랩과 보컬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선 이지리스닝 트렌드와 다른 맥시멀한 곡이 필요하다. 또한 곡 중간 장르가 바뀌며 두 가지 장르를 융합하는 '믹스팝'이라는 컨셉까지 가져가려면 결국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난해한 곡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메인스트림의 음악들과는 상반되는 부분이 있고 음원 성적이 인지도에 비해 저조한 점이 이들의 풀리지 않는 과제였는데, 이를 의식한 듯 뉴진스 음악에서 들을 법한 미니멀한 사운드와 보컬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Roller Coaster’를 선발매하며 트렌드와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엔믹스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깔끔한 구성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보여주는 ‘Dash’로 좋은 반응을 끌어냈고, 그간의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듯 보였다. 


타이틀곡 ‘별별별’은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베이스와 G-Funk 스타일의 신디사이저가 결합된 곡으로, 비트에 어우러지게 정제된 사운드를 통해 몽환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전작 ‘DASH’에 이어 힘을 뺀 코러스와 전작에 비해 덜 다이나믹해진 탑라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장르 전환(일명 믹스팝) 등의 변화로 트렌드와의 간극을 줄였다. 듣자마자 느낌이 오는 곡은 아닐지언정, 훨씬 반복해서 듣기 좋고 중독성 있는 곡이다. 이전보다 미니멀한 비트를 사용하며 피로도를 줄였으나 쫀득한 랩과 보컬 등 고유의 색을 크게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변화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그간의 고민을 풀어낼 방법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Dash’에서 찾아낸 방향대로 나아가며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는 믹스팝의 활용이다. 지금처럼 매끄럽지만 애매하게 존재에 의의를 둘 것인지, 트렌드와 조화를 이루며 더 발전된 형태로 나아갈 수 있을지 관건이다. 힙합과 컨트리를 결합했다고 소개하지만, 컨트리 스타일의 기타가 잠시 등장하는 것 외에 컨트리 요소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걸 진정 믹스팝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무의미한 장르 결합보다 에스파의 '사건은 다가와' 파트처럼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킬링포인트를 만드는 등 더욱 잘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트렌드를 선택하며 고유의 매력이 줄어든 것은 부정할 수 없기에 그런 즐길 거리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여름 끝자락에 가슴 두근거리는"


2. PLAVE ‘Pump Up The Volume!’

키키 : ‘Pump Up The Volume!’은 여름 끝자락을 알리는 것만 같은 일렉 기타 사운드와 00년대 특유의 벅차오르는 밴드 사운드의 감성을 잘 살리고 있어 당시의 노스텔지아를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요소들이기에 자칫하면 뻔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노래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차트인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과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가 대중의 이목을 끌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잠깐 기다리면 돌아오겠지"와 같이 가볍고 키치하게 소화하는 랩 스타일도 유치하지만 풋풋하게 들리는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한 부분 하나 없이 밝고 경쾌한 사운드로 끌고 가는 것이 인상적인 싱글이었다.


버츄얼 아티스트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많은 대중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버츄얼 아티스트는 일반적인 아티스트에 비해 현실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조금 더 대중 친화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싱글 ‘Pump Up The Volume!’은 플레이브 멤버들이 직접 라이브 방송과 버블 등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하였고,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가까운 음악을 선보일 수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중성 있는 음악 스타일과 함께 팬과의 유대성을 강화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본다. 어쩌면 플레이브는 이번 싱글을 통해 버츄얼 아티스트가 지향할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의 gimbap, 죠지와 박문치의 파트너십"


3. 죠지 [gimbap] 

루영 : 리메이크 곡을 잘 챙겨 듣지 않는 편이다. 요즘 시대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편곡을 진행했겠지만, 간혹 과도한 현대성을 부여한 결과 원곡의 감성도 사라지고, 아티스트의 개성도 잘 드러나지 않는 뭣도 아닌 곡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원곡을 한 번 더 듣지'라는 생각이 들어버린달까. 하지만 죠지의 [gimbap]은 원곡의 투박함을 매끄럽게 다듬은 흔적은 있으나, 그게 마냥 밋밋하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바라봐줘요’, ‘오랜만에(디깅클럽서울 Ver.)’ 등의 곡에서도 파트너십을 발휘했던, 죠지 특유의 빈티지하면서도 그루비한 보컬과 박문치의 90년대 스타일 프로듀싱의 합이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서도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6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원곡에 이미 익숙한 사람이든, 처음 듣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혹은 기분전환용으로 편하게 듣기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원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편곡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던 트랙은 ‘rain(이적 원곡)’이다. 처음 들었을 때 원곡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상당히 차분하고 건조하게 편곡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곡이 잔잔하고 묵직한 피아노 반주와 호소력 있는 보컬이 특징이었다면, 죠지의 ‘rain’은 리드하는 악기를 피아노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바꾸고, 2절의 드럼을 보다 가벼운 질감으로 대체하는 등 원곡이 가진 묵직함을 많이 덜어내려고 한 듯하다. 또한 보컬도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부터 감정이 고조되는 원곡과 다르게 정적인 무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곡에 담긴 쓸쓸함을 표현하였다. 이는 서정적이면서도 기교를 많이 넣지 않는 죠지의 보컬 스타일과도 잘 맞았던 편곡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gimbap]은 죠지의 곡 선정과 해석뿐만 아니라, 죠지 특유의 그리움과 아련함을 불러일으키는 보컬을 살리면서도 90년대~2000년대 명곡의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프로듀서 박문치의 노력이 빛나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죠지의 음색이 워낙 그 시기의 곡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원곡의 시대성이 없어지거나 뻔한 아류작이 될 뻔한 위험을 막고, 원곡자뿐만 아니라 죠지의 존재감까지 잘 드러나게 된 건 프로듀서의 공이다. 둘의 꾸준한 파트너십은 마치 익숙하지만 무슨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잘 만든 김밥과도 같이 느껴진다.





"일렉트로닉 비트 위의 완벽주의자"


4. Jamie XX - ‘All You Children’

 : 이번 싱글 ‘All You Children’은 Jamie XX가 9년 만에 발표하는 새 솔로 앨범 [In Waves]에 수록될 4번째 선공개 곡으로, 테크노 성향의 하우스 음악이다. 미니멀리즘의 대가답게 최소한의 트랙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미니멀한 곡이지만 예상할 수 없이 정교하게 잘 짜여 있다. 곡이 진행되는 내내 비트가 고조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텐션을 계속해서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4분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흡입력을 갖는다.


유니크한 신디사이저, 신스베이스 사운드로 선공개 싱글들 중 가장 도시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곡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보컬 샘플들 역시 몽환적인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는데, AI가 연상되는 기계적인 나레이션과 아이들의 떼창 등 색다른 샘플 선정이 그러하다. 해당 싱글은 샘플링 기반으로 독특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제작하는 The Avalanches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곡으로, 곡의 주제와 분위기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탁월한 보컬 샘플 선정이 협업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독특한 요소가 있지만, 심오하고 실험적인 느낌이 강했던 전작 [In Colour]와 비교하면 심오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차갑고 스산한 사운드가 사라지고,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사운드가 자리를 채웠다. 또한 잔잔하고 나른한 느낌으로 '리스닝용 전자음악'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던 음악에서 댄스 음악으로 변한 것 역시 전작과 매우 달라진 부분이다. 많은 변화가 있지만, 특유의 정교함과 흡입력으로 여전히 빈틈없고 강렬한 앨범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올여름을 뜨겁게 달군 Nasty한 R&B 핫걸"


5. Tinashe – [Quantum Baby]

키키 : 올여름에 Tinashe보다 더 뜨거운 핫걸이 있을까. ‘Nasty’가 틱톡에서 올여름을 강타하며 얼터너티브 R&B 핫걸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Is somebody match my freak?"를 외치며 빌보드 차트를 휩쓴 Tinashe를 주목해 보자. 갑자기 유명세를 탄 루키 같지만 2014년에 ‘2 On’으로 데뷔한 10년 차 가수다. 타고난 보컬 음색도 좋고 발성도 탄탄한 Tinashe는 운으로 뜬 게 아닌 제대로 시기를 탄 것이라고 느껴진다. ‘Nasty’와 같은 상업적인 음악들로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Quantum Baby]는 줏대 있게 2010년이나 2011년이 떠오르는 R&B 스타일의 음악들로 구성하면서 Tinashe는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


수록곡 중 ‘Thirsty’는 속삭이는 듯한 섹슈얼한 보컬과 리듬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매력적인 곡이다. 리버스 보컬을 효과음처럼 사용해 시작한 인트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하고, 백그라운드 보컬이 싸이키델릭하게 감싸면서 분위기를 한 층 고조시킨다. ‘When I get you alone’은 편하게 듣기 좋은 이지리스닝 곡인데, 후반부 2분 30초쯤부터 아프로비트 풍의 비트로 곡 분위기를 바꾸면서 전율을 돋게 한다. ‘No broke boy’에서는 ‘Nasty’를 작곡한 Ricky Reed가 작곡에 참여하며 다시 한번 중독성 있는 코러스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Nasty’같이 상업적인 곡이기 때문에 틱톡 혹은 릴스에선 쓰일 수 있어도 이번 앨범의 타 트랙들 보다는 특색이 부족한 느낌이라 약간의 아쉬움이 든다.


전반적으로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완성도가 높고, Tinashe가 보여주고자 하는 얼터너티브 R&B의 색깔과 유니크한 비트 메이킹을 잘 보여준 앨범이라 R&B를 좋아하는 팬들은 이번 앨범을 만족스럽게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대중성을 잡기 위해서는 중독성 있는 훅이라던가 팝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 것인지 마지막 트랙으로 ‘No broke boy’를 ‘Nasty’랑 마무리하면서 팝적인 느낌으로 끝내 대중성을 보이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그래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식의 상업적인 곡으로만 구성하는 것이 아닌 줏대 있는 R&B 컨셉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Tinashe가 보여줄 행보가 기대된다.





"변화와 확장을 거듭하는 요네즈 켄시의 용기"


6. Yonezu Kenshi - [LOST CORNER] 

루영 : 2022년에 메이저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이후에도 그를 향한 협업과 콜라보의 러브콜은 끝이 없었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대표작 <체인소맨>,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포함한 영화ㆍ드라마ㆍ애니메이션 주제가뿐만 아니라 광고 CM, 게임ㆍ뉴스 프로그램 테마송 등 협업하는 매체에 따라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특히 2023년부터는 ‘LADY’를 필두로 기존의 곡보다 밝고 산뜻한 사운드의 음악도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어둡고 파워풀한 락이나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곡, 잔잔하고 묵직한 발라드 곡과 상반된 음악도 소화할 수 있는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6집 [LOST CORNER]는 이와 같이 변화무쌍했던 그의 음악적 행보를 다시금 되새김질하게 되는 앨범이다. 


그동안 다양한 성격의 싱글을 발매해 온 만큼, 6집에 수록된 곡들의 장르와 분위기도 다양하다. 도입부부터 어둡고 묵직한 베이스와 파워풀한 보컬이 인상적인 ‘RED OUT’, ‘KICK BACK’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주다가, 중반부에는 ‘LADY’, ‘さよーならまたいつか!(안녕, 또 언젠가!)’ 등의 밝고 경쾌한 곡들이 이어지고, 후반부에는 ‘月を見ていた(달을 보고 있었다)’, ‘M八七(M87)’, ‘地球儀(지구본)’ 등 대체로 묵직한 사운드의 잔잔한 발라드 곡이 배치되어 있다. 이처럼 서로 이질적인 성격의 곡들이 한 앨범에 담겼기에, 자칫하면 앨범 구성이 산만해지고 방향성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요네즈 켄시의 호소력 있으면서도 허스키한 특유의 음색이 분위기가 다른 곡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앨범 수록곡에 전반적으로 통일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다른 한 트랙에서 다른 트랙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색하지는 않았다.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로 작업실에서 홀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 때부터, '요네즈 켄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다양한 방식의 콜라보레이션을 소화하게 된 지금까지, 그는 자신이나 타인의 틀에 갇히지 않고 협업을 통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과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초기에는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요네즈 켄시'로서의 커리어는 자신이 있었던 곳에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한 발짝 더 내디뎌 온, 도전과 용기의 결과물이다. 발매하는 음악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J-POP 아티스트의 대표 아이콘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어도, 매번 겸손하면서도 대담한 태도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그의 커리어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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