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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Sep 18.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9월 2주)

Xdinary Heroes, Naevis, 알레프 외


"양날의 검이 된 윤도현의 피처링"


1. Xdinary Heroes - ‘Open ♭eta v6.4

루영 : 아이돌 밴드로서는 드물게 얼터너티브 메탈, 팝 메탈 장르를 고집하면서 매니아 팬층을 쌓아가고 있는 Xdinary Heroes가 더욱 강렬하고 파격적인 컨셉의 타이틀곡 ‘iNSTEAD!’를 공개하였다. '2024 Xperiment Project'의 마지막 디지털 싱글인 만큼, 첫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타이틀곡 '소년만화'와 비슷한 얼터너티브 메탈 사운드로 회귀하였으며, 전반적으로 거칠고 하드하게 진행되는 일렉기타 리프와 드럼 사운드가 멤버들의 절규하는 듯한 보컬과 어우러져 격렬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국내 락 밴드 YB의 보컬 윤도현의 그로울링을 후렴구에 피처링으로 배치한 것은 무난하게 대중성을 지향하기보다는, ‘Xdinary Heroes’ 다운 밴드의 독자적인 색깔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과감한 시도를 해보겠다는 멤버들과 STUDIO J 제작팀의 의지가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아이돌'이자 '밴드'로서 각자의 음악성과 실력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같은 소속사 선배인 DAY6와도 음악적으로 차별화를 계속 두어야 하는 과제를 안은 팀으로서, 윤도현의 피처링은 Xdinary Heroes의 이번 신곡에 확실한 임팩트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메탈에 진심인 밴드'라는 이미지를 다시금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주인공이 되어야 할 멤버들의 보컬이 윤도현의 존재감에 묻히는 느낌도 적지 않다. 특히 대표곡 ‘Strawberry Cake’을 비롯한 대부분의 곡에서 분위기를 집중시키고 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준 프론트맨 주연의 시원시원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이 이번 타이틀곡에서는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다. 윤도현이 소화한 'Bite my tongue intstead' 파트가 너무 강력하게 들린 나머지 이후에 이어진 멤버들의 파트가 백보컬처럼 흘러가버린 게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이다.





"나이비스,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


2. Naevis (나이비스) - ‘Done’

키키 :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첫 버추얼 아티스트가 탄생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2주 전에 나이비스의 탄생 스토리가 담긴 영상이 먼저 공개되면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웅장한 신스 사운드를 바탕으로 AI 보이스 기술로 구현된 목소리는 오토튠과 노이즈가 섞여 다소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오히려 하이퍼리얼 VFX 기술로 생생하게 표현된 모습과 대비되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툰 스타일, 캐주얼 3D 등 다양한 형태로 각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는 플렉서블 캐릭터로 그려진다. 덕분에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때마다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버추얼 아티스트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 극대화된다. 인간을 대표하는 에스파는 미래지향적이고 메탈릭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반면, AI인 나이비스는 자연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사용해 오히려 자연을 지향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배경음으로 귀뚜라미 소리를 사용하는 디테일이 이를 잘 드러낸다.


시각적인 그래픽 기술력을 통해 만들어진 나이비스의 모습은 훌륭하지만, 그에 비해 음악적인 완성도는 전체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진다. 곡의 믹싱과 마스터링은 깔끔하게 처리되었지만, 단조로운 멜로디와 리듬, 감정 전달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공지능(AI) 보이스 기술로 구현된 나이비스의 음색은 성우 12명의 목소리를 분석해 만들어졌다. 이는 나이비스가 솔로로 데뷔한 만큼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 정체성을 확립시키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하지만 곡의 구성은 나이비스의 서사에만 치중된 듯하여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마치 서사의 맛보기만 보여준 듯한 느낌이 든다. 만약 나이비스가 단순 프로젝트성 아이돌로 그치는 것이 아닌 공식 아티스트로 활동할 예정이라면 구체적인 서사와 음악적 완성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나이비스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장르를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3. 알레프 (ALEPH) - [Limbo]

 :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주로 감성 짙은 보컬이 돋보이는 음악을 해왔는데, 이번 [Limbo]에선 보사노바와 재즈, 일렉트로닉의 융합이라는 실험적이면서도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보사노바 리듬의 재즈 악기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사운드 각각의 존재감이 뚜렷해 산만할 수 있음에도 그런 우려가 무색할 만큼 모든 트랙이 유려하고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또한 각각의 사운드가 잘 들리는 탓에 보사노바 기타가 돋보이는 ‘Sticker’로 시작해 독특한 리듬에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더해진 ‘Boo ya!’, ‘Vanilla Sundae’로, 이어서 완전한 일렉트로닉 트랙인 ‘Limbo’로 이어지는 앨범의 진행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자음의 사용과 점차 고조되는 구조, 풍부한 사운드 레이어 등 일렉트로닉 음악의 성향을 가진 앨범이다. 그러나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보사노바 리듬의 결합으로 흥겨우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감각적이고 차가운 무드와 명료한 구성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재즈를 결합한 '클래지콰이' 같은 팀과도 차별적인 음악 색을 보여주고 있어 꽤 독특한 위치에 있는 듯한 앨범이다. 감성적인 음악을 하는 가수라는 인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즐거웠다. 기존의 행보와 전혀 다름에도 치밀한 구성과 사운드 퀄리티로 음악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똑같으면 재미없잖아"


4. Coco & Clair Clair - [Girl]

 : 베드룸 팝 감성, 나른한 보컬, 트렌디한 비트. 틱톡에서 바이럴된 가수답게 트렌드를 반영하는 팀이다. PinkPantheress가 연상되기도 하고 조금은 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음악과 대조되는 직설적이고 선정적인 가사처럼 본인들만의 독특한 감성과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스타일을 더욱 잘 보여주는 앨범이 나왔다. 여전히 몽환적이고 나른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이전보다 더 강렬하고 맥시멀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편안하고 잔잔했던 '베드룸 팝' 스타일이 주를 이뤘던 전작과 달리, 랩 트랙의 비중이 증가했으며 날카로운 신스 사운드, 트랩 비트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도입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무드였던 전작 대비 훨씬 다채로운 사운드 프로덕션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지만, 아쉬운 부분 역시 존재한다.


가장 먼저 짚이는 문제점은 ‘Pop Star’와 같은 킬링 트랙의 부재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보컬과 비트로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없다. 그나마 정글 비트와 함께 유려하면서도 매력적인 멜로디를 선보인 ‘Our House’, 인디 록 사운드 위에서 차분한 랩을 보여준 ‘Everyone But You’가 신선하면서도 이전의 기조를 가지고 있어 반가웠다. 또한 ‘crushcrushcrush’, ‘pretty’ 등 틱톡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트랙들로 이들을 접한 사람이라면 날카롭고 산만해진 사운드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을 전보다 발전되었다고 평가하는데, 본인들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 작품이라는 인상 덕택이다. 직설적이고 선정적인 가사에 맞게 치명적이고 날카로워진 사운드를 선보이면서도 나른한 보컬과 랩으로 기존의 유려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크게 잃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장르적 시도, 다채로워진 사운드로 그저 트렌드에 기대지 않고 음악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가진 가능성을 더 드러낸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운 린킨 파크의 강렬한 신호탄"


5. LINKIN PARK - The Emptiness Machine

루영 :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등 거장 밴드의 재결합 및 활동 재개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는 가운데, 린킨 파크도 7년 만에 새로운 메인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의 영입을 발표하고 새로운 정규 앨범 발매 및 월드 투어 소식을 전했다. 그가 체스트 베닝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말이 많았던 와중에, 그 대답처럼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The Emptiness Machine’ 트랙이 선공개되었다.


체스트 베닝턴과 마이클 시노다가 주고받는 파트가 백미였던 기존 곡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싱글에서도 마이클 시노다가 시작한 1절을 에밀리 암스트롱이 2절에서 파워풀하게 이어받는 구성이 돋보인다. 기존의 린킨 파크의 곡들과 마찬가지로 몽환적인 멜로디 라인과 박진감 있는 드럼 사운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밀리 암스트롱의 묵직한 보컬과 강력한 스크리밍이 곡의 강렬한 에너지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멤버들이 새로운 멤버를 이끌어주는 듯한 초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팀에 녹아들어 기존 멤버 못지않은 존재감을 뿜어내는 화합의 장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나뉘고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에밀리 암스트롱은 체스트 베닝턴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어도, 그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멤버라고 생각된다. 체스트 베닝턴이 미성과 거친 스크리밍을 넘나드는 보컬리스트로 사랑받았듯이, 에밀리 암스트롱도 그 못지않게 파워풀한 스크리밍을 소화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이고, 이전과는 또 다른 음색으로 린킨 파크라는 팀에 새로운 개성을 부여할 수 있는 멤버임을 이미 여러 번의 라이브에서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음악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Linkin Park스러운 앨범'이라는 마이크 시노다의 포부처럼, 새로운 멤버와 기존 멤버가 함께한 현재의 조화로운 결과물, [From Zero]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더 위켄드, 디 엔드?"


6. The Weeknd - ‘Dancing In The Flames

키키 : 위켄드의 6집 앨범 [Hurry Up Tomorrow]에 실릴 선공개 싱글이 발매되었다. 이번 곡의 뮤직비디오는 위켄드 특유의 몽환적이고 다크한 분위기를 담아냈다. 뮤직비디오와 커버 아트 모두 주황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루며, 틸 앤 오렌지(Till & Orange) 색감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지난 앨범 ‘Blinding Lights’와 ‘Heartless’에서 보여주었던 주황색과 ‘After Hours’, ‘Take My Breath’, ‘Out of Time’에서 사용된 파란색의 느낌을 결합한 모습으로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조화롭게 장식하는 느낌이다.


곡의 전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조롭게 이어지며, 반복적인 비트와 멜로디로 인해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위켄드는 80년대 펑크 스타일을 바탕으로 신스 사운드와 빠르고 묵직한 비트가 어우러져 스릴 넘치는 진행을 보여준다. ‘Blinding Lights’의 핵심 프로듀서가 그대로 참여해서 그런지 이번 곡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번 싱글은 위켄드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몽환적이면서 미니멀한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어 그의 기존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겠지만,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던 팬들은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정규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이 신선한 음악적 시도로 그들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발표를 앞둔 이번 정규 앨범은 트릴로지 '3부작'을 종결하는 것과 동시에 위켄드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마지막 앨범이다. 4집 [After Hours]에선 고통 가득한 밤을, 5집 [Dawn FM]에서는 빛이 들어오기 전의 새벽을 담아내면서 마지막 앨범 [Hurry Up Tomorrow]에선 밝은 분위기의 음악으로 장식할 것을 예상해 왔다. 위켄드라는 활동명을 끝으로 기존의 음악적 스타일을 내려놓고 진정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음악을 선보일 수 있을지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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