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틴 아이돌 제작의 필요성, 그러나 분명한 한계
긍정과 부정 어느 쪽이든, 근 몇 달 간 가장 뜨거운 감자인 프로그램을 꼽자면 단언컨대 ‘언더피프틴’이다. 티저 영상 및 포토 업로드와 동시에 수많은 논란을 낳았고,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단체의 공식적 방영 취소 성명까지 발표되었다. 거세게 빗발치는 방영 취소 요구에, 프로그램의 제작사인 크레아 스튜디오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여론을 뒤집는 데에는 실패했고, 방송사 MBN은 결국 3월 예정된 방영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 기편집분의 일부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고, 상당 부분 참가자들과의 촬영이 진행되었음에도, 최초 방영일로부터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 결국 편성이 취소되었다. 그렇다면 ‘언더피프틴’은 왜 이렇게 큰 비판 여론에 휩싸였을까?
물론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 외에도, 방영시기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 배우 김수현이 당시 미성년자였던 배우 김새론과 약 6년 간 교제하였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큰 파장이 일어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성년자, 특히 연예계에 종사해 또래에 비해 이르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소년 보호가 최근 중요한 담론으로 떠올랐고, 이것 역시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급한 바와 같이 시기과는 무관하게 프로그램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먼저 참가자들의 나이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언더피프틴’은 만 3세부터 15세까지로 참가자의 나이를 제한했고, 실제로 다수의 초등 저학년 참가자의 프로필이 공개되었던 바 있다. 최근 아이돌 시장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연습생을 시작하는 일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언더피프틴’은 불특정 다수에게 방영되는 ‘방송’이라는 점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상당히 미숙하고 준비되지 못한 모습, 나아가 인간적으로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 방송에 비춰지기 마련이기에, 설령 어린 참가자들이 출연한다 해도 최소한 초등 고학년 이상으로 나이를 제한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유사 프로그램인 SBS ‘유니버스 티켓’이나 MBC ‘방과후 설렘’이 어린 참가자를 출연시켰다 해도, 최연소 참가자가 초등 6학년 미만의 나이인 적은 없었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된 건 아동 ‘성상품화’ 문제다. 초등학생 나이 또래의 참가자들에게 성인과 비슷한, 다소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히고 성인들이나 소화할 법한 다소 ‘섹시한’ 느낌의 안무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티징 포토의 경우, 어울리지 않은 의상과 진한 메이크업은 물론, 아예 프로필 내에 바코드를 삽입하면서 더욱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제작진은 이 모든 것이 의도된 바가 아니며, 실제로는 참가자 나이에 맞지 않는 컨셉의 무대는 준비되지 않았고, 프로필의 경우 ‘학생증’ 콘셉트를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지만, 대중들은 이 해명에 납득하지 못한 모양새다.
아동 또는 청소년에 관한 성상품화나 인권 문제는 연예계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어왔다. 아직은 부족하다 하더라도,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등 이미 해결을 위한 궤도에 오른 주제였다. 이미 2014년부터 청소년 연예인을 위해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시행되고 있었고, 2024년에는 청소년 아이돌 연습생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서울시 청소년 문화예술인의 권익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서혜진 PD를 비롯한 크레아 스튜디오는 대체 왜, 이렇게 문제가 될 걸 알면서도, 다소 위험한 로우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했을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대중에게는 ‘로우틴 아이돌’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기획 당시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해본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초등 중-고학년부터 중등 저학년까지의 로우틴을 위한 콘텐츠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핑크퐁’, ‘티니핑’ 같은 주목받는 키즈 콘텐츠는 점차 숫자가 늘고 있지만, 미국의 ‘디즈니’가 제작한 ‘하이 스쿨 뮤지컬’이나 ‘니켈로디언’이 제작한 ‘빅토리어스’ 등과 같은 로우틴 콘텐츠의 숫자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우 줄어들었다. 이런 로우틴 콘텐츠의 빈 자리는 성인을 위한 콘텐츠가 대체한 모양새다. 과거에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TV나 데스크탑을 통해 매우 제한적으로 콘텐츠를 접했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보다 폭넓은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서, 성인용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며 로우틴 콘텐츠가 사라진 것이다.
과거 2010년대 초중반 정도까지만 해도, 케이팝 아이돌의 10대 팬덤의 대다수는 중고등학생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걸그룹 ‘아이브’가 이른 바 ‘초통령’이라 불리는 현재의 현상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2022년 당시 음반 판매 사이트 ‘알라딘’에서의 아이브의 음반 판매 통계를 살펴보면, 당시 발매된 세 개의 앨범 모두 40대 이상의 구매 비율이 30%를 넘어갔는데, 이는 구매 후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10대 초반 학생 팬들의 부모님이 구매한 사례가 주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아이브의 오프라인 공연 후기 글에도 초등학생을 마주쳤다는 언급이 많고, 이것이 기사로까지 적힌 바 있었다. 이전에도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등 일부 곡이 초등학생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은 있었지만, 음원 하나가 단순히 유행하는 과거의 모습과 달리, 현재의 ‘아이브’는 사뭇 다르다. 콘서트에 참석하고 음반을 꾸준히 구매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아티스트 자체를 ‘덕질’하는 초등학생 팬덤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아이돌의 제작 의도가 어디까지나 ‘성인’을 주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하이스쿨 뮤지컬’ 등 로우틴을 겨낭한 콘텐츠들은 타겟층에 따라, 청소년에 맞는 기획의도와 콘셉트를 가졌지만, 아무리 폭넓은 타겟을 가졌다 하더라도 성인을 위한 콘텐츠들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성인은 자연스럽게 분별할 수 있는 것들도, 미숙한 청소년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는 특히 틱톡이 큰 문제가 됐는데,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어 10대 초반의 학생들이 화장품 매장인 ‘세포라’에서 도둑질을 하거나, 무분별하게 테스트용 제품을 사용하면서 사회 문제가 되었던 바가 있다. 국내 역시 비슷하다. 케이팝에 만연해진 ‘포토카드’ 문화에 영향을 받아, 무분별하게 앨범을 구매하는 청소년 자녀를 우려하는 학부모의 글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성인들의 경제력, 분별력에 미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성인을 타겟으로 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은 청소년 개인에게,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향유할만한 욕구는 있지만, 그들만을 위한 콘텐츠는 현저히 부족한, 10대 초반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한다면, 10대 초반, 혹은 그보다 어린 나이의 학생들을 출연시킴으로써 공감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언더피프틴’도 그래서 로우틴으로 구성된 아이돌을 만들고자 했을 수 있음을 추측해본다. 실제로 크레아 스튜디오는 15세 이하의 어린 친구들에게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사회적 필요성과는 별개로,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로우틴 아이돌만이 가지는 이점도 있다. 먼저 보다 어린 나이의 팬덤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의 팬덤은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특히 장점이다. 10대 초반 학생들의 경우, 결집력이 매우 높아 응집된 또래 팬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음반 등의 구매를 위해 부모님께 좋아하는 아이돌을 공유하게 되면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도 아이돌을 인식시킬 수 있게 된다. 언급했던 바와 같이 ‘초통령’ 이미지로 사회 전반 인지도를 높인 아이브는 어린 팬덤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브가 성공적으로 어린 학생 팬덤을 형성한 데에는 콘셉트나 음악 등 다양한 요인이 있었겠지만, 멤버들의 어린 나이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모두 로우틴으로 구성된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2021년 데뷔 당시 멤버 가을을 제외한 전원이 10대였고, 특히 막내인 멤버 이서는 중학교 2학년생으로 어린 나이의 학생들에게 공감대와 친근함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결국 로우틴 팬덤과 비슷한 나이대의 멤버들을 데뷔시키는 것은, 마케팅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어린 나이의 팬덤을 구축하는 데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더불어, 아이돌 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 또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케이팝 아이돌, 또는 이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단순히 무대나 음악 외에도 아티스트 개인의 서사, 또는 성격 등과 같은 개인적인 부분이 팬덤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렇기에 어린 나이의 멤버, 참가자는 직접적으로 아이돌 또는 프로그램의 서사 형성에 좋은 재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연습을 거치지 않은 미숙한 모습으로부터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서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런 ‘성장’ 서사는 팬덤에게 어필하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영 당시 만 15세로, ‘병아리 연습생’으로 불리던 유선호나 라이관린이 그러했다. 방영 초기, 미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팬덤을 구축했고, 특히 라이관린은 최종 데뷔조인 ‘워너원’으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루기까지 했다. ‘미스터트롯2’의 정동원 역시 유사한 케이스이다. 어린 나이의 참가자가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팬덤을 형성했고, 이 팬덤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어린 나이일수록 빠른 속도의 성장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고, 초반의 미숙한 모습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제작자로서는 어린 나이의 참가자, 또는 연습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우틴 아이돌을 제작하는 것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일이다. 유의미한 결과를 낸 로우틴 겨냥 아이돌 그룹을 떠올릴 수 있는가? 장담하건대 몇 없을 테다. 이는 로우틴 아이돌의 매출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큰 걸림돌은 법률로 인해 활동의 제약이 생긴다는 점이다. 미성년자인 아이돌 멤버들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시상식 등의 무대에서 일찍 퇴근하거나, 방송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법률상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예술산업법에 의하면, 만 15세 미만의 근로자는 주 최대 35시간만, 만 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는 1일 최대 7시간, 일주일에 40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게다가 만 15세 미만의 미성년 연예인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아예 활동이 불가하다. 몇 년씩이나 활동 시간에 제약을 받는다면 당연히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팬덤층의 구매력이 약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어린 나이의 멤버들로 인해 유사한 나이대의 팬덤이 구축된다는 점은 마케팅적으로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매출에는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저연령층은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인 팬덤을 추가적으로 구축할 수 없다면, 매출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MBC ‘방과후 설렘’을 통해 결성된 걸그룹 ‘클라씨’는 저연령층 팬덤의 아쉬움을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다. ‘방과후 설렘’ 방영 당시, 어린 나이인 ‘1, 2학년’ 참가자들의 SNS 영상을 확인해보면, 이들을 ‘언니’라고 칭하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방송 후반부에는 생존한 1,2학년 참가자들의 순위가 방영 초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팬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연령대 설문조사에서 10대 초반 학생이 대다수를 이루는 등, 저연령층이 클라씨 팬덤의 주를 이루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방과후 설렘’이 10주 연속 화제성 1위를 차지하거나, 각종 SNS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좋은 결과를 냈던 것과는 달리, 이를 통해 데뷔한 클라씨는 다소 아쉬운 매출을 보였다. 종영 직후 발매된 데뷔 음반 [CLASS IS OVER]의 초동 판매량은 약 18,000장에 그쳤고, 가장 최근에 발매된 미니 3집 [LOVE XX]의 초동 판매량은 만 장을 채 넘기지 못하며, 아쉬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걸스플래닛 999’를 통해 결성된 Kep1er의 데뷔 음반 [First Impact]의 초동 판매량은 20만 장을 넘었고, 유사하게 어린 멤버를 포함해 데뷔한 ‘유니버스 티켓’의 UNIS의 데뷔 음반 [WE UNIS]의 초동 판매량이 55,000장이라는 점에 비하면 더욱 처참한 결과다. 이는 두 그룹에 비해 클라씨의 팬덤은 국내의 로우틴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산업적인 논리로 보았을 때, 미성년자, 특히 만 15세 미만의 멤버들로 구성된 로우틴 아이돌은 필연적으로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일 수밖에 없다. 성인 아이돌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기에 콘셉트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 매출을 기록해야 하나, 법적인 제약은 물론이고 형성될 팬덤의 구매력 또한 나이대로 인해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언더피프틴’의 자극적인 컨셉과 포토는 이 한계점을 넘어보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존 케이팝 아이돌의 문법과 콘셉트를 로우틴 아이돌에 도입하면서, 최대한 구매력 있는 성인 팬층을 확보하고자 했을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는 사견을 붙여본다.
하지만 ‘언더피프틴’의 성상품화 논란은 결국 방영 취소로 이어졌다. 대체 왜 ‘언더피프틴’은 이렇게 위험하게 기획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로우틴 아이돌을 필요로 하는 현 사회의 모습, 그리고 로우틴으로 구성된 아이돌을 데뷔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적, 도덕적은 물론이고 총체적으로 매출적으로 갖는 한계로 인해 결국은 로우틴 아이돌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결론에까지 도달하기도 했을지도 모른다.
제작진이 ‘왜’ 이런 기획을 했는지 이해한다 하더라도, ‘언더피프틴’의 편성 취소는 옳다. 로우틴을 위한, 로우틴으로 구성된 아이돌의 필요성과 그 효과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이유나 의도와 상관 없이 공개된 ‘언더피프틴’의 연출은 어쨌든 성인용 콘텐츠의 문법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로 만 15세 미만의, 10대 초반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면 기존 콘텐츠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그러나 ‘언더피프틴’은 기존 케이팝 콘텐츠의 방식을 답습하는 데에 그쳤고, 결국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에 등장하는 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추었을 뿐,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로 나아가는 데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지적한 바와 같이 미성년자, 나아가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언더피프틴’의 편성 취소가 지당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그럼에도 여전히 10대 초반, 로우틴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에 대해선 여전히 공감한다. 본문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도덕적인 관점에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유도 그렇지만, 이것이 산업적인 시각에서도 여전히 하나의 블루 오션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키즈와 하이틴 사이의 로우틴은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임과 동시에, 잠재적인 미래 구매력을 지닌, 동시에 현재로서는 부모의 구매력을 지닌 매력적인 고객층이기도 하다. 현재는 케이팝 업계에서 비교적 소외받는 고객층이지만, 사회가 모두 공감할만한 로우틴 겨냥 콘텐츠가 제작된다면 케이팝 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핑크퐁’이나 ‘티니핑’이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시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 성공적 로우틴 콘텐츠는 최근 다소 정체된 케이팝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해리포터’ 시리즈나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를 들썩이는 청소년 아이돌이 한국에서 만들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By. 이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