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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의 기적을 위한 필요조건

그룹의 방향성이 ‘ONLY’여야 하는 이유

by 고멘트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대부분의 사람은 골리앗의 승리를 예상하지만, 승패는 언제나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케이팝 시장에서도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에서 나오는 아이돌과 이에 맞서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 간의 경쟁은 늘 존재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끔은 ‘중소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더독의 반란이 펼쳐지기도 한다.



과거 중소의 기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티스트 ‘인피니트’와 ‘걸스데이’를 보면 이러한 이변이 생길 수 있었던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음악과 앨범의 콘셉트에서 보여주는 확실한 이미지 구축을 통한 올바른 방향성이다. 인피니트는 데뷔 당시 활동했던 남성미를 강조하는 보이그룹들과 다르게 너무 친근한 이미지가 이목을 끌지 못했다. 또한 걸스데이의 데뷔곡의 뮤직비디오는 독특한 플라스틱 가발을 쓰고 있다는 점과 각설이 춤으로 큰 비난을 받았던 퍼포먼스 등 상당히 난해하고 해괴한 콘셉트를 보여줬다. 하물며 ‘추억보정도 이 노래는 안 되는구나....’와 같은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을 만큼 아직도 데뷔 초 걸스데이의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이 많다. 만약, 이러한 콘셉트를 계속 유지했으면 중소의 기적 따윈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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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탈피하기 위해 위 두 그룹은 그들만의 강점을 살려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인피니트는 바로 다음 곡 ‘BTD (Before The Dawn)’부터 확실한 ‘칼군무’의 정석으로 그들을 브랜딩 했으며, 그 결과 같은 해 발매한 ‘내꺼하자’를 통해 음악방송 첫 1위에 성공했다. 사실 칼군무는 그 당시 모든 남자 아이돌의 필수 요소로 여겨졌지만 인피니트는 일명 ‘전갈춤’과 같은 정확한 포인트를 보여줬다는 점. 그리고 다른 아이돌은 남성다움만을 강조하는 반면, 그들은 처절함과 애절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대중의 시선을 잡을 수 있었다. 걸스데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진 인기 멤버 민아를 필두로 청순한 걸그룹의 행보를 이어가다 2013년 발매한 정규 1집 타이틀 ‘기대해’에서 섹시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대중을 놀라게 했다. 특히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멜빵을 활용한 도발적인 안무가 제대로 된 킥 역할을 했었다. 청순 콘셉트만 고집하던 그룹이 이런 성숙함이 어울릴까?‘ 하는 의문점도 잠시, 걸스데이는 ‘기대해’로 공중파 1위 후보까지 오르며 인기를 모았으며, 3달 후 발매한 ‘여자 대통령’으로 데뷔 후 첫 공중파 1위에 올랐다. 이것은 같은 연도에 활동했던 걸그룹이 Apink (에이핑크) - NoNoNo, f(x) - 첫 사랑니 (Rum Pum Pum Pum), 소녀시대 (GIRLS' GENERATION) - I Got A Boy였던 점을 미뤄 봤을 때 당시 걸그룹 시장이 쟁쟁했음에도, 걸스데이만의 자리를 굳혔다는 데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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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초기 자본력은 그저 출발지만 다르게 만들 뿐, 향후 아티스트의 결과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하물며 큰 자본력을 가진 회사에서 데뷔한 그룹이라도 7년이라는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해 중간에 해체된 그룹이 다수이다. 예를 들어, IST엔터테인먼트의 ‘Weeekly (위클리)’ , FNC엔터테인먼트의 ‘체리블렛 (Cherry Bullet)’ 위 두 그룹은 비록 대기업은 아닐지라도 자본력이 충분한 회사에서 나온 아이돌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과연 그 두 그룹의 차별성은 무엇이고, 지향하는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이것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특히, Weeekly는 데뷔 동기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를 제치고 멜론뮤직어워드를 포함한 3개의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것은 톡톡 튀는 발랄한 학생의 하이틴 분위기를 잘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잘 잡힌 하이틴 이미지를 복잡하고 이질적인 느낌으로 바꾼 THE 1st SINGLE ALBUM ‘Play Game : AWAKE’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갑자기 멤버들은 태양, 달, 목성, 금성, 화성, 토성의 성주이며 기억을 잃은 상태로 지구에 도착했다는 설정은 제대로 된 스토리 전개도 없이 그저 팬들의 비판만 받았다. 체리블렛 역시 게임과 퀘스트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활동을 했으나 2021년 1월 미니 1집’Cherry Rush’부터 게임에 관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두 그룹 모두 초반 콘셉트를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는데 다른 노선을 선택한 점이 가장 큰 부작용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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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시점 중소의 기적에 가장 가까운 아티스트는 누구일까? 한때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큰 인기를 얻은 하이키가 중소의 기적이라 불렸었지만, 그룹이 지향하는 ‘당당함’ ‘건강한’ 이미지가 결국 완전히 굳혀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일명 중꺾마 정신의 따뜻한 가사 그리고 벅차오르는 멜로디로 활동을 이어가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곤 있지만 처음 받았던 높은 관심을 계속 유지하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부족한 홍보 때문이라 생각한다. 데뷔 초에는 ‘운동’, ‘카바디’ 등의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업로드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것 없이 다른 아이돌이 통상적으로 올리는 공연 비하인드, 커버 영상만 올리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의 중소 아이돌 이채연 , KISS OF LIFE의 나띠는 각각 ‘캐릭캐릭 채연이 LEECHAEYEON’ , ‘띠집’ 등 외부 채널에서라도 고정 멤버로 출연해 팬들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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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 이후 새로운 중소의 기적을 꿈꾸는 그룹으론 ‘RESCENE’(이하 리센느)가 대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센느는 ‘향기로 다시(RE) 장면(SCENE)을 떠올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처음 멤버 소개 영상에서부터 'RESCENE(리센느) Introduction Film : My Own Scent - #1 MINAMI' 향기를 일정하게 강조했다. 유튜브 콘텐츠 영상 워딩 역시 ‘Re-log’, ‘Re:Creation’처럼 재밌는 부분을 볼 수 있으며, 또한 1주일에 2번 주기로 올라오는 유튜브 영상과 공식 SNS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멤버를 노출시키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앞서 말한 하이키와 다르게 콘텐츠의 워딩부터 끊임없는 바이럴 영상 그리고 향기를 뿌리는 모습으로 안무를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그룹의 정체성(향기)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리센느는 성공적인 바이럴의 예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홍보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결과적으로 선공개 싱글을 제외한 3개의 앨범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모두 1,000만 회를 넘었으며, 1집 싱글 ‘Re:Scene’은 역대 걸그룹 데뷔 음반 초동 기록 10위(34,000장)를 기록했다. 이처럼 리센느는 그룹의 콘셉트(향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는데, 마치 길을 걷다 좋은 냄새가 나면 자연스레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주위에서 들려오는 리센느의 노래를 계기로 자연스레 리센느를 찾아보게 되고 그렇게 그녀들의 매력에 빠지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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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계약 기간 7년은 거의 모든 회사에서 통용하는 기준이며, 그룹의 성공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을 그 7년 동안 꾸준한 활동의 여부라고 말해도 괜찮다. 특히 자본력이 부족한 회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이라면 더욱이 끝까지 활동을 이어가긴 어렵다.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그룹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계속 말했듯 정확한 방향성이다. 수많은 케이팝 아이돌이 아닌 ONLY라는 부사가 어울리게 그룹을 브랜딩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의 확장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현시점 이러한 방향성을 각인시키기 위해선 앞서 강조한 음악뿐 아니라 마케팅, 퍼포먼스 등 정말 다방면에서 계속 문을 두드려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그리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언더독은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차이가 나더라도 오직 본인의 색깔로 대중을 매료시키는 주인공은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by 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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