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vcki Wai, SAAY, tripleS, VIVIZ 외
최크롬 : 군백기라 불릴 정도로 길었던 재키와이의 빈자리를 팬들이 기다려줬던 것은 그녀가 씬에서 어쨌든 대체불가능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비트를 뚫고 나오는 앳된 톤의 목소리와 그에 대비되는 이데올로기적인 메시지, 그리고 아니메스러운 매력을 가진 비주얼까지, 호불호는 있을지 몰라도 나름대로의 족적을 남긴 건 분명하다. 그것도 방송 출연 한번 없이.
새 둥지인 AOMG에서는 과거 인디고 뮤직의 흐름을 이어받기보단 새롭게 커리어 2기를 구상 중인지도 모르겠다. ‘Go Back’은 국내 힙합씬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레게톤 장르를 채택했고, 랩 메이킹이나 톤 또한 살짝 차분하게 다듬어진 모양새다. 덜 과격해진 음악의 모습은 대중 친화적인 요소를 챙겨가려는 건 물론, 세련을 덧칠함으로써 AOMG라는 브랜드에 녹아들어 가는 과정으로도 추측된다. 그러나 ‘Go back’이 새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다고는 쉽게 대답하진 못하겠다. 그녀의 기발매 곡들처럼 확실한 재미 포인트가 있는 곡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진 게 많기에 변화에 더 신중해야 하는 입장이 바로 재키와이의 현시점이 아닐까.
최크롬 : 겉포장지는 단순 명료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려운 앨범이다. 영화라는 직관적인 콘셉트, 트랙의 배치와 네이밍, 그리고 이를 풀어나갈 준비가 된 20개의 곡은 기획적으로 빈틈이 없다. 그러나 기대감 넘치는 화려한 포스터 대비 [S:INEMA]라는 영화가 매력적인지는 의문이다. 95퍼센트가 영어 가사인 점은 제쳐 두고도 사운드적으로 앨범을 끝까지 이끌어 갈 수 있는 기승전결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귀에 띄는 곡은 다크한 트랩 무드의 ‘Sin City’와 선공개 싱글이었던 ‘Summer In Love’ 정도인데, 후자의 경우 콜드의 목소리와 다량의 한글 가사 덕분에 생겨난 환기에 가깝다.
반대로 아티스트적 성취 및 서사에 집중한 앨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R&B란 장르는 한국에서 동류인 힙합에 비해 청취층 및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더불어 진또배기 R&B를 들을 거면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만이다. 그렇기에 SAAY(포함 국내 R&B 씬 모든 아티스트)의 작가주의는 그 디테일함을 소비해줄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더 똑똑했다면 힘을 빼더라도 킬링 트랙을 곳곳에 배치하는 전략을 던질 수도 있었다. 스트리밍 시대에 우리들은 영화마저 유튜브로 요약해서 봐야 할 만큼 성격이 급하니까.
융 : 이미 걸그룹 시장은 탄탄한 3세대와 패기의 4세대로 포화상태다. 이 좁디좁은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너무나 많은 그룹이 줄을 서고 있다. 트리플에스는 그래도, 전망이 밝은 편이다. 24인조라는 파격적인 콘셉트와 얼굴이 알려진 연습생으로 화제성이 높다.
사실 음악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간단한 코러스라인, 브라스와 기타 사운드가 꽤 중독성 있는 곡을 만들었다. 하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다. 나를 사랑한다는 가사는 한참 전에 ITZY가, 캐치한 코러스는 아이브가, 영앤키치는 뉴진스가, 신인의 패기는 르세라핌이 차지하고 있다. 1~2년 전에 나왔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대중은 이미 이 감성과 세련됨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융 : VIVIZ가 UNIVERSE에서 처음 공개하는 싱글이다. 그 전 주자였던 Kep1er의 싱글이 너무 기대 이하였던 지라 걱정을 했지만, 나쁘지 않은 감상이었다. 강렬하고 볼드한 연출이 눈에 띄며, 펑키한 사운드는 멤버 ‘신비’가 참여했던 ‘Wow Thing’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작 ‘Love Love Love’ 등에서 보여주었던 멤버들의 몽환적인 보컬도 잘 표현하고 있다. 꽤 흥미롭게 끌어당겼던 verse에 비해 코러스에서는 뻔한 멜로디 진행으로 재미를 떨어뜨린다. 멤버들의 보컬마저 캐치한 부분이 부족해 전체적으로 텐션이 떨어진다. 웅장한 시작을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한 게 아쉽다.
융 : 정규앨범의 선행 싱글이고, 앨범 소개에서부터 ‘미니멀’한 트랙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최소한의 악기 사용과 최소한의 보컬 출력으로 1분 32초라는 짧은 트랙을 운용한다. 굳이 집중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의도적인 보컬 거세와 악기 강조를 느낄 수 있다.
다 듣고 난 후에도 뭔가 개운하지 않은 이 찜찜함을 노린 것이라면, 미니멀리즘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재미가 없는 음악임은 부정할 수 없다.
최크롬 : ‘Fly Me To The Moon’을 연상시키는 강한 머니코드의 후렴구는 10초 안에 곡 청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는 듯하다. 혹자는 양산형 싱글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다만, 너무 정직하게 조미료를 뿌리다 보니 오히려 흥미로울 지경이다. 지난번 ‘Bad Boy’로 재미를 봤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그보다 더 자극적인 곡을 들고 나왔으나 익숙함에서 나오는 휘발성이 너무 강해서 문제다. 청하의 경우 트랙 위에 목소리만 가볍게 얹은 느낌이고, 이전 콜라보만큼 신선한 포인트가 따로 있진 않다. 음악은 평양냉면이어도 애매하지만 길거리 음식이어도 오래 즐기기 어렵다.
※ '최크롬', '융' 블로그