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심야 음악 방송의 명성은 결국 저무는가

더 시즌즈’를 비롯한 지상파 음악 방송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by 고멘트

어느덧 시즌 7 ‘박보검의 칸타빌레’의 방영을 앞두고 있는 ‘더 시즌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종영 이후 후속으로 나온 KBS 심야 음악 방송이다. 기획 당시 MC가 1년에 4번씩 바뀌는 시즌제를 도입하고, 박재범, 악동뮤지션, 지코, 이영지 등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의 MC를 섭외함으로써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첫 시즌이 방영된 지 벌써 2년째. 그동안 방청을 신청하는 관객도 꾸준히 있었고, 유튜브 영상 조회수도 적으면 몇 십만, 많으면 몇 백만 회를 계속 달성하고 있어서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는 MC나 출연진의 단기적인 화제성으로 인한 결과일 뿐, 방송 자체로 이뤄낸 성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작의 명성을 잇는 KBS의 대표적인 음악 방송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까지 프로그램의 질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더 시즌즈’에 대한 아쉬움을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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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시즌즈' 역대 MC

제작진에 따르면 ‘더 시즌즈’는 ‘현대 음악시장이 빠르게 달라지고 리스너들의 다양성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즌제로 운영’하고, ‘다양한 음악적 지식, 경험, 특색을 갖춘 아티스트들을 각 시즌마다 MC로 내세우며 한층 폭넓은 음악 큐레이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더 시즌즈’는 6번의 시즌 방송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의도했던 결과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이전 방송 및 타 유사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방송 구성에 대해 ‘올드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신선함이 없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더 시즌즈’는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티스트의 공연과 토크쇼가 주가 되고, 시즌별로 다른 틈새 코너를 끼워넣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음악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식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미 비슷한 포맷의 콘텐츠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유의 팔레트’, ‘리무진 서비스’, ‘비빔POP’ 등 주제와 형식이 유사한 방송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에도 기획의 참신성이나 재미, 음악 토크의 깊이 면에서 그 무엇도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없다. 오히려 ‘공연 – 토크’만 반복되는 형식이 단조롭게 느껴질 뿐이다.


시즌제로 인해 MC의 활동 기간이 짧아진 것도 방송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은 원인 중 하나이다. 1년에 4번 MC가 바뀌는 시스템에서는 프로그램 고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방송에서 실행해볼 기회가 부족하다. 또한 MC가 시청자와 관객과의 유대 관계를 지속적으로 쌓기에도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이전과 달리 MC로 기용한 아티스트가 왕성한 활동에 따른 공연, 방송 등의 다른 스케줄이 많다 보니 장기적인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결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C는 물론, 프로그램 자체가 기억에 오래 남지 않고 금방 휘발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의 이전 방송에서 MC의 진행력과 입담, 그리고 시청자에게 주는 친근감이 국민 방송으로 자리잡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폭넓은 음악 큐레이션’에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리스너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여 시즌제로 기획되었다고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가끔 MC와의 친분이나 관계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출연진 구성에서 시즌별로 특이점이나 개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적으로 인정을 크게 받은 아티스트가 MC로 발탁된 시즌에서는 ‘잔나비 최정훈’이기 때문에, ‘지코’이기 때문에 섭외할 수 있는 밴드나 힙합 아티스트를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했었는데, 그보다는 그 당시 인기가 있거나 신곡 및 차기 활동이 있는 출연진을 홍보하는 방송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물론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인지도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동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획 의도에 맞게 MC의 커리어와 개성을 반영하는 데에 좀 더 신경 썼다면 시즌제가 의미 있는 음악 방송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작진은 차기 시즌 MC의 화제성에 주목하기보다, 지금부터라도 ‘더 시즌즈’가 음악 방송으로서 차별화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시즌즈’를 봐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기획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던 이유는, 초대가수가 4주간 시청자로부터 신청곡을 받아 불러주는 ‘만.지.다.(만약에 지금 이 노래가 다시 듣고 싶다면)’ 등 독자적이면서도 아티스트가 초대 가수로 발탁될 때마다 기사로 화제가 되고 리뷰가 많이 나왔을 정도로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코너 및 특집 방송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더 시즌즈’에도 시즌별로 ‘타라웃’, ‘Re:Wake’, ‘똑똑똑’ 등 시즌별로 부코너를 만들어왔지만,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함께 종료되어 크게 화제가 되지 않고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은 게 아쉬웠다. 보다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을 대표할 수 있는,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속적인 특집이나 코너를 고민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출연진의 구성 면에서도 ‘한국 음악의 다양성과 깊이를 조명한다’는 기획 의도에 맞게 보다 다양한 장르나 스타일의 아티스트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신인이나 인디 아티스트를 섭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출연진 라인업이 케이팝 아티스트나 유명 배우, 혹은 이미 인지도가 높아진 아티스트에 편중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률이나 조회수를 의식한다면 그러한 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자칫하면 지난 30년의 전통이 무색하게도 여타 신곡/차기작 홍보용 예능과 다름없는 방송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적어도 4-5팀의 출연진 중에 2-3팀은 음악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아티스트로 구성되어야 제작진이 추구하는 음악적 다양성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 시즌즈’까지 이어진 KBS 심야 음악 방송은 방영을 시작한 1992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과 아티스트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특히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지상파에서 본인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온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계속되는 시청률 부진, 그리고 그에 대한 압박감이 “이 시대에 팔리는 음악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음악을 소개하려는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비록 명성이 예전 같지만은 않지만, 적어도 KBS 음악 방송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더 시즌즈’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한 개선과 성찰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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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KBS 심야 음악 방송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 이문세쇼 - 이소라의 프로포즈 - 윤도현의 러브레터 - 이하나의 페퍼민트 - 유희열의 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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