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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돌의 황금시대, 과연 다음 주인공은?

새로운 노다지, 동남아시아 점령을 위한 기획사들의 빠른 움직임

by 고멘트

케이팝은 이제 전 세계에서 통하는 하나의 문화로 성장했다. 빌보드 차트 순위, 앨범 판매량 등 많은 데이터를 통해 이 사실은 증명된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JYP 엔터테인먼트의 ’NiziU’와 전원 미국인으로 구성된 ‘VCHA’ 등 현지화 그룹도 종종 데뷔를 하고 있다. 또한 위 그룹들의 멤버를 찾기 위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Nizi Project’와 ‘A2K (America 2 Korea)’에서 공개된 오디션 영상을 보면 한국인 못지않게 외국인 지원자들도 케이팝 아티스트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정말 몸이 부서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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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해야 하는 기획사들은 이런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해 국내 오디션보단 글로벌 오디션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에도 일본, 중국, 태국, 대만 등 한국과 가까운 나라에서 오디션을 개최하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더 넓은 지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직접 방문해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YG 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7월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1월에는 태국 방콕과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1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것은 싱가포르, 태국, 일본만 진행했던 과거 '2021 YG Global ON-TACT Audition'과 다르게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국가들이 추가되 동남아시아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한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에서는 최초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국적을 가진 지원자가 참여했다. 그중에는 최종 순위 1위를 차지한 필리핀 국적의 엘리시아와 같은 필리핀 국적으로 4위를 차지한 젤리당카는 최종 UNIS 멤버로 데뷔에 성공했다. 2025년 2월의 데뷔가 확정된 SM엔터테인먼트의 Hearts2Hearts에서는 대형 기획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국적의 멤버 카르멘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동남아시아에서 역시 새로운 케이팝의 주인공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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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케이팝이 지향하는 ‘미’의 기준의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전형적으로 한국 팬들이 선호하는 얼굴상 "조각미남"이나 "청순미녀" 기준에 맞는 멤버가 비주얼이자 센터로 활동을 했다. 예를 들어 2010년에 데뷔한 ‘miss A’에서는 청순한 매력으로 국민 첫사랑 느낌을 강하게 준 수지가 비주얼 멤버로 사랑을 받았다. 2014년에 데뷔한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특유의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집중을 받았다. 이처럼 과거에는 외국인 멤버보단 한국인 멤버들이 비주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예를 들어, 2015년 ‘TWICE’ 멤버를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SIXTEEN’에 출연한 태국인 멤버 나띠는 그 당시 외모에 대한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콤플렉스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또한 이듬해 YG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블랙핑크의 리사 역시 “화장 지우니 그냥 태국 여자네”와 같은 악플에 시달리면서 힘든 시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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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는 리사의 동남아적 미모가 해외에서 셀링 포인트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어색하다는 느낌을 준 또렷한 눈매와 도톰한 입술이 리사만의 매력으로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태국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힘과 동시에 싱글 앨범 ‘록스타'(ROCKSTAR)’는 스포티파이에서 글로벌 차트 8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다른 블랙핑크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으며, 그 국가 팬들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완벽히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이후부터는 한국 팬들이 선호하는 기준이 아닌, 해외 팬덤을 대놓고 저격한 멤버들이(대표적으로 에스파의 닝닝과 지젤, 케플러의 휴닝바히에 등) 증가했다. 이처럼 이제는 ‘미’의 기준은 특정된 얼굴상이 아닌 다양한 나라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게 각종 매력을 모두 포함한 멤버로 그룹을 편성하는 것이 트렌드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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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동남아시아에서의 케이팝 인기 역시 새로운 시장을 갈 수 있게 활력을 넣어 주었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10월 기준 케이팝 스트리밍이 세 번째로 많이 이루어지는 국가로, 74억 건을 기록했다. 또한 같은 해 블랙핑크의 자카르타 콘서트는 7만 5천여 명의 관객이 모였으며, 케이팝 아티스트 최초로 붕가르노 경기장에서 진행이 됐다. 파급력으로는 트위터와 틱톡에서 관련 해시태그는 100만 회 이상 언급되었으며, 인도네시아 호텔 및 레스토랑 협회(PHRI)에 따르면 콘서트로 인해 호텔 객실 점유율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케이팝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다양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오디션을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아니며, 케이팝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그 지역 국적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나오기 시작한 걸까?



PYH2019012101420001300_P4.jpg 블랙핑크, 자카르타 콘서트


처음 케이팝에서 외국인 멤버가 데뷔한 옛날로 돌아가 보면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보아를 시작으로 일본 및 아시아 투어를 돌았었다. 그 결과 결국 2008년 2PM 닉쿤 (태국, 미국 혼혈)을 시작으로 혼혈 멤버가 처음 데뷔했으며, 2009년 토종 중국인 멤버 f(x)의 빅토리아가 데뷔에 성공했다. 이런 예시를 통해 케이팝이 다른 나라에 퍼진다고 해도 그 지역 국적의 아티스트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인재를 찾기 위한 캐스팅과 케이팝의 가장 큰 특징인 중 하나인 수년간의 트레이닝에서 시간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는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트와이스랜드 존 2: 판타지 파크' (TWICELAND ZONE 2: Fantasy Park), ‘갓세븐 2018 월드 투어 '아이즈 온 유' (GOT7 2018 World Tour 'Eyes On You')을 포함한 워너원, 엑소, 세븐틴, 레드벨벳 등 인기 케이팝 아티스트가 동남아시아 투어를 돌았다. 응원하는 가수의 무대를 보면서 자연스레 아이돌이라는 꿈까지 도달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정국은 아이유의 무대를 보고 가수라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으며, 최초의 인도네시아 국적으로 데뷔에 성공한 시크릿넘버의 디타는 2NE1의 무대를 보고 아이돌을 꿈꿨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어가 지속돼 더욱 많은 지역으로 케이팝이 뻗어가면 새로운 본고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나의 꽃이 피기 위해선 땅을 파고, 씨앗을 먼저 심는 작업이 필요하듯이 18년도부터 뿌린 씨앗이 시간이 지나 지금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에 월드케이팝센터에서 보컬, 댄스 등 아티스트로서의 인성과 자질, 실력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제공함과 동시에 케이팝 문화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태국과 인도네시아에는 한국문화원 K-POP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으며, 보다 전문적인 댄스와 보컬 수업을 진행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오디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 기관이 더욱 다양해져 오디션 지원자들은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으며, 연습생이 되면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한국 문화 수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은 낯선 환경에서도 꽃이 필 수 있게 땅을 다지는 작업이며,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새로운 아티스트의 씨앗을 새로운 장소에서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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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약 2억 7,000만, 필리핀 1억 8,000만, 베트남 1억 명의 인구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중 30세 이하의 인구가 53.3%, 필리핀은 인구 절반이 25세 이하일 만큼 케이팝을 주로 소비하는 1020 인구수의 비율 또한 높다. 아이돌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덤의 형성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처럼 젊은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인기 케이팝 아티스트가 나오게 된다면 자연스러운 대량의 팬을 유입할 수 있다. 이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케이팝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NEXT를 제공해야 하는 시장의 흐름상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과거 태국 왕자라는 별명을 가졌던 2PM의 닉쿤, 대만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트와이스의 쯔위처럼 새로운 노다지를 점령하기 위해 모든 엔터테인먼트는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부정적인 부분 역시 공존한다. 일명 자기 국가에 취한 외국인 팬들이 의도적으로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악플을 다는 극성 외국인 팬덤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가 종료된 후 리사는 태국인이라는 이유로 중국과 터키 팬들에게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다. 심지어 리사의 모국인 “태국은 형편없는 나라”라는 공격이 들어오기도 했다. 분노한 해외 팬덤(BLINK)은 트위터에 “#리사를 존중하라(#RespectLisa)”는 해시태그 운동을 펼쳤으며, 이것은 트위터 트렌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반면 그 나라 팬들도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하는 경우가 있어서, 단순한 케이팝 문화를 넘어서 국가 팬덤 간의 신경전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그룹과 팬덤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도 확장이 될 수 있으며, 보다 더욱 다양한 문화를 수용해야 하는 케이팝의 성장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문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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